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6 장

02. 6 장

01. 출가한 자(수도승)에게 육신은 소중한가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출가한 자에게 육신은 소중합니까.

아닙니다. 출가한 자는 육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대들은 육신을 아끼고 사랑합니까.

대왕이여, 그대는 싸움터에 나가 화살에 맞은 일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있습니다.

대왕이여, 그런 경우 그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기름 약을 칠하고 붕대를 감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러했습니다.

그렇다면, 연고를 바르고 기름약을 칠하고 붕대로 감은 것은 그 상처가 소중해서였습니까.

아닙니다. 상처가 소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처의 살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그러했을 뿐입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출가한 자에게 육신은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출가한 자는 육신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청정한 수행(梵行)을 조성(助成)하기 위하여 육신을 유지합니다.

대왕이여, 세존께서는 ‘육신은 상처와 같은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출가한 자는 육신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육신을 상처처럼 보호합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육신은 끈적 끈적한 살갗에 덮인, 9개의 구멍이 있는 큰 종이와 같다.

부정(不淨)하고 악취(惡臭) 있는 것이 여기 저기서 흘러 나온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2. 부처님 가르침의 실천적 성격에 관하여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부처님은 모든 것을 아시고 예견하신 분입니까.

그렇습니다. 부처님은 모든 것을 아실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예견했습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어째서 제자들에게 비구 승단의 규율을 한꺼번에 제정하지 않으시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마련해 주었습니까.

대왕이여, 지구상에 모든 의약을 알고 있는 의사가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아마 있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의사는 이미 병들었을 때 환자에게 투약을 합니까, 아니면 앓기도 전에 투약을 합니까.

존자여, 병든 다음에 투약합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부처님은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예견하신 분입니다.

제자들에 대하여 때가 아닌 때에 익혀야 할 규율을 마련해 주시지는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이 생활하는 동안 필요성이 생겼을 때 범해서는 안 될 규율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3. 부처님이 가지신 32가지 위인의 특징에 관하여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부처님은 위인이 지니는 32 가지 신체상 특징(三十二大人相)을 갖추시고(具足), 80가지 부수적인 특징(八十隨形好)으로 빛나시며, 금빛과 같은 피부가 빛나며, 몸 주위에도 1 심(尋, 약 6 피이트) 거리까지 빛이 둘러 퍼져 있습니까.

대왕이여, 세존께서는 그러하셨습니다.

그 분의 부모도 그러하셨습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부모를 닮아 그렇게 태어나셨다고 해야 합니다.

아들은 부모 중의 어느 한 쪽과 같거나 비슷하거나 해야 합니다.

장로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잎이 백 개나 된 연꽃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있습니다.

그것은 어디서 성장합니까. 진흙 속에서나 물 속에서 성장합니다.

그렇다면, 그 연꽃은 색깔이나 향기나 맛이 자라난 연못의 진흙을 닮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색깔이나 향기나 맛이 자라난 물을 닮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부처님의 부모는 위인이 지니는 32 가지 신체상의 특징을 갖추지도 않고, 80 가지 부수적인 특징으로 빛나지도 않으며, 피부가 금빛으로 된 몸도 아니며, 몸 주위에 1 심 거리의 빛이 둘러 퍼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세존은 그대가 말한 것과 같이 신체상 여러 가지 특징을 가졌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4. 부처님은 지혜를 가지신 최고의 인격자다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부처님은 청정(淸淨)한 수행자(梵行者)였습니까.

그렇습니다. 부처님은 청정한 수행자였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러면 부처님은 범천(梵天)의 제자였습니까.

대왕이여, 그대는 훌륭한 코끼리를 가지고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그 코끼리는 전에 학의 울음 소리를 낸 일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코끼리는 학의 제자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범천은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까, 있지 않습니까.

지혜를 가지고 있는 분(有覺者)입니다.

대왕이여, 그렇다면 범천은 정말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5. 부처님은 계행(戒行)을 갖추신 최고의 인격자다.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원만하게 갖춘 계행(具足戒)은 훌륭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부처님은 원만하게 갖춘 계를 받았습니까. 아니면 받지 못하였습니까.

대왕이여, 세존께서는 보리수(菩提樹) 아래서 몸소 모든 것을 아는 지혜(一切知智)와 함께 원만하게 갖춘 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존이 불제자들에게 생활하는 동안 범해서는 안 될 규율을 마련해 준 것처럼, 딴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은 아닙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6. 인정을 초월하는 것과 진리를 사랑하는 정신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어머니가 죽어 우는 사람도 있고, 진리를 사랑해 울부짖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 두 사람 중 어느 쪽에 대하여 약이 있습니까.

대왕이여, 한쪽 사람에겐 세 가지 정념 즉, 탐욕(貪)과 노여움(嫌惡=瞋)과 미망(迷妄=癡)으로 타오르는 열뇌(熱惱)가 있으며, 또 한쪽 사람에게는 기쁜 마음으로 진리를 들어 얻는, 티없는 청량(淸凉)이 있습니다. 그런데, 청량과 정적(靜寂)은 약이 되지만, 열뇌와 정념(情炎)은 약이 될 수 없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7. 해탈을 얻은 사람의 생존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욕정(貪慾)으로 가득차 있는 사람과 무정을 비워 버린 사람 사이에는 어떤 구별이 있습니까.

한 쪽 사람은 탐착(耽着)에 의하여 압도되고, 한 쪽 사람은 압도되지 않습니다.

그 말은 무슨 뜻입니까.

대왕이여, 한 쪽 사람은 욕구하고, 한 쪽 사람은 욕구하지 않습니다.

존자여, 나는 이렇게 봅니다. 탐욕을 갖는 사람이나 갖지 않는 사람이나 다같이 굳은 음식이든 부드러운 음식이든 먹기 좋은 것을 바라고 맛있는 것을 바라지않습니까.

대왕이여, 탐욕을 떠나지 않는 사람은 맛에 대한 탐착을 가지고 음식과 맛을 즐기지만, 탐욕을 떠난 사람은 음식 맛을 감지할 뿐이오 탐착은 하지 않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8. 지혜는 어디 깃들고 있는가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지혜는 어디 깃들고 있습니까.

대왕이여, 아무 데도 깃들고 있지 않습니다.

존자여, 지혜는 없습니까.

대왕이여, 바람은 어디 살고 있습니까.

존자여, 아무 데도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은 없습니까.

잘 말씀하셨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9. 윤회란 생사의 연속을 말한다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가 말씀하신 윤회란 무엇을 뜻합니까.

대왕이여, 이 세상에 태어난 자는 이 세상에서 죽고 이 세상에서 죽은 자는 저 세상에서 태어나며, 저 세상에서 태어난 자는 저 세상에서 죽고, 저 세상에서 죽은 자는 다시 딴 곳에 태어납니다. 윤회가 뜻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어떤 사람이 잘 익은 망고를 먹고 씨를 땅에 심었다고 합시다.

그 씨로부터 망고 나무가 성장하여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다시 그 나무에 열린 망고를 따 먹고 씨를 땅에 심으면 다시 나무로 성장하여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망고나무의 계속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윤회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10. 상기 (想起=憶念)는 기억에 의존한다.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오래 전 과거에 행한 일을 상기하는 것은 무엇에 의합니까.

기억(記憶)에 의합니다.

우리가 상기하는 것은 마음(연속적 주체인 心)에 의하는 것이지 기억에 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왕이여, 그대가 잊어버린 일을 상기할 수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렇다면, 잊어버린 때에는 마음이 없습니까.

아닙니다. 그때에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왜 마음에 의하여 상기하는 것이지 기억에 의하여 상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까.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11. 기억(念)은 어디서 일어나는가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기억은 주관적 의식으로부터 자각적으로 일어납니까.

또는 외부로부터 시사(示唆)에 의하여 조성(助成)됩니까.

주관적 의식(自識)으로부터도 일어나고, 외부로부터도 조성됩니다.

그렇다면, 모든 기억은 근원적으로 주관적 의식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지 외부로부터 조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왕이여, 만일 외부로부터 조성되는 기억이 없다고 한다면 학습자(기술공)가 일이나 기술이나 학문에 관해서 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스승도 소용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조성되는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일이나 기술이나 학문에 관해서 해야 할 것이 있고 스승도 필요한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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