03. 무개법문품(無蓋法門品)

대애경(大哀經) 제2권

03. 무개법문품(無蓋法門品)

이에 법교왕(法敎王)보살이 그 모임에 있다가 부처님께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경계는 불가사의하니 큰 성인의 위광(威光)을 나타내셔서 보살들로 하여금 영원히 의심을 끊고 각각 수행하게 하소서. 오직 무개(無蓋) 법문의 대회법품(大會法品)을 널리 설하여 주소서.

왜냐 하면 이제 여기에 와서 큰 모임을 이룩한 보살들은, 첫째는 불가사의한 대덕(大德)의 갑옷을 입었으며, 둘째는 큰 신통으로써 성인의 지혜를 즐거워하며, 셋째는 모두가 공훈을 세워 시방에 통달하였으며, 넷째는 수행이 맑고 깨끗하여 마음이 더러움을 여의었고, 다섯째는 해탈의 광명으로 많은 곳을 환히 비추고, 여섯째는 모두가 부처님께서 보여 주시는 공훈을 찬양하고 널리 퍼뜨렸고, 일곱째는 모든 법에 자재로우며, 여덟째는 모든 바라밀이 시종 피안(彼岸)에 이르렀고, 아홉째는 모든 것이 권방편(權方便)에 따라서 만들어졌고, 열째는 마장이 되는 업[魔業]과 애욕의 티끌[欲塵]을 모두 꺼 버렸으며, 열한째는 온갖 외도의 그릇된 이치를 항복 받았고, 열두째는 방편을 잘 분별하여 장구(章句)의 이치를 강설하였으며, 열셋째는 앎[慧]은 거리낌 없고 지혜바라밀은 피안(彼岸)을 초월하였으며, 열넷째는 그 자유로운 뜻과 당당한 걸음으로 성인의 다라니를 얻었으며, 열다섯째는 덮임 없는 변재(辯才)를 세워 끊임이 없으며, 열여섯째는 중생들의 근원과 나아갈 곳과 그들이 모든 것을 갖추었는지 결함이 있는지를 환히 알며, 열일곱째는 중생들을 관찰하되 그들의 능력에 따라 알아듣도록 설법하며, 열여덟째는 경의 이치를 선포하여 뭇 재앙을 조금도 남김없이 제거하며, 열아홉째는 그 음성이 때를 따라서 부드럽고 화창하고 고상한 것이 구슬픈 난새[鸞]의 지저귐 같기도 하고 마치 바다에서 부르짖는 용 같기도 하고 또 범성(梵聲) 같기도 하며, 스무째는 중생에게 자비를 베풀어 멸도(滅度)를 보이는 한편 또 자비로써 그들을 제도하게 하며, 스물한째는 마음에 항상 지극한 사랑을 굳게 품고 있으며, 스물두째는 그 뜻과 성품이 항상 무개(無蓋)의 연민을 품고 있으며, 스물셋째는 굳게 머물러 흔들리지 않으므로 그 말과 행동이 서로 걸맞으며, 스물넷째는 진리의 깃발을 세워 시방에 나타내 보이며, 스물다섯째는 그 굳은 뜻은 마치 금강 같고, 파괴할 수 없음은 철위산(鐵圍山) 같으며, 스물여섯째는 소원을 세우되 그 본래의 서원을 잃어버리지 않으며, 스물일곱째는 깊고 미묘한 경지에 거침없이 들어가 12연기를 잘 분별하며, 스물여덟째는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의 두 극단을 비롯한 모든 그릇된 견해와 62종류의 의심으로 길들여져 온 집착을 말끔히 제거하며, 스물아홉째는 법왕(法王)과 같이 대중을 권유하고 이끌어 도(道)에 들어가게 하며, 서른째는 대중을 잘 인도하며 장차 그 어떤 어려움에도 떨어지지 않게 하며, 서른한째는 무수한 겁으로부터 법보(法寶)를 좋아하며 그 지혜를 모아왔으며, 서른두째는 위대한 의사가 뭇 사람의 병을 치료하듯이 오랫동안 물질과 번뇌가 쌓이고 막힌 중생들의 병을 제거하며,1) 서른넷째는 이 여러 보살들은 큰 사자왕(師子王)께서 기르신 아들이며, 서른다섯째는 모든 수행이 견고하여 이상한 음성을 듣거나 여래의 비밀 이치를 들어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서른여섯째는 상호(相好)로 그 몸을 장엄하며, 서른일곱째는 큰 연인으로 일체를 대하여 모든 제사를 다 지내며, 서른여덟째는 그 마음이 용맹하여 겁약하지 않으며, 서른아홉째는 네 마군[四魔]과 애욕의 경계를 굴복시키며, 마흔째는 교량(橋梁)을 자주 건설하고 잠자는 중생을 깨우치며, 마흔한째는 이와 같은 근(根)과 힘[力], 깨달음·선정·해탈·삼매를 잘 닦는 것으로 업을 삼으며, 마흔두째는 항상 정성껏 중생을 제도하려고 힘쓰며, 마흔셋째는 다라니를 얻어 모든 것을 통제하며, 마흔넷째는 이롭거나 이롭지 않음, 찬탄과비방, 영예롭거나 명성을 잃음, 괴로움과 즐거움의 이 여덟 가지 세간 일에 집착하지 않고, 마흔다섯째는 그 마음이 즐거운 경지에 들어가 경전(經典)을 사랑하며, 마흔여섯째는 도법(道法)의 보배를 널리 선포하며, 마흔일곱째는 지혜가 충만하여 공(空)한 이치를 다 갖추었으며, 마흔여덟째는 그 계행이 연꽃처럼 선명하며, 마흔아홉째는 온갖 유위법을 깨끗이 제거하였으며, 쉰째는 그 광명이 해와 달을 덮고 범천과 제석천에까지 찬란하게 비치며, 쉰한째는 이미 해인(海印) 삼매를 다 얻었으며, 쉰두째는 모든 법의 보배를 능숙하게 인도하며, 쉰셋째는 3보(寶)에 끊임없이 공양함으로써 자유를 얻으며, 쉰넷째는 모든 경계를 분명히 알아 해설하며, 쉰다섯째는 모든 부처님 경전의 이치를 굳게 받아 지니고, 쉰여섯째는 한량없는 공덕을 쌓아 모음으로써 칭찬을 받으며, 쉰일곱째는 한량없는 공덕과 지혜의 법을 세우며, 쉰여덟째는 부처님께 친근하여 그 지혜를 모두 다 갖추며, 쉰아홉째는 미래세 무수한 겁의 처음과 마지막 일을 다 통달하며, 예순째2)는 이러한 모든 공훈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법교왕보살은 다시 부처님께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보살 대사들의 모임의 공훈이 이러하므로 제가 큰 성인들을 위해 속으로 생각하기를, ‘마땅히 세존으로 하여금 여러 보살들에게 무개법문의 법품을 널리 설하시어 보살 대중이 전에 없던 신심을 내게 하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늘 중의 하늘이시여,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면 많은 이익을 베푸시므로 이 보살 대사들을 즐겁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장차 보살의 공덕과 밝은 지혜를 갖추게 하십니다. 처음 발심하여 청정한 행을 이루고자 하는 보살은 그들로 하여금 일승(一乘)에 들어가게 하고, 이미 불퇴전의 지위에 오른 보살들에게는 불법을 구족하게 하며, 한번만 다시 태어나면 부처님 지위에 오르게 되는 보살들은 그 과보를 잃어버리지 않게 하며, 만약 어떤 중생이 분명한 식견과 결정된 뜻을 지니었으면 그에게 인연으로 이끌어 도에 들어가게 하고, 결정된 뜻이 없는 중생에게는 그로 하여금 끝없는 연민으로 이끌어 주시고, 또 어떤 중생이 아주 그릇된 견해에 빠졌을 때엔 그에게 바른 이치를 설법하여 의심의 그물을 끊게 하고, 3승(乘)을 즐거워하는 자에게 그 인연에 따라 부처님 스스로가 엄숙히 교화하시어 저 하늘·용·귀신·건달바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무리와 세상 사람과 아수라에 이르기까지 다 그 제도를 받게 하십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심은 실로 거룩한 일이므로 이러한 예는 일찍이 없었던 매우 드문 일이요, 더구나 경전의 법이 세간에 나타난다면 모두 다 그 법을 보고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큰 성인께서는 이 보살들이 발심한 기회에 높은 법좌(法座)에서 변화를 일으키소서. 이 모든 성문과 연각들은 백천 겁을 지나도록 여기에 이르지 못할 것인데, 제가 이 때문에 속으로 생각하기를, ‘참으로 신기한 일이구나. 그 누가 이러한 색상(色像)과 신족(神足)의 변화를 보고서 다시 성문의 행과 연각의 마음을 내겠는가. 왜냐 하면 이제 처음 보살심을 내는 자는 저 성문과 연각의 승(乘)보다는 뛰어나기 때문이다’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 그것을 비유해서 말씀드리자면 마치 태어날 때부터 어리석은 아들이 어둔 밤을 밝히는 매우 값비싼 보석을 버리고 수정 구슬을 취하면서 그 뒤바뀐 소견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뭇 사람들도 그와 같이 행하니, 대승을 버리고 성문과 연각승을 더욱더 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든지 진실한 성품 그대로 위없는 바르고 진실한 도에 발심한다면 이미 발심한 자이거나 이제 겨우 발심하는 자이거나 모두 다 오래지 않아서 이러한 법요(法要)를 완전하게 이루게 될 것입니다.”

법교왕보살이 이렇게 말할 때에 그 대중의 모임 가운데 3억백천해의 하늘 사람들이 모두 다 위없는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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