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능개부일체수화안락 밤차지신을 찾다
1) 해탈문을 얻게 된 인연
그 때에 선재동자는 희목관찰 밤차지신에게서 기쁜 짐대[喜幢] 해탈을 듣고, 깊이 믿고 나아가 들어가서 순종하고 관찰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을 기억하여 잠깐도 버리지 아니하며, 뜻을 두어 생각하고 모든 기관이 산란하지 아니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지식 만나기를 원하여 시방으로 다니면서 부지런히 구하고 게으르지 아니하였으며, 선지식을 항상 가까이 모시어 공덕이 생기기를 원하며, 선지식을 섬기며 공양하여 항상 기쁘게 하려 하였으며, 선지식의 모은 선근과 함께 성품이 같으려 하며, 선지식의 좋은 방편을 얻어 깨뜨릴 이가 없기를 바라며, 선지식을 의지하여 빨리 자라서 정진하는 바다에 들려 하며, 선지식을 따라 함께 있으며 멀리 여의지 아니하려 하였다.
이렇게 원을 세우고 보구호일체중생 밤차지신에게 나아가니 밤차지신은 선재에게 보살이 중생을 조복하는 해탈의 신통한 힘을 보여 주었다. 여러 가지 잘 생긴 몸매로 몸을 장엄하였는데, 양미간으로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넓은 지혜 불꽃 때 없는 별 짐대[普智無垢星宿幢]였다. 한량없는 광명으로 권속을 삼았으니 그 빛이 모든 세간에 비치었고, 세간에 비친 뒤에는 선재동자의 정수리로 들어가서 몸에 가득하였다. 선재동자는 즉시에 극히 청정하고 원만한 삼매를 얻었고, 삼매를 얻고는 희목관찰과 보구호일체중생 두 밤차지신의 중간에 있는 온갖 땅의 티끌·물의 티끌·불의 티끌·금강마니보배의 티끌과 꽃과 향과 영락과 모든 장엄거리 따위의 온갖 티끌을 보았으며, 낱낱 티끌 속에서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세계가 성취되고 파괴됨을 보며, 온갖 지대·수대·화대·풍대의 모인 것을 보며, 모든 세계들이 함께 연접되어 땅둘레[地輪]로 유지되어 있음을 보았으며,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권속과 가지가지 산과 가지가지 바다와 가지가지 강과 가지가지 못과 가지가지 나무와 가지가지 숲 그리고 가지가지 궁전, 곧 하늘 궁전·용왕 궁전·야차 궁전·건달바 궁전·아수라 궁전·가루라 궁전·긴나라 궁전·마후라가 궁전·사람인듯 아닌 듯한 것 등의 궁전과 가옥과 가지가지 장엄과, 지옥과 축생과 염라왕 세계 따위의 온갖 사는 데와 여러 갈래로 헤매는 것과 나고 죽고 가고 오고 하면서 업을 따라 과보 받음이 각각 차별한 것과 두루두루 태어나면서도 어지럽게 섞이지 아니하는 것을 보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선재동자는 또 온갖 세계가 여러 가지로 차별한 것을 보았으니, 곧 어떤 세계는 더럽고 어떤 세계는 깨끗하고 어떤 세계는 더러워지고 어떤 세계는 깨끗하여지고, 어떤 세계는 더럽고 깨끗하고, 어떤 세계는 깨끗하고 더러우며, 어떤 세계는 모양이 반듯하고, 어떤 세계는 마음에 따라 머물고, 어떤 세계는 엎어져 있고, 어떤 세계는 세워져 있었다.
이러한 세계의 온갖 갈래 속에서 이 중생들을 널리 구호하는 위덕길상 밤차지신이, 어느 때에나 어느 곳에서나 중생들의 이러한 수명과 이러한 믿는 마음과 이러한 좋아하는 것과 말과 행동과 알음알이를 따라서 좋은 방편으로 중생들의 앞에 나타나며, 적당한 대로 조복하여 성숙케 함을 보았다. 지옥 중생으로는 고통을 면하게 하고, 축생 갈래의 중생들로는 서로 잡아먹지 않게 하고, 염라세계의 아귀들로는 목마르고 주림이 없게 하며, 용들로는 모든 공포를 여의게 하고, 욕계 중생들로는 욕계의 공포를 여의게 하며, 인간의 중생들로는 캄캄한 밤의 공포·비방 받는 공포·나쁜 이름을 듣게 되는 공포·대중을 두려워하는 공포·살아갈 수 없게 될 공포·죽을 공포·나쁜 갈래에 떨어질 공포·선근이 끊어질 공포·보리심이 물러갈 공포·나쁜 동무를 만날 공포·선지식을 여읠 공포·이승(二乘)에 떨어질 공포·가지가지로 나고 죽는 공포·다른 종류의 중생과 함께 있게 될 공포·나쁜 때에 태어날 공포·천한 계급에 태어날 공포·나쁜 업을 지을 공포·업과 번뇌에 장애될 공포·여러 모양을 고집하여 얽매일 공포를 여의게 하며·이러한 공포를 모두 여의고 보리로 회향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또 모든 중생, 알로 나고 태로 나고 습기로 나고 변화하여 나며, 빛깔 있는 것·빛깔 없는 것·생각 있는 것·생각 없는 것·생각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 없는 것도 아닌 것들에게, 모두 그 앞에 나타나서 항상 부지런히 교화하는 것을 보았으니, 보살의 서원을 성취하려 함이며, 보살의 삼매에 깊이 들어가려 함이며, 보살의 신통을 견고히 하려 함이며,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내려 함이며, 보살의 불쌍히 여김의 바다를 늘게 하려 함이며, 중생들을 모두 덮어주는 걸림없는 사랑을 얻으려 함이며,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즐거움을 주려 함이며, 중생을 두루 거두어들이는 지혜와 방편을 얻으려 함이며, 보살의 해탈과 자재한 신통을 얻으려 함이며, 온갖 부처님 세계를 깨끗하게 꾸미려 함이며, 온갖 법을 깨달아 알려 함이며,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공양하려 함이며, 모든 부처님의 교법을 받아 지니려 함이며, 온갖 훌륭한 선근을 쌓으려 함이며, 보살의 묘한 행을 닦으려 함이며, 중생의 마음에 들어가는 데 장애가 없으려 함이며, 중생들의 근성을 알아 성숙케 하려 함이며, 모든 중생의 신심을 깨끗이 하려 함이며, 모든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뜨리려 함이며, 일체지의 깨끗한 광명을 얻으려 함이었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구호일체중생위덕길상 밤차지신이 온갖 중생을 조복하는 해탈문에 들어가서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경계와 신통의 힘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즐거워 한량없이 뛰놀면서 머리를 땅에 대어 예배하며 일심으로 우러러보았다. 그 밤차지신은 보살의 가지가지 잘생긴 모양으로 장엄하였던 몸을 버리고 본래의 얼굴을 회복하였으나, 그 신통 변화와 자재한 위력은 버리지 아니하였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공경하고 합장하고 한 옆에 물러가 앉아서 밤차지신을 관찰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저는 지금 신께서 어마어마한 신통의
힘 나타냄을 자세 보옵고 환희심이 솟아남을
금할 길 없어 이러한 게송으로 찬탄합니다.
거룩한 이 크신 몸을 좋은 보배로 훌륭하게
장엄하심 지금 뵈오니 별과 달이 허공중에
있는 것같이 엄청나게 좋은 몸매 미묘합니다.
몸으로써 깨끗한 광명 놓으니 한량없는
세계 티끌 수효 같으며 가지각색 고운
빛깔 훌륭하여서 시방세계 안 비춘 데
없으십니다.
거룩하신 밤차지신 털구멍마다 중생 마음
수 같은 광명 놓으니 광명 속에 부처님이
연꽃에 앉아 나타나서 중생 고통 소멸합니다.
광명 속에 향기 구름 쏟아져 나와 온갖
세계 중생에게 두루 풍기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뿌리어 시방세계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눈썹에서 크고 넓은 광명 놓으니 때 없는
보배 빛이 수미산같이 그지없는 시방세계
고루 비추어 닿는 이는 무명 번뇌 없어집니다.
입으로도 깨끗한 광명 놓으사 광명 둘레
크고 넓기 일천 해처럼 시방세계 고루고루
밝게 비추니 비로자나부처님의 행하던 경계.
눈으로도 때 없는 광명 놓으니 찬란하기
별과 같고 달과도 같이 시방세계 세계마다
널리 비추어 삼계 중생 모든 무명 소멸케
하네.
밤차지신 화현하는 가지가지 몸 그 형상과
온갖 몸매 중생과 같고 시방 법계 모든
세계 가득하시어 한량없는 중생들을 조복합니다.
신의 분신(分身) 시방세계 두루 퍼지어
한량없는 중생들의 앞에 나타나 도둑
난리 수재 화재 모두 없애니 마음들이
안정되어 기뻐합니다.
희목관찰 밤차지의 가르침 받고 신의 공덕
생각하며 와서 뵈오니 양미간의 흰 털에서
뻗치는 광명 두렷하고 크고 밝아 깨끗하시네.
이 광명이 시방세계 두루 비추며 중생들의
어둔 번뇌 소멸시키고 가지가지 묘한 신통
나타낸 뒤에 돌아와서 저의 몸에 들어갑니다.
저는 그 때 이 광명을 만났을 적에 몸과
마음 안락하고 더욱 즐거워 일백 가지
다라니와 삼매를 얻고 시방세계 부처님을
모두 뵈었네.
저는 이제 모든 세계 가는 데마다 한량없는
티끌 수효 다 보게 되고 저러한 낱낱
티끌 그 가운데서 티끌같이 많은 세계
모두 봅니다.
어떤 티끌 가운데는 수없는 세계 그 세계는
혼탁하여 항상 더럽고 중생들은 구원 없이
고통 받으며 소리 외쳐 탄식하며 슬프게
통곡
더럽고도 깨끗함이 섞인 세계엔 중생들이
고통 많고 낙이 적으니 부처님과 연각
성문 몸을 나타내 거기 가서 슬피 여겨
구제합니다.
어떤 세계 깨끗터니 뒤에 더러워 남자
여자 단정하여 사랑스럽고 장엄 갖춘 보살들이
가득하여서 한량없는 부처님 법 선전하시네.
시방세계 한량없는 티끌 속마다 깨끗한
세계들이 많이 있으니 비로자나부처님이
지난 옛적에 여러 가지 행을 닦아 장엄하신
것.
부처님이 시방세계 여러 곳에서 가장 좋은
보리도량 모두 앉으사 정각을 이루시고
신통을 보여 법을 말해 중생들을 조복하시네.
내가 보니 보구호위덕길상신 그지없는 모든
세계 두루 가시어 비로자나부처님의 경계
속에서 시방세계 부처님께 공양하시네.
선재동자는 이런 게송을 말하고 나서 보구호일체중생위덕길상 밤차지신에게 여쭈었다.
“처음 보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이러한 깊고 깊은 해탈에 머물러 계십니다. 이 해탈문을 얻으신 지는 언제이오며, 어떠한 행을 닦아서 이렇게 청정하였나이까?” “선남자여, 이 일은 참으로 알기 어려운 것이다. 온갖 세간의 천상이나 인간이나 이승(二乘)들로서는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니, 왜냐 하면 이것은 보현보살의 행에 머무른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불쌍히 여기는 큰 마음 광을 따르는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온갖 삼도 팔난을 깨끗케 한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위없이 깨끗하게 모든 부처님 세계를 장엄한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모든 부처님 세계에서 부처님 종자를 이어 받아 끊이지 않게 한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능히 지니는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모든 겁 동안에 보살의 행을 닦아서 큰 서원을 만족한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온갖 법계 바다에서 깨끗한 지혜로 무명의 어두운 장애를 없앤 이의 경계인 까닭이며, 한 생각의 지혜 광명으로 모든 삼세의 방편 바다를 비춘 이의 경계인 까닭이니라. 내가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때 없이 원만함[無垢圓滿]이요, 그 때 세계의 이름은 비로 자나길상위덕(毘盧遮那吉祥威德)인데, 수미산의 티끌 수처럼 많은 여래께서 나타나셨다. 그 부처님 세계는 온갖 향왕 마니보배 금강으로 자체가 되고, 하늘과 용의 궁전으로 장엄하였으며, 때 없는 광명 마니왕 바다 위에 머물렀으니, 형상은 바른 원형이요, 깨끗하여 때가 없으며, 모든 영락 장엄거리 휘장으로 위를 덮었고, 온갖 장엄 마니산이 천 겹을 둘러싸고, 십만억 나유타 사천하가 모두 묘하게 장엄하였으며, 어떤 사천하에는 나쁜 업을 지은 중생이 살고, 어떤 사천하에는 여러 가지 업을 지은 중생이 살고, 어떤 사천하에는 선근을 심은 중생이 살고, 어떤 사천하에는 한결같이 청정한 큰 보살들이 살았다.
선남자여, 그 세계의 동쪽 철위산 곁에 한 사천하가 있으니, 이름은 보배 등불 꽃 짐대[寶燈華幢]였다. 나라 안이 깨끗하고 편안하고 풍성하며, 밭 갈거나 김을 매지 아니하여도 곡식이 생기니 모두 지난 세상의 훌륭한 업의 힘으로 성숙되는 것이며, 궁전과 누각이 모두 기기묘묘하고, 여의 나무들이 곳곳에 줄을 지어 들어섰고, 가지가지 향 나무에서는 향기 구름이 항상 나왔는데, 가루향 나무에서는 가루향이 나오고, 가지가지 화만 나무에서는 화만이 나오고, 가지가지 꽃 나무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묘한 꽃이 내리고, 가지가지 보배 나무에서는 큰 마니와 귀한 보배들이 나와서 한량없는 광채가 두루두루 비치며, 온갖 음악 나무에서는 여러 가지 음악이 나와서 바람을 따라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해 달빛 마니보배가 온갖 것에 비치어 밤낮으로 쾌락하여 끊이지 아니하였다. 이 사천하에 백만억 나유타 왕국이 있고, 나라마다 일천 강이 둘러 흐르며, 낱낱 강에는 아름다운 꽃이 덮이어 물결을 따라 흔들리고, 하늘 음악을 잡히며, 모든 보배 나무를 언덕에 줄지어 심었고, 가지가지 보물로 장식하였으며, 오고 가는 배들은 마음에 알맞게 저어 다니므로 여러 가지 물품을 편안히 사용하게 되었다.
강과 강 사이마다 백만억 성이 있고, 낱낱 성마다 백만억 나유타 마을이 있으며, 모든 성과 마을마다 제각기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궁전과 숲과 동산이 겹겹이 둘러싸여 권속이 되었으며, 이 사천하의 염부제 가운데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은 보배 꽃 등불[寶華燈]이요, 태평하고 풍성하여 백성들이 번성하고 궁전들이 훌륭하여 자재하고 원만하며, 그 나라에 사는 중생들은 모두 열 가지 선한 일을 행하였다.
그 나라에 전륜왕이 탄생하였으니 이름이 비로자나보연화장(毘盧遮那寶蓮華藏)이다. 연꽃 속에서 홀연히 화생하여 삼십이상(三十二相)으로 전신을 장엄하였으며, 일곱 가지 보배가 모두 성취되어 사천하를 통치하면서 바른 법으로 중생을 교화하였다. 일천의 왕자들은 모두 단정하고 용맹하며 위엄과 신력이 자재하여 원수와 대적을 굴복시키며 백만억 나유타 궁인과 채녀들이 권속이 되었으니, 모두 전륜왕으로 더불어 선근을 함께 심고 선한 행실을 함께 닦았으며, 동시에 탄생하여 모두 보물과 영락으로 장엄하였고, 얌전하고 아름답기는 천녀들과 같은데, 진금색 몸에서는 항상 광명이 나고, 털구멍에서는 묘한 향기가 풍겼으며, 훌륭한 신하와 용맹한 대장은 십억이 넘었다.
이 전륜왕의 왕비는 이름이 구족원만길상면(具足圓滿吉祥面)이니, 이는 왕의 여보(女寶)로서 단정하고 화려하여 보는 이마다 환희하며, 훌륭하고 청정하여 살갗이 금빛이요,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음성은 범천의 음성이며, 몸에는 하늘 향기가 있고, 항상 광명을 놓아 일천 유순까지 비치었다. 이 왕비에게 딸이 있으니 이름은 보희길상연화안(普喜吉祥蓮華眼)이다. 몸매가 단정하고 덕행이 구족하고 상호가 원만하여 전륜왕과 같아서 보는 이가 기뻐하였다. 그 때에 중생의 수명은 한량없었지만 혹은 일정치 아니하여 중간에 죽는 이도 있으며, 모양이 가지각색이요 음성이 가지각색이요 이름이 가지각색이요 문벌이 가지각색이며, 길고 짧고, 크고 작고, 용맹하고 겁장이고, 지혜 있고 어리석고, 가난하고 부자고, 고생하고 즐겁고, 밉고 좋아하고, 잘나고 못나고 하여, 가지가지 종류가 모두 같이 아니하였으며, 어떤 때에는 한 사람이 다른 이를 보고 말하기를, 나의 모양은 단정하고 네 얼굴은 누추하다 하며, 이렇게 말하고는 서로 훼방하여 착하지 못한 업을 지으며, 이러한 업으로 말미암아 목숨이나 신수나 기운이나 모든 즐거운 일들이 모두 덜어지게 되었다.
2) 발심하던 인연
이 때에 선재동자는 밤차지신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이 묘한 행을 닦은 지는 얼마나 오래 되었나이까?” “선남자여, 그대가 묻는 이 일은 알기 어렵고 믿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고 증득하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려우며, 드러내어 보일 수도 없고 일으켜 낼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어서, 모든 세간의 하늘 사람·세상 사람·성문·독각들도 알지 못하느니라.
오직 여래의 위력으로 가피하심을 받고 선지식의 거두어 줌을 입어, 넓고 큰 복덕과 지혜를 닦은 이라야 하리니 그는 마음이 견고하고 좋아함이 깨끗하여, 용렬한 마음이 없고 물든 마음이 없고 아첨하는 마음이 없고 산란한 마음이 없고 야비한 마음이 없고 캄캄한 마음이 없고 널리 비치어 열리는 일체지의 광명한 마음을 얻고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여 성취하려는 마음을 내고 모든 번뇌와 마군들이 무너뜨릴 수 없는 마음을 가졌으며, 온갖 것들을 일체지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없는 마음을 일으켰으며, 세간의 모든 나고 죽는 일과 물드는 마음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모든 여래의 청정하고 묘한 낙을 관찰하며, 중생들의 근심하고 슬퍼하는 고통 바다를 없애며, 부처님 여래들의 공덕과 법 바다를 닦으며, 모든 법의 참 성품이 공한 경계를 살펴보며, 넓고 크고 깊고 깨끗한 온갖 신심과 이해를 갖추며, 모든 나고 죽는 폭류(暴流)에서 뛰어나며, 모든 여래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며, 위없는 법의 성중에 결정코 이르며, 여래의 경계에 용맹하게 들어가며, 여래들의 지혜 자리에 빨리 나아가며, 일체지의 힘을 성취하며, 십력을 끝까지 얻은 까닭이니라.
이러한 사람이라야 이 세상에서 능히 알고 들어가고 믿고 이해하고 유지하고 분명히 알고 순종하여 닦아 행할 것이니라. 그 까닭을 말하면, 이것은 여래의 지혜의 경계이므로 모든 보살들도 알지 못하는 것인데, 하물며 다른 중생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나 내가 이제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이 빨리 깨끗하여지며, 선근을 닦은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이 자재하게 하여, 그대의 물은 것을 자세히 말하니라.”
이 때에 능개부일체수화안락 밤차지신이 이런 뜻을 거듭 밝히려고 삼세 여래의 경계를 관찰하면서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의 제자여, 그대가 묻는 부처님의
가이없는 깊은 경계는 생각 못할 세계의
티끌 겁에도 끝까지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니
욕심 많고 성 잘 내고 어리석어서 교만하고
무명 번뇌 덮인 이들과 때 낀 맘에 얽혀
있는 모든 중생들 부처님의 고요한 법
알지 못하리.
아첨하고 흩어져서 마음 흐리고 간탐 질투
따르는 듯 못 버리는 이 번뇌 업에 얽매여서
헤매는 이는 부처님의 이런 경계 알 수
없나니
계와 처와 온(蘊)에 집착 내 몸이란
좁은 소견 버리지 못해 마음·생각·소견까지
잘못된 이는 부처님의 고요한 곳 알 바
아니다.
고요하고 깊고 깊은 부처 경계는 본성품이
참되어서 분별 없나니 나고 죽는 세상
일에 집착한 이는 의지 없는 평등법에
들지 못하네.
부처님의 좋은 가문에 태어나고서 부처님의
보호를 항상 받았고 부처님의 법장까지
지닌 이라야 그런 이의 지혜 눈이 보는
경계리.
진실한 선지식을 친히 섬기고 착한 법을
좋아하여 만족 모르고 부처님의 힘을 구해
법을 받은 이 이 법을 얻어 듣고 기뻐하오리.
마음이 깨끗하여 분별이 없고 온갖 것에
집착 없기 허공과 같고 지혜 등불 자재하여
무명을 깨고 이렇게 때 없는 이 아는
경계며
대자대비 큰 마음이 세상을 덮고 삼세의
중생 바다 두루 들어가 마땅하게 그지없이
이익하면서 깊은 행을 닦는 이의 아는
경계며
마음이 항상 기뻐 고집이 없고 내 것이란
온갖 것을 모두 버리고 큰 변재로 평등하게
법을 보시해 아무 애착 없는 이의 아는
경계며
흐린 마음 다 여의어 허물이 없고 끝까지
조복하여 근심 없으며 부처님의 교법 따라
행을 닦아서 이렇게 때 없는 이 아는
경계며
마음이 동치 않고 분별이 없고 모든 법의
참 성품을 깨달아 알고 번뇌와 모든 업을
아주 여의어 이렇게 해탈한 이 아는 경계며
고달픈 생각 없고 안 물러가고 일체지
용맹하게 닦고 닦아서 더 훌륭한 계율에
머물러 있는 이러한 대장부의 아는 경계며
그 마음이 모든 삼매 깊이 들어가 끝까지
깨끗하여 번뇌가 없고 일체지 원인을 이미
닦아서 고요한 데 든 이들의 해탈 경계며
온갖 법의 모든 차별 분명히 알고 끝이
없는 깊은 법계 잘 들어가서 중생을 모두
건져 남김 없는 이 이런 지혜 얻은 이의
해탈 경계며
중생들의 참 성품을 분명히 알고 생멸하는
세상 바다 집착이 없어 그림자가 마음
물에 나타나듯이 중생을 인도하는 이의
경계며
삼세의 부처님들 바다로부터 방편과 원력으로
태어나시고 오랜 세월 많은 세계 행을
닦아서 보현행을 하는 이의 해탈 경계며
여러 가지 법계문에 두루 들어가 시방
삼세 세계들을 모두 다 보고 생겨나고
없어지는 겁까지 보되 둘로 보지 않는
이의 아는 경계며
시방 법계 많은 세계 티끌 속마다 부처님이
보리 나무 아래 앉아서 부처되어 중생
교화하심을 보는 걸림없는 눈으로써 보는
경계라.
그대가 한량없는 오랜 세월에 선지식을
받들어 친히 섬기며 중생들을 이익하려
법을 구하니 이 말 듣고 기억하여 잊지
말아라.
비로자나부처님의 엄청난 경계 가이없고
한량없고 알 수 없는 일 부처님의 신력
받아 지금 말하여 그대의 깊은 마음 깨끗하게
하네.
“선남자여, 지난 세상의 세계해(世界海) 티끌 수처럼 많은 겁 전에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 바다의 진금 마니산이요, 그 세계해 가운데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은 법계를 비추는 지혜 산 고요한 위덕왕[普照法界慧山寂靜威德王]이었다. 선남자여, 그 부처님이 지난 세상에 보살행을 닦을 때에 그 세계해를 두루 깨끗이 하였으니, 그 세계해 가운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종(世界種)이 있고, 낱낱 세계종마다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있고 낱낱 세계마다 세계의 티끌 수 겁이 있고, 낱낱 겁마다 한량없는 여래께서 나시었으며, 낱낱 여래마다 세계해 티끌 수 수다라를 말씀하였고, 낱낱 수다라마다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에게 수기를 주시며, 부처님의 가지가지 신통력을 나타내고 가지가지로 중생들을 조복하는 법문을 말씀하고, 가지가지 법 수레를 운전하여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였다.
선남자여, 저 비로자나 바다의 진금 마니산 세계해 가운데 한 세계종이 있으니 이름이 넓은 문이 나타나는 장엄 짐대[普門現前莊嚴幢]요, 그 세계종 가운데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온갖 보배빛 길상하게 비치는 광명[一切寶色吉祥普照光明]인데, 온갖 화신 부처님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으로 자체가 되어, 모양은 하늘 성과 같으며, 모든 여래의 보리도량을 나타내는 마니보배로 장엄하였으며, 모든 보배 구소마꽃 바다 위에 머물렀으니 깨끗한 것 더러운 것이 섞이었다.
이 세계 안에 수미산 티끌 수의 사천하가 있는데, 그 복판에 한 사천하가 있으니 이름은 온갖 보배산 짐대[一切寶山幢]요, 그 사천하는 낱낱 천하의 너비와 길이가 한량없는 백천 유순이요, 그 낱낱에 각기 1만의 큰 성이 있으며, 그 염부제에 한 왕도가 있으니 이름이 보배 사라로 장엄한 구름 등불[妙寶娑羅莊嚴雲燈]이요, 십천의 큰 성으로 권속이 되어 둘러쌌다. 염부제 사람의 수명이 1만 년 되던 때에 한 전륜왕이 났으니 이름은 온갖 법 원만한 보배 일산 큰 사자후 소리[一切法圓滿寶蓋大師子吼聲]이며, 그 전륜왕에게 5백 대신과 6만 궁녀와 7백 왕자가 있었고, 그 왕자들은 몸이 단정하고 건장하고 용맹하여 엄청난 위력이 있었으므로, 전륜왕의 위엄과 덕망이 염부제에 널리 퍼지어 대적할 이가 없었다.
그 세계에 겁말(劫末)이 닥쳐와서 오탁(五濁)의 일이 생겼으니, 백성들의 목숨은 짧아지고 재물은 적어지고 형색은 초라해지고 앉고 서고 오고 가는 데는 고통이 많고 낙은 적으며, 열 가지 선한 일은 닦지 아니하고 나쁜 짓만 지으며, 서로 다투고 서로 빼앗고 거짓말로 속이고 말을 꾸미고 이간을 붙이며, 나쁜 말로 욕설하고 남의 잘되는 것을 시기하며, 옳지 않게 탐내고 잘못된 소견의 숲과 벌판에 들어가게 되며, 이러한 인연으로 비바람이 고르지 못하고 곡식이 흉년들며 약초나 꽃 나무나 동산의 숲이나 들의 풀들이 모두 타 죽고, 의식(依食)이 곤란하고 병이 많이 돌아서, 사방으로 떠돌아 다니며 의지할 데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들 왕도로 모여와서 한량없는 백천만억 명이 사면으로 둘러싸고 큰 소리로 외치며, 두 손을 들기도 하고 합장도 하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기도 하고 손을 들어 가슴을 치기도 하며, 무릎을 꿇고 부르짖기도 하고 몸을 솟아 크게 외치기도 하며, 머리카락이 흩어지고 의복이 남루하고 살가죽이 터지고 얼굴에 빛이 없으며, 이런 중생들이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음성과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하소연으로 왕에게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우리들이 가난하고 곤궁하고 기갈이 심하고 추위를 막지 못하며, 여위고 병들고 온갖 고통이 핍박하여 가지가지 액난을 참을 길 없사와, 이 몸이 장차 부지할 수 없으며 의지할 데도 없고 구해 줄 이도 없고 하소연 할 데도 없사오니, 마치 중죄를 지은 죄수가 옥중에서 죽기를 기다리듯 하여이다. 우리들이 이제 하는 수 없사와 대왕께 돌아왔나이다. 대왕께서 안락을 주실 줄 믿사오며, 불쌍히 여기실 줄 아오며, 사랑하실 줄 아오며, 생명을 건져주실 줄 아오며, 거두어 주실 줄 아옵고, 보배를 얻을 줄 아오며, 다리를 만날 줄 아오며, 길을 찾을 줄 아오며, 배를 만날 줄 아오며, 보배 섬을 볼 줄로 아오며, 재물을 얻을 줄 아오며, 천궁에 오를 줄 아오며, 원수를 떠날 줄 아오며, 모든 고통을 소멸할 줄 아옵나이다.’
이 때에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백만 아승기 대비문(大悲門)을 얻고 일심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내어 관찰하여 열 가지 불쌍히 여기는 말을 하였다.
‘애닯다, 이 중생들이 밑이 없는 생사의 구렁에 빠졌으니 내가 건져내어 그들로 하여금 구렁에서 뛰어나와 여래의 일체지에 머물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 번뇌가 몸과 마음을 시끄럽게 하니, 내가 구호하여 가지가지 선한 업에 머물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 언제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데 가지가지 공포를 느끼나니, 내가 의지처가 되어 그들로 하여금 속박을 여의고 몸과 마음의 안락을 얻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세간의 갖가지 공포가 항상 그 몸을 핍박하나니, 내가 구호하여 온갖 액난을 면하고 여래의 일체지의 길에 머물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지혜의 눈이 없어 매양 내 몸이란 의혹에 덮였으니, 내가 방편을 지어 그 의심하는 소견의 가리워짐을 끊어 없애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항상 어리석은 데 미혹하여 선한 법을 여의었으니, 내가 지혜의 횃불이 되어 그 무명을 비추어서 그들로 하여금 일체지의 성을 보고 끝까지 해탈케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가지가지 간탐과 질투와 속이는 일로 마음이 흐리어졌으니, 내가 알도록 일러주어 깨끗한 법신을 증득케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모든 세계의 나고 죽는 바다에 빠져 있으니, 내가 배가 되어 건져내어서 일체지 바다에 들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팔다리와 모든 기관이 억세어서 조복하여 지도하는 부처님을 여의었고 모든 세간에 조복할 이가 없으니, 내가 잘 이끄는 이가 되어 그들로 하여금 모든 선근을 성숙하고 부처님의 위신을 갖추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소경과 같아서 바른 길은 보지 못하고 잘못된 길에서 헤매나니 내가 지혜 눈을 뜨게 하고 인도하여 일체지의 문에 들어가게 하리라.’
저 대왕은 이렇게 열 가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대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왕도에 모인 여러 군중들 속에서 북을 치면서 알아듣도록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다.
‘내가 지금 모든 중생들에게 필요한 대로 보시하여 모두 만족케 하겠노라.’
즉시에 염부제 안에 있는 큰 성 작은 성, 그리고 시골까지에 명령하여, 나라에 딸린 창고를 열어 놓고 여러 가지 물건들을 꺼내어 네거리에 쌓아 놓았다. 금·은·비유리·마니 따위의 보물과 의복·음식·꽃·향·화만·일산·바르는 향·가루향·가지가지 영락·궁전·집·평상·좌복과 온갖 재물이 없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광명이 번쩍하는 큰 마니보배 짐대를 세웠으니, 그 광명이 몸에 비치는 대로 편안하여지고 컴컴한 어리석음이 소멸되며, 환하게 비치어 바라던 대로 만족하게 되었다.
또 가지가지 몸을 화현하여 모든 중생들을 섬기고 공경하여 공양하였고, 또 온갖 질병에 필요한 약과 살아가는 데 쓰는 도구를 보시하느라고 가지각색 그릇에 여러 가지 보배를 담았으니, 곧 금강 그릇에는 여러 가지 향을 담고 보배향 그릇에는 여러 가지 옷을 담았으며, 마니보배로 아름답게 장식한 연과 가마와 수레를 훌륭한 영락과 보배 휘장과 보배 그물로 덮고 드리웠으며, 가지가지 훌륭한 짐대를 세우고 창고를 열고 이런 살림살이 기구들을 꺼내어 보시하며, 또 모든 도시와 시골과 산과 숲과 강과 처자와 권속들을 보시하며, 임금의 자리와 머리·눈·귀·코·입·혀·이빨·손·발·가죽·살·염통·콩팥·간·허파·창자·기름·힘줄 따위와 안과 밖에 있는 온갖 것을 모두 버리어 보시하였다.
그 때에 보배 사라(娑羅)로 장엄한 구름 등불 왕성의 동문은 이름이 마니산위덕(摩尼山威德)이요, 그 문 밖에 보시하는 장소가 있으니, 땅이 넓고 깨끗하고 평탄하여 구렁[坎]이나 가시밭이나 자갈 따위가 없고, 모두 아름다운 보배로 이루어졌으며, 훌륭한 꽃을 흩었고 온갖 향을 피우고 수없는 마니보배로 찬란하게 꾸몄으며, 보배 등불을 켜서 두루 비쳤으니, 불빛이 아름다우며 위덕 있는 향기 구름이 허공에 가득차고, 한량없는 보배 나무가 줄을 지어 둘러섰는데 보기 좋게 장엄하였다. 그리고 가지가지 천상과 인간의 궁전과 누각과 가지가지 장엄과 가지가지 짐대와 깃발과 가지가지 비단 일산에서는 항상 광명이 비치어 나오고, 보배로은 구소마 그물과 모든 향왕 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으며, 보배 풍경에서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고,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악기에서는 훌륭한 음악을 자아내며, 이런 것들을 모두 보배로 장엄하였으니, 이것은 모두 보살의 깨끗한 업으로 이루어지는 과보였다.
그 복판에는 사자좌를 놓았는데 열 가지 묘한 보배로 땅이 되고, 열 가지 보배로 된 난간에서는 큰 광명이 흘러나오고, 열 가지 보배 나무들은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둘러섰으니 모두 아름다왔으며, 미묘하고 견고한 금강 바퀴로 밑을 받쳤는데 보배로 만든 용신상이 받들고 있었으며, 가지각색 보물로 장식하였으며, 구슬로 만든 휘장 사이에는 공덕 모양[德相]을 그리었고, 가지각색으로 섞어가며 장엄하였으며, 보배 짐대와 보배 깃발 들이 줄을 지어 둘러섰고, 방울 그물과 마니 그물과 꽃 그물과 마니왕 그물이 위에 덮였으며, 한량없는 보배 향에서는 향 구름과 보배 옷들이 항상 나와서 간 데마다 널리었다. 그리고 하늘 풍류보다 지나가는 백천 가지 음악을 항상 잡히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며 그 위에는 보배 일산을 받았는데, 한량없는 보배 불꽃 광명이 뻗히는 것이 마치 염부단금이 깨끗하고 찬란한 듯하며, 수없는 꽃과 영락을 드리우고 마니보배로 띠가 되어 사이사이로 줄지어 꾸몄으며, 가지각색 마니 요령에서는 묘한 소리가 나와서 중생들에게 열 가지 선한 일을 행하기를 권하였다.
이 때에 온갖 법 원만한 일산 사자후 전륜왕이 그 사자좌에 앉았으니, 훌륭한 몸매를 갖추어 얼굴이 단정하고 신수가 원만하고 가장 훌륭하여 세상에 짝할 이가 없었다. 비로자나 마니 보왕으로 만든 관을 쓰고 나라연 같은 몸이 무너뜨릴 수 없으며, 사지 백체가 모두 원만하고 성품이 어질며 왕가에 났으므로 재물과 법에 모두 자재하며, 변재가 막히지 아니하고 지혜가 총명하며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니, 백성들이 명령을 어기지 아니하므로 모든 중생들이 그 임금의 한량없고 끝없는 훌륭한 공덕을 찬탄하며, 치성한 광명은 제석천왕보다 지나가서 보는 이가 만족할 줄 모르며, 공중에 큰 일산이 세워졌는데 백천 개의 마니보배로 살이 되었으며, 수없는 보배 불꽃과 길상한 위덕 광명으로 장엄하였고, 염부단금에서 청정한 광명을 놓아 위에 덮었으며, 가지각색 보배 그물로 장엄하고 진주 영락이 두루두루 드리웠으며, 보배 노끈으로 풍경을 달았는데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여 항상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그 소리가 하늘 풍류보다 훌륭하여 세간을 깨우쳐 선한 행을 칭찬하며, 또 보배 실로 짜서 만든 부채가 있어 향기로운 바람을 일으켜서 위엄과 공덕을 드러내었다.
염부제 안에 있는 수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중생들이 가지가지 나라와 가지가지 종족과 가지가지 권속과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의복과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마음과 가지가지 욕망으로, 제각기 가지가지 재물과 가지가지 세간살이와 가지가지 소용품을 구하려고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이 전륜왕을 쳐다보고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해석과 가지가지 변재와 가지가지 글귀로 이 왕을 칭찬하기를, 큰 지혜 있는 사람이며, 복덕의 수미산이며, 훌륭한 공덕이며 두렷한 보름달이며, 자재를 얻은 이며 걸림없는 장부며 보살의 원에 머무른 이며 굉장한 보시를 행하는 이라고 하였다.
이 때에 그 전륜왕은 모인 이들이 자기에게 구걸하는 것을 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고,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내고, 즐거운 마음을 내고, 소중한 마음을 내고, 넓고 큰 마음을 내고, 선지식이란 마음을 내고, 계속하는 마음을 내고, 정진하는 마음을 내고, 물러가지 않는 마음을 내고, 보시하는 마음을 내고, 두루한 마음을 내고, 평등한 마음을 내고, 깨끗한 마음을 내고, 성취하려는 마음을 내고, 빠른 마음을 내고, 가지가지 선지식을 보는 마음을 내었다.
선남자여, 그 임금이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고 크게 즐거워서 잠깐 동안 지나는 것은 설사 전륜성왕으로서 끝없는 겁이 다하도록 받는 쾌락으로도 미칠 수 없으며, 이와 같이 도리천왕·야마천왕·도솔타천왕 들로서 백천억 나유타 겁이 다하도록 받는 쾌락으로도 미칠 수 없으며, 선화천왕이 수없는 겁에 받는 쾌락으로도, 자재천왕이 한량없는 겁에 받는 쾌락으로도, 대범천왕이 가이없는 겁에 받는 범천의 쾌락으로도, 광음천왕이 헤아릴 수 없는 겁에 받는 하늘의 낙으로도, 변정천왕이 다함 없는 겁에 받는 하늘의 낙으로도, 정거천왕이 말할 수 없는 겁에 고요한 데 머무는 낙으로도 미칠 수 없었다. 마치 어떤 인자하고 효성 있고 우애 깊은 사람이 세상의 난리를 만나서, 부모·형제·자매·처자와 안팎 일가들을 모두 잃었다가 뜻밖에 넓은 들 길에서 서로 만나 받들어 섬기고 어루만지고 하면서 만족할 줄 모르듯이 이 임금이 구걸하는 이들을 보고 사랑하고 기뻐하고 뛰놀고 경사스럽고 다행하게 여기는 마음도 그와 같았다.
선남자여, 이 때에 그 임금이 선지식으로 말미암아 부처님 보리에 대하여 이해와 욕망이 늘었고, 모든 근이 성취되고 믿는 마음이 깨끗하고 즐거움이 원만하여 헤아릴 수 없었다.
그 까닭은 이 보살이 모든 행을 부지런히 닦아 일체지를 구하면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 게으르지 아니 하였고, 모든 중생의 옷과 음식을 만족하려 하였고, 보리의 한량없는 즐거움을 얻으며 하였고, 모든 착하지 못한 마음을 버리려 하였고, 모든 선근을 쌓으려 하였고,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 하였고, 살바야의 도를 항상 관찰하려 하였고, 일체지의 법을 항상 닦으려 하였고, 모든 중생의 소원을 만족하려 하였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마군과 번뇌의 장애를 깨뜨리고 모든 부처님의 교법을 받아 가지며, 일체지의 장애 없는 도를 행하려 한 까닭이다.
일체지의 흐름에 깊이 들어가 모든 법이 항상 앞에 나타나며, 대장부가 되어서 어른다운 법에 머물며, 온갖 넓은 문으로 선근의 광을 쌓으며, 모든 고집하는 마음을 버리고 세간의 모든 경계에 물들지 않으려 하였다.
모든 법의 성품이 허공과 같음을 알았으며, 와서 구걸하는 이에게 대하여 외아들인 생각을 내고, 부모 같은 생각을 내고, 복밭이란 생각을 내고, 선지식이란 생각을 내고, 만나기 어려운 생각을 내고, 신세 진다는 생각을 내고, 보호할 생각을 내고, 견고한 생각을 내고, 길잡이 스승이란 생각을 내고, 여래란 생각을 내었다.
그래서 처소도 가리지 않고 족속도 가리지 않고 모양도 가리지 않고, 오는 대로 그들의 욕망과 같이 어느 장소에서나 어느 나라에서나 그가 구하는 대로 그가 좋아하는 대로 사랑하는 마음이 평등하여 걸림이 없고 크게 버리려는 빛이 모든 것에 비치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서 군색한 것이 없게 하려 하였다.
다시 말하면, 음식을 구하는 이에게는 음식을 주고, 의복을 구하는 이에게는 의복을 주고, 향과 꽃을 구하는 이에게는 향과 꽃을, 화만과 일산을 구하는 이에게는 화만과 일산을, 그와 같이 짐대·깃발·영락·궁전·동산·코끼리·말·수레·평상·이부자리·금·은·마니·진주·비유리·옥·가패 등 모든 고방의 온갖 보물과 권속·궁녀·아내·성시·촌락·숲·동산·가옥 등을 달라는 대로 모두 보시하였다.
3) 전생의 일
그 때 모인 이들 가운데 한 장자의 딸이 있으니 이름은 보배 광명[寶光明]이었다. 60명의 아가씨들에게 호위되었는데, 단정하고 미묘하여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였다. 살갗은 금빛이요,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윤택하고 원만하여 모든 몸매가 구족하였으며, 몸에서는 미묘한 향기가 나고 입으로는 범천의 음성을 말하며, 좋은 옷으로 곱게 꾸미고 항상 수줍은 태도로 생각이 산란하지 아니하며, 지혜가 있어 동작이 한가롭고 위의를 갖추었다. 어른을 공경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방탕하지 아니하며, 항상 아름다운 행을 행하려 하고 한 번 들은 법문을 잊지 아니하며, 지난 세상의 선근이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방불한 과보[相似妙果]를 모두 이루었으며, 넓고 깨끗하기 허공과 같고 중생들을 평등하게 염려하고 부처님을 항상뵈오려 하며, 어느 세계에서나 일체지를 구하였다.
대왕의 계신 데와 멀지 아니한 데서 합장하고 예배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훌륭한 이익을 얻었나이다. 이제 선지식을 뵈오니 진실로 만나기 어려운 일이옵니다.’
그리로 임금에게 대하여 큰 스승이란 생각을 가지고 가장 훌륭한 선지식이란 생각을 내었으며, 자비한 생각과 거두어 주리라는 생각을 갖추었고, 마음이 정직하고 깨끗하여 가장 즐거운 마음을 내고 몸에 찼던 영락을 풀어 왕께 바치면서 이러한 원을 세웠다.
‘대왕께서는 한량없고 가이없고 주재가 없고 의지할 데 없는 무명 중생들일 위하여, 이루어주고 구호하고 이롭게 하고 비추어 주시며 의지할 데가 되시나이다. 나도 오는 세상에 그러하기를 원하오며, 대왕의 아시는 법과 타시는 수레와 닦으시는 도와 갖추신 몸매와 거두어 주시는 대중이 가이없고 끝이 없고 이길 이 없고 무너뜨릴 수 없는 것처럼, 이런 것을 나도 오는 세상에 모두 성취하기를 원하오며, 대왕이 나시는 곳에 나도 항상 따라서 나게 되기를 원하나이다.’
그 때에 대왕은 이 아가씨가 이런 마음을 내고 이런 소원을 지은 줄을 알고, 그의 좋아함을 보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다,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주리라. 나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리어 중생들로 하여금 만족케 하려 하므로, 모든 것에 평등하고 분별이 없으니, 너의 원을 따라 마음대로 가져라.’
이 때에 보배 광명 아가씨는 믿는 마음이 깨끗하여 기쁜 생각으로 모든 선근을 빨리 늘리었고, 게송으로 대왕을 찬탄하였다.
옛적 보배 장엄한 사라 왕성 위덕 높은
전륜왕이 나시기 전에 모든 일이 하나도
보잘것없어 무섭기가 아귀들의 세상 같으니
모든 중생 서로서로 죽이려 하고 훔치고
음탕하여 성질 나쁘며 허망하고 속이고
추악한 말과 더럽고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말
남의 재물 빼앗기를 항상 즐기고 성내고
해치려는 독심을 품고 잘못된 소견으로
나쁜 행동만 죽어서는 나쁜 갈래 들어갈
밖에
이렇게 옳지 못한 모든 중생들 어리석고
어두운 데 미혹하여서 바른 법 무너지고
소견 나쁘니 하늘이 밉게 보고 비를 안
내려
오랜 세월 지나도록 단비 안 오니 모든
곡식 싹과 움이 나지 못하고 약풀이나
초목들은 다 말라 죽고 냇물이나 우물들도
모두 마르네.
옛적에 우리 임금 나시기 전엔 강과 못과
우물들이 말라 버리고 논밭이나 채전이나
모두 묵어서 백골만 낭자하여 벌판 같더니
오늘엔 우리 임금 등극하시어 은혜가 중생들께
고루 미치니 검은 구름 기름진 비 팔방에
내려 여러 나라 국토마다 만족하였네.
대왕이 나시어서 임금 되시니 도둑은 없어지고
나쁜 짓 쉬고 여러 곳 감옥들은 텅텅
비었고 홀아비도 고아들도 걱정이 없어
옛적에는 이 세계의 모든 중생들 미워하고
원수 맺어 서로 죽이고 피와 살을 빨아먹고
험상하더니 오늘날은 사랑으로 다정히 지내
옛날에는 나라 안에 모든 사람들 가난하여
집도 없고 옷도 없으며 굶주리고 목마르고
아귀와 같이 풀잎으로 몸 가리고 고통
겪더니
우리 대왕 임금되어 덕화 펴시니 온갖
곡식 단 열매가 풍성해지고 겁파라 나무에선
좋은 옷 나와 남자와 여자들이 곱게 단장해
옛적엔 욕심 많고 법을 어기며 하찮은
물건들도 서로 뺏더니 이제는 모든 물품
풍족하여서 자유롭고 즐겁기 천상과 같아
옛날엔 마음 흐려 나쁜 짓 하며 방탕하고
분에 넘게 탐욕을 내어 남의 집 첩과
아내 정을 통하고 가지가지 수단으로 침노하더니
지금에는 몸매 좋고 얼굴 예쁘고 화려하게
옷 잘 입은 여인을 봐도 마음이 깨끗하고
물들지 않아 도솔천 사람같이 의젓하여라.
옛날에는 이 세계의 모든 중생들 거짓말과
욕설하고 이간 붙이고 사특한 생각으로
법을 어기고 제멋대로 아첨하고 난잡하더니
요사이는 간 데마다 좋은 사람들 욕설
악담 한 마디도 말하지 않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남을 즐겁게 듣는 이들 기뻐하지
않는 이 없네.
대왕께서 묘한 법문 말씀하시니 여러 중생
듣는 이는 모두 즐거워 가릉빈가 소리
같은 범천의 음성 하늘 세계 풍류로도
미칠 수 없네.
대왕의 머리 위에 훌륭한 일산 가지가지
보물들로 잘 꾸몄으니 귀중한 백산호로
대를 만들고 찬란한 마니 그물 위에 덮었고
금방울 울려 오는 묘한 소리는 이 세상엔
둘도 없이 아름다웁게 부처님의 묘한 법문
연설하여서 중생들의 모든 번뇌 소멸케
하며
지금 세상 시방세계 여러 겁 동안 탄생하신
부처님들 크신 이름과 권속들과 세계 이름
겁의 이름을 방울에서 두루두루 말하여
내고
지난 세상 시방세계 많은 나라에 탄생하신
부처님과 세계 이름과 그 부처님 말씀하신
모든 법문을 방울에서 차례차례 말하여
내며
방울에서 법문 소리 흘러나오니 그 소리가
염부세계 두루 퍼지어 제석천왕 범천왕과
모든 중생들 업을 지어 받는 과보 모두
말하니
천상 사람 세간 사람 이 소리 듣고 제각기
업과 과보 자세히 알아 나쁜 짓을 아주
끊고 선한 일 닦아 부처님의 보리도에
머물게 되네.
이 임금의 부왕 이름 깨끗한 광명 어머니는
연꽃 광명이라 하는데 다섯 가지 흐린
일이 한창 성할 때 임금 되어 이 천하를
다스리더라.
그 나라에 크고 넓은 동산이 있고 동산
안에 오백 군데 연못이 있고 연못마다
백천 나무 둘러 섰으며 마니로 된 꽃
등불을 두루 달았네.
오백 연못 연못마다 언덕 위에는 일천
기둥 세워 지은 훌륭한 궁전 여러 가지
보배로써 난간 만들고 반월(半月)에서
불꽃 빛이 항상 비치네.
그 임금의 말년에는 나쁜 법 생겨 여러
해를 가물기만 비가 안 오니 간 데마다
모든 연못 물이 마르고 화초들도 나무들도
다 타 죽었네.
대왕님이 나시려는 이레 전부터 처음 보는
여러 상서 나타나더니 중생들이 쳐다보고
기뻐하는 말 이 세상을 구원할 이 나려나
보다.
그 때에 이 세계서 어느 날 밤중 땅덩이와
모든 물건 진동하는데 그 가운데 보배로
된 연꽃 못에서 큰 광명이 비쳐나니 햇빛과
같고
이 연못을 둘러 있는 오백 연못에 여덟
가지 공덕 물이 가득히 차고 그 못물이
염부제에 넘쳐 흘러서 간 데마다 흐뭇하게
적시어지니
온 천하의 화초들과 약물들이며 논과 밭에
심은 곡식 모두 자라서 잎과 가지 무성하고
열매 잘 맺고 이와 같이 온 세계가 풍성해지네.
가지각색 웅덩이 구렁텅이와 울퉁불퉁 언덕과
둔덕들과 이렇게 높고 낮은 염부제 땅이
금시에 한결같이 평탄해지고
간 데마다 가시덤불 자갈밭들과 복잡하고
어수선한 염부제 땅이 어느덧 잠깐 동안
변하여져서 보배들로 꾸미어진 땅이 되었네.
이 때에 중생들은 이것을 보고 기뻐서
서로 만나 치하하기를 이제는 복된 세상
만났으니 목마르던 사람들이 샘물 만난
듯
그 때에 광명왕이 명령을 내려 대신들과
권속들을 모두 데리고 앞뒤에 많은 시중
둘러싸이어 꽃동산 구경하러 거동하셨네.
동산 안에 오백 군데 연못 있는데 그
중에서 한 연못은 이름이 경희(慶喜)
연못 위에 지어 있는 천 기둥 법당 광명왕과
연꽃 부인 여기 듭시네.
광명왕은 연꽃 빛 부인을 보고 내가 지금
생각하니 이레 밤 전에 한밤중에 땅과
산이 진동하면서 이 연못에 빛난 광명
비치시었네.
바로 이 때 경희라는 연못 가운데 일천
꽃잎 보배 연꽃 생겨났으니 빛난 광명
수미산에 높이 솟았고 찬란한 구름 그물
일천 해 뜬 듯
묘한 보배 금강으로 줄기가 되고 귀중한
염부단금 꽃바닥 되고 깨끗한 마니보배
꽃잎이 되며 묘한 향기 빛을 갊아 꽃술되었네.
우리 대왕 연꽃 위에 탄생하시어 단정하게
결가부좌 앉아 계시며 빛난 광명 좋은
몸매 장엄하시니 백천의 하늘 대중 공경하더라.
임금님이 즐거움을 참지 못하고 연못 속에
들어가서 아기를 안아 두 손으로 부인에게
전해 주면서 이 아기는 당신 아들 고맙습니다.
백천 보배 땅 속에서 솟아오르고 나무에선
보배 옷이 지어 나오고 하늘들은 좋은
풍악 번갈아 잡혀 온 세계의 허공 중에
가득하였네.
염부제에 살고 있던 모든 중생들 모두
다 돌아와서 기뻐하면서 한결같이 합장하고
칭찬하는 말 이 세상을 구하실 이 지금
나셨네.
이 때 대왕 몸에서 광명이 나와 온 세계의
중생들을 모두 비치니 사천하에 사는 중생
잠깐 동안에 몸에 있던 모든 병이 소멸되었고
야차나 나찰이나 비사자 귀신 가지가지
독한 벌레 악한 짐승들 중생을 해치려던
모든 것들이 별안간에 몸 감추고 숨어
버리네.
쇠운 들고 비방 받고 시끄러움과 삼재
팔난 모든 액과 병들어 앓는 여러 가지
고통들이 다 없어지고 이 세상이 안락하여
기쁜 마음뿐
이 세간에 살고 있던 여러 중생들 서로서로
부모같이 우러러보며 원한은 없어지고 자비심
생겨 일심으로 일체지 닦아 행하니
대왕께서 나쁜 갈래 닫아 버리고 중생에게
천상 인간 길을 열어서 고통 받던 모든
중생 이익하려고 일체지 닦는 길을 펴서
보이네.
우리들이 천행으로 대왕 뵈옵고 여러 가지
이익을 얻었사오니 주인 없고 지도 잃고
갈 데 없던 이 이제부터 소원대로 편안하오리.
보배 광명 아가씨는 이러한 게송으로 온갖
법 두렷한 일산 사자후 임금을 찬탄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예배하며 허리 굽혀
공경하고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이 때에 대왕은 두루두루 돌아보면서 아가씨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아기여. 너는 남의 공덕을 알고 있으니 매우 희유(希有)한 일이다. 왜냐 하면 모든 중생들은 제 허물은 덮어 주고 남의 잘못을 말하며, 저의 공덕만 나타내고 남의 잘한 일은 가리워 두면서 남의 공덕을 믿지 않느니라. 아기여, 모든 중생들이 어리석음에 덮이고 번뇌에 속박되어,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고 은혜 갚을 줄을 모르며, 지혜가 없고 마음이 흐려서 성품이 밝지 못하고, 하겠다는 뜻이 없는 데다가 수행하는 일까지 뒷걸음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보살과 여래의 공덕을 믿지도 않고 이해도 못하고 분명히 알지 못하며, 부처님과 교법과 스님들이 가장 훌륭한 복밭인 줄을 분별하지 못하고, 부처님과 보살의 청정한 법문이나 신통이나 지혜를 순종하고 생각할 줄을 알지 못하느니라.
그런데 너는 결정코 위없는 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구하려 하며, 보살의 그러한 크고 깊은 공덕을 알고 믿고 이해하는구나. 네가 지금 이 염부제에 태어나서 용맹한 마음을 내고 보살의 행을 닦으며 중생들을 거두어 주려 하니, 이 공덕은 헛되지 아니하여 너의 소원대로 모두 성취할 것이며, 이러한 공덕과 이러한 복과 이러한 이익을 모두 구족하리라.’
대왕은 이렇게 아가씨를 칭찬하고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불빛 마니로 가지가지 장엄한 옷들을 손수 들어서 보배 광명 아가씨와 권속들에게 낱낱이 주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은 이 옷을 받아 입으라고 하였다. 아가씨들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받아서 머리 위에 이었다가 옷을 입고 오른쪽으로 대왕을 돌고 절하였다. 그 때에 여러 보배 옷에서 온갖 별빛 광명이 나오는 것을 여러 사람들이 보고는, 이 아가씨들은 모두 단정하고 아름답기 마치 깨끗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다고 말하였다.”
그 때 밤차지신은 선재동자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의 모든 법 두렷한 보배 일산 사자후 임금은 딴 사람이 아니라, 비로자나 여래·응·정등각이시고, 깨끗한 광명 임금은 정반왕이시고, 연꽃 빛 부인은 마야부인이시고, 보배 광명 아가씨는 내 몸이고, 대왕이 그 때에 사섭법으로 거두어 준 중생들은 지금 이 부처님 도량에 모여온 보살들이니,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아니하여 혹은 보살의 환희지(歡喜地)에 머물고, 혹은 이구지(離垢地)에 머물고, 혹은 발광지(發光地)에, 혹은 염혜지(焰慧地)에, 혹은 난승지(難勝地)에, 혹은 현전지(現前地)에, 혹은 원행지(遠行地)에, 혹은 부동지(不動地)에, 혹은 선혜지(善慧地)에, 혹은 법운지(法雲地)에 머물렀으며, 제각기 가지가지 큰 원을 갖추고 가지가지 도를 돕는 법을 모으고, 가지가지 묘한 행을 닦고 가지가지 장엄을 구비하고 가지가지 청정을 얻고 가지가지 신통을 얻고 가지가지 자재하게 유희하고 가지가지 해탈에 머물고, 가지가지 방소로부터 이 회상에 와서 가지가지 법 궁전에 있는 것이니라.”
이 때에 능개부일체수화안락(能開敷一切樹華安樂) 밤차지신은 선재동자를 위하여 이 해탈문의 뜻을 밝히려고 게송을 읊었다.
불자여, 내가 가진 크고 넓은 눈 시방의
온갖 세계 두루 살피어 크고 넓은 가지가지
세계 바다에 다섯 갈래 헤매는 중생을
보고
저런 세계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보리 나무
아래 앉음을 보니 신통으로 시방세계 가득하시어
법을 말해 중생들을 조복하시네.
불자여, 내가 가진 묘한 귀로는 온갖
중생 그지없는 소리 들으며 부처님의 말씀하는
법문을 듣고 모두 다 믿어 받고 기뻐하노라.
불자여, 내가 가진 타심통으로 중생들의
마음 경계 뛰어 지나가 둘이 없고 걸림없고
한량이 없는 마음들을 한 생각에 모두
아노라.
불자여, 내가 가진 숙명통으로 지나간
오랜 세월 많은 겁 동안 내 몸이나 다른
이가 태어난 일을 한 생각에 분명하게
죄다 아노라.
불자여, 나는 지금 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 티끌처럼 많은 겁 동안 태어나신
부처님과 보살 신통과 다섯 갈래 중생들을
모두 다 알고
저러한 부처님들 보살이실 때 크고 넓은
보리원을 내시던 일과 모든 행을 구족하게
닦으시면서 일체지 이루심을 내가 다 알고
저러한 부처님들 관정지(灌頂地)에서 짝이
없는 보리도를 구족하시고 방편으로 말한
법문 헛되잖음을 내가 지금 한 생각에
분명히 알고
저러한 부처님들 방편문으로 법 수레를
운전하여 세간에 차고 열반하신 공덕과
남기신 교법 얼마나 오래갈 줄 내가 다
알고
저러한 부처님의 조복하는 법 중생을 교화하는
넓고 큰 수레 여러 가지 세간에 보여
주시는 가지가지 차별을 내가 아노라.
나는 옛적 한량없는 오랜 세월에 이러한
광명 해탈 힘써 닦았고 그대에게 진실한
뜻 지금 말하니 좋아하여 부지런히 닦아
배우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큰 즐거움을 내어 중생을 조복하는 광명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모든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여 일체지와 엄청난 서원 바다에 들어가며, 모든 여래의 서원 바다를 가득 채우고 용맹한 지혜를 얻어 한 보살의 지위에서 모든 보살의 지위 바다에 들어가며, 깨끗한 소원을 얻어 한 보살의 행으로 모든 보살의 행의 바다에 들어가며, 자재한 힘을 얻어 한 보살의 해탈문에서 모든 보살의 해탈문 바다에 들어가며, 모든 선지식을 존중하고 공경하여 선근을 늘리되 만족한 생각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과 보살을 받들어 섬기어 일체지 법문을 부지런히 구하며 좋아하여 관찰하고, 바르게 생각하되 마음이 결정되어 게으르지 아니하며, 온갖 이롭고 공경하고 칭찬하고 소문나는 데 애착하지 아니하며, 세간에서 살아가는 일에는 영원히 탐욕을 여의었고, 중생들의 뜻을 만족하기를 여의주와 같이 하며, 마음으로는 항상 일체지의 자리를 사랑하고, 여래의 힘과 무소외(無所畏)와 불불공법(佛不共法)을 관찰하며, 보살들의 온갖 바라밀행을 구하여 원만하며, 환술같이 굽은 짓을 여의고 말씀하신 대로 행하며, 진실한 말을 하고 부처님 내림[佛種]을 수호하며, 일체지에 대한 마음이 태산같이 동하지 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보리도량의 부처님 회상에 한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은 수호체중생대원정진력광명(守護一切衆生大願精進力光明)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중생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게 하며, 어떻게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며, 어떻게 모든 여래를 받들어 섬기며, 어떻게 모든 여래를 기쁘게 하며, 어떻게 하여 보살들의 배우는 불법을 부지런히 닦아 익히는가라고 물으라.”
이 때에 선재동자는 밤차지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러보고 깊이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