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대위맹성 신선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옳게 가르침을 따라 생각하며, 보살의 깨끗한 행을 따라 생각하며, 모든 보살의 복력을 빨리 자라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부처님의 광명을 빨리 보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법 곳간을 빨리 얻으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서원을 빨리 더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시방의 모든 법을 빨리 보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법의 근본 성품을 빨리 비치어 보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모든 장애를 빨리 없애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법계의 어둡지 않은 것을 빨리 관찰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속 때[內垢]를 빨리 씻으려는 금강 마음을 일으키며, 마왕의 군대를 빨리 꺾어 굴복시키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빨리 깨끗하게 뜻을 장엄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점점 가다가 나라소국에 이르러 대위맹성 신선을 두루 찾아 다녔다. 그러다가 아승기 나무로 무성하게 장엄한 큰 수풀을 보았다. 가지가지 잎새 나무는 가지가 무성하고 잎새가 어울리었고, 가지가지 꽃 나무는 가지와 잎이 성하게 퍼지어 번화하기 그지없고, 가지가지 과일 나무에는 과일이 탐스럽게 익었고, 가지가지 보배 나무에서는 마니 열매를 쏟아 내리고, 큰 전단 나무는 도처에 줄을 지었고, 여러 침수향 나무에서는 아름다운 향기를 항상 풍기고, 염부단 나무에서는 맛있는 과실이 항상 떨어지고, 기쁘게 하는 향 나무는 묘한 향기로 장엄하고, 파타라 나무는 꽃이 곱게 피고 향기가 자욱하여 사방에 돌려 있고, 니구타 나무는 키가 높이 솟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일산처럼 서리었고, 우발라꽃·파두마꽃·구물두꽃·분다리꽃 들이 간 데마다 활짝 피어 못과 시내를 장엄하였다.
이 때에 선재동자가 이 숲 속에 들어가니, 큰 전단 나무가 우뚝하게 섰는데, 가지가 번성하게 드리웠고 꽃과 잎이 대단히 무성하여 녹음이 한창 무르익었다. 대위맹성(大威猛聲) 신선이 이 나무 아래서 머리를 빗어 상투를 틀고 향기 짙은 풀을 깔고 앉았는데, 십천의 신선들이 앞뒤에 둘러 있었다. 그 신선들은 사슴 가죽을 입기도 하고 나무 껍질을 입기도 하고 가느다란 풀을 엮어서 몸을 가리기도 하여, 가지가지 의복을 입었고 상투고리[?環]는 귀 밑에 드리워 있었다.
선재동자는 보기가 무섭게 그 앞에 나아가 오체를 땅에 엎드리어 정성껏 절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이제야 참말 선지식을 만났구나.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문이니 나로 하여금 진실한 도에 들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수레니 나로 하여금 여래의 지위에 이르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배니 나로 하여금 지혜 보배 있는 섬에 가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횃불이니 나로 하여금 십력의 빛을 내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길이니 나로 하여금 열반 성에 빨리 들어가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등불이니 나로 하여금 옳고 그른 길을 분별케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다리니 나로 하여금 나고 죽는 강을 건너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일산이니 나로 하여금 자비의 그늘을 얻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나루니 나로 하여금 공덕의 언덕에 도달하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눈이니 나로 하여금 법의 성품의 문을 보게 하는 까닭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조수니 나로 하여금 기한에 맞추어 때를 잃지 않게 하는 까닭이로구나.”
이렇게 말하고는 땅에서 일어나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이같이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그 신선은 신선 무리들을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여러분들, 이 동자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소. 이 동자는 모든 중생에게 두려움 없음을 베풀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중생에게 이익을 주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중생에게 안락을 베풀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부처님의 지혜 바다를 관찰하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여래의 법 구름으로 그늘을 지으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부처님의 교법 바다에 노닐고자 하며, 이 동자는 모든 큰 지혜 등불을 켜고자 하며, 이 동자는 모든 자비의 구름을 일으키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감로의 법 물을 마시려 하며, 이 동자는 모든 큰 법 비를 내리려 하며, 이 동자는 지혜의 달로 세상을 널리 비치려 하며, 이 동자는 중생들의 번뇌의 독을 소멸하려 하며, 이 동자는 세간에 좋은 법의 서늘함을 베풀려 하며, 이 동자는 중생들의 모든 선근을 자라게 하려는 것이오.”
이 때에 신선 무리들이 이 말을 듣고 각각 훌륭한 향과 꽃으로 선재동자의 위에 뿌리고 몸을 엎드리어 절하고 수없이 돌면서 칭찬하며 찬탄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동자는 반드시 모든 중생을 구호할 것이며, 반드시 모든 지옥의 고통을 없앨 것이며, 반드시 축생 갈래를 영원히 끊을 것이며, 반드시 염라왕 세계를 길이 벗어날 것이며, 반드시 액난의 문을 잠글 것이며, 반드시 애욕의 바다를 말릴 것이며, 반드시 탐욕의 속박에서 벗어날 것이며, 반드시 중생의 고통 덩이를 소멸할 것이며, 반드시 무명의 어둠을 깨뜨릴 것이며, 반드시 복덕의 철위산으로 세간을 둘러싸서 편안케 할 것이며, 반드시 지혜의 수미산으로 세간에 공덕 지혜 더미를 나타내어 보일 것이며, 반드시 깨끗하고 걸림없는 지혜로 모든 선근의 법 곳간을 열어 줄 것이며, 반드시 중생들로 하여금 지혜의 눈을 뜨게 하여 세간을 밝게 보고 바른 도에 돌아가게 할 것이다.”
이 때에 대위맹성 신선이 여러 신선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들이여, 만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용맹하게 보살의 행을 행하며, 반드시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며, 반드시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며, 반드시 일체지의 도를 성취하리라. 이 선남자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니,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공덕 자리를 깨끗이 하리라.”
이렇게 말하고는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이길 이 없는 짐대 해탈문[菩薩無勝幢解脫門]을 얻었노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그 해탈문의 경계는 어떠하나이까?”
이 때에 대위맹성 신선은 오른손을 뻗어 선재의 정수리를 만지고는 선재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선재는 자기의 몸이 시방 백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세계에 가 있으며, 시방 백천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 계신 데 나아감을 보았고, 저 부처 세계와 모인 대중이 가지가지로 장엄함을 보았으며, 또 그 부처님들의 가지가지 몸매에 광명이 치성함을 보았으며, 또 저 부처님들이 중생들의 좋아함을 따라 법문을 말씀함을 들으니, 한 글자 한 구절을 모두 통달하여 부처님의 법을 따로따로 받아들이고 발명하는 뜻과 이치를 따로따로 기억하여 앞뒤의 차례가 조금도 섞이지 아니하며, 또 저 부처님들이 제도하려는 중생들의 가지가지 욕망과 근성을 따라 여러 가지 법문으로 각각 성숙시킴을 보며, 또 저 부처님들이 지나간 옛적에 가지가지 알음알이로 모든 서원을 깨끗이 함을 보며, 또 저 부처님들이 청정한 서원으로 모든 힘을 성취함을 보았다.
또 저 부처님들이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가지가지 차별한 몸을 나타냄을 보며, 또 저 부처님들의 큰 광명 그물의 가지가지 빛깔이 원만하고 깨끗함을 보며, 또 저 부처님들의 걸림없는 지혜로 도량에 모인 대중이 깨끗하게 장엄하였음을 보았으며, 또 자기의 몸이 모든 여래의 처소에서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바른 법을 받아 지님을 보겠는데, 어떤 부처님 처소에서는 하루 낮 하룻밤을 지내고, 어떤 부처님께는 이레 낮 이레 밤을 지내며, 혹은 반달을 지내고, 혹은 한 달을 지내며, 일 년·십 년·백 년·천 년을 지내고, 혹은 백천 년을 지내기도 하고, 억 년·백억 년·천억 년·백천억 년을 지내기도 하며, 혹은 아유다억 년·나유타억 년을 지내고, 혹은 반겁, 혹은 한 겁·백 겁·천 겁을 지내고, 혹은 백천억 아유다 나유타억 겁으로부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내기도 하던, 그러한 것을 모두 분명히 알아 통달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이길 이 없는 짐대 해탈의 지혜 광명이 비침으로 말미암아 비로자나장삼매의 광명을 얻고, 그지없는 지혜 해탈 삼매의 광명이 비치므로 모든 방위를 모두 거두어 여러 방소에 몸을 나타내는 다라니 광명을 얻고, 금강륜 다라니 광명이 비치므로 서늘한 경계 지혜 덩어리 삼매 광명을 얻고, 넓은 문 경계의 장엄장 반야바라밀 광명이 비치므로 부처님 원만 허공장삼매 광명을 얻고, 모든 부처님 계정혜(戒定慧) 법륜 삼매 광명이 비치므로 삼세에 다함 없는 원만한 지혜 삼매 광명을 얻었다.
신선이 선재동자의 손을 놓으니, 선재는 곧 자기의 몸이 다시 본래 있던 곳에 있는 것을 보았다. 신선은 선재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그대는 기억하는가?”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그러하나이다. 이것은 거룩하신 선지식의 힘이니 저로 하여금 잘 기억하여 분명히 드러나게 하나이다.”
선인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이길 이 없는 짐대 해탈문만을 아나니, 저 보살마하살들의 모든 훌륭한 삼매를 성취하여 어느 때에나 자재함을 얻은 일과 잠깐 동안에 부처님들의 한량없는 지혜와 미묘한 경계를 내는 일과 부처님 지혜로 장엄하여 세간을 두루 비추되 막힘이 없는 일과 잠깐 동안에 삼세의 경계에 들어가서 몸을 나누어 시방세계에 가는 일과 지혜 몸이 모든 법계에 들어가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앞에 나타나는 일과 깨끗한 광명을 놓아 사랑하고 즐겁게 하는 일과 그들의 근성과 수행을 관찰하고 이익케 하는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저들의 공덕과 저의 엄청난 서원과 세계를 장엄하는 일과 지혜의 경계와 삼매로 행하는 일과 저의 신통 변화와 해탈한 유희와 몸매가 제각기 다른 것과 음성이 아름다움과 지혜의 광명과 삼세의 경계와 몸이 여러 세계에 가는 것과 지혜가 널리 비치는 일과 즐거움을 따라 널리 나타나는 일과 때를 따라 이익케 함과 세속을 따르는 의식과 원만한 말로 연설하는 일과 저들의 깨끗한 행동과 저들의 광명으로 비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마을이 있으니 이름이 이사나(伊沙那)요, 거기 머무는 장소가 있으니 이름이 아야달나(阿野?那)요, 그 곳에 바라문이 있으니 이름이 승열(勝熱)이다.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