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2 행품(行品)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만약 어떤 보살이 현재에 염하기를, 일념으로 시방세계 부처님께 향하 고, 그 일념이 있으면 일체보살의 높은 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염불의 인연에 따라서 부처님을 향하여 염하는 마음이 어지럽지 않는 것 이니라. 지혜로와서 정진을 버리지 않고, 선지식과 더불어 공관(空觀)을 닦으며, 잠을 줄이고 모임에 가지 아니하며, 악지식을 피하고 선지식을 가 까이 하며, 정진이 흐트러지지 않고 음식은 만족할 줄을 알며, 의복을 탐내 지 아니하고 목숨을 아끼지 않아야 하느니라. 홀로 친족을 피해 고향을 떠나 평등심을 배우고 자비심을 얻어 행을 지 켜 번뇌를 떨쳐버리고 선정을 닦는 것이다. 물질[色]에 따르지 않으며, 오 온을 받지 않으며, 몸이 늙어감을 싫어하지 않으며, 사대(四大)에 메이지 아니하고, 뜻을 버리지 아니하고, 색을 탐하지 아니하며, 부정함을 알아서 시방의 사람을 버리지 않고, 시방의 사람을 구제하며, 시방의 사람을 헤아 려 나와 같이 생각하되 나의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일체의 욕망으로 인해서 계를 버리지 않고 공행을 익히며, 독경을 하고자 함에 있어서 계를 범하지 아니하며, 선정을 잃지 않으며, 불법을 의심치 않으며, 부처님에 대해서 논쟁하지 않으며, 불법을 저버리지 않으며, 비구승 을 산란케 하지 말지니라. 망어를 여의고, 덕있는 사람을 도우며, 어리석은 사람들의 세속적인 말 을 멀리 하여 즐기지도 들을려고도 하지 말 것이며, 불법에 대해서는 모두 즐거이 들을려고 해야 하느니라. 인연에 따라 생을 받아 태어나니 육미(六味)에 맛들이지 말며, 오해탈(五 解脫=五習)로 훈습하고, 십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십선을 익혀야 하느니 라. 아홉 가지 번뇌[九惱]를 밝히기 위하여 여덟 가지 정진[八精進]을 행하 며, 여덟 가지 게으름[八懈怠]을 버려야 하느니라. 여덟가지 방편[八方便]을 익히기 위하여 아홉 가지 사유[九思]와 여덟 가지 대도(大道: 八道家念)를 익혀야 하느니라. 또한 선법(禪法)만 듣기를 집착하지 말며, 교만하지 말며, 자만심을 버리 고, 설법을 듣고 경전의 가르침을 듣고자 하며, 불법 닦기를 원하여 세간의 이익에 따르지 말며, 자신의 몸만을 생각하지 말고, 시방의 사람을 여의고 홀로 깨달음을 얻기를 원하지 말며, 목숨에 집착하지 말고, 오온을 깨달아 서 번뇌에 끄달리지 말아야 하느니라. 소유에 따르지 아니하기 위해 무위를 구하며, 생사를 바라지 않으므로 몹시 생사를 두려워하여 오온을 도둑처럼 여기고, 사대를 뱀처럼 생각하며, 십이쇠(十二衰)를 공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오랫동안 삼계에 머무는 것이 안온하지 못하므로 무위를 얻는 것을 잊어 서는 안된다. 탐욕을 바라지 말며, 생사를 버리기를 원하고, 사람들과 다투 지 말며, 생사에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아니하면 항상 부처님 전에 나느니 라. 헤아려 생각하니 꿈과 같다. 믿음으로서 다시 의심하지 말며, 마음에 다 름이 없어야 한다. 일체의 과거나 미래나 현재의 일 등에 대한 생각을 없애 고 항상 제불의 공덕을 염하며 스스로 귀의하여 부처님께 의지해야 하느니 라. 정의(定意)에 있어서 자재함을 얻어 부처님의 육신의 모습에 따르지 말 며, 일체가 하나임을 헤아려 천하와 다투지 말고, 행함에 있어서도 다투지 말며, 인연에 의해 생을 받고 불지(佛地)에 의해 제도받느니라. 가히 법을 얻고 법을 얻었으면 공을 요달한 마음으로 사람을 헤아리니, 또한 유(有)도 아니고 멸(滅)도 아니며, 스스로 무위를 증득하여 지혜의 눈 [ 眼]으로 청정해지느니라. 일체가 둘이 아니며, 깨달은 마음은 중앙과 변방[中邊]이 없으며, 일체 의 부처님도 일념에 들고, 이 지혜를 의심함이 없으며, 능히 나무랄 데가 없 느니라. 스스로깨닳음을얻는까닭에 부처님의 지혜는다른사람을 의지하는것 이 아니며, 선지식을 만나면 부처님과 같이 여겨야지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 지니라. 일체시에 보살과 함께 있어 떠날 때가 없으므로 비록 일체의 마구니라 할 지라도 능히 움직일 수 없느니라. 일체의 사람이 거울 속에 있는 형상과 같이 일체 부처님을 뵙는 것도 그림과 같으니 일체에 법을 따라 행하면 청정한 보살행에 들어가느니라.’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러한 행법을 지켰으므로 삼매에 이르렀고, 곧 삼매를 얻으니 현재의 제 불이 모두 나투시었다[現在諸佛悉在前立]. ‘어떻게 하여야 현재제불실재전립삼매(現在諸佛悉在前立三昧)를 얻을 수 있겠는가 하면 이와 같느니라. 발타화여!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계를 온전히 지키고 홀로 한 곳에 머물러 서 마음으로 서방정토 아미타불을 염하되 마땅히 지금 현재 들은 바 대로 염해야 하느니라. 이 곳으로부터 천억만 불국토를 지나면 그 나라의 이름이 서방정토극락 세계[須摩提]라고 하느니라. 아미타불은 그 곳의 모든 보살 가운데에서 경 을 설하시고 계시며, 대중들은 항상 아미타불을 염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예컨대 사람이 잠이 들어 꿈 속에서 온갖 금·은·보배를 보고 부모·형제· 처자·친족·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았다. 꿈을 깨어나서 사람들에게 그것 을 이야기하고 난 후 스스로 눈물을 흘리며 꿈 속에서 본 바를 생각하는 것 과 같느니라. 이와 같느니라. 발타화보살이여! 어떤 사문이나 재가자가 서방 아미타부처님의 정토에 대한 이야기를 듣 고는 마땅히 그 곳의 부처님을 염하고 계를 어기지 말아야 하느니라. 일심 (一心)으로 염하기를 하루 밤낮이나 혹은 칠일 밤낮으로 하면 칠일이 지난 후에 아미타부처님을 친견하게 되는데 깨어 있을 적에 보지 못하면 꿈속에 서라도 친견하게 되느니라. 비유하면 사람이 꿈 속에서 보는 것과 같이 밤인지 낮인지 알지 못하고 안인지 밖인지도 알지 못하며, 어둠 속에 있으므로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 고 막혀 장애가 있다고 해서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라. 이와 같느니라, 발타화여! 보살이 마음으로 이러한 염을 행할 때에 제불의 나라 이름은 대산수미산 [大山須彌山]이라고 하며, 거기에는 어두운 곳이 있는데 모두 개벽되어 눈 에도 가림이 없으며 마음에도 걸림이 없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천안통을 가지지 않고도 꿰뚫어 보고, 천이통을 가지지 않고도 모두 들으며, 신족통을 가지지 않고도 그 부처님의 국토에 이르느니 라. 이 사바세계에서 목숨을 마치고 저 부처님의 국토에 태어나 아미타부처 님을 친견하는 것이 아니라 곧 이 사바세계에 앉아서 부처님을 친견하며 경전을 설하시는 것을 듣고 모두 수지하여 체득하며 삼매중에서 모두 잘 구족하여 이것을 사람들을 위해서 설하느니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은 타사리국(墮舍離國)에 수문(須門)7)이라는 기녀 (妓女)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또 어떤 사람은 아범화리(阿凡和梨)8)라는 기녀가 있음을 듣고, 또 어떤 사람은 우파원(優陂洹)9)이라는 기녀가 있다 는 소문을 들었다.
이 때에 제각기 기녀를 생각하였으나 그들은 아직까지 만나본 적이 없었 는데도 소문만 듣고 음란한 생각이 일어났다. 곧 꿈 속에서 각자 그 기녀의 처소에 갔으나 이 때 그들은 모두 왕사성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시에 생각하였으므로 각자 꿈 속에서 기녀의 처소에 가서 함께 잠을 잤는 데,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각자 그 일을 생각하는 것과 같느니라.’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세 사람에 대해서 말하리라. 만약 이 일을 가지고 사람들을 위해 경을 설한다면 이 지혜를 깨달아 불퇴전지에 이르르며 무상정진도(無上正 眞道)를 얻게 되리라. 그러한 후에 부처가 되어 그 이름을 선각(善覺)이라 고 하리라. 이와 같이 발타화여! 보살이 이 사바세계의 국토에서 아미타불에 대해서 듣고 끊임없이 생각 하면 그로 인하여 아미타불을 친견하게 되느니라. 부처님을 친견한 뒤에 묻 기를, ‘마땅히 어떠한 법을 지녀야 아미타불의 국토에 태어날 수 있겠습니 까’ 라고 하면, 아미타불께서 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나의 국토에 태어나 고자 하는 이는 항상 나를 끊임없이 염하되 염하기를 지켜 쉬지 않으면 이 와 같이 나의 국토에 태어나게 될 것이니라’ 라고 할 것이니라.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보살이 이와 같이 염불하므로 마땅히 아미 타불국토에 태어나느니라. 항상 이와 같이 불신(佛身)이 32상을 모두 구족 하여 광명으로 훤히 비추는데 무엇과도 비할 데 없는 단정한 모습으로 비구 승 가운데서 경을 설하며 경을 설함에 ‘색이 무너지지 않는다’ 고 염해야 할 것이니라. ‘색이 무너지지 않는다’ 라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 괴로움과 사상(思想)과 생(生)과 사(死)와 식(識)과 혼(魂)과 신(神)과 지수화풍(地水火風)과 세간 과 천상과, 그리고 위로는 범천과 대범천에 이르기까지 색이 허물어지지 않 는 것은 염불하기 때문에 공삼매를 얻느니라. 이와 같이 염불해야 하느니 라.’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보살이 삼매 중에서 증득한 자가 누구인가 하면 나의 제자인 마하가섭과 인저달보살(因??達菩薩)과 수진천자(須眞天子)와 그 때 삼매를 아는 사람 과 삼매를 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삼매를 증득한 자이다. 무엇을 증득했다고 할 것인가? 이 삼매를 증득하면 공삼매[空定]를 알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먼 옛날에 한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명호가 수파일(須波日)이라고 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황야[大空澤]를 헤메다가 음식을 구하지 못하여 목마르 고 굶주려서 누워 있었는데 잠이 들었다. 그는 꿈 속에서 감미롭고 향기나 는 음식을 먹었으나 꿈이 깬 후에 배가 고픔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일체의 모든 것은 다 꿈과 같다고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 사람이 공하다고 염한 까닭에 문득 무생법인[無所從生]의 법락(法 樂)을 얻어 불퇴전지[阿惟越致]를 체득(逮得)하였다. 이와 같느니라. 발 타화여! 보살이 향하는 곳에 현재의 부처님이 계신다는 것을 듣고 항상 그쪽을 향하여 부처님을 친견하기를 염하되 유(有)와 무(無)로써 염하지 말 고, 내가 서 있는 것이 공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부처님이 서 계시는 것 도 그와 같이 염하라. 진귀한 보배가 유리 위에 있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 도 시방의 무수한 부처님의 청정함을 보느니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멀리 다른 나라에 가서 고향의 가족과 친척과 재산을 생각하면 그 사람은 꿈 속 에서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친척을 만나보고 기뻐하며 함께 이야기 하는 것 과 같다. 꿈 속에서 본 것을 깨어나서 아는 이에게 말하기를, 내가 고향에 가서 나의 가족과 친척을 만나보았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보살도 이와 같느니라. 그가 향하는 곳의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 항상 그 쪽을 염하면서 부처님을 친견하고자 하면 보살은 모든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으니, 이는 진귀한 보물을 유리위에 올려 놓은 것과 같느니라. 비유하자면 어떤 비구가 죽은 사람의 뼈를 앞에 두고 보는 것과 같아서 때로는 푸르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희게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붉게 보이 기도 하고 때로는 검게 보이기도 하느니라. 그 뼈는 가져온 자도 없고 또 지금 여기에 뼈라는 것도 없으며, 본래부터 가져 온 적도 없는데 마음으로 생각을 지음으로 인하여 있게 된 것이다. 보살도 이와 같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인하여 삼매 중에 서서 어느 곳의 부처님이든 보기를 원하면 곧 보게 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와 같 느니라. 발타화여! 이 삼매는 불력(佛力)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삼매에 드는 자는 세 가지의 능력을 가지게 되느니 라. 부처님의 위신력과 부처님의 삼매력과 부처님의 근본공덕력을 가지게 된다. 이 세 가지의 능력 때문에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느니라. 비유컨대 발타화여! 젊은 사람이 단정하고 예쁘게 꾸며서 깨끗한 그릇에 좋은 삼기름[麻油]을 담거나, 좋은 그릇에 깨끗한 물을 담거나, 방금 닦은 거울이나, 티없는 수정에 자신의 모습을 보고자 하여 자신을 비추면 모든 것이 저절로 나타나는 것과 같느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 발타화여! 삼기름이나 물이나 거울이나 수정에 사람 이 저절로 나타난다면 참으로 그 모습이 밖으로부터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 고 할 수 있겠느냐?’ 발타화가 말씀드리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천중천(天中天)이시여! 삼기름이나 수정이나 물이나 거울이 깨끗하기 때문에 스스로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 모습은 역시 안으로부터 나온 것도 아니며, 밖으로부터 들어간 것도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착하고 착하도다. 발타화여! 그와 같느니라, 발타화여! 몸이 청정하면 비추어지는 것도 청정하여 부처님을 친견하고자 하면 곧 친견할 수 있느니 라. 부처님을 친견하였을 때 바로 여쭈면 묻는 즉시 대답하실 것이니라. 이 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생각하기를, ‘부처님은 어디에서 오 셨으며,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또한 스스로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온 바가 없고, 나도 갈 바가 없다.’ 또한 스스로 생각하기를, ‘욕계(欲界)·색 계(色界)·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는 뜻으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본다. 마음이 부처를 만들고 마음이 스스로 봄으로 마음이 부처이고 마음이 여래이며 마음이 나의 몸이니라. 마음이 부처를 보지만, 마음은 스스로 그 마음을 알지 못하며 스스로 마음을 보지 못한다. 마음에 망상[想]이 있는 것을 어리석음이라 하고, 마음에 망상이 없는 것을 열반이라 한다. 이 법은 즐거워할 것도 없다. 모두 망념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만일 망념이 없어지면 생각하는 자가 있더라도 또한 없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발타화여! 삼매중에 있는 보살이 보는 것도 이와 같느니라.’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음이 마음을 알지 못하니 마음으로 마음을 보지 말라.
마음에 망상을 일으키면 어리석고, 망상이 없으면 열반이라네.
이 법은 견고함이 없어 언제나 생각 속에 자리하나, 공함을 알고 보는 자는 일체 상념이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