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천주광 아가씨를 찾다

51. 천주광 아가씨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 삼십삼천의 구족정념천왕의 궁전에 나아가, 그 천녀를 보고는 발에 절하고 여러 번 돌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일러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걸림없는 생각으로 깨끗이 장엄하는 해탈문을 얻었소.”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가 어떠하오며, 무슨 법을 닦아야 이 해탈문을 얻나이까?” “선남자여, 보살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법문을 부지런히 닦으면 이 해탈문을 얻나니, 그대가 이 해탈문에 들려 하거든, 역시 이렇게 부지런히 닦아 배우라. 어떤 것이 헤아릴 수 없는 법문을 부지런히 닦는 것인가 하면, 마땅히 헤아릴 수 없는 법의 뜻과 지혜를 닦을 것이니 모든 법의 차별한 성품과 모양과 진실한 자체를 진실하게 깨닫는 까닭이며, 마땅히 바른 법 수호함을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미묘한 법이 남의 비방을 받으면 이치로 굴복시키어 훌륭한 이치를 나타내는 까닭이며, 마땅히 드러낼 수 있는 계[表戒]와 드러낼 수 없는 계[無表戒]1)를 닦을 것이니, 성품인 죄[性罪]와 말라고 한 죄[遮罪]2)와 있는 죄와 없는 죄를 자세하게 살펴서 잘못됨이 없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다툼 없는 법을 닦을 것이니, 세간의 가지각색 잡된 이야기와 쓸데없는 모임을 항상 여의는 까닭이며, 마땅히 편안히 참는 자리에 있음을 닦을 것이니 가지각색 번뇌 고통이 몸과 마음을 괴롭힐 적에 자세히 살펴보고 잘 참는 까닭이며, 마땅히 모든 경계를 참고 견딤을 닦을 것이니, 나쁜 말과 훼방하고 모욕함과 원수와 해독이 마음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편안히 참는 까닭이며, 마땅히 미세한 법 아는 일을 닦을 것이니, 오온·십이처·십팔계가 변천하여 없어짐을 알아 성품과 모양을 얻을 수 없음을 분명히 아는 까닭이니라.

와 있는 죄와 없는 죄를 자세하게 살펴서 잘못됨이 없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다툼 없는 법을 닦을 것이니, 세간의 가지각색 잡된 이야기와 쓸데없는 모임을 항상 여의는 까닭이며, 마땅히 편안히 참는 자리에 있음을 닦을 것이니 가지각색 번뇌 고통이 몸과 마음을 괴롭힐 적에 자세히 살펴보고 잘 참는 까닭이며, 마땅히 모든 경계를 참고 견딤을 닦을 것이니, 나쁜 말과 훼방하고 모욕함과 원수와 해독이 마음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편안히 참는 까닭이며, 마땅히 미세한 법 아는 일을 닦을 것이니, 오온·십이처·십팔계가 변천하여 없어짐을 알아 성품과 모양을 얻을 수 없음을 분명히 아는 까닭이니라.

또 마땅히 교묘한 법의 문구(文句)를 부지런히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법문을 잘 연설하여 진실한 성품과 모양을 나타내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화합하고 화합하지 않는 법을 닦을 것이니, 모든 법의 성품을 없애지 못하며 더하고 덜하고 여의고 합함이 없는 줄을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지나간 세상을 살펴보는 지혜를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업의 원인과 좋고 나쁜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여 알지 못함이 없는 까닭이며, 마땅히 오는 세상을 아는 지혜를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업과 인연과 과보의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여 알지 못함이 없는 까닭이며, 삼세가 평등함을 닦을 것이니, 삼세의 행하는 모양이 비록 각각 같지 않으나 머무는 법을 따라 차별이 있는 까닭이며, 마땅히 삼륜(三輪)이 청정함을 닦을 것이니, 지난 세상·지금 세상·오는 세상의 모든 법의 성품을 얻을 수 없어 마음을 여읜 까닭이며, 마땅히 마음이 머무는 법을 닦을 것이니, 안과 밖과 중간을 두루 살피나 마음의 성품을 찾을 수 없는 까닭이니라.

1) 드러낼 수 있는 계[表戒]는 작계(作戒)라고도 한다. 계를 받는 자가 계단에 올라 몸·입·뜻의 세 가지 업을 일으켜 바른 계법을 받는 것을 말한다. 드러낼 수 없는 계[無表戒]는 외면에 나타나지 않고 신체 내부에서 방비지악(防非止惡)을 위해 작용하는 계를 말한다.} 2) 성품인 죄[性罪]는 행위 그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을 말하고, 말라고 한 죄[遮罪]는 행위 그 자체는 죄가 아니지만 그 결과로서 죄를 범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된 것. 예를 들면 음주나 초목을 꺾는 등의 죄를 말한다.}또 마땅히 수호하는 위의를 닦을 것이니, 어느 때에나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을 자세하게 살피어 미혹되지 않는 까닭이며, 마땅히 깨끗한 위의를 닦을 것이니, 육근의 문을 세밀하게 수호하여 선한 일은 갊아[藏] 두고 선하지 못한 것은 항상 드러내는 까닭이며, 마땅히 나쁜 짓 여의는 법을 닦을 것이니, 어리석은 범부들의 모든 나쁜 법과 함께하지 않고 늘 깨닫는 까닭이며, 마땅히 보살의 행을 모음을 닦을 것이니, 용맹하게 정진하여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하는 가지가지 행을 두루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어른에게 공경함을 닦을 것이니, 평상이나 좌복이나 공양거리로 받들어 이바지하고 맞아 섬기며, 몸과 마음을 겸손히 하여 게으르지 않는 까닭이며, 마땅히 몸과 마음을 단속함을 닦을 것이니, 온갖 깨끗한 법을 두루 단속하여 가지고 잃지도 않고 무너뜨리지도 않아 항상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따라서 깨닫는 지혜를 닦을 것이니 세간법이나 출세간법에 대하여 성품과 모양을 따라 깨닫는 까닭이며, 깊고 깊은 법에 들어감을 닦을 것이니, 모든 나고 없어지는 법의 모양을 알고 마음에 나지 않는 지혜를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음성법(音聲法)의 지혜를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법문을 참되게 연설하여 말의 참된 성품을 열어 보이는 까닭이니라.

또 마땅히 이익 없는 일을 멀리 여읨을 닦을 것이니, 방편으로써 자기나 남으로 하여금 모든 세간의 이익 없는 법을 뛰어나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대장부들의 모임을 닦을 것이니, 부처님·보살·성문·독각들을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공양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나쁜 지식[惡知識]을 멀리함을 닦을 것이니, 없어진다[斷] 항상하다[常]는 소견을 일으키지 않고 게으른 나쁜 중생들을 여의기를 즐기는 까닭이며, 마땅히 범부를 의지하지 않음을 닦을 것이니, 범부의 법은 어리석은 이들과 서로 어울려 허물이 많음을 보는 까닭이며, 남을 업신여기지 않는 마음을 닦을 것이니, 중생들의 성품이 평등함을 알고, 가난하고 천한 이를 업신여기지 않는 까닭이며, 마땅히 계행을 무너뜨린 이를 불쌍히 여김을 닦을 것이니, 대자비(大慈悲)로 죄를 범한 이들을 구제하여 보살의 깨끗한 계율에 두는 까닭이며, 마땅히 자비의 힘을 늘게 함을 닦을 것이니, 시방 삼세 중생들의 가지각색 시달림을 살피어 구호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재물 따위로 거두어 줌을 닦을 것이니, 재물이나 음식 따위로 중생들을 거두어 깊고 깊은 진실한 법에 들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말씀한 대로 실행함을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선한 일을 닦아서 자기의 마음을 열어 놓고 잘 펴지게 하여 원만함을 얻는 까닭이며, 마땅히 옛적과 서로 통하는 선을 닦을 것이니, 모두 아는 숙명통을 얻어서 많이 듣고 지난 세상과 서로 통하는 행을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혼자 있으며 고요함을 닦을 것이니, 여럿이 있는 데서 쓸데없는 잡담을 여의고 깨끗하고 착한 법 가까이 함을 좋아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욕심 없고 만족함을 닦을 것이니, 옷과 음식과 죄복과 약 따위에 대하여 자기나 남들로 하여금 넉넉한 줄을 알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마음이 서로 응하는 행법을 닦을 것이니, 37종의 보리에 나아가는 법을 부지런히 닦아서 서로 응하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보살행의 경계를 닦을 것이니, 십바라밀과 모든 수행의 문을 갖추 익혀서 원만케 하는 까닭이니라.

또 마땅히 보살 지위의 법을 닦을 것이니, 열 가지 지혜의 자리에 들어가고 머물고 나오는 것에 대한 모양과 얻음과 과보를 모두 증득하여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여래의 지위에 들어감을 닦을 것이니, 보리의 지혜와 끊을 바 업장의 가지가지 자체와 작용을 모두 증득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알기 어려운 법을 닦을 것이니, 부처님·보살·독각·성문들이 모두 헤아릴 수 없음을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모든 모양 취하지 않음을 닦을 것이니 모든 법의 성품과 모양이 환술 같고 꿈과 같아서 실상과 같은 줄을 깨닫는 까닭이며, 마땅히 해탈 법문의 지혜를 닦을 것이니, 금강 삼매로 티끌 습기를 깨뜨리고 맑고 고요한 지혜를, 허망한 생각이 흔들지 못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이렇게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헤아릴 수 없는 가지가지 법문을 내가 모두 닦아 익히고 이 해탈문을 얻었으니, 그대도 닦아 행하면 증득하게 될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해탈의 경계를 물었으니, 내가 얻은 이 해탈의 경계는 끝이 없는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옛적 일을 기억하노니, 그 옛적에 우발라꽃이란 겁이 있었고, 그 겁 동안에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여래를 섬기며 공양하였소, 저 여래가 처음 출가한 때부터 내가 모두 우러러 섬기고 공양할 적에 절을 짓고 도구를 마련하였으며, 또 저 여래 들이 보살이 되어 어머니의 태에 들던 때와 탄생하던 때와 일곱 걸음을 걷던 때와 사자후할 때와 아이 때와 궁중에 있을 때와 왕위를 버릴 때, 출가할 때, 보리수에 나아가 정각을 이룰 때, 법 수레를 운전하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조복할 때까지 여러 가지 하시던 일과 처음 마음을 낼 적부터 보살의 도를 행하며 법이 없어질 때까지를 내가 모두 기억하고 잊어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앞에 나타나 기억하노라.

또 기억하니, 지난 세상에 선지(善地)라는 겁이 있었는데, 그 때에 나는 10항하 모래처럼 많은 여래를 만나서 공양하였고, 그 다음에는 묘덕(妙德)이란 겁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열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을 만나서 섬기고 공양하였고, 또 기억컨대 한 겁이 있으니, 이름은 얻을 것 없음이라, 그 겁에서는 80백천억 나유타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고 공양하였고, 또 묘한 빛 겁이 있었으니 그 때에는 염부제의 티끌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말할 수 없는 광명이란 겁이 있었으니, 그 때에는 2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가장 좋은 길상 겁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1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뜨는 해 겁이 있었으니 그 때에는 8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훌륭한 성품 다님이란 겁에서는 6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옛적에 겁이 있으니 이름은 묘한 달이라, 그 때에는 7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였노라.

선남자여, 이렇게 항하의 모래 수 겁 동안에 내가 항상 여러 부처님 여래·응공·정등각을 떠나지 아니하고, 가지가지 방편으로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저 여러 여래 계신 데서 모두 이 걸림없는 생각으로 깨끗하게 장엄한 해탈문을 들었으며, 듣고는 받아 지니고 말씀한 대로 행하여 잊어 버리지 아니하였고, 이렇게 지난 겁 동안에 계신 여래들이 처음 마음 낼 적부터 법이 다할 때까지 하시던 일을 내가 이 깨끗하게 장엄한 해탈의 힘으로 모두 따라 기억하며, 분명하게 앞에 나타나 그대로 따라 행하며, 생각마다 관찰하고 게을러 폐한 적이 없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걸림없는 생각으로 깨끗하게 장엄한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나고 죽는 캄캄한 밤에서 벗어나 환하고 밝게 깨달았으며, 어리석고 어둠을 여의고 다시 어둡지 아니하며, 마음에는 번뇌가 없고 몸은 가볍게 다니며, 법의 성품을 깨끗이 깨달아 깊고 깊은 수다라의 분명한 뜻과 분명치 못한 뜻을 모두 가려 내며, 모든 어려운 곳에서 나와 남을 잘 보호하며, 보살의 깨끗한 계행을 닦아 익히어, 이롭거나 이롭지 못하거나 마음이 항상 평등하며, 신통과 지혜를 공교롭게 내어 세간의 여러 가지 방편을 순종하며, 복과 지혜를 늘게 하기에 마음 싫증냄이 없으며, 크게 정진하여 도를 돕는 법을 부지런히 닦으며, 자비를 쌓아 모으기에 마음에 싫어하거나 피로함이 없으며, 여래 십력(十力)과 무소외[無畏]와 십팔불공법[十八不共]과 모든 법을 성취하며, 모든 중생을 따라 깨우치느라고 밤낮으로 꾸준히 행하여 여념이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의 공덕과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가비라성에 동자(童子) 선생이 있으니 이름이 변우(遍友)요,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하는가를 물으라.”

선재동자는 법문을 듣고 기뻐 뛰면서, 헤아릴 수 없는 선근이 빨리 자라서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는 공손히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용어]1) 드러낼 수 있는 계[表戒]는 작계(作戒)라고도 한다. 계를 받는 자가 계단에 올라 몸·입·뜻의 세 가지 업을 일으켜 바른 계법을 받는 것을 말한다. 드러낼 수 없는 계[無表戒]는 외면에 나타나지 않고 신체 내부에서 방비지악(防非止惡)을 위해 작용하는 계를 말한다.} 2) 성품인 죄[性罪]는 행위 그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을 말하고, 말라고 한 죄[遮罪]는 행위 그 자체는 죄가 아니지만 그 결과로서 죄를 범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된 것. 예를 들면 음주나 초목을 꺾는 등의 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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