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문왕경
1, 현자의 대론 제왕의 대론
밀린다왕이 말하였다. “나가세나 스님, 나와 대론하겠습니까?” 나가세나는 왕의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임금님, 현자로서 대론을 원한다면 나도 응하겠습니다. 그러나 제왕의 권위로써 대론을 원한다면 나는 응할 뜻이 없습니다.” “나가세나 스님, 현자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대체로 현자의 대론에 있어서는 문제가 해명되고 해설되고 서로 비판되고 수정되고 반박당하는 경우가 있다 할지라도 현자는 결코 성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왕으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제왕은 대론에 있어 대개 한 가지 것을 주장하고 한가지 것만을 밀고 나가며 그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왕의 권위로 벌을 주라고 명령합니다.” “알았습니다. 저는 제왕으로서가 아니라 현자로서 스님과 대론하겠습니다. 스님은 비구나 사미나 신도들과 대론하듯 거리낌없이 자유롭게 대론하십시오.” “좋습니다.” “그럼 질문하겠습니다.”
2, 이름에 대한 문답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은 어떻게 하여 세상에 알려졌습니까? 스님의 이름을 뭐라고 부릅니까?” “임금님 저는 나가세나로 알져 있습니다. 동료수행자들도 나가세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저의 부모는 나가세나 이외에 도 수라세나, 바라세나, 시하세나란 이름으로 저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나가세나란 이름은 명칭 호칭 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기에 인격적 개체는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밀린다왕은 오백 명의 희랍인과 팔만 명의 비구에게 “나가세나 스님은 이름 속에 인격적 개체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그 말을 믿을 수 있습니까?” 라고 물어본 다음 다시 나가세나 스님을 향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스님, 만일 이름에 인격적 개체를 인정할 수 없다면 스님에게 의복 음식 약품 등의 필수품을 제공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그것을 받아 사용하는 자는 또 누구입니까? 계행을 지키는 자는 누구이며, 수행에 힘쓰는 자는 누구입니까? 또 수행한 결과 열반에 이르는 자는 누구이며, 살생을 하고 남의 것을 훔치는 자는 누구입니까? 세속적 욕망 때문에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고 거짓말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인격적 개체가 없다면 공덕도 죄도 없으며,
선행과 악행의 과보도 없을 것입니다. 나가세나 스님, 인격적 개체가 없다면 스님을 죽이는 자가 있더라도 살생의 죄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스님의 승단에는 계를 일러 주는 수계사도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스님은 ‘승단의 수행 비구들이 나를 나가세나라 부른다’ 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나가세나라 불리는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머리카락이 나가세나란 말입니까?” “임금님,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님의 손톱이나 이가 나가세나란 말입 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살 힘줄 뼈 등 신체의 각 부분에서 어느 한 분이 나가세나란 말입니까?” “아니면 이들 전부가 나가세나란 말입 니까?” 나가세나는 어느 한 부분도 또 전부도 아니라고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오온중의 어느 하나가 나가세나입니까?” 나가세나의 대답은 역시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스님, 오온밖에 나가세나가 따로 있는 것입니까?” “임금님, 그렇지도 않습니다.” “스님, 저는 스님에게 물을 수 있는 것은 다 물어보았으나 나가세나는 찾아내지 못하였습니다. 나가세나란 빈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앞에 있는 나가세나는 어떤 자입니까? 스님은 ‘나가세나는 없다.’ 고 진실 아닌 거짓말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때 나가세나는 밀린다왕에게 반문하기 시작했다. “임금님, 대왕은 귀족 출신으로 호화롭게 자라났습니다. 대왕이 한낮의 더위에 뜨거운 땅이나 모래를 밟고 또 울퉁불퉁한 자갈 위를 걸어 왔다면 발을 상했을 것입 니다. 그리고 몸은 피로하고 마음은 산란하여 온몸에 고통을 느꼈을 것입니다. 도대체 대왕은 걸어서 왔습니까. 아니면 타고 왔습니까?” “스님 저는 걸어서 오지 않고 수레를 타고 왔습니다.” “수례를 타고 왔다면 무엇이 수레인가를 말씀해 주십시오. 수레채가 수레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굴대가 수례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바퀴 차체 차틀 멍에 밧줄 살 채찍 가운데 어느 하나가 수레입니까?” 왕은 한결같이 아니라고만 대답했다. “임금님. 그렇다면 이것들을 모두 합친 전체가 수레입니까?” “아닙니다. 스님.” “그렇다면 이것들밖에 수레가 따로 있는 것입니까?” 왕은 여전히 아니라고만 대답했다. “임금님, 저는 대왕에게 수레에 대해 물을수 있는것은 죄다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수레는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수레란 단지 빈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대왕은 ‘수레가 존재하지 않는다’ 고 진실아닌 거짓을 말씀하신셈이 됩니다. 대왕은 만백성을 다스리는 왕입니다. 무엇이 두려워 거짓을 말씀하십니까?” 이와 같이 물은 다음 나가세 나는 오백명의 희랍인과 팔만명의 비구에게 말하였다. “밀린다왕은 여기까지 수레를 타고 왔다고 말씀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수레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무엇이 수레라고 분명한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왕의 말씀 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오백 명의 희랍 인들은 “임금님 ‘무엇이 수레인가를 분명히 말씀하여 주십시오.”
하고 왕에게 간청했다. 그러자 왕은 나가세나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스님, 저는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닙니다. 이 모든 것, 즉 수레채 굴대 바퀴 차틀 등과 어울려 수레라는 명칭 호칭 가명이 생겨난 것입니다.” “임금님, 참 훌륭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수레라는 이름을 바로 파악하였습니 다. 마찬가지로 대왕이 나에게 질문한 나가세나의 이름도 신체의 각 부분과 오온의 각 부분이 어울려 이루어진 것입니다.”
3, 나이에 대한 문답
밀린다왕이 물었다. “나가세나 스님, 출가 이후 스님의 나이는 몇 살입니까?” “일곱살입니다.” “스님이 말씀한 일곱이란 무엇을 말한 것입니까? 스님이 일곱이란 말입니까. 아니면 수가 일곱이란 말입니까?” 바로 그때 온몸을 화려하게 장식한 밀다왕의 그림자가 땅 위에 그리고 물항 아리 속에도 비쳤다. “임금님, 대왕의 그림자가 땅 위와 물항아리 속에 비쳤 습니다. 도대체 당신이 왕입니까. 저 그림자가 왕입니까?” “내가 왕입니다. 그림자는 나로 인하여 생긴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출가 이후의 햇수가 일곱인 것이요 내가 일곱인 것은 아닙니다. 대왕의 그립자처름 나로 인하여 일곱이라는 숫자가 생긴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내 질문은 아주 어려웠는데 스님은 훌륭하게 대답하셨습니다.”
4, 영혼에 대한 문답 나가세나가 대론을 위하여 밀린다왕의 초대를 받고 사가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나가세나를 모시러 간 밀린다왕의 신하인 아난타카야가 나가세나 곁에 가까이 가서 이런 질문을 했다. “스님, 제가 나가세나라고 부를 때 그 나가세나는 무엇입니까?” 나가세나는 곧 그 신하에게 반문했다. “당신은 나가세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나가세나 스님,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 나가세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나간 숨이 돌아오지 않거나 들어온 숨이 나가지 않을 때 그 사람은 살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살아 있을 수 없습니다.” “나팔 부는 사람이 나팔을 불 때 그가 내쉰 숨이 다시 그에게로 돌아옵니까?”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나팔 부는 사람과 피리 부는 사람은 죽지 않습니까?” “저는 스님과 같은 현자와는 대론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 까닭을 말씀해 주십시오.” “호흡에 영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은 신체의 계속적인 활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신하에게 자세히 설명하여 주었다. 그랬더니 그 신하는 승단의 시주가 되겠다고 맹세하였다.
5, 윤회에서 벗어남에 대한 문답
밀린다왕은 이와 같이 물었다. “스님 죽은 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자가 있습니까?” “어떤 사람은 다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다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이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까?” “번뇌 있는 사람은 다시 태어나고, 번뇌 없는 사람은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나가세나 스님, 스님은 다시 태어날 것입니까?” “죽을 때 생존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죽는다면 다시 태어날 것이고, 생존에 대한 집착이 없이 죽는다면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 지혜의 특징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지혜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지혜는 광명을 특징으로 합니다.” “지혜의 특징은 어찌하여 광명이 됩니까?” “임금님, 지혜가 생길 때 지혜는 무명의 어둠을 깨뜨려 지혜의 등불을 밝히고 심오한 진리를 드러냅니다. 그리하여 출가 수행자는 모든 것을 ‘무상이다, 고 다, 무아다,’ 라는 밝은 지혜로 보려고 합니다.” “비유로 들어 말씀해 주십시오.” “어떤 사람이 어두운 집안으로 등불을 가지고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는 어둠을 깨고 광채를 발하며 밝은 빛을 비추어 거기 있는 물건들을 밝게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행하는 가장 밝은 지혜로써 모든 존재를 바로 비추어 봅니다.” “잘 알았습니다.”
7, 무아사상과 윤회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다시 태어난 자와 사멸한 자는 같습니까. 다릅니까?”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습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여 주십시오.” “대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찍이 갓난아이였던 대왕과 어른이 된 대왕은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나는 다릅니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대왕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또 스승도 없었다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학문이나 계율이나 지혜도 배울 수 없었다는 것이 됩니다. 어릴 적 어머니와 어른이 되었을 적 어머니가 다릅니까? 지금 배우고 있는 자와 이미 배움을 마친 자가 다릅니까? 죄를 범한 자와 죄를 범하여 손발이 잘린 처벌을 받은 자가 다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현재의 나를 보더라도 어릴 적 나와 어른이 된 나는 같습니다. 이 몸에 의존하여 어릴 적 나와 어른이 된 나는 한 몸입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주십시오,” “여기 어떤 사람이 등불을 켠다고 합시다. 그 등불은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저녁에 타는 불꽃과 밤중에 타는 불꽃이 같겠습니까?” “아닙니다. 같지 않습니다.” “또 밤중에 타는 불꽃과 새벽에 타는 불꽃이 같겠습니까?” “같지 않습니다.” “그러면 초저녁의 불꽃과 밤중의 불꽃과 새벽의 불꽃은 전혀 다른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불꽃은 똑같은 등불에 의하여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인간이나 사물도 꼭 그와 같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생겨나는 것과 없어지는 것은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지 않고 동시에 계속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우유가 변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짜낸 우유는 얼마후 엉기게 되고 다시 기름으로 변합니다. 만일 우유를 엉긴 우유나 기름과 똑같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왕은 그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까?” “스님, 그 말은 옳지 않습니다. 엉긴 우유와 그 기름은 우유를 바탕으로 변한 것입니다.” “인간이나 사물의 지속도 이와 같습니다. 생겨나는 것과 없어지는 것이 별개의 것이지만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면서 지속되는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 명칭과 형태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무엇이 저 세상에 바꿔 태어나게 됩니까?” “명칭과 형태가 바꿔 태어납니다.” “현재의 명칭과 형태가 저 세상에 바꿔 태어납니까?” “아닙니다. 현재의 명칭과 형태에 의하여 선이나 악의 행위가 행하여지고 그 행위에 의해 새로운 명칭과 형태가 저 세상에서 바꿔 태어납니다.” “현재의 명칭과 형태 그대로가 저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은 악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만일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인간은 악업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은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한 악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여 주십시오.” “어떤 사람이 남의 망고를 훔쳤다고 합시다. 망고나무 주인이 그를 잡아 왕에게 끌고 가 처벌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때 도둑이 “임금님, 저는 이 사람의 망고를 따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이 심은 망고와 제가 따 온 망고와는 다릅니다. 그러므로 처벌받을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왕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를 처벌하겠습니까?” “물론 처벌할 것입니다.” “무슨 이유로 처벌하겠습니까?” “스님, 그가 무슨 말로 변명하든 처음 망고는 지금 보이지 않지만 나중 망고에 대하여 그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임금님, 마찬가지로 인간은 현재의 명칭과 형태에 의하여 선악의 행위가 행하여지고 그 행위에 의해 새로운 명칭과 형태로 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태어난 인간은 그의 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어떤 사람이 밤에 등불을 가지고 자기 집 지붕에 올라가 일하다가 등불이 그의 집을 태우고 이어서 온 마을을 태웠다고 합시다. 마을 사람들이 그를 붙잡아 ‘당신은 어찌하여 온 마을을 태웠소’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나는 마을을 불태우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일할 때 밝힌 불과 마을을 태운 불은 다릅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이 입씨름을 하다가 왕 앞으로 갔다고 합시다. 왕은 어느 쪽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까?” “마을 사람들 말이 옳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가 무어라고 변명하든 마을을 태운 불은 그가 일할 때 사용한 불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임금님, 마찬가지로 사람은 죽음과 함께 끝나는 현재의 명칭과 형태가 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명칭과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나중 것은 첫 번째 것을 원인으로 하여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악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나가세나 스님, 잘 알았습니다.”
- 부처님의 실재
밀린다왕은 물었다. “스님, 부처님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 스님의 스승은 부처님을 뵌적이 있습니까?” “뵌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실재하지 않습니까?” “대왕은 히말라야 산중에 있는 우하강을 보신적이 있습니까?” “본 일이 없습니다.” “대왕의 아버지께서는 우하강을 보신 일이 있습니까?” “본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임금님, 우하란 강은 없는 것입니까?” “스님, 그 강은 있습니다. 나도 아버지도 우하강을 본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하강은 실재로 있는 강입니다.” “임금님, 마찬가지로 나도 스승도 부처님을 뵌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실재로 계셨습니다.” “스님, 잘 알겠습니다.”
- 부처님은 가장 높으신 분인가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부처님은 가장 높으신 분입니까?”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으신 분입니다.” “스님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데 어떻게 그분이 가장 높으신 것을 알 수 있습니까?” “큰 바다를 본 일도 없는 사람들이 ‘큰 바다는 광대 무변하고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며 오대강이 모두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만 바다는 더 줄거나 차는 일이 없다’ 는 것을 알겠습니까?” “네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위대한 부처님 제자들이 완전한 열반에 도달하는 것을 보고 부처님은 세상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 부처님의 증명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딴 사람들도 부처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딴 사람들도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딴 사람들도 부처님께서 가장 높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 “옛날 탓사라는 명필이 있었습니다. 그 명필이 죽은 후 많은 세월이 지났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탓사라는 명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분이 남긴 글씨로 그분이 살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금님, 마찬가지로 무엇인가를 본 사람은 누구나 부처님께서 어떤 분이라는 것을 압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법을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스님.”
- 출가한 자에게 육신은 소중한가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출가한 자에게도 육신은 소중합니까?” “아닙니다. 출가한 자는 육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스님들은 육신을 아끼고 집착합니까?” “대왕은 싸움에 나가 화살에 맞은 적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그때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기름약을 칠하고 붕대를 감았습니까?”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연고를 바르고 기름약을 칠하고 붕대를 감은 것은 그 상처가 소중하여서였습니까?” “아닙니다. 상처가 소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처의 살이 부풀어 곪았으므로 치료하였을 뿐입니다.” “임금님,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출가 수행자에게 육신이 소중하여서가 아닙니다. 출가자는 육신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청정한 수행을 더욱 잘하기 위하여 육신을 유지할 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육신은 상처와 같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출가 수행자는 육신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육신을 상처처럼 보호하는 것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13 계율은 어떻게 제정하였는가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고 예견하신 분입니까?”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실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예견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부처님께서는 비구 승단의 규율을 한꺼번에 제정하지 않으시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마련하셨습니까?” “임금님,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의약을 다 알고 있는 의사가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아마 있을 것입니다.” “의사는 병들었을 때 환자에게 투약합니까? 아니면 앓기도 전에 투약합니까?” “병든 다음에 투약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예견하신 분이지만, 적당하지도 않을 때 규율을 마련하여 주시지는 않았습니다. 일상 생활을 하는 동안 필요가 있을 때 계율을 마련하여 주신 것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나가세나 스님.”
14 지혜가 있는 곳
밀린다왕은 물었다. “스님, 지혜는 어디 있습니까?” “아무데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혜는 실재하지 않습니까?” “임금님, 바람은 어디 있습니까?” “아무 곳에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은 실재하지 않습니까?” “잘 알았습니다.”
- 수행의 목적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들은 과거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해 노력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해 노력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괴로움을 끊기 위해 노력하십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만일 스님들이 과거의 괴로움이나 미래의 괴로움이나 또 현재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그처럼 애를 쓰십니까?” “우리들은 ‘이 괴로움은 사라지고 저 괴로움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소원 때문에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괴로움이 있습니까?”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님들은 지금 있지도 않는 괴로움을 버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니 지나치게 현명합니다.” “대왕은 일찍이 적이나 원수와 대항하여 맞선 일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대왕은 그때를 당해서 비로소 말 타는 기병과 활 쏘는 병사들을 훈련시켰습니까?”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미리 익혀 두게 하였습니다.” “어떤 목적 때문에 그렇게 하였습니까?” “미래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 였습니다.” “미래의 위험이 지금 존재합니까?”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왕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그런 일을 하였습니다. 지나치게 현명하십니다.” “또한 가지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목이 말랐을 때 물을 마시고 싶다고 하여 비로소 우물을 파고 저수지를 만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모두 미리 준비하여 둡니다.” “장차 목마름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목마름은 지금 존재합니까?” “지금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왕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목마름에 대비한다니 지나치게 현명합니다.”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대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가 고팠을 때 비로소 무엇인가 먹고 싶어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미리부터 준비합니다.” “무엇 때문에 미리 준비합니까?” “미래의 배고픔을 막기 위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배고픔은 지금 존재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은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배고픔을 위해 씨를 뿌린다니 지나치게 현명합니다.” “스님, 잘 알았습니다.”
- 염불에 의한 구제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내가 들으니 ‘백 년 동안 악생을 하였더라도 죽을 때 한 번만 부처님을 생각한다면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는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또 살생을 단 한번 하였더라도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런 것도 믿지 않습니다.” “대왕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조그마한 돌멩이가 배 없이 물위에 뜰 수 있습니까?” “뜰 수 없습니다.” “백 대의 수레에 실을 만한 바위라도 배에 싣는다면 물위에 뜰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물위에 뜰 수 있습니다.” “선업을 그 배와 같이 생각하십시오.” “잘 알겠습니다. 스님.”
- 모르고 짓는 악행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알면서 나쁜 짓 하는 사람과 모르고 하는 사람 중 누가 더 큰 화를 입습니까?” “몰라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더 화를 입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왕자나 대신들이 모르고 잘못을 범한다면 그들에게 갑절의 벌을 내려야 하겠습니까?” “임금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글이글 단 쇠붙이를, 한 사람은 모르고 잡았고 한 사람은 알고 잡았다고 하면 어느 사람이 더 심하게 데겠습니까?” “모르고 잡은 사람이 더 심하게 뎁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모르고 악행을 하는 사람이 더 큰 화를 입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가세나 스님.”
- 해탈하면 지식은 없어지는가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지식을 가진 자는 지혜도 가집니까?” “그렇습니다.” “지식과 지혜는 둘 다 같은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지식과 함께 지혜를 가진 사람은 미혹에 빠지는 일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어떤 일에 대해서는 미혹되고 어떤 일에 대하여는 미혹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일에 대해서 미혹됩니까?” “아직 배우지 않은 기술이나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지방이나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름과 술어 등에 대해서는 미혹될 것입니다.” “어떤 일에 대해 미혹되지 않습니까?” “지혜에 의하여 깨친 것, 즉 무상과 고와 무아에 대해서는 미혹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깨친 사람의 어리석음은 어디로 갑니까?” “지혜가 생기자마자 어리석음은 곧 사라져 버립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여 주십시오.” “사람이 어둔 방안으로 등불을 가져왔을 때 어둠이 사라지고 밝음이 나타나는 것과 같습니다.” “스님, 그렇다면 지혜는 어디로 갑니까?” “지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룩하자마자 곧 사라집니다. 그러나 지혜에 의해 이룩된 무상과 고와 무아의 깨침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 주기 바랍니다.” “어떤 사람이 하인에게 등불을 밝혀 편지를 쓰게 한 다음 등불을 끄게 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 경우 등불은 꺼져도 편지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지혜는 사라지지만 지혜에 의하여 이룩된 깨침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비유를 들어 설명하여 주십시오.” ” 의사가 환자에게 먹여 병을 낫게 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 경우 병이 나은 다음에도 의사는 다시 그에게 약의 효과를 보이려고 생각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약은 이제 할 일을 다하였습니다. 병이 다 나은 사람에게 약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꼭 그와 같습니다. 약은 수행력이고 의사는 수행자, 병은 번뇌이며 환자는 범부와 같습니다. 약에 의해 병이 나은 것처럼 뛰어난 수행력에 의해 모든 번뇌는 없어지며 지혜는 사라지지만 깨달음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19, 여러 가지 정신 작용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모든 것이 혼합돠어 있을 때 이것은 촉각이고 이것은 감정이며 이것은 표상이고 이것은 생각이라는 등으로 분리시켜 분명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따로따로 구별할 수는 없습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여 주십시오.” “궁중의 요리사가 요리를 만든다고 합시다. 그는 음식에다 기름과 소금과 생강과 마늘과 후추와 그 밖의 조미료를 넣습니다. 그때 대왕은 요리를 들고 온 요리사에게 ‘이 요리에서 기름 맛과 소금 맛과 생강 맛과 마늘 맛을 분리하여 가져오너라’하고 분부했다고 합시다. 그 요리사가 혼합하여 만든 요리에서 “이것은 기름 맛, 이것은 소금 맛, 아것은 생강 맛, 이것은 마늘 맛입니다.’라고 분리하여 가져올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양념 맛은 하나하나 특징에 따라 나타나 있습니다. 꼭 그와 같습니다. 모든 것이 한데 혼합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분리하여 이것은 감정이요, 이것은 생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임금님, 소금을 눈으로 보고 알 수는 있습니까?” “알 수 있습니다.” “잘 들으십시오, 눈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소금이 갖고 있는 흰빛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혀로 알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스님, 만일 혀로만 소금을 알 수 있다면 황소는 왜 소금 전체를 수레로 실어 나릅니까? 짠맛만을 나르면 될 텐데.” “임금님, 그것은 짠맛만을 실어 나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짠맛과 무게라는 두가지 성질은 소금에서는 하나이면서 또한 갈라져 있는 것입니다. 임금님, 대체 소금을 저울로 달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달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소금은 저울로 달 수는 없습니다. 그 무게만을 저울로 달 수 있을 뿐입니다.” “잘 말씀하셨습니다. 나가세나 스님.”
20, 업의 증명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스님들은 ‘지옥의 불은 보통 불보다 훨씬 더 뜨겁다. 보통 불 속에 던져진 조약돌은 하루에 녹지 않지만 큰 집채만한 바위도 지옥불 속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녹아 버린다’ 고 말합니다. 나는 이 말을 믿지 않습니다. 또 스님들은 ‘지옥에 태어난 생명체는 수십만 년 동안 지옥불 속에서 타더라도 녹아 없어지는 일이 없다’ 고 합니다. 나는 이 말도 믿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금님, 암상어와 암악어와 암거북은 단단한 돌멩이나 자갈이나 모래를 먹습니까?” “그렇습니다.” “돌멩이나 자갈이나 모래는 뱃속에 들어가면 녹아 버립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뱃속에 든 그들의 태아도 녹아 버립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찌하여 자갈도 돌멩이도 녹는데 태아는 녹지 않습니까?” “업 때문에 녹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지옥에 태어나는 생명체는 수천 년 동안 지옥 불 속에 있어도 업 때문에 녹지 않습니다. 지옥에 있는 생명체는 거기서 태어나 거기서 성장하고 거기서 죽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악업이 소멸될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 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스님.” 밀린다왕문경>
21,.윤회의 주체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사람이 죽을 때 윤회의 주체가 저 세상에 옮아감이 없이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옮아감이 없이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어찌하여 그럴 수가 있습니까? 비유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어떤 사람이 등불에서 등불로 불을 붙인다고 합시다. 이런 경우 한 등불이 딴 등불로 옮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윤회의 주체도 한 몸에서 딴 몸으로 옮아감이 없이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다시 다른 비유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 “대왕은 어릴 때 스승으로부터 배운 시를 기억하십니까?” “그렇습니다. 기억할 수 잇습니다.” “그러면 시는 스승으로부터 대왕에게로 옮긴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임금님, 마찬가지로 몸은 옮김이 없이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22, 사후의 시간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세상에서 죽은 후 범천에 태어나는 사람과 카쉬밀에 태어나는 사람 둘 중에 어느 쪽이 먼저 도착합니까?”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임금님은 어디에서 태어났습니까?” “칼라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칼라는 여기에서 얼마나 멉니까?” “약 이백 요자나(유순)입니다.” “카쉬밀은 여기서 얼마나 멉니까?:” “십이 요자나입니다.” ” 임금님, 그러면 지금 칼라를 생각하십시오,” “생각하였습니다.” “또 카쉬밀을 생각하십시오,” “생각하였습니다.”어느 쪽이 더 빨리 생각됩니까?” “어느 쪽이나 같습니다.” “임금님, 마찬가지로 여기서 죽은 후 범천에 태어나는 것이나 카쉬밀에 태어나는 것이나 동시입니다. 빠르고 더딘 것이 없습니다. 여기 새 두마리가 공중을 날다가 한 마리는 높은 나무에 앉고 한 마리는 낮은 나무에 앉았다고 합시다. 두 마리가 동시에 내려앉았다면 어느 쪽 그림자가 땅에 먼저 비치겠습니까?” “두 마리의 그림자가 동시에 땅에 비치겠습니다.” “임금님이 말한 경우도 꼭 이와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23 열반의 즐거움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아직 열반을 얻지 못한 사람이 열반이 얼마나 평안한 상태인가를 알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알다 뿐입니까?” “아직 열반을 얻지도 않고 어떻게 열반이 평안한 상태인가를 알 수 있습니까?” “임금님, 손발을 잘려본 일이 없는 사람이 손발이 잘린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알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줄을 압니다.” “어떻게 그것을 압니까?” “손발이 잘린 사람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표정을 보고 아프고 슬픈 일인 줄 압니다.” “임금님, 아직 열만을 얻지 못한 사람들도 열반을 체득한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을 보고 열반이 얼마나 평안한 상태인가를 압니다.” “잘 알았습니다.”
- 해탈을 얻은 사람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탐욕에 가득 차 있는 사람과 탐욕을 버린 사람은 어떻게 다릅니까?” “탐욕에 차 있는 사람은 집착하고 탐욕을 버린 사람은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 뜻은 무었입니까?” “한 사람은 욕심에 살고 한 사람은 욕심이 없습니다.” “스님 나는 이와 같이 생각합니다. 탐욕에 차 있는 사람이나 탐욕을 버린 사람이나 다 같이 굳은 음식이든 부드러운 음식이든 맛좋은 것을 바라고 맛없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임금님, 탐욕에 차 잇는 사람은 맛좋은 음식의 맛을 즐기고 그 맛에 집착하지만, 탐욕을 버린 사람은 맛은 알면서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 윤회란 무엇인가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이 말씀하신 윤회는 무었을 뜻합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자는 이 세상에서 죽고, 이 세상에서 죽은 자는 저 세상에 태어나며, 저 세상에 태어난 자는 저 세상에서 죽고, 저 세상에서 죽은 자는 다시 딴 세상에 태어납니다. 윤회가 뜻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비유를 들어 주십시요.” “어떤 사람이 잘 익은 망고를 먹고 씨를 땅에 심었다고 합시다. 그 씨로부터 망고나무가 자라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 나무에 열린 망고를 따먹고 씨를 땅에 심으면, 다시 나무로 자랄 것입니다. 망고나무는 끝없이 이어갈 것입니다. 윤회도 이와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