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대천신을 찾다

38. 대천신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크고 넓은 행에 들어가서 바른 뜻으로 생각하니, 마음에 걸림이 없어 보살의 지혜 경계를 구하며, 보살의 신통한 일을 보며, 보살의 훌륭한 공덕을 생각하며, 보살의 굳게 나아가는 갑옷을 입고, 보살의 큰 즐거움을 내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데 나아갔으며, 보살의 자재함에 유희하며, 보살의 공덕 자리를 닦으며, 보살의 삼매를 관찰하며, 보살의 다라니에 머물며, 보살의 큰 서원을 구족하며, 보살의 변재를 얻었으며, 보살의 모든 힘을 이루고서, 점점 앞으로 가다가 문주성에 이르러 대천신(大天神)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이 성 안에 있으며 광대신(廣大身)을 나타내고 높은 자리에 앉아서 여러 사람들에게 법문을 말한다고 대답하였다. 선재동자는 그 말을 듣고 그가 있는 곳에 나아가서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고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 줄을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인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이 때에 대천신은 네 팔을 펴서 사해의 물을 가져다가 낯을 씻고, 황금빛 우발라꽃을 들어 선재동자에게 뿌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매우 희유한 일이오, 이렇게 선지식을 찾아다니는 일은. 선남자여, 모든 보살이 세간에 나타나는 것은 매우 희유한 일이어서, 듣기 어렵고 보기 어렵기는 중생들 가운데 분다리꽃과 같고, 험난한 곳에서 의지할 데가 되고 구원받은 데가 되기는 편안한 성(城)과 같고, 어두운 데서 광명이 되기는 밝은 해와 같으며, 또 길잡이와 같아서 중생들을 인도하여 부처님 법에 들게 하며, 용맹한 대장과 같아서 일체지(一切智)의 성을 잘 지키는 것이오. 선남자여, 보살은 이렇게 만나기 어려운 것이므로 몸과 말과 뜻이 모두 깨끗하고 모든 허물이 없어진 뒤에야 그 모양을 보고 그 말을 들을 수 있으며, 어느 때나 앞에 나타나는 것이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성취하였으니 이름은 구름 그물[雲網]이오.”

선재가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구름 그물 해탈의 경계가 어떠합니까?”

이 때에 대천신은 선재동자의 앞에 가지가지 금더미·은더미·유리더미·파리더미·자거더미·마노더미·마니보배더미·무구장 보배더미·비로자나 보배더미를 나타내어 보이고, 또 시방의 보배더미·보배 관더미·보배 인장[寶印]더미·보배 화만더미·보배 귀고리더미·보배 팔찌더미·보배 자물쇠더미·보배 방울더미·보배 영락더미·보배 진주 그물더미와 가지가지 빛깔 마니보배더미·가지가지 보배 장엄더미·가지가지 여의 마니더미를 나타내니, 낱낱 더미가 태산과 같으며, 또 온갖 꽃·온갖 향·온갖 화만·온갖 일산·온갖 짐대·온갖 깃발·온갖 바르는 향·온갖 가루향·온갖 의복·온갖 음악 따위의 다섯 가지 욕락거리가 산과 같이 쌓였으며, 또 수없는 백천만억 아가씨들을 나타내고, 대천신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지금 그대의 마음대로 이 물건들을 가져다가 여래께 공양하고 공덕을 닦으며, 또 여러 사람에게 보시하여 중생들을 거두어 주라.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리는 일을 보여서, 그들로 하여금 보시바라밀을 배우게 하기 위함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지금 그대에게 이런 물건을 나타내어 보시를 하게 하는 것처럼, 온갖 중생들에게 이와 같이 하여, 그 보시한 선근의 힘으로써, 그들의 보시를 하지 아니하려는 마음을 쉬게 하며, 삼보가 제일가는 복밭이므로 선지식에게 공경하여 선근을 심고 선한 법을 늘게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노라.

또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다섯 가지 욕락에 탐을 내어 방탕하는 이에게는 부정한 경계를 보여 주는 것이다. 왜냐 하면, 저 중생들이 어리석고 미혹하여 여색에 마음이 홀리는 것이니, 마치 갓난 아이가 제 성품이 없는 듯하며, 흰 옷이 물들기 쉬운 듯하고, 애욕에 빠져서 벗어날 줄 모르는 것이 마치 구더기가 똥구렁을 좋아하듯, 돼지가 더러운 것으로 몸에 칠하듯, 죄 지은 사람을 여러 가지로 결박하듯, 세상의 강도가 남의 재물을 겁탈하듯, 사형수를 희광이에게 내어주듯, 소경[?]이 봉사[盲]를 인도하다가 함께 구렁에 떨어지듯,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을 만나듯이 선근을 손실하고 법보를 잃는 것이며, 마치 나쁜 용을 가까이 하면 독한 기운이 몸에 풍기어 계율의 향기를 여의고 지혜 목숨을 죽이는 것과 같으니라.

중요한 것을 추려 말하면, 철 모르는 갓난이가 욕심에 눈이 어둡고 욕심에 속박을 당하고, 욕심에 시킴을 받고 욕심에 홀리고 욕심에 순종하기를 아이들 같이 하고, 욕심을 따라다니기를 송아지가 어미를 따르듯하여 욕심에 얽히어서 자재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눈 어둔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방편을 써서 구제하되, 먼저 단정하고 예쁜 여자의 몸을 나타내서 그의 마음에 들게 하여 사랑케 하고, 다시 죽는 일을 보이되 몸이 썩어 새와 짐승들에게 뜯어 먹히며, 가지가지로 부정하기가 시다림(屍陀林)과 같이 하노라. 또 무서운 나찰 여자의 몸을 나타내되, 모양이 검은 구름 같고 머리카락이 빨갛고 배가 처지고 이빨은 위로 뻗었으며, 사람의 해골로 몸을 장엄하고 손에 날선 칼을 쥐고 고약한 큰 소리를 내면서, 이러한 형상으로 애욕에 물든 사람들을 향하여 그로 하여금 놀라고 무서워서 싫증을 내게 하고, 그로 말미암아 나를 찾아 보려는 마음을 내게 하는데, 내가 그들의 몸을 나타내어 법문을 말하여 주고, 그로 하여금 무서운 생각을 덜어버리고 계행을 가지게 하며, 그리하여 가장 훌륭한 계행바라밀을 성취하고, 나아가 열 가지 바라밀을 구족케 하며, 내지 보리를 원만케 하노라.”

이 때에 대천신은 선재동자에게 여러 가지로 계행바라밀을 칭찬하고 나서,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여러 갈래 중생이나 풀과 나무가 자랄
적엔 땅덩이를 의지하듯이 세상이나 세상
나선 모든 선근은 가장 좋은 계행을 의지하나니

계행 없이 좋은 갈래 나려는 것은 날개
없는 새들이 허공에 날고 다리 없는 사람이
걸어다니고 배 안 타고 바다를 건너려는

고행하는 외도가 풀뿌리 먹고 나무 열매
냇물로 산에 살면서 풀잎새 옷을 입고
굴에 살아도 계행을 안 가지면 쓸데없는

정수리만 남기고 밑을 깎거나 머리를 감지
않고 상투 짜거나 야릇한 옷 입거나 헐벗더라도
계행 없인 아이들 장난감이리.

얼음 같은 찬물에서 목욕하거나 훨훨 타는
불속으로 뛰어들거나 높은 산에 올라가서
떨어진대도 계 없으면 보람 없이 죽는
것일 뿐.

변재수(辯才水) 꽃못에서 몸을 씻어도
항하수 맑은 물을 항상 먹어도 밤낮으로
복을 구해 의지 삼아도 계행 없인 좋은
결과 얻지 못하리.

낮과 밤에 세 때씩 목욕을 하고 삼시
세 때 호마법을 정성껏 닦고 밥 안 먹고
말 안하고 애를 쓴데도 계행 없인 괴로울
뿐 이익 없으리.

천상에 태어나서 장수하려면 훌륭한 영락으로
몸 꾸미려면 천상의 좋은 음식 먹고 싶으면
계행을 잘 가져야 성취하리라.

문벌이 높은 이나 전다라거나 계행만 잘
지키면 천상에 나고 부귀한 이 빈천한
이 계행 없으면 차별 없이 지옥에 떨어지리라.

천한 이도 계 가지면 천상에 나고 귀족들도
파계하면 지옥 가나니 마등가는 계행 지켜
천당에 났고 신선들도 파계하고 지옥에
가네.

임금으로 글 잘하고 신수 좋아도 나쁜
소견 파계하면 짐승 한가지 맛난 과일
악한 짐승 둘러싸듯이 연꽃 못에 독사들이
살고 있듯이.

구차하게 살더라도 계행 가지고 거룩한
복덕으로 몸을 꾸리라.

파계한 인 사람들이 업신여기고 계 지키면
천상 인간 공경하나니.

전단향·울금(鬱金)향과 침향과 사향 이런
것도 인간에선 향기라지만 보살의 가진
계행 제일가는 향 천상 인간 뛰어나서
짝할 이 없어.

미천해도 계행 지켜 천상에 나면 임금들이
예배하고 공경하나니 이 세상과 오는 세상
쾌락 받는 일 계행 지킨 과보라고 부처님
말씀

천상 인간 태어나고 열반 얻는 일 계행을
잘 지켜야 할 수 있나니 모든 계율 깨끗하게
잘만 가지면 온갖 서원 마음대로 성취하리라.

임종하여 온갖 고통 몸에 얽히고 일가친척
권속들이 떠나려 할 때 일생 지킨 좋은
계율 생각하면은 몸과 마음 쾌락하여 근심
없으리.

계행은 번뇌병에 가장 좋은 약 부모처럼
병고 액난 보호해 주고 어둔 밤엔 횃불이요
강에는 다리 그지없는 생사 바다 떼가
되리라.

제석천왕 전륜왕 세상 임금들 부귀하고
존엄하여 짝이 없어도 시중드는 하인이
계행 가지면 공경하고 공양하여 섬겨야
하리.

죽을 때엔 파계한 이 공포 생기고 계행을
잘 지킨 인 안락하나니 오는 세상 극락세계
가려는 이는 지성으로 계율을 보호하여라.

계행에는 군대도 필요치 않고 계행은 땅
속 보배 훔칠 이 없고 계행은 좋은 동무
길 인도하고 계행은 세상 나는[出世]
장엄거리네.

내가 지금 계행 공덕 찬탄한 말은 부처님이
진실하게 말씀하신 것 파계한 중생들을
깨우쳐 주어 견고한 마음으로 계행 가지게.

대천신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여 계행바라밀에 머물게 하듯이, 어떤 중생이 성을 잘 내고 교만하고 다투기를 좋아하면, 내가 억센 힘으로 꺾어 굴복하고 험악한 모양을 나타내는데, 악독한 나찰 따위가 피를 마시고 살을 씹어먹는 꼴을 보이어, 놀라고 무섭게 하여 온순한 마음으로 원혐을 버리게 하며, 어떤 중생이 흐리멍덩하고 게으르면, 그에게는 국왕이나 강도나 수재·화재나 위중한 병이나 여러 가지 위급한 액난을 보이어서, 송구한 마음으로 뜻밖에 재앙이 있는 줄을 알게 하며, 흐리멍덩하고 해태한 성질을 버리고 정신을 다시 차려 밤낮으로 부지런하게 하며,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으로 모든 나쁜 짓은 버리고 깨끗한 선한 법만을 닦게 하며, 모든 바라밀에 장애되는 것을 없애고 여러 가지 바라밀문을 열게 하며, 온갖 장애되는 험한 길을 뛰어나 장애가 없는 자리에 이르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구름 그물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제석천왕처럼 모든 번뇌의 아수라 무리를 꺾어 부수는 일이거나, 바닷물처럼 모든 중생의 번뇌 불을 소멸하는 일이거나, 겁이 끝날 때의 화재처럼 모든 중생의 애욕의 물을 말리는 일이거나, 큰 폭풍처럼 모든 중생의 제 소견을 고집하는 짐대를 부수어 넘어뜨리는 일이거나, 금강저처럼 모든 중생의 나라는 교만한 소견을 깨뜨리는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의 마가다국 보리도량에 땅차지신[主地神]이 있으니 이름이 자성부동(自性不動)이라,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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