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정성무이행보살을 찾다
선재동자는 정성무이행보살에게 나아가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삽거니와,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치고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넓은 문 움직이지 않고 빨리감[普門不動速疾行]이니라.”
선재가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어느 부처님에게서 이 해탈을 얻었사오며, 떠나오신 세계는 여기서 얼마나 멀며, 떠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이까?”
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런 경계는 깊고 깊어 알기 어려워서 모든 세간의 천상·인간·아수라·사문·바라문 따위는 알지 못하는 것이요, 오직 보살로서 훌륭하게 정진하여 보살의 행을 갖추고 겁내거나 물러가지 아니하며, 이미 선지식의 가까이 모시어서 선지식이 거두어 주고 부처님이 염려하시며, 선근이 더욱더욱 자라고 뜻이 깨끗하며, 보살의 근기를 얻어 지혜의 눈이 있는 이라야 능히 듣고 지니고 알고 들어갈 수 있느니라.” “바라옵건대 거룩하신 이여, 저에게 말씀하여 주시면 저는 부처님의 위신과 선지식의 힘을 받들어 능히 믿고 받들겠나이다.” “선남자여, 나는 동방에 있는 길한 상서를 갖춘 광[具足吉祥藏] 세계의 보길상출생(普吉祥出生) 부처님 계신 데로부터 이 세계에 왔노라. 선남자여, 나는 그 부처님한테서 이 법문을 얻었고, 떠난 지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겁을 지내었는데, 낱낱의 순간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걸음을 옮겨 놓았고, 낱낱 걸음마다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세계를 지내었고, 낱낱 세계마다 내가 모두 들어가서, 가장 훌륭한 마음으로 그 부처님 계신 데 가서 아름다운 공양거리로 공양하였고, 또 모든 중생에게까지 보시하였노라. 이 공양거리는 모두 위없는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만들지 않은 법으로 인정한 것이며, 부처님들이 인가한 것이며, 보살들의 찬탄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또 저러한 세계의 중생들을 모두 보고 그 마음과 근성을 알아서, 그들의 욕망을 따라 몸을 나타내어 법문을 연설하기도 하고, 혹은 광명도 놓고 재물을 보시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고 이롭게 하고 성숙케 하기를 쉴새없이 하였으며, 동방에서 그렇게 한 것같이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에서도 그렇게 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보살의 이 넓은 문을 움직이지 않고 빨리 가는 해탈을 얻었으므로 온갖 세계에 빨리 가지마는, 저 보살마하살의 두루 다니어서 시방세계에 못가는 데가 없으며, 지혜의 경계가 평등하고 차별이 없으며, 그 몸이 법계에 두루 퍼져서 온갖 갈래에 이르며, 온갖 세계에 들어가며, 온갖 법을 알며, 온갖 세상을 살펴보고, 온갖 법문을 평등하게 연설하며, 온갖 행을 믿고 좋아하며, 한꺼번에 모든 중생에게 비치며, 모든 부처님에게 분별을 내지 아니하며, 어떠한 곳에나 막힘이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성이 있으니 이름이 문주(門主)요, 거기 한 신이 있으니 이름이 대천(大天)이다. 그대는 그 신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보살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들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