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경(目連經)

목련경(目連經)

《목련경(目連經)》은 석존의 십대제자 중 신통제일로 알려진 목련(목건련) 존자의 지옥순례기이다.

서양에는 단테의 《신곡(神曲)》이 있지만 불교에는 《목련경》이 있다. 《목련경》은 불교판 ‘신곡’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구성과 묘사가 세밀할 뿐만 아니라 무거운 업장을 짊어지고 지옥의 고통을 겪는 어머니를 구하려는 일념으로 지옥을 순례하는 아들 목련존자의 효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본 경전은 《우란분경(盂蘭盆經)》, 《부모은중경》과 함께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인간구원의 문제과 결부시켜 설하고 있는 대중 경전이라고 할수 있다.

청제부인의 악행

옛날 왕사성에 한 장자(長者)1)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부상(傅相)이라 했다.

그는 큰 부자여서 낙타, 코끼리, 말이 산과 들을 덮을 만큼 많았으며 창고에는 비단과 진주가 가득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빌려준 것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는 언제나 웃음을 머금고 말했으며 인정을 거슬림이 없어서 항상 육바라밀(六波羅蜜)2)을 닦았다. 어느 날 그는 갑자기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그들 부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이름은 나복(羅卜)이었다. 나복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삼 년 동안의 복(服)3)을 벗고 나서 어머니께 여쭈었다.

‘아버님이 계실 때에는 돈과 재물이 한없이 많았습니다만 지금은 창고가 비게 되었습니다. 저는 바라건대 돈을 가지고 외국에 가서 장사를 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하인 익리(益利)에게 창고의 돈을 가져오게 하여 계산해보니 삼천 관의 돈이 남아있었다. 이를 셋으로 나누어 천 관은 어머님께 드려 집안 일을 보전케 하고 또 천 관도 어머님께 드려 삼보(三보)4)를 공양하며 매일 백 명의 스님께 공양을 올리도록 하였다.

나머지 천관은 자신이 가지고 금지국(金地國)에 가서 여러 가지 장사를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떠난 후 모든 하인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잘 들어라. 우리집은 큰 부자이다. 만약 스님들이 우리집에 와서 교화를 펴려고 하면 몽둥이로 쳐서 목숨이 남아 있지 않도록 하여라.’

그리고 그 어머니는 아들이 삼보를 공양하라고 준 돈으로 돼지, 양, 거위, 오리, 닭, 개를 널리 사들여서 배불리 먹여 살찌운 후, 양은 기둥에 매어 피를 받고, 돼지는 묶어 놓고 몽둥이로 때리니 슬픈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부인은 여러 짐승들의 배를 갈라 간을 꺼내 귀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을 즐거움으로 누리고 있었다. 아들 내복은 일천 관을 가지고 외국에 간지 삼 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사십 리 떨어진 곳에 도착하여 성서쪽의 버드나무 밑에서 잠시 쉬면서, 하인 익리에게 집으로 먼저 돌아가 어머니께 말씀드리도록 했다.

‘만일 착한 인연을 지으셨다면 내가 이 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께 공양을 드리겠고 또 만일 악업을 지으셨다면 나는 이 돈으로 어머니를 위해서 널리 보시하는데 쓰겠습니다.’ 익리가 집으로 오는 것을 보자 하인 금지(金地)가 멀리서 보고 청제부인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지금 서방님께서 돌아오시고 계십니다.’

청제부인이 물었다.

‘네가 어떻게 내 아들이 돌아오는 것을 아느냐?’ ‘익리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서방님께서 돌아오신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인이 금지에게 말했다.

‘너는 즉시 나가서 문을 걸어닫고 익리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내가 곧 창고에 들어가 당번(幢幡)5)을 꺼내어 후원에 늘어놓고 삼보께 공양 올린 모양을 꾸며놓거든 그때를 기다려 문을 열고 익리가 들어오도록 하여라.’

이윽고 익리가 집에 들어오자 부인은 말했다.

‘나는 너의 내 아들이 함께 떠난 이후 집에서 날마다 오백승재(五百승齎)6)를 지냈다. 만약 믿을 수 없거든 후원 불당(?堂)으로 가서 내가 재를 올린 것을 보아라.’

익리가 후원 불당에 가 보니 수저는 이리저리 흩어져있고 향불의 연기는 아직도 타오르고 있었으며 사발과 대접들은 아직도 설거지가 안된 채로 쌓여 있었다.

익리는 급히 나복에게 달려가 말했다.

‘마님께서는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마님께서는 날마다 오백승재를 올리고 계셨습니다.’

나복이 익리에게 물었다.

‘그대가 그것을 어찌 아는가?’ ‘제가 집에 들어가 보니 수저가 이지저리 흩어져 있고 향을 사른 연기는 아직도 자욱하고 스님들도 방금 떠나신 듯 그릇들의 설거지도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복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기서 멀리 어머니를 향해 일천 배의 절을 하리라.’

나복은 집을 향해 일천 배의 절을 하고 있었다. 이때 동, 서 마을의 이웃과 친척들이 나복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환영하기 위해서 성문 밖까지 나왔다.

그들은 나복이 열심히 절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지금 이곳에는 부처님도 안 계시고 스님도 안 보이는데 무슨 절을 그렇게 하는가?’

나복이 대답했다.

‘나는 어머님께 부끄럽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집에 계시면서 삼보를 공경하고 매일 오백승재를 지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이웃 사람들이 말했다.

‘그대의 어머니는 그대가 집을 떠난 후 집에 스님들이 오면 몽둥이로 때려서 쫓았다.

또 공양을 올리라는 돈으로 돼지와 양, 거위, 오리, 닭, 개를 사서 잘 먹여 살찌게 한 다음 양은 기둥에 매달아 피를 흘리게 하여 동이에 받았고, 돼지는 묶어서 때리고 끊는 물로 튀기니, 그 비명소리가 사방을 진동하였을 뿐만 아니라 짐승의 배를 갈라 간을 꺼내어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환락을 삼았다네.’

나복은 이 말을 듣고 몸을 일으켜 땅에 부딪치니 온 몸에서 피가 흐르고 마침내 기절하여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성 밖으로 그를 맞으러 왔다.

아들이 땅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들이 손을 잡고 말했다.

‘아들아, 내가 맹세하는 말을 들어 보아라. 강물이 저렇게 넓고 커도 그 위에 출렁이는 파도가 있는 것처럼, 사람을 성공케 하는 사람은 적고 실패하게 만드는 사람은 많다.

만약 네가 집을 떠난 뒤로 너를 위하여 삼보께 오백승재를 지내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즉시 중병을 얻어 칠 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서 아비대지옥(阿鼻大地獄)에 떨어질 것이다. 나복은 어머니의 맹세가 너무 진실함을 믿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중병에 걸려 칠 일 만에 죽고 말았다.

나복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산소에 초암을 짓고 삼년 동안 고행을 닦았다. 낮에는 삼태기로 흙을 담아다가 어머니의 무덤에 흙을 더하고 밤에는 대승경전을 읽으니 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나복의 효성이 지극하여 아홉 가지 빛이 나는 사슴이 무덤 앞을 지나가기도 하고, 흰 학이 나타나 상서로움을 나타내며, 자오(慈烏,까마귀)8) 는 두 눈에서 피가 흐르기도 했으며, 여러 가지 새들이 흙을 물어다가 무덤 만드는 일을 돕기도 했다.

나복은 새들이 흙을 물어 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여 사람을 불러다가 불상을 조성하고 삼 년 동안 공양하다가 복(服)을 마치고 어머니의 무덤에 하직인사를 한 후 떠났다.

목련의 지옥 순례

나복은 그 길로 기사굴산(耆蛇窟山)9) 으로 가 세존(世尊)10)을 뵙고 말씀을 올렸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부모가 이미 다 돌아가시고 복(服) 입기를 마쳤습니다. 이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출가하고자 하옵니다. 어떠한 공덕이 있어야 하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복이여, 잘 왔도다. 만약 남염부제(南閻浮提)11)에서 한 사람의 남자, 한 사람의 여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출가하도록 인도하는 것은, 팔만사천의 부도(浮도)와 보탑을 조성하는 것보다도 훌륭하다. 이로써 이 세상에 살아있는 부모는 백 년 동안 복락을 누리며 칠대를 거슬러 올라간 조상까지도 마땅히 정토에 태어날진대 하물며 그대는 스스로 보리심을 발하였구나.’

부처님은 곧 아난에게 명하여 나복의 머리와 수염을 깎게하고 몸소 머리를 만져 수기(受記)13)를 하시고 이름을 고쳐 대목건련(大目?連)14)이라 부르시고 나의 십대제자 가운데 신통이 제일 이였다고 말씀하셨다.

목련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탑(보塔)을 넓고 크게 세운다면 어떠한 공덕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련이여, 보탑이 높고 크며 처마와 처마가 맞닿아서 범천까지 통할지라도 백 년 후에 부처님의 얼굴에 비가 새게 되면 당장 죄를 얻게 되지만, 출가의 공덕은 금강(金剛)과 같이 무너지지 않는 몸을 얻게 되느니라.’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하직인사를 드리고 산에 들어가서 도를 닦고자 합니다.’ ‘목련이여, 그대가 도를 닦고자 할진대 다른 곳에 가지말고 나를 따라 기사굴산에서 도를 닦도록 함이 어떤가?’ ‘부처님이시여, 산 속에 무슨 양식이 있어서 도를 배울 수 있겠습니까?’

‘목련이여, 산 속에는 호랑이와 새들이 있어서 매일 향기나는 광일을 물어다 공양해 주느니라.’ 목련이 이 말씀을 듣고 나서 발우를 던져 공중에 솟아올라 기사굴산의 빈발라암으로 갔다. 목련은 왼쪽 다리로 오른쪽 다리를 누르고 오른쪽 다리로 왼쪽다리를 누르며 혀를 입천장에 받치고 삼십삼천을 관하다가 그의 아버지가 화락천궁(化樂天宮)에서 하늘의 복을 누리고 있음을 보았으나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목련은 돌아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제 어머니께서 세상에 계실 때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날마다 오백승재를 올렸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죽어서 마땅히 화락천궁에 태어나셨을 것인데 천궁에는 어머니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어머니는 어디에 계시옵니까?’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목련이여, 그대의 어머니는 세상에 있을 때 삼보를 공양하지 않고 욕심을 부렸으며 수미산만큼이나 많은 악업을 쌓았기 때문에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느니라.’

목련은 이 말을 듣고 땅에 몸을 던지며 슬피 울다가 일어나 여러 지옥으로 돌아다니며 어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목련이 한곳의 지옥을 보니 남염부제의 중생들이 큰 방아에 찧여 몸이 천 토막으로 끊겨지며 피와 가죽이 어지럽게 흩어져서 하루에 만 번 죽고 만 번 살아나곤 했다. 목련이 슬퍼하면서 옥주(獄主)에게 물었다.

‘이 지옥에 있는 중생들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러한 괴로움을 받는가?’

옥주가 말했다.

‘이들은 모두 남염부제의 사람으로서 생전에 많은 중생들을 잘라 죽이고 남녀들이 함께 모여앉아 그 음식을 먹으면서 입으로는 그 맛이 좋다고 떠들고 즐기다가, 이제 지옥에 떨어져서 그 죄업을 달게 받고 있는 것입니다.’

목련이 다시 검수지옥(劍樹地獄)16) 에 이르러 보니 남염부제의 중생들이 칼이 돋아 있는 나무 끝에 매달려 손으로 칼나무를 붙잡으니 온 몸이 모두 갈라지고 또 발로 칼날을 밟으니 사지가 모두 갈라졌다.

목련은 슬퍼하며 옥주에게 물었다.

‘이 지옥에 있는 중생들은 전생에 무슨 죄업을 지었기에 이러한 괴로움을 받고 있는가?’ 옥주가 말했다.

‘이곳은 남염부제의 중생들이 인과를 믿지 않고 갖가지 중생들을 꼬챙이에 꿰어 구워서 남녀가 모여 함께 앉아 먹으면서 맛있다고 소리치다가 이제 지옥의 수중에 떨어져서 그 죄업을 달게 받고 있는 것입니다.’

목련이 다시 한 지옥에 이르러보니 그곳은 석합지옥(石합地獄)17)이었다. 두 덩어리의 큰 돌이 모든 죄인들을 갈아서 피와 살덩이가 흩어지고 있었다.

목련은 슬퍼하면서 옥주에게 물었다.

‘이 지옥에 있는 중생들은 전생에 무슨 죄업을 지었기에 이러한 고통을 받고 있는가?’

옥주가 말했다.

‘이곳은 개미와 벌레들을 많이 죽인 남염부제의 중생들이 지옥의 수중에 떨어져서 그 죄업을 달게 받고 있는 것입니다.’

목련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한 무리의 아귀(餓鬼)18)를 보았다.

그들의 머리는 태산만큼이나 크고 배는 수미산처럼 불렀다. 그러나 목구멍은 바늘구멍처럼 가늘었다. 그들이 걸을 때마다 오백 대의 수레가 구르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목련은 그 아귀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가?’

아귀가 대답했다.

‘저는 전생에 죽은 사람을 위해서 재를 올리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고 삼보를 공경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여러 겁 동안 좁쌀조차도 못 먹고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목련이 다시 회하지옥(灰河地獄)19)에 이르러서 보니 셀 수없이 많은 남염부제의 중생들이 잿물 속에서 밀려다니고 있었는데 온 몸이 데어서 타 들어가고 있었다.

그 중생들이 동쪽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동쪽 문으로 헤엄쳐 가면, 문득 동쪽 문이 닫히고서쪽문이 열린 것을 보고 서쪽 문으로 헤엄쳐 가면, 문득 서쪽 문이 닫혔다.

다시 남쪽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남쪽 문으로 헤엄쳐 가면 문득 남쪽 문이 닫히고, 북쪽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북쪽 문으로 헤엄쳐 가면 문득 북쪽 문이 닫혔다.

이렇게 물결을 따라 표류하면서 잠시도 쉬지 못했다.

목련이 슬퍼하면서 옥주에게 물었다.

‘이 지옥의 중생들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와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가?’

옥주가 대답했다.

‘이 지옥의 중생들은 전생에 달걀을 많이 삶아 먹었기 때문에 그 과보로 고통을 달게 받고 있는 것입니다.’

목련이 다시 한 지옥에 이르러 보니 그곳은 확탕지옥(?湯地獄)20)이었다. 남염부제의 중생들이 펄펄 끊고 있는 물속에 삶기고 있었다.

목련이 슬퍼하며 옥주에게 물었다.

‘이 지옥의 중생들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와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가?’

옥주가 대답했다.

‘이 지옥의 중생들은 남염부제의 중생들로서 삼보를 공경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큰 부잣집에 태어나서 뭇 생명 있는 목숨들을 삶아 먹었기 때문에 지금 지옥의 수중에 떨어져 그 죄업의 고통을 달게 받고 있는 것입니다.’

목련이 다시 한 지옥에 이르러 보니 그곳은 화분지옥(火盆地獄)이었다. 이 지옥의 중생들은 머리에 불이 가득 담긴 동이를 이고 두개골의 백 마디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목련은 슬퍼하며 옥주에게 물었다.

‘이 지옥의 중생들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와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가?’

옥주가 대답했다.

‘이곳의 남염부제 중생들은 생전에 짐승들의 골수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그 과보로 달게 받고 있는 것입니다.’

목련은 크게 소리를 내어 어머니를 부르며 말했다.

‘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날마다 오백승재를 열고 꽃과 음식을 정중하게 공양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하셨으니, 돌아가셔서는 마땅히 화락천궁에 태어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하여 천궁에도 보이지 않고 지옥에라도 계신다면 만나야 할 텐데 지옥에도 보이지 않으십니까?’

이때 지옥 속에 있던 팔만사천 명의 우두옥졸(牛頭獄卒)들이 서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문 앞에 산 사람의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이는 반드시 남염부제에서 새로 죄인들을 보내온 것이다. 내가 쇠창을 가지고 나가서 가슴을 찔러 잡아오리라.’

지옥문 앞에 있던 목련은 문득 깨달음이 있어 좌선 삼매에 들어 있었다. 옥주가 몇 번이나소리쳐서 부르자 선정으로부터 깨어났다.

‘스님은 누구이기에 우리 지옥문 앞에 와 있는 것입니까?’

목련이 대답했다.

‘저에게 화내지 마시오. 제가 여기에 온 까닭은 우리 어머니를 찾기 위한 것입니다.’

옥주가 다시 물었다.

‘누가 그대의 어머니가 이곳에 있다고 말했습니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우리 어머니가 이곳에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석가모니 부처님과 스님은 무슨 관계이십니까?’

목련이 대답했다.

‘그분은 우리 스승이시며 나는 그분의 제자 대목건련 입니다.’

옥졸이 이 말을 듣고 철창을 내던지며 예배하면서 말했다.

‘참으로 훌륭한 일입니다. 저는 오늘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는 제자의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어머니는 성이 무엇입니까? 내가 스님을 위해서 옥중에 있는 죄인들의 명부를 찾아보겠습니다.’

옥졸이 들어가 명단을 살펴보았으나 목련의 어머니의 이름이 없었다.

옥졸은 다시 목련에게 말했다.

‘방금 옥중에 가서 죄인들의 명단을 살펴보았으나 그런 이름은 없습니다. 이 앞에 아비지옥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보십시오.’

목련이 다시 앞으로 가다 보니 커다란 지옥이 있었다.

담의 높이는 만길이나 되고 검은 벽은 만 겹이나 둘러쳐져 있었다. 철망으로 지붕을 덮었고 그 위에는 네 마리의 큰 구리개가 있어서 입으로 항상 뜨거운 불길을 토하고 그 화염이 하늘로 무럭무럭 타오르고 있었다. 목련은 그 지옥의 문 앞에 가서 소리를 질러 천 번이나 불러 보았어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목련은 다시 돌아가 옥졸에게 말했다.

‘앞에 큰 지옥이 있습니다만 담의 높이가 만 길이며 검은 벽이 겹으로 둘러쳐져 있고 지붕은 철망으로 씌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대답하는 이가 없습니다.

옥졸이 대답했다.

‘그것은 스님의 법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그문이 열리게 하려면 부처님께 물어보아야만 합니다. 그것 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목련은 이 말을 듣자마자 발우를 던지고 하늘로 솟아올라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그는 부처님께 문안드리고 나서 물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큰 지옥에 가서 보니 담의 높이가 만 길이나 되고 검은 벽은 만 겹이나 되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대답하는 이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했다.

‘그대가 나의 열두 고리가 달린 석장(錫杖)23)를 짚고 내 가사(袈裟)24)를 입고, 내 발우를 들고 그 지옥문 앞에 가서 주장자를 세 번 흔들면 옥문이 저절로 열리고 자물쇠가 저절조 떨어지며 옥중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내가 짚던 주장자 소리를 듣고 잠시의 휴식을 얻을 것이다.’

목련이 부처님의 가사를 받아서 입고 손에는 부처님의 주장자를 짚고 지옥문 앞에 이르러 주장자의 고리를 세 번 흔들어 소리를 냈다. 소리가 나자 지옥문이 저절로 열리고 자물쇠도 떨어졌다. 목련이 아비지옥 속으로 들어가자 옥졸들이 막으며 말했다.

‘스님은 누구시기에 마음대로 이 문을 열었습니까? 이 문은 여러 겁 동안 열리지 않던 문입니다.

목련이 옥주에게 물었다.

‘문을 열지 않는다면 죄인이 어느 곳으로 들어옵니까?’

옥주가 말했다.

‘남염부제 중생들은 불효를 많이 행하며 오역죄(五逆罪)25)를 수없이 범하고 삼보를 공경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이 다 한 후에는 업의 바람[業風]에 불려와서 거꾸로 떨어져 내려올 뿐 문으로는 들어오지 못합니다.’

옥주가 다시 물었다.

‘스님은 이곳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가 특별히 이곳에 온 이유는 우리 어머니를 찾기 위한 것입니다.’ ‘누가 스님의 어머니가 이곳에 왔다고 했습니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우리 어머니가 이곳에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스님은 무슨 관계입니까?’ ‘바로 나의 스승이십니다.’ ‘스님의 어머니의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내가 안으로 들어가 명단을 살펴보겠습니다.’

목련이 대답했다.

‘왕사성에 살던 부상장자의 부인 청제부인으로서 이름은 유제사(劉第四)입니다.’

옥주는 지옥으로 들어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왕사성에 살던 청제부인 유제사여! 문 앞에 부처님의 제자로서 법명이 대목건련이라는 아들이 와 있다. 그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불가사의한 신통력이 있으니 만일 그 스님이 네 아들이라면 오래지 않아 지옥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 것이다.’

지옥에서 어머니를 만나다

옥주가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왕사성에 살던 청제부인이여! 왜 대답을 하지 않는가?’

그때 비로소 죄인이 대답했다.

‘옥주께서 저를 불러 다시 더 고통이 심한 곳으로 옮길 것이 두려워서 감히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죄인에게는 한 아들이 있었습니다만 스님이 된 적도 없고 이름도 대목건련이 아닙니다.’

옥주가 다시 밖으로 나와서 목련에게 말했다.

‘청제부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아들이 스님이 된 적도 없고 이름도 대목건련이 아니라고 합니다.’

목련이 말했다.

‘옥주께서는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제 어머니가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믿어 주십시오. 부모가 살아 계실 때 내 이름은 나복 이였으며 부모가 돌아가신 뒤 저는 부처님께 나아가 스님이 되어 불도를 깨닫고 이름을 대목건련이라고 고쳤습니다.’

옥주가 다시 목련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오늘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면 장차 무엇으로 우리의 은혜를 갚겠습니까?’ ‘오늘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신다면 여러 보살들을 모셔다가 대승경전의 법문을 설하여 옥주의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옥주는 지옥으로 다시 들어가 청제부인에게 말했다.

‘기뻐하라. 문 앞에 찾아 온 사람은 바로 나복이다.’

청제부인이 말했다.

‘나복이라면 바로 제가 이 작은 뱃속에 품었던 자식입니다.’

이때 옥주가 쇠창으로 죄인을 찔러 일으켜 세우고 못을 박아 땅에 쓰러지게 하자 온 몸의 털구멍에서 피가 흘렀다.

옥주는 다시 쇠칼을 씌우고 칼로 몸을 에워싸서 끌고 나와 아들과 서로 보게 한 후에 목련에게 물었다.

‘어머니를 알아보겠습니까?’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겠습니다.’

옥주가 다시 말했다.

‘바로 저 온 몸에 모진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 스님의 어머니입니다.’

목련이 어머니를 알아보고 크게 부르짖었다.

‘어머니! 어머니시여! 살아계실 때에는 날마다 오백승재를 올려 향화와 음식을 모두 법답게 했다고 말씀하셨으니, 돌아가셔서는 마땅히 화락천궁에 나셔야 할 것인데, 어찌하여 천궁에 계시지 않고 지옥의 고통 속에 계십니까? 소자는 날마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먼저 어머니께 올렸건만 어머니의 얼굴은 어찌하여 그렇게 야위셨습니까?’

어머니가 목련을 부르며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앞으로 영원히 너를 만나보지 못 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오늘 이 지옥문 앞에서 만나게 되었구나. 이 어미는 지옥에서 벌을 받기가 몹시 괴롭단다. 배가 고프면 밥 대신 쇠구슬을 먹고 목이 마르면 물 대신 구리즙을 마시면서 지내왔단다.’

말을 채 마치지도 전에 옥졸이 와서 청제부인을 불들어 세우고 긴 부젓가락으로 몸을 찔러 온 몸이 타들어가게 했다. 이때 같은 지옥에 있는 모든 죄인들이 말했다.

‘제 어미와 아들은 서로 만나보게 되었는데 우리는 어찌하여 그럴 기약이 없는가?’

옥주가 목련에게 말했다.

‘더 이상 죄인과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스님의 어머니는 다시 죄를 받을 시간입니다. 스님이 만일 어머니를 놓지 않으신다면 청제부인의 가슴을 철장으로 찔러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목련의 어머니는 옥주에게 끌려 지옥으로 들어가면서 소리쳐 말했다.

‘내 아들아! 나는 지옥의 고통을 참기가 무척 괴롭다. 부디 나를 지옥에서 구해다오.’

이때 목련의 왼발은 지옥 문지방 안에 두고 오른발은 밖에 둔 채 서 있다가 어머니가 괴로워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참을 수 없어서 머리를 기둥에 부딪치니 살과 피가 낭자했다.

목련이 옥주에게 말했다.

‘차라리 내가 어머니를 대신해 지옥의 고통을 달게 받고자 합니다.’

옥주가 대답했다.

‘스님의 어머니는 업력이 무거워서 비록 모자간이라고 할지라도 서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만약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하고자 한다면 부처님께 고할 수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목련은 이 말을 듣고 발우를 하늘로 던지고 높이 솟아올라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어머니가 지금 지옥에 떨어져 참지 못할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의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말했다.

‘목련이여, 내가 그대의 어머니를 구하겠노라. 내가 만일 그대의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다면 내가 오랜 겁 동안 지옥에 들어가 그대의 어머니를 대신하여 고통을 받으리라.’

이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比丘)26), 비구니(比丘尼)27), 우바새(優바塞)28), 우바이(優바夷)29)등 무수한 억만 명에 둘러싸여 허공에 몸을 나투시니 그 높이가 일곱 다라수(多羅樹)30)만 했다.

부처님이 미간에서 다섯 가지 색깔의 광명을 발하여 지옥의 어둠을 깨뜨리자 철상지옥(畛床地獄)은 변해서 연화좌(蓮華坐)가 되고, 검수지옥(劍樹地獄)은 변해서 백옥으로 만든 사다리가 되었으며, 확탕지옥(?湯地獄)은 변해서 부용지(芙蓉地)가 되었다.

우란분재의 구원력

그때 염라대왕(閻羅大王)31)이 찬탄하여 말했다.

‘참으로 거룩하도다. 이제 내가 친히 부처님께 예배하고 향을 사를 수 있겠구나! 어찌 이 세상에 부처님이 계심을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염라대왕은 옥졸들에게 분부하여 죄 갚음을 한 죄인들을 모두 풀어주고 하늘에 나게 하였다. 목련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죄인들이 하늘에 태어났습니다만 저의 어머니는 어느 곳에 탁생(托生)32)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했다.

‘그대의 어머니는 생전에 죄업이 깊고 무거우며 업장이 아직 다하지 않았으므로 대지옥에서는 나왔으나 다시 소흑암지옥(小紺闇地獄)33)에 떨어졌느니라. 여러 보살이 재를 올리고 남은 밥 한 발우를 그대에게 줄 테니 지옥으로 가서 어머니께 드리도록 하여라.’

목련은 발우를 들고 지옥으로 갔다.

발우 속에 담긴 밥을 본 목련의 어머니는 탐하는 마음을 고치지 못하고 오른손으로는 사람들을 막으면서 왼손으로 밥을 움겨 먹었으나 그 밥은 변하여 모진 불덩이가 되었다.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어떻게 하면 저의 어머니를 흑암지옥에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어머니를 흑암지옥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여러 보살들을 청해다가 대승경전을 읽고 외워야만 하리라.’

목련은 즉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여러 보살들을 청해다가 대승경전을 외웠다.

대승경전을 외우자 목련의 어머니는 흑암지옥에서 벗어나 다시 아귀로 태어나게 되었다.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의 어머니를 흑암지옥에서 벗어나 어느 곳에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옥에서 벗어나 아귀로 태어났느니라.’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머니께서 지옥에 계신 날이 오래 되었으므로 어머니를 모시고 향하수(향河水)가에 가서 물을 마시게 해드리고 배를 씻겨 드리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들이 물을 마시면 그것은 마치 향기로운 젖과 같고 스님들이 마시면 마치 단 이슬 같고, 십선인(十善人)34)이 마시면 능히 갈증을 면할 것이다. 그러나 그대의 어머니가 마시면 그 물이 뱃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불덩이로 변해서 뱃 속을 모두 불태우고 말 것이다.’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저의 어머니가 어귀의 과보를 면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보살들을 청하여 마흔 아홉 개의 등(등)을 켜며 뭇 산목숨을 놓아주고 당번(幢幡)을 만들어 장엄하면 그대의 어머니는 아귀의 과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목련은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여러 보살들을 청하여 마흔 아홉 개의 등을 켜고 뭇 생명을 놓아주며 당번을 만들어서 어머니가 아귀의 몸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의 어머니께서는 아귀의 몸을 벗고 어느 곳에 태어나셨습니까?’ ‘그대의 어머니가 비록 아귀의 몸을 벗기는 했으나 지금은 왕사성에 태어나 어미 개가되었느니라.’

목련은 곧 발우를 들고 왕사성으로 가서 그 개를 찾았다.

그 개는 멀리서 목련을 보자 달려와 뛰어 오르면서 말했다.

‘내가 너의 어미이고 너는 내 아들이다.’

목련은 어머니의 소리를 듣고 말했다.

‘어머니께서는 이제 개의 몸이 되어 고생을 하시는데 그전에 지옥에서 받던 고통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개가 목련에게 말했다.

‘내가 차라리 앞으로도 계속 개의 몸이 되어 사람의 음식 찌꺼기를 먹고살지언정 지옥이란 소리는 듣기조차도 두렵단다.’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머니가 개의 몸을 받아 고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개의 몸을 벗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목련이여, 칠월 보름날에 우란분재(盂蘭盆齎)35)를 베풀면 어머니는 개의 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목련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무슨 까닭에 십삼일, 십사일은 택하지 않고 반드시 칠월 십오일을 택하십니까?’ ‘목련이여, 칠월 십오일은 스님들이 여름 결제(하안거)를 해제하는 날이다. 기뻐하면서 한 곳에 모여 그대의 어머니를 제도하여 정토(淨土)에 나게 할 것이다.’

목련은 곧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시장에 나가 버들잎과 잣나무 가지를 사다가 우란분재를 베풀고 어머니를 개의 몸에서 벗어나게 하였으며 부처님 앞에 나아가 오백계(五百戒)_를 받도록 하였다.

그리고 ‘원하옵건대 어머니는 삿된 마음을 버리고 바른 길로 돌아가시옵소서’라고 발원했다. 이와같이 목련의 효심은 천모(天母)를 감동시켜 목련의 어머니를 영접하여 도리천궁(?利天宮)36)에 태어나게 하여 모든 즐거움을 받게 하였다.

또 목련은 효심을 드러내는 설법으로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였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서사하거나 받아 지니고 독송하면 삼세의 선망 부모와 칠대의 조상이 곧 정토에 왕생할 것이며 입고 먹는 것이 자연스럽게 갖추어지며 장수하고 부귀를 누릴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해 마치시자 천룡팔부(天룡八部)37)와 인비인(人非人)39)등은 크게 기뻐하며 믿는 마음으로 받들어 행하며 예배하고 물러갔다.

목련경 역주

1) 장자(長子, Sresthin) : 부호, 자산가로서 불교에 귀의하여 마음이 진실하고 언행이 바른 사람.

2) 육바라밀(六波羅蜜) : 대승불교의 수행자(보살)가 실천하는 여섯 가지 수행덕목, 바라밀은 범어 paramita의 음역으로서 지도(智度), 도피안(渡彼岸)이라고 하며 우리말로는 ‘저 언덕 (열반의 세계)으로 건너간다’는 뜻이다. 육바라밀이란 ① 공(空)의 이법을 체득하여 일체 중생에게 헌신하는 보시바라밀(布施바羅蜜) ② 불교의 윤리를 실천하는 지계바라밀(持戒 바羅蜜) ③ 인내하고 용서하는 마음의 수행인 인욕바라밀(忍辱바羅蜜) ④ 끊임없는 신심 과 끈기인 정진바라밀(精進바羅蜜) ⑤ 선(선)으로의 길, 선정바라밀(선定바羅蜜) ⑥ 지혜 의 완성, 반야바라밀(般若바羅蜜)이다.

3) 삼 년 동안의 복(服) : 삼 년 동안 상복을 입고 부모의 묘소 곁에 초막을 짓고 묘를 돌봄.

4) 삼보(三보) : 불교 신앙의 삼대 중심인 불법승(불法승)을 세 가지 보물에 비유한 것, 불교 신자가 신앙의 중심인 삼보에 귀의하는 것을 삼귀의(三歸依)라고 한다.

5) 당번(幢幡) : 법당을 장식하는 장엄도구. 당은 장대 끝을 용머리 형상으로 꾸미고 비단 깃발을 다는 것. 불보살의 지혜와 공덕을 나타내고 중생들을 이끌어 마군들을 굴복시킨 다는 표치. 번은 갖가지 교리를 상징하는 장엄물을 매달아 법당 안에 설치하는 장엄도구.

6) 오백승재(五百승齎) : 시주가 오백 명의 스님들을 아무런 차별없이 청하여 음식공양을 올 리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많이 행해졌으며 반승재(飯승齎)라고 한다.

7) 아비대지옥(阿鼻大地獄, Avici-raurava) : 아비는 쉴 틈이 없이 계속 고통받는다는 의미 에서 무간(無間)이라는 뜻. 즉 무간지옥이다. 가장 고통이 극심한 지옥으로서 이 지옥의 중생들이 고통에 못이겨 지르는 소리를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고 하여 요즘 우리말에서 도 쓰이고 있다.

8) 자오(慈烏) : 자오는 까마귀를 가르킨다. 까마귀 새끼는 자라서 그 부모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주므로 효성이 지극한 새라고 한다. 백거이(白居易)의 시(詩) 자오야제시(慈烏夜 啼詩)에는 ‘그 어미를 잃은 까마귀 까악까악 슬픈 소리를 토하네 (慈烏失具母 棍棍吐哀音) 라는 구절이 있다.

9) 기사굴산(耆사窟山, Grdhrakuta) : 석존 당시 마가다국의 수도 왕사성 부근에 있던 산. 이 산에는 독수리가 많이 살았으므로 취봉(鷲峰), 영취산(靈鷲山)이라 한다. 석존이 법화경을 설한 곳.

10) 세존(世尊, Bhagavat) : 부처님의 지혜와 덕을 나타내는 10대 명호의 하나로서 세간에서 가장 존귀하신 분이라는 뜻. 부처님의 10대 명호는 다음과 같다. ① 여래(如來) ② 응공 (?供) ③ 정변지(正邊知) ④ 명행족(明行足) ⑤ 선서(善逝) ⑥ 세간해(世間解) ⑦ 무상사(無上士) ⑧ 조어장부(調御丈夫) ⑨ 천인사(天人師) ⑩ 불세존(불世尊).

11) 남염부제(南閻浮提, Jambuvipa) : 남섬부주(南贍部洲)라고도 한다. 인도인은 이 세계가 수미산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이 산의 주변에는 구산(九山)과 팔해(八海)가 있고 그 일곱 번째 산의 주위에는 바다로 둘러싸인 네 개의 섬이 있다고 한다. 이 네 개의 섬을 사대주(四大洲)라고 한다. 동쪽에는 동승신주(東勝神州), 서쪽에는 서우화주(西牛貨 州), 북쪽에는 복구로주(北俱盧州), 남쪽에는 남섬부주(南贍部洲)가 있다고 한다. 이 남 섬부주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라고 한다.

12) 부도(浮도) : 고승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하는 석종(石鐘) 모양의 탑. 부도는 붓다를 가리 키는 범어 붓다(Buddha)의 전음(전音)으로서 후세에는 원래 탑을 뜻하는 스투파(Stupa) 의 의미로 사용되었음.

13) 수기(受記) : 부처님 또는 덕이 높은 보살이 중생에게 언제 꼭 성불하게 되리라는 예언 을 주는 것. 법화경 권3에 수기품(受記品)이 있다.

14) 대목건련(大目?蓮, Maha-maudglayana) :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 신통력이 제일 뛰 어났으므로 신통제일로 불리운다. 사리불과 함깨 부처님의 쌍수제자로 불리우는 그는 신 통력으로 많은 중생을 교화하였으나 그에게 적의를 품은 의도들에게 피살되었다고 한다. 신통력이 뛰어난 그였지만 전세의 숙업으로 그 과보를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목련경의 중심인물인 목건련은 초기불교 교단의 대목건련과는 다른 인물로도 보이는 데 목건련은 부처님의 시자 아난보다도 일찍 출가하여 교단의 중요 인물이 되었으므로 이 경에서 ‘아난에게 명하여 나복의 머리와 수염을 깎게 하고( )’는 앞뒤가 맞 지 않다. 또한 ‘세존께서 머리를 만져 수기(受記)를 하시고 이름을 고쳐 대목건련(大目?蓮)이라 부르시고 나의 십대제자 가운데 신통이 제일이었다고 말씀하셨다라는 본 경의 서술로 보 아 원래의 대목건련의 법명을 이은 제2의 목건련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본경의 내용과 같이 수많은 지옥을 드나들며 효성과 부처님의 도움으로 어머니를 구한다는 이야기는 반드시 뛰어난 신통력을 가진 주인공이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본경에서의 목건련은 적어도 신통제일의 대목건련이 가진 특성을 그대로 수용 하고 있는 인물이다. 화락천궁(化樂天宮, Nirmanarataya) : 육욕천(六欲天) 중의 제5천. 모든 것이 자연히 즐 거움으로 변화하는 하늘. ≪지도론(智度論)≫ 권9. ≪인왕경(仁王經)≫권 上. ≪구사론(俱 舍論)≫ 권11에서 설해지고 있다.

15) 검수지옥(劍樹地獄) : 대아비지옥에 속하는 18부지옥(副地獄) 중의 하나. 사방이 날카로 운 칼날로 뒤덮힌 나무에 매달려 고통받는다는 지옥.

16) 석합지옥(石합地獄) : 8지옥 중의 제3지옥인 중합지옥(衆合地獄)을 가리킴. 맷돌로 죄인 을 갈아 고통을 준다는 지옥. 석합지옥(石割地獄)이라고도 한다.

17) 아귀(餓鬼, Preta) : 생전의 탐욕으로 인한 과보로서 중생이 윤회하는 여섯 세계(六道 :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 천)중의 한 세계. 무엇을 먹더라도 곧 불덩이로 변해서 끊임 없는 기갈에 시달리며 그 생김새는 배는 큰데 비하여 목구멍은 바늘만 하다고 한다. 또 아귀에는 세 종류의 아귀가 있다고 한다. ① 아무것도 전혀 먹을 수 없는 무재아귀(無 財餓鬼) ② 인간이 버린 부정한 것만 조금씩 먹을 수 있는 소재아귀(小財餓鬼) ③ 호화 로운 건물이나 풍요로운 곳에서 인간과 함께 살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허덕이는, 영원히 불만의 세계에서 고통받는 유재아귀(有財餓鬼).

18) 희하지옥(희河地獄) : 대아비지옥에 속하는 18부지옥(副地獄) 중의 하나. 잿물의 바다에 서 표류하며 구원의 기대가 늘 좌절되는 고통을 받는다는 지옥.

19) 화탕지옥(火湯地獄) : 대아비지옥에 속하는 18부지옥(副地獄) 중의 하나. 큰 가마솥에 삶 겨지는 고통을 받는 지옥.

20) 화분지옥(火盆地獄) : 8대지옥 중 제6 초열지옥(焦熱地獄)의 다른 이름. 무시무시한 불길 이 온 몸을 태우며 죄인은 항상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이 담긴 동이를 머리에 이고 있어 야 한다고 함.

21) 우도옥졸(牛頭獄卒) : 소머리에 사람의 형상을 한 지옥의 간수. 소를 잡아 식용하는 인 류의 업보를 경계하고 터부를 상징한다.

22) 석장(錫杖) : 주장자라고도 하며 불교 수행자가 소지하는 지팡이의 일종. 길을 갈 때 물 의 깊이를 재거나 보행의 편리를 위해서 사용되었으나 금속으로 윗부분을 장식하고 고 리를 달아 소리를 냄으로써 벌레나 짐승들이 보행자의 발길에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구 실도 했음. 또는 스님의 위엄을 갖추는 장엄도구로써 사용된다.

23) 가사(袈裟, kasaya) : 스님의 법복으로서 복전의(福田依), 공덕의(功德依), 간색의(間色 依), 이진복(?塵服), 연화복(蓮華服)이라고 한다. 화려한 색깔의 천을 사용하지 않고 헌 헝겊을 주워다가 꿰매어 만들었으므로 분소의(糞掃衣)라고 한다. 가사에는 내의(內衣), 하의(下衣)를 뜻하는 안타회(安陀회)와 상의(上衣), 법의(法衣)를 뜻하는 울다라승(?多 羅승), 그리고 대의(大衣), 합의(合衣)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스님이 법문이나 포살, 외 출시에는 입는 정식법복인 승가리(승伽梨)가 기본으로서 여기에 발우(鉢盂)를 더해 삼 의일발(三衣一鉢)이라고 부른다. 삼의일발은 스님의 기본 소지품이다.

24) 오역죄(五逆罪) :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다섯 가지 큰 죄악. 부친을 살해하고, 모친을 살 해하며, 아라한을 해치고,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며, 화합승단을 파괴하는 행위.

25) 비구(比丘) : 범어 빅쿠 bhiksu에서 파생된 단어로서 ‘얻어 먹는다'( 士)는 뜻을 가지고 있다. 비구는 이십 세 이상의 남자로서 구족계(具足戒)를 수지한 정식 스님이다. 구족계 는 비구계라고도 하며 전부 250가지의 계율이 있다.

26) 비구니(比丘尼, bhiksuni) : 이십 세 이상의 여성으로서 348계를 수지한 여성수행자.

27) 우바새(優바塞, upasaka) : 출가하지 않고 세속에 살면서 불교에 귀의한 남자 신도.

28) 우바이(優바夷, upasika) : 출가하지 않고 세속에 살면서 불교에 귀의한 여자 신도.

29) 다라수(多羅樹) : 종려과에 속하는 식물, 인도, 미얀마, 스리랑카 등지에서 자란다. 나무 의 높이는 70∼80척으로서 고대 인도에서는 이 나무로 척도의 단위를 삼았다. 이 나무 의 잎은 넓고 단단하여 종이 대신으로 쓰였다. 여기에 경전을 썼으며 이를 패엽경(貝葉經)이라고 한다.

30) 염라대왕(閻羅大王) : 죽은 자의 세계, 즉 지옥의 세계를 지배하는 죽음의 신. 염라는 범 어 야마(Yama)의 음역.

31) 탁생(托生) : 어머니의 태에 의탁하여 태어나는 것. 또는 극락세계의 연화대를 태로 삼 아 극락에 왕생하는 것.

32) 소흑암지옥(小黑闇地獄) : 대아비지옥에 속하는 18부지옥(副地獄)의 하나. 칠흙 같은 어 둠 속에서 고통받는다는 지옥.

33) 십선인(十善人) : 몸과 말, 뜻〔身口意〕으로 열 가지 약을 범하지 않고 열 가지 선을 행하는 사람. 열 가지 선이란 ① 불살생(不殺生) ② 불투도(不偸盜) ③ 불사음(不邪淫) ④ 불망어(不忘語) ⑤ 불양설(不兩舌) ⑥ 불악구(不惡口) ⑦ 불기어(不綺語) ⑧ 불탐욕( 不貪慾) ⑨불진에(不瞋?) ⑩ 불사견(不邪見)을 가리킨다.

34) 우란분재(盂蘭盆齎) : 음력 칠월 보름 선망부모와 유주무주(有主無主)의 외로운 혼의 극 락왕생을 발원하며 베푸는 영가 천도의식. 우란분재는 거꾸로 매달린 듯한 고통을 받는 영가들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의식이다. 또한 우란분재는 백중, 백종이라고도 하며 불가의 사대명절 중의 하나이다. 음력 7월 15일은 승단의 하안거를 해제하는 날이며 대중 앞에서 그동안의 수행을 점검 하는 포살의 날이다. 이 우란분재를 지내는 음력 칠월 보름은 하루내내 절에서 목탁소 리가 끊이지 않고 올려나오는 날이다. 우란분재는 우리가 여러 생을 윤희하면서 기쁘고 슬픈 인연을 선망부모, 친지와 유주, 무주의 외로운 혼들의 명복을 빌고 감사함을 표시 하는 날인 것이다.

35) 도리천궁(?利天宮, Trayastrimsa) : 남섬부주 위의 수미산 제일 정상에 있다는 하늘. 33천이라고도 한다.

36) 천룡팔부(天龍八部) : 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부류의 무리, 천(天), 용(龍), 야차(夜叉), 건 달바(乾?바), 가루라(迦樓羅), 아수라(阿修羅), 마후라가(摩喉羅迦), 긴나라(緊那羅).

37) 인비인(人非人) : 사람과 사람 아닌 것. 여기선 부처님의 법회에 모인 대중을 천룡팔부 (天룡八部)와 인간을 가려서 부른 호칭이다. 한역 불전에서 인비인(人非人)이라고 번역되는 긴나라(緊那羅)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관음경(觀音經)에서도 긴나라(緊那羅)와 인비인(人非人)을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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