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보변길상무구광 밤차지신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춘화 밤차지신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그의 처음으로 낸 보리심이 원만하고 청정하였으며, 보살의 법장을 내고, 보살의 원을 세우고, 보살의 바라밀을 깨끗이하고, 보살의 머무는 자리에 들어가고, 보살의 행을 닦고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을 분명하게 알았으며, 모든 지혜의 광명을 따라서 모든 중생을 구제할 마음을 내고, 불쌍히 여기는 구름을 일으키어 모든 것을 덮어 주고, 여러 부처 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항상 보현의 행과 원을 일으키면서, 차츰차츰 다니다가 무구광(無垢光) 밤차지신에게 나아가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그의 앞에서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닦아 행하며,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내며, 어떻게 보살의 지위를 성취하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밤차지신이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다시 보살의 지위를 어떻게 닦아 행하고 내고 성취할 것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구비하면 보살의 행을 원만하느니라. 첫째는 깨끗한 삼매를 얻어 모든 여래께서 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둘째는 깨끗한 눈으로 모든 여래의 몸매를 보고, 셋째는 깊은 지혜로 여래의 복덕과 지혜의 바다를 알고, 넷째는 법계와 평등한 수없는 부처님 법의 광명을 알고, 다섯째는 모든 여래의 낱낱 털구멍마다 중생의 수효와 같은 광명 바다를 알아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고, 여섯째는 모든 여래의 낱낱 털구멍마다 여러 보배 빛깔 광명 불꽃 바다를 내는 것을 보고, 일곱째는 잠깐 동안마다 부처님의 변화 바다를 내어 법계에 두루하여 중생을 조복하고, 여덟째는 부처님의 음성을 얻어 중생들의 말과 같은 음성으로 삼세 부처님의 법 수레를 운전하고, 아홉째는 모든 부처님의 끝없는 명호들을 알며, 열째는 모든 부처님이 중생을 조복하는 헤아릴 수 없는 자재한 위덕과 힘을 아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구비하면 보살의 행을 원만할 수 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고요한 선정의 즐거움으로 두루 다니는 용맹한 법문[寂靜禪定樂普遊步勇猛法門]이다. 삼세 부처님을 모두 보며, 저 부처님의 깨끗한 나라와 도량에 모인 대중과 삼매·신통과 서로 어울리는 수행 바다를 보며, 가지가지 이름으로 법문을 연설하여 수명과 음성과 몸매가 제각기 다른 것이 법계에 가득함을 분명하게 보고, 깊이 들어가면서도 고집함이 없으며, 들어간 곳도 없느니라. 그 까닭을 말하면, 여래는 지나간 것이 아니니 세계와 갈래가 영원히 소멸된 까닭이며, 오는 것이 아니니 자체가 나는 것이 아닌 까닭이며, 태어나는 것이 아니니 법신이 평등한 까닭이며,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나는 모양이 없는 까닭이며, 참된 것이 아니니 환술 같은 법에 있는 까닭이며, 헛된 것이 아니니 중생을 이익하는 까닭이며, 변천하는 것이 아니니 나고 죽음을 뛰어난 까닭이며, 부수어지는 것이 아니니 성품이 변하지 않는 까닭이며, 한 모양이니 말을 여읜 까닭이며, 모양이 없나니 성품과 모양이 본래 공한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모든 여래를 알며, 때에 보살의 고요한 선정으로 두루 다니는 용맹한 해탈문에 대하여 분별하여 알고 성취하고 자라게 하며, 생각하고 관찰하여 견고하게 장엄하며, 가지가지 경계를 넓고 크고 원만하게 두루 비추고 깊이 순종하며 평등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 모든 잘못된 생각과 분별을 일으키지 아니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구호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초선(初禪)을 닦아 뜻으로 짓는 업을 쉬고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지혜가 날카롭고 기쁜 마음으로 제이 선을 닦아 중생들의 성품을 생각하며 나고 죽는 것을 여의고 열반에 머물게 하며, 제삼 선을 닦아서는 모든 중생의 번뇌와 고통을 없애며, 제사선을 닦아서는 모든 지혜와 서원을 증장하여 원만하고 공교롭게 삼매 바다를 내며, 보살들의 해탈 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보살의 신통에 유희하며 깨끗하게 변화하는 것을 이루고 깨끗한 지혜로 법계에 들어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문을 닦을 적에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을 성취시켰으니, 이른바 집에서 살며 방탕하고 탐욕이 많은 중생에게는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 사랑할 것 아니라는 생각, 싫어하는 생각, 고달픈 생각, 못견디게 구는 생각, 속박된다는 생각, 나찰이라는 생각, 항상하지 않다는 생각, 괴롭다는 생각, 비었다는 생각,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생각, 주인될 것이 없다는 생각, 자재하지 못하다는 생각, 늙고 병들고 죽는다고 생각을 내게 하여, 자기도 탐욕 경계에 사랑을 내지 않고 다른 이들도 욕락에 고집하지 않게 하며, 법의 즐거움에 머물러서 집을 여의고 집 아닌 데 들게 하며, 어떤 중생이 고요한 데 머물러 있으면, 나는 그를 위하여 나쁜 소리를 없애고, 고요한 밤에 법문을 말하여 순조롭게 행하는 인연을 주고, 출가하는 문을 열어 바른 길을 보여 주며, 밝은 빛이 되어서 어둔 장벽을 헐고 공포를 소멸케 하며, 출가하는 일을 칭찬하고 불·법·승 삼보와 선지식을 찬탄하여 공덕을 갖추게 하며, 또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공경하며 공양케 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해탈문을 닦을 적에 중생들로 하여금 옳지 못한 탐욕을 여의고 잘못된 분별을 버리고,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나지 못하게 하고, 이미 지은 나쁜 짓은 모두 그치게 하여 허망한 생각과 허망한 경계로는 흔들지 못하게 하였고, 아직 생기지 못한 선한 법이나 닦지 못한 바라밀이나 구하지 못한 지혜나 세우지 못한 서원이나 내지 못한 자비심이나 짓지 못한 인간 천상에 태어날 업들은 모두 나게 하고, 이미 난 것은 더욱 자라게 하여, 나는 이러한 보리도(菩提道)에 순종하는 인연을 주었으며, 내지 일체지지를 이루게 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고요한 선정의 즐거움으로 두루 다니는 용맹한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보현의 행과 원을 갖추고 모든 끝없는 법계를 분명히 알며, 모든 선근을 자라게 하고 모든 여래의 지혜를 밝게 보고 모든 여래의 경계에 머물러서, 나고 죽는데 늘 있으면서도 마음에 장애가 없고 모든 지혜와 서원을 빨리 만족하고, 온갖 세계에 두루 나아가서 모든 부처님을 뵈옵고 모든 법문을 들으며, 모든 중생의 어리석은 마음을 깨뜨리고 나고 죽는 밤중에서 지혜의 광명을 내게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멀지 아니한 데 보리 나무 도량이 있고, 그 도량의 오른편에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이 희목관찰일체중생(喜目觀察一切衆生)이다.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에 보변길상무구광 밤차지신은 이 해탈문의 이치를 다시 밝히려고,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시방세계 삼세부처님들이 믿는 마음 위하여서
나 계시나니 넓고 크고 깨끗한 눈 갖추었으면많고
많은 부처님들 볼 수 있으리.
부처님들 때 없는 몸 그대 보시오 묘한
몸매 깨끗하게 장엄하시고 대중 모인 도량에
모두 앉으사나타내는 신통의 힘 널리 퍼지네.
비로자나부처님 보리도량서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 이루어 간 데마다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법 수레를 운전하여 법계에
가득.
부처님이 깊고 참된 성품 얻으니 그 자체가
고요하여 차별이 없고 깨끗하온 색신이
장엄 갖추어 중생에게 보이는 일 한량이
없네.
부처님 몸 크고 넓어 알 수 없으나 법계에
가득하여 다하지 않고 평등하게 시방세계
나타나시니 한량없는 세계에서 모두 뵈오리.
부처님의 둥근 광명 항상 가득 차 티끌
같은 모든 세계 두루 비추며 번갈아서
비치는 빛 그지없어서 광명마다 원만하여
법계에 가득
부처님의 털구멍서 나오는 광명 알 수
없이 크고 넓어 끝이 없어서 중생들의
온갖 마음 널리 비치어 그네들의 모든
번뇌 모두 소멸해.
부처님의 털구멍서 생기는 변화 낱낱 변화
신통 한량이 없어 모든 세계 모든 중생
조복하나니 그네들의 온갖 고통 모두 없어져
부처님의 넓고 크고 원만한 음성 음성에서
나오는 가지각색 말 묘한 법문 연설하여
중생을 교화 그네들로 보리 성품 깨닫게
하네.
부처님이 그지없는 오랜 세월에 중생들을
거둬 주려 행을 닦으사 내가 오늘 부처님을
뵈옵게 되니 그림자로 시방세계 나타나셨네.
부처님이 온 세간에 나타나시니 중생들의
수효처럼 한량이 없고 깊고 깊은 그 경계에
들기 어려워 우리들의 지혜로는 알 수
없나니
큰 위덕을 구족하신 모든 보살들 부처님의
털구멍에 모두 드시니 헤아릴 수가 없는
해탈의 경계 우리로는 알 수 없고 부처님들만
이 근처에 밤차지신이 있으니 이름은 별빛
같은 반가우신 눈 그대는 거기 가서 행을
물으라 보리도 닦는 길을 가르쳐 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