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이십송론(大乘二十頌論)
용수(龍樹) 지음
송(宋) 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1)불가사의(不可思議)한 성품을 가지신모든 부처님의 집착 없는 진실한 지혜에 귀의하옵니다.
모든 법은 말이 아니고 말이 아닌 것도 아니니부처님께서는 자비 때문에 잘 말씀하셨네.
제일의제(第一義諦)에는 발생이 없고수전[隨轉]2)부처님과 중생은 한 모습이니마치 허공과 같이 평등하네.
이 언덕과 저 언덕에는 발생이 없으나자성(自性)은 인연에서 발생하는 것이네.
그 모든 작용은 다 공(空하)니
일체지(一切智)3)1)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의 다른 판본에는 송(宋) 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이라 기술한 것이 있다. 시호(施護) 스님이 송나라에서 역경사업을 했으므로 송 서천 역경삼장이라 하는 것이 더 옳은 번역일 것이다. 2) 수전(隨轉)은 현행(現行, pravartate)을 말한다. 즉 현상의 존재계(存在界)를 말하는 것이다. 3) 일체지(一切智)는 산스끄리뜨어 sarvaja를 한역한 것이다. 일체를 아는 자란 뜻으로 즉 부처님을 말한다. 살바야(薩婆若)라 음역(音譯)하기도 한다.
오염 없는 진여(眞如)의 성품은둘 없고 평등하고 적정하니모든 법성(法性)과 자성(自性)에는그림자처럼 차별이 없네.
범부의 분별심은실체로서의 자아가 없는데도 자아에 대해 계탁하네.
그러므로 모든 번뇌[煩性]4)괴로움과 즐거움과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음 등을 일으키네.
세간의 늙음과 병듦과 죽음은괴롭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으니모든 업에 따라 결국 (六道에) 떨어지므로이것은 실로 즐거움이 존재하지 않네.
하늘[天趣]의 뛰어나고 미요한 즐거움과지옥의 극심한 고통은모두 진실한 경계가 아니네.
육도의 존재[六趣]는 항상 윤회하네.
중생의 미망된 분별과번뇌의 타오르는 불꽃에 의해지옥 따위의 세계에 떨어지니마치 들녘의 불길이 숲을 태우는 것과 같네.
4) 대정신수대장경의 다른 판본에는 번성(煩性)이 번뇌(煩惱)로 되어 있다. 의미상 번성보다 번뇌가 더 옮다고 여겨지므로 정정하여 번뇌로 옮기겠다.
중생은 본래 허깨비 같으나또다시 허깨비 경계를 받아들여불도[佛道]를 이루는 과정이 허깨비에 뒤덮여 있으니인연에 따라 발생함을 이해하지 못하네.
마치 세간의 화가가야차의 모습을 그려놓고자기 그림에 자기 스스로 두려워하는 것처럼이를 지혜 없는 자라 하네.
중생은 자기 스스로 번뇌[染]를 일으켜그 윤회의 원인을 짓고원인을 지은 뒤에는 결국 윤회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니지혜가 없기 때문에 해탈을 못하네.
중생의 허망한 마음은의혹의 때를 일으키니성품이 없는데 성질이 있다고 계탁하여괴로움 중에서도 아주 극심한 괴로움을 받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보고도 구제할 수 없었으니마침내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일으키시고그리하여 깨달음의 마음[菩提心]을 일으켜널리 깨달음의 수행 닦으셨네.
무상지(無上智)의 과보를 얻어세간을 관찰하시니분별에 얽매여 있었네.
그러므로 이익을 짓게 하였네.
발생하는 것과 이미 발생한 것에서모든 바른 참된 의미를 보시고나중에 세간이 공함을 관찰하셔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여의셨네.
생사(生死)와 열반[涅盤]5)이 두가지 모두 무아(無我)이니오염도 없고 또한 허물어짐도 없으니본디 청정하고 항상 적정하네.
꿈 속의 모든 경계가깨어나면 다 볼 수 없듯이지혜로운 자는 어리석음의 잠에서 깨어나면역시 삶과 죽음을 보지 않네.
우매하고 아둔한 자는결국 생사의 바다에 떨어져발생이 없는데도 발생이 있다고 계탁하여세간의 분별을 일으키네.
만약 발생이 있다고 분별하면중생은 이치에 맞지 않나니생사(生死)의 법에서영원[常] 즐거움[樂] 자아[我]에 대한 망상(妄想)을 일으키네.
이 온갖 것들은 오직 마음뿐인데
5)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의 다른 판본에는 열반(涅盤)이 열반(涅槃)으로 되어 있다. 열반(涅盤)보다 열반(涅槃)이 문맥상 맞으므로 열반(涅槃)이라 옮긴다.
허깨비 같은 형상을 잘 세워착한 업[善業]과 착하지 못한 업[不善業]을 지어좋은 삶과 좋지 못한 삶을 받네.
만약 마음의 바퀴를 소멸한다면모든 법이 소멸할 것이네.
이 모든 법은 무아(無我)이며모든 법은 다 청정하네.
부처님께서는 널리 세간의 법을 말씀하셨으니무명(無明)의 인연을 알아야 하리라.
만약 분별심을 일으키지 않으면모든 중생은 어디에서 생기는 것인가.
그 모든 법의 법성(法性)에서실로 한치의 법을 구할래도 얻을 수 없나니세간의 요술쟁이가 요술을 부리듯이지혜로운 자는 이처럼 알아야 하리.
생사윤회(生死輪廻)의 큰 바다에중생 번뇌의 물결 가득하니대승에 실려 운행하지 않으면마침내 저 언덕에 어찌 도달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