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무량수경(佛說無量壽經) 02.하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저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중생들은 모두 반드시 성불이 결정된 정정취(正定聚)에 머물게 되느니라. 그 까닭은 극락에서는 성불하는 데 잘못 결정된 사정취(邪定聚)나 성불이 결정된 바 없는 부정취(不定聚)가 없기 때문이니라. 그리하여 항하강 모래 수만큼이나 무수한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님들도 모두 한결같이 무량수불의 위신력과 공덕이 불가사의함을 찬탄하시느니라.
그런데 어떤 중생이라도 그 명호를 듣고 신심을 내어 환희하는 마음을 일으키거나 내지는 한생각만이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회향하여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발원한다면 곧 왕생하여 불퇴전(不退轉)의 지위에 머물게 되느니라. 다만 5역죄(逆罪)를 저지른 자와 정법을 비방하는 자는 제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시방세계에 있는 여러 천신과 인간들로서 지극한 마음으로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데 무릇 세 가지 무리가 있느니라. 그 중에서 상배자(上輩者)란 출가하여 욕심을 버리고 사문이 되고 보리심(菩提心)을 일으켜 오로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무량수불을 염하며 여러 가지 공덕을 쌓아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니라. 이들 중생이 임종할 때는 무량수불께서 여러 대중들과 함께 그 사람의 앞에 나투시느니라. 그는 곧바로 그 부처님을 따라서 극락국토에 왕생하여 문득 7보로 된 꽃 가운데 자연히 화생(化生)하여 불퇴전의 지위에 머물게 되고 지혜를 갖추고 용맹하게 되고 신통력이 자재하게 되느니라.
그런 까닭에 아난아, 어떤 중생으로서 지금 세상에서 무량수불을 친견하고자 원하는 자는 마땅히 위없는 보리[無上菩提]의 마음을 일으켜 공덕을 닦고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원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중에서 중배자(中輩者)란 시방세계에 있는 여러 천신과 인간들로서 지극한 마음으로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여 비록 사문이 되어서 큰 공덕을 쌓지 못하였지만,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일으켜 오로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무량수불을 염하는 자이니라. 그리고 다소라도 선을 닦고, 계율을 받들어 지키며, 탑과 불상을 세우고 조성하며, 사문에게 밥과 음식을 공양하고, 부처님전에 비단 일산을 바치고, 등불을 밝히고, 꽃을 흩고 향을 사르느니라.
이와 같이 그 공덕을 회향하고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원한다면, 그 사람이 임종할 때는 무량수불께서 화신으로 그 모습을 나투시는데, 그 광명과 상호가 구족되어 실제의 부처님과 같은 모습으로 여러 대중들과 함께 그 사람의 앞에 나타나시느니라. 그러면 그는 곧바로 화현하신 부처님을 따라서 극락국에 왕생하여 불퇴전의 지위에 머물게 되니, 그 공덕과 지혜는 상배자 다음으로 수승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중에서 하배자(下輩者)란 시방세계에 있는 여러 천신과 인간들로서 지극한 마음으로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한다면, 설령 온갖 공덕을 짓지 못하였지만,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일으키고 오로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단 10념(念)만이라도 무량수불을 염하면서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원해야 하느니라.
혹은 심오한 법을 듣고 환희심으로 믿고 즐거워하여 의혹을 일으키지 않으며, 한생각만이라도 저 무량수불을 생각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니라. 이 사람이 임종할 때에 꿈결에서 부처님을 뵙고 왕생하게 되며, 그 공덕과 지혜는 중배자 다음으로 수승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무량수불의 위신력은 한량이 없어서 시방세계의 한량없이 많은 모든 부처님들께서 칭송하지 않고 찬탄하지 않으시는 분이 없느니라. 저 동방에 있는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불국토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러 보살들이 모두 무량수불께서 계신 곳에 와서 뵙고 공경하고 공양하느니라. 그리고 모든 보살들과 성문 대중들은 무량수불께서 말씀하시는 가르침을 듣고서 널리 중생을 교화하느니라. 남방과 서방과 북방과 그 사이의 방향인 4유(維)와 상하 역시 그와 같으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 게송을 읊으며 말씀하셨다.
동방에 있는 여러 불국토는
그 수효는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네.
그 국토의 보살들이
무량수불을 친견하네.
남방과 서방과 북방과 4유와
위쪽과 아래쪽도 그러하네.
그 국토의 보살들이
무량수불을 친견하네.
일체의 여러 보살들이
하늘의 미묘한 꽃과 향과 보배와
한량없는 하늘 옷을 가지고 와서
무량수불께 공양 올리네.
모두가 천상의 음악을 연주하고
온화하고 아름다운 노래 불러
가장 수승하고 존귀하신 부처님을 찬탄하며
무량수불께 공양 올리네.
신통과 지혜 모두 통달하여
깊은 법문에 들어 노닐면서
공덕장(功德藏)을 구족하니
미묘한 지혜는 비길 자 없네.
지혜의 태양이 세상을 비추고
생사의 구름을 없애 주니
보살들이 공경하여 세 번 돌고
위없이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하네.
장엄하고 청정한 국토를 보니
미묘하여 감히 생각하고 헤아리기 어려워
무상심을 발하는 인연으로
우리 국토도 그와 같이 되길 발원하네.
그 때에 무량수불[無量尊]께서
기쁜 얼굴로 은은한 미소를 지으시니
입으로부터 무량한 광명이 나와서
시방세계에 두루 비추네.
그 광명 돌아서 몸을 감싸고
세 번 돌고 다시 정수리로 들어가나니
일체의 천인 대중들
뛰고 솟으며 모두 함께 환희하네.
그 때 관세음보살이
옷깃 여미고 머리 숙여 여쭙기를
부처님께서 무슨 일로 미소지으시나이까?
바라옵나니 그 뜻을 설해 주소서.
우레와 같은 우렁찬 범음성(梵音聲)이여
여덟 가지 미묘한 소리로 널리 울려
마땅히 보살에게 수기[記]를 줄 것이니
이 말을 잘 명심하여라.
시방세계에 모인 저 보살들
내가 그들의 원하는 바를 모두 알고 있으니
지성으로 장엄하고 청정한 국토 발원하면
반드시 기별을 받아 미래에 부처 이루리라.
일체의 법이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으며
메아리와 같은 줄 밝게 깨닫고
온갖 미묘한 원을 만족시키면
반드시 그와 같은 국토를 이루리라.
법은 번개와 그림자 같음을 깨닫고
끝까지 보살도 닦아 행하여
여러 가지 공덕 두루 갖추고
반드시 기별을 받아 마땅히 성불하리라.
모든 법의 성품이 공하며
또한 무아임을 통달하여
오로지 청정한 불국토를 구하면
반드시 그러한 국토를 이루리라.
여러 부처님께서 보살에게 말씀하시니
안양국(安養國)의 부처님을 친견하고
법문 듣고 즐거이 받아 행하면
청정한 저 국토 하루 속히 얻으리라.
장엄하고 청정한 국토에 이르면
문득 재빠르게 신통력을 두루 갖추고
반드시 무량수불[無量尊]께 기별 받아서
위없는 깨달음 성취하리라.
저 부처님 본원력으로 말미암아
그 이름만 듣고도 왕생하길 원하는 자는
모두 다 빠짐없이 그 국토에 이르러
저절로 불퇴전(不退轉)의 지위에 오르리.
보살들이 지극한 원을 세워
자신의 국토도 안양국과 다를 바가 없기를 원하며
일체 중생을 제도하려 한다면
그 이름 시방세계에 두루 떨치리라.
수많은 부처님 받들어 섬기고
두루 여러 국토를 날아다니며
공경하고 환희하며 나아갔다가
되돌아서 안양국에 돌아오리라.
전생에 착한 공덕 못 쌓은 이는
이 경의 가르침 들을 길 없으며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는 자라야
부처님 바른 법문 들을 수 있네.
일찍이 부처님을 친견한 이는
곧바로 능히 이 일을 믿고
겸손하고 공경하여 듣고 받들어 실천하고
뛰고 솟으며 크게 환희한다네.
법문을 듣고서 결코 잊지 않으며
친견하고 공경하여 큰 경사 얻으면
그는 바로 나의 선한 친구이니
그런 까닭에 마땅히 발심하여라.
설령 세계를 가득 채우는 불이라도
반드시 뚫고 나아가 불법을 들으면
마침내 부처님 도를 이루어
생사를 헤매는 중생들 제도하리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국토의 보살은 모두 마땅히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이르게 되느니라. 그러나 본원(本願)에 따라 중생을 위해 크나큰 서원의 공덕으로 스스로 장엄하고 두루 일체의 중생을 제도하고 해탈시키고자 하는 보살들은 일생보처에 머무는 것에서 제외하느니라.
아난아, 저 불국토에 있는 여러 성문들은 몸에서 비치는 광명이 한 길[一尋]에 이르고 보살의 광명은 1백 유순(由旬)을 비추느니라. 그런데 그 중에서 두 보살이 가장 존귀한데 그 위신력과 광명이 두루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느니라.
이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두 보살의 명호는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분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라고 하고, 또 한 분은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이라고 이름하느니라. 이 두 보살은 그 국토에서 보살행을 닦았으며, 목숨이 다하자 화생(化生)하여 그 극락국에 태어났느니라.
아난아, 어떤 중생이든 저 국토에 태어나는 자는 모두 다 32상을 구족하고 지혜가 충만하며, 모든 법에 깊이 들어 요긴하고 오묘한 뜻을 끝까지 추구하여 깨닫고, 신통력이 자재하며, 6근이 밝고 예리하리라. 그러므로 아무리 우둔한 근기를 지닌 자라도 두 가지 인[二忍 : 음향인·유순인]을 성취하고, 그 중 근기가 수승한 사람은 가히 헤아릴 수 없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으리라.
또한 그 보살은 성불할 때까지 다시는 3악도에 나는 일이 없고 신통력이 자재하고 항상 숙명통을 얻느니라. 다만 일부러 타방의 5탁악세(濁惡世)에 태어나 중생들과 같은 모습을 나투고자 하는 자는 극락국토에 왕생하는 것에서 제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저 국토의 보살들이 아미타불의 위신력에 힘입어 한 번 식사하는 사이에 시방의 헤아릴 수 없는 세계를 다니면서 모든 부처님을 뵙고 공경하고 공양하느니라.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에 따라서 꽃, 향, 기악과 일산, 당번 등 무량무수한 공양 도구가 저절로 나타나느니라.
이러한 것들은 생각하는 대로 즉시 나타나는데[應念卽至], 진귀하고 미묘하고 수승하고 특이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곧바로 이것들을 여러 부처님과 보살과 성문 대중에게 받들어 뿌리면 허공에서 변화하여 꽃과 일산으로 변하고, 그 광명은 휘황찬란하며 그 향기는 두루 모든 곳에 풍기느니라.
그 꽃의 주위의 둘레가 4백 리인 것이 있고 이와 같이 계속 배가하여 삼천대천세계를 뒤덮는 것도 있느니라. 공양이 끝나면 앞뒤의 차례대로 자연히 사라져 가느니라.
그곳의 모든 보살들은 다 같이 기뻐하며 허공에서 함께 천상의 음악을 연주하고 미묘한 소리의 노래로써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받아서 한량없이 기뻐하느니라. 이렇듯 부처님께서 공양을 올리고 나서 보살들은 미처 식사를 끝내기도 전에 홀연히 가볍게 날아서 극락세계로 돌아오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무량수불께서 여러 성문과 보살 대중들을 위하여 두루 법을 말씀하실 때 모두 다 7보로 된 궁전에 모이게 하여 널리 가르침을 선양하고 오묘한 법을 연설하시니, 환희하고 마음이 열려서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이가 없느니라.
이 때에 사방으로부터 자연히 미풍이 불어와서 널리 보배 나무를 스치면 다섯 가지 소리가 울려 퍼지고, 헤아릴 수 없이 미묘한 꽃을 비 오듯 흩날리느니라. 이와 같이 자연의 공양이 끊어지지 않고, 모든 천신들도 천상의 백천 가지의 꽃과 향, 그리고 만 가지의 악기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과 여러 보살들과 성문 대중들에게 공양하고, 널리 꽃과 향을 흩뿌리고 여러 가지 음악을 연주하느니라. 이처럼 앞뒤를 번갈아 가면서 공양하는데, 그 때의 즐거움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극락세계에 태어난 여러 보살들은 법을 설할 수 있는데, 언제나 바른 법을 선양하며, 부처님의 지혜를 따름에 있어 그릇됨이 없고 모자람도 없느니라. 그리고 그 불국토에 있는 모든 만물에 대해서 내 것이라는 마음이 없고,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도 없느니라. 가고 오고 나아가고 머무름에 있어서 조금도 감정에 묶이는 바가 없이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하느니라.
또한 친한 이나 서먹서먹한 사이도 없으며, 너와 나라는 간격이 없고, 다툼도 없으며, 시비 또한 없어 모든 중생들을 대자비로 이익되게 하는 마음이 가득하니 부드럽고 온화하게 조복시켜 원한의 마음이 없느니라.
그리하여 번뇌를 여의고 청정하여 싫증내거나 게으른 마음이 없으며, 평등한 마음[等心]과 수승한 마음[勝心], 깊은 마음[深心]과 안정된 마음[定心], 법을 사랑하고[愛法心], 법을 즐기며[樂法心], 법을 기뻐하는 마음[喜法心]뿐이니라.
모든 번뇌를 멸진하여 악취의 마음을 여의고 모든 보살행을 닦아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구족하고 성취하느니라. 그들은 깊은 선정과 여러 가지 6신통(神通)과 3명(明)과 지혜를 얻고, 그 뜻은 7각지(七覺支)에 머물러 마음은 불법을 닦느니라.
육안(肉眼)은 청정하고 밝아서 분명하게 보지 못하는 바가 없고, 천안(天眼)에 통달하여 보는 데 한량없으며, 법안(法眼)으로 여러 현상계의 이치를 관찰하여 도를 성취하고, 혜안(慧眼)으로 진리를 보고 능히 피안에 이르며, 불안(佛眼)을 구족하여 법성을 깨닫느니라.
그리고 보살들은 걸림없는 지혜[無碍智]로써 중생들을 위하여 널리 설하며, 삼계(三界)가 본래 공하고 무소유임을 관찰하여 뜻은 오로지 불법을 구하는 데만 두고, 여러 변재를 구족하여 중생의 번뇌로 인한 걱정거리를 없애느니라.
보살은 본래 진여(眞如)로부터 태어났기 때문에 진여와 같이 생멸이 없는 여여(如如)함을 알고 있으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갖가지 방편을 베풀며, 또한 세속의 속된 말을 좋아하지 않고, 언제나 정법의 진리만을 즐겨 말하느니라.
또한 여러 가지 선의 근본을 닦고 마음은 항상 부처님의 도를 숭상하며, 일체의 법이 모두 적멸함을 깨달아 육신[生身]과 번뇌 두 가지를 함께 여의었느니라. 그래서 심오한 불법을 들어도 마음에 의혹을 품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결같이 올바르게 수행하느니라.
그리고 그 보살들의 대자대비는 심원하고 미묘하여 보살피지 않는 중생이 없으며, 일승법(一乘法)을 끝까지 밝혀서 피안(彼岸)에 이르도록 인도하느니라. 이렇듯 보살들은 이미 의혹의 그물을 결정코 끊었으므로 지혜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남김없이 아느니라.
또한 보살의 지혜는 큰 바다와 같고 삼매는 수미산과 같이 고요하여 동요가 없으며, 해와 달보다도 더 밝은 지혜 광명은 청정하고 결백한 불법을 원만히 갖추었느니라. 그래서 보살들의 마음은 마치 하얀 눈의 설산과 같아서 모든 공덕을 평등하게 비추고, 또한 마치 대지와 같아서 청정하거나 더러운 것, 좋고 나쁘고의 차별심이 없으며, 또한 마치 청정한 물과 같아서 번뇌의 여러 가지 때를 씻어내고, 또한 마치 타오르는 불과 같아서 일체 번뇌의 풀섶을 태워 없애며, 또한 마치 큰 바람과 같아서 모든 세계에서 일어나는 장애를 없애 버리고, 또한 마치 허공과 같아서 일체의 존재에 대해서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또한 마치 연꽃과 같아서 여러 세간에 있어서 더러움에 오염되는 일이 없으며, 또한 마치 대승(大乘)과 같아서 여러 중생들을 태우고 생사의 바다를 벗어나게 하며, 또한 마치 두터운 구름과 같으니 법의 우레를 떨쳐 깨닫지 못한 중생을 깨우쳐 주고, 또한 마치 큰비와 같아서 감로법(甘露法)을 내려 중생들을 윤택하게 하며, 또한 마치 금강산과 같아서 여러 마군과 외도들도 방해하지 못하며, 또한 마치 범천의 왕과 같아서 모든 훌륭한 법 가운데 으뜸이 되며, 또한 마치 니구류(尼拘類) 나무와 같아서 널리 모든 것을 덮어주며, 또한 마치 우담발화와 같아서 희유하여 만나기 어려우며, 또한 마치 금시조(金翅鳥)와 같아서 외도들을 위엄으로 조복시키고, 또한 마치 날아다니는 새와 같아서 모아 두거나 쌓아 두는 것이 없으며, 또한 마치 황소의 왕과 같아서 능히 그를 이길 자가 없으며, 또한 마치 코끼리의 왕과 같아서 삿된 무리들을 조복 받으며, 또한 사자 왕과 같아서 두려워할 바가 없으며, 그리고 넓은 것이 허공과 같아서 대자대비를 평등하게 베풀며, 또한 질투심을 모조리 끊어 버렸으므로 남을 이기려고 하지 않으며, 오로지 법을 즐거이 구하여 마음에 싫어하거나 만족함이 없고, 항상 법을 널리 설함에 있어서 피로해 하거나 권태로워함이 없느니라.
그래서 보살들은 항상 진리의 북을 치고, 불법의 깃발을 세우며, 지혜의 태양을 비추어 중생들의 어리석음을 제거하고, 6화경(六和敬 : 身和敬, 口和敬, 意和敬, 戒和敬 見和敬, 利和敬)을 닦아서 모든 중생들과 화합하며, 언제나 법보시(法布施)를 행하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그 마음이 물러나거나 나약한 생각이 없느니라.
또한 보살들은 세간의 밝은 등불이 되어 가장 수승한 복전(福田)이 되고, 언제나 중생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차별이 없으며, 오로지 바른 진리만을 좋아하며, 달리 기뻐할 것을 찾지 않느니라. 여러 가지 탐욕심을 뽑아내고 모든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므로, 그 공덕과 지혜가 수승하여 존경하지 않는 이가 없느니라.
보살들은 세 가지 더러움의 장애[三垢障]를 없애고 온갖 신통력에 자재하며, 원인의 힘[因力], 연의 힘[緣力], 의지의 힘, 서원의 힘, 방편의 힘, 변하지 않는 힘, 선행의 힘, 선정의 힘, 지혜의 힘, 다문(多聞)의 힘,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六波羅蜜]의 힘,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관찰하는 힘과 6신통의 힘, 3명(明)의 힘, 법답게 중생들을 조복 받는 힘 등 이와 같이 일체의 힘들을 구족하고 있느니라.
또한 보살들은 그 몸매와 상호와 공덕과 변재를 두루 구족하고 장엄하여 그것과 비길 만한 것이 없으며, 그들은 무량한 제불을 항상 공경 공양하며, 여러 부처님들도 함께 보살들을 칭찬하고 찬탄하시느니라.
보살은 모든 바라밀을 끝까지 성취하고, 공삼매(空三昧)·무상삼매(無相三昧)·무원삼매(無願三昧)와 나고 멸함이 없는 삼매 등 모든 삼매문을 닦아서 성문과 연각의 지위를 멀리 여의었느니라.
아난아, 저 모든 보살들은 이와 같이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느니라. 나는 단지 그대를 위하여 간략하게 말하였을 뿐, 만일 자세하게 말한다면 백천만 겁에도 그 끝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과 여러 천신 및 인간들에게 말씀하셨다.
“극락국토에 있는 성문과 보살들의 공덕과 지혜는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또한 그 국토가 미묘하고 안락하며 청정한 것도 지금까지 말한 바와 같으니라. 그러니 어찌하여 중생들은 힘써 선을 행하고, 부처님 도의 순응함을 믿어 상하 귀천의 차별 없이 평등하고 또한 막힘 없이 통달하여 자유로운 생활을 구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각자 열심히 정진하고 노력하여 스스로 구하면, 반드시 윤회의 고리를 끊고 안양국(安養國)에 왕생하여 단번에 5악취(惡趣)를 여의게 되고, 악도가 저절로 닫히며, 성불의 도에 오르게 되느니라.
그런데 가기 쉬운 극락에 가는 사람이 없구나. 그 나라에 가는 일은 어느 누구도 거역하거나 방해하지 않으며 자연히 이끌려서 가게 되느니라. 그런데 어찌하여 세간의 일을 버리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성불의 덕을 구하지 않는가? 극락세계에 왕생하면 한량없는 수명을 얻고 지극한 즐거움이 끝이 없느니라.
그러나 세간의 사람들은 저속하여 급히 닦아야 할 성불의 길은 뒤로 미루고, 하잘것없는 세속 일에 골몰하여 서로 다투느니라. 그들은 세상의 모진 죄악과 심난한 고통 속에서 다만 자신을 위하여 생활에 허덕이고 있느니라. 그래서 신분이 존귀한 자도 없고, 비천한 자도 없고, 빈한한 자도 없고, 부유한 자도 없으며, 젊었거나 늙었거나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관계 없이 모두가 돈과 재물 때문에 시름하며, 가진 자이거나 못 가진 자이거나 모두 같으니라.
그리하여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고통스런 생각을 거듭 쌓고, 마음으로 헛되이 욕심을 부려 편안한 때가 없느니라. 그래서 논밭이 있으면 논밭 때문에 걱정하고, 집이 있으면 집을 걱정하고, 소나 말 등 6축(畜)과 노비, 돈, 재물, 옷, 음식, 세간살이에 이르기까지 이것저것 걱정 아닌 것이 없으며, 생각을 거듭하여도 한탄을 계속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느니라.
때로는 뜻밖의 수재나 화재, 도적의 환난을 만나고 원한이 있는 집안이나 빚쟁이를 만나 재물을 태워 버리거나 떠내려보내고 빼앗기기도 하며 흩어져 없어지느니라. 이로 인한 근심으로 응어리져 가슴에 맺히고 해소되지 못하며, 또한 분한 마음이 맺혀 있어 걱정과 고뇌를 여의지 못하며, 그 마음과 생각이 굳게 들어앉고 굳어서 헤어나지 못하느니라.
혹 재난으로 몸이 상하여 목숨을 다하게 되면 재물은 고스란히 버리고 떠나야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죽음까지 따라가는 것이 없느니라.
이는 존귀하거나 부유하더라도 역시 그러한 환난이 있기 마련이며, 근심과 두려움은 끝이 없으니, 결국 갖가지 근심과 두려움은 마치 어둠 속이나 불 속의 괴로움과 같으니라.
그런데 가난하고 천한 사람은 궁핍하여 항상 가진 것이 없어서 논밭이 없으면 또한 걱정하며 밭을 가지려 하고, 집이 없으면 집을 가지려 하고, 소와 말 등 6축과 노비, 돈, 재물, 옷, 음식과 세간살이가 없으면 또한 그것을 가지려고 걱정하느니라.
마침내 한 가지가 있으면 다른 하나가 부족하고,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부족하여 이것저것을 다 가지려고 애를 쓰다가 어쩌다 간혹 다 갖추어도 곧 다시 잃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다시 구하려고 해도 때에 맞추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라. 의도하고 생각해 본들 아무런 이익이 없고, 몸과 마음이 피로하니, 앉으나 서나 불안하고 근심이 끊이지 않느니라.
그리하여 그 근심과 고통이 끝이 없으니, 마치 얼음을 안고 불을 품고 있는 것과 같으니라. 그리고 그러한 괴로움과 근심 때문에 몸을 상하고 목숨을 잃기도 하나니, 평소에 착한 일을 행하거나 진리를 닦거나 공덕을 쌓지도 못한 채 수명이 다하여 죽어서 홀로 저승길을 가게 되며, 윤회하여 악도에 떨어지더라도 그 선악의 길마저도 모르고 가게 되느니라.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여, 어버이와 자식, 형제, 부부와 가족, 그리고 안팎의 친척간에는 마땅히 서로 공경하고 사랑해야 하며, 서로 미워하거나 질투하는 일이 없어야 할지니, 있고 없는 것을 서로 도와 탐하거나 인색하게 아끼는 일이 없어야 하며, 말과 안색은 항상 부드럽게 하여 서로가 거스르지 말아야 하느니라.
혹 어떤 때에는 서로 다투어 화내고 분노하는 일이 있어 비록 금생에 원한이 적고 미워하는 정도가 사소해 보일지라도, 내세에는 그 마음이 커져 큰 원수가 되고 마느니라. 왜냐 하면 세간의 일은 문득 서로 미워하고 괴롭혀도 당장 사이가 깨어지지 않지만, 금생에 이를 풀지 못하고 죽으면서 자연히 독을 품고 분노가 쌓여 치솟는 화가 자연히 깊게 새겨지고 자라나서 여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 생에는 다 함께 같은 세상에 원수로 태어나서 서로 앙갚음을 하게 되느니라.
사람은 세간의 애욕의 바다에 홀로 태어났다가 홀로 죽는 것이며, 홀로 가고 홀로 오느니라. 자기가 지은 고통과 즐거움은 스스로 감당할 뿐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사람이 없느니라. 선함과 악함이 변화하여 재앙과 복덕이 서로 달리하여 그 과보는 이미 엄격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마땅히 홀로 받아야 하느니라. 그래서 착한 일을 행한 사람은 몸을 바꿀 때 행복한 처소에 태어나고, 악한 일을 한 사람은 재앙이 많은 처소로, 각기 태어날 곳을 달리하여 이미 업에 따라 엄연히 정해진 처소로 어김없이 나아가야 하느니라.
그리하여 가는 길은 멀고 어두워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오래 되고 길며, 가는 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시 만나볼 기약이 없으니 서글프고 아득하여 다시금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느니라.
그런데 사람들은 어찌하여 속세의 어지럽고 비루(鄙陋)한 것들을 버리지 않고, 몸이 건강할 때 노력하여 열심히 선을 닦지 않고 정진하여 고해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가? 도대체 이 세상에서 그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즐거움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이와 같이 세상 사람들은 선을 행하면 좋은 과보를 받고, 부처님 도를 실천하여 부처님의 도를 얻는 것을 믿지 않고, 또한 사람이 죽으면 다시 태어나고, 은혜를 베풀면 복을 얻는 것을 믿지 않느니라. 이처럼 선하고 악한 일에 대하여 도무지 믿지 않고, 부정하여 마침내 복을 받지 못하느니라.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견해를 서로서로 보고 배워서 앞사람이 하는 것을 뒷사람들이 똑같이 행하여 서로 이어받아 아버지는 자식에게 교훈으로 남기려 하느니라.
선인인 조상들은 모두 평소에 선을 행하지 않고 도덕을 알지 못하고 행동은 어리석고 정신은 어둡고 마음은 막히고 뜻은 닫혀 있느니라. 나고 죽는 생사의 이치와 선악의 도리를 스스로 알 수도 없고, 또 이를 말해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업보를 다투듯이 짓기 때문에 한 사람도 인과의 도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조금도 괴이하지 않느니라.
태어나고 죽는 것은 변함 없는 떳떳한 도리이며 영원히 이어져 가는 것이니라. 그리하여 어떤 어버이는 자식을 잃고 통곡하며, 혹은 자식이 어버이를 여의고 통곡하며, 형제간 또는 부부간에도 다시 서로 통곡하며 울기도 하느니라. 죽음에 있어 상하가 뒤바뀌어 차례가 없다는 것이 무상(無常)의 근본이기 때문이니라. 모든 것은 참으로 빨리 흘러가 버릴 뿐 항상 보전되는 것이란 없음을 가르치고 말하고 열어 주고 이끌어 주어도 그것을 믿는 자는 적어서 생사는 돌고 돌아 그치지 않느니라.
이러한 사람은 미망(迷妄) 때문에 눈이 어두워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고 덤비며, 경전의 가르침을 믿지 않느니라. 마음은 널리 내다보는 지혜가 없어 각자가 쾌락만을 추구하므로 그 애욕 때문에 미혹되어 도덕을 깨닫지 못하고, 화내고 분노하는 일에 침몰되어 재물과 색을 탐하되 마치 굶주린 이리와 같으며, 이로 말미암아 도를 얻지 못하느니라. 그리하여 다시 3악도의 괴로움에 빠지고 생사윤회를 되풀이하니, 참으로 애통하고 심히 마음이 상하는 일이니라.
어떤 때는 가족 중에 어버이와 자식, 형제나 부부간에도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아서 더욱이 서로 애통하고 슬퍼하며, 그리움과 근심에 얽매이고, 마음은 비통하여 서로 잊지 못하고 보고 싶어하되, 해가 다하고 세월이 흘러도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참된 진리의 길을 가르쳐 주건만 마음이 열리거나 밝아지지 않아 죽은 이의 은혜와 애정을 생각하면서 욕정을 여의지 못하며, 마음은 혼미하고 몽매하고 닫히고 막히어 어리석음과 미혹에 덮여 있을 뿐이니라.
따라서 깊이 생각하고 오랫동안 잘 헤아려 마음을 스스로 가다듬어 열심히 도를 정진할 수 없으며, 세간의 일들을 깨끗이 단절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헤매다가 수명과 나이가 다함에 이르게 되어 마침내 부처님의 도를 얻을 수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느니라.
세간이 어지럽고 인심이 거칠어져 모두 애욕을 탐하게 되니 부처님의 도에 미혹한 자는 많고 진리를 깨닫는 자는 적으니라. 세간은 부질없이 바쁘기만 하니 믿고 의지할 만한 것이 없느니라. 그리고 존귀한 자이든 비천한 자이든,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나,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모두가 힘들게 고생하지만 세상일에 얽매여 표독스러움만을 품게 되는데, 이 악한 기운이 마침내 도리에 어긋나 커다란 재앙을 일으키게 되느니라.
이렇듯 천지의 바른 도리를 거역하고 인간의 참다운 도리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그릇된 도리는 앞을 다투어 거듭되고 그것이 쌓이면 다만 극악한 죄업의 결과만을 기다릴 뿐이니라. 그래서 수명이 다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그 목숨을 빼앗아 악도(惡道)에 떨어져 생사를 거듭하면서 괴로움을 받게 되느니라. 그리고 그 악도에서 다시 돌고 돌아 수천억 겁을 지나도 그 곳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으며, 그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 참으로 가련하고 불쌍할 뿐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과 여러 천신 및 인간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까지 그대들에게 세간의 일에 대해 말하였느니라. 사람들은 이러한 까닭에 세상일에 얽매여 부처님의 도를 얻지 못하나니, 마땅히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고 헤아려 모든 악을 멀리 여의고, 옳은 것을 선택하여 열심히 그것을 실천해야 하느니라. 애욕과 영화로움은 항상 보존되는 것이 아니며 모두 덧없이 나뉘고 흩어지고 마는 것이니, 즐거워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다행히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를 만났다면 마땅히 열심히 정진해야 하느니라.
그리고 지극한 마음으로 안락국(安樂國)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지혜가 밝게 통달하여 공덕이 수승한 덕을 성취할 것이니라. 그러므로 욕심대로 행동하지 말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계율을 거스르지 말 것이며, 옳은 일을 할 때에는 남보다 뒤쳐져서는 아니 되느니라. 만일 그 뜻에 의심나는 것이 있고 가르침을 이해할 수 없다면 반드시 내게 물어라. 그러면 마땅히 그를 위하여 그 뜻을 설할 것이니라.
미륵보살이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린 뒤에 말씀드렸다.
“부처님의 위신력은 존귀하시고 말씀하시는 바가 시원하고 훌륭하십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말씀을 듣고 마음 깊이 생각하니, 세상 사람들은 참으로 천박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이제 부처님께서 자비와 연민으로써 대도(大道)를 밝게 드러내시니 귀와 눈이 열리고 밝고 넉넉하여 해탈을 얻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고 어찌 환희하지 않는 이가 있겠습니까? 모든 천신과 사람, 미물이나 곤충의 무리들이 모두 자비와 은혜를 입고서 근심과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은 매우 깊고 훌륭한 것이니, 지혜로써 밝게 보시는데, 상하, 8방(方), 과거 미래 현재 등 모든 것에 두루 통달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제 저희들이 제도 받고 해탈을 얻게 되는 것은 모두 부처님께서 과거 세상[前世]에서 도를 구할 때 온갖 괴로움을 겸허하게 참아 내신 까닭입니다. 그 은혜와 공덕은 두루 세상을 덮고 또한 복덕은 태산보다 높으며, 그 광명은 두루 비추고, 일체 만법이 공한 이치임에 통달하시어 중생들을 열반에 들게 하십니다. 부처님께서는 경전으로 가르치기도 하며, 때로는 위엄으로 제압하여 교화하시니 시방세계를 감동시킴이 그 끝이 없고 다함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진리의 왕이시고 그 존귀함이 여러 성인들보다 뛰어나시어 널리 일체 천상이나 인간들의 스승이 되고, 중생들 마음속에 원하는 바에 따라서 모두 부처님의 도를 얻게 하십니다. 이제 저희는 부처님을 만나 뵈었을 뿐만 아니라 무량수불에 대한 말씀을 듣게 되었으니, 어찌 환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은 참으로 부처님의 은혜로 마음이 열리고 광명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말이 옳으니라. 만일 부처님을 자비와 공경의 마음으로 대하는 자는 실로 선근 공덕이 되느니라. 천하에 부처님께서 출세하심이 희유하건대[久久] 지금 출현하셨느니라. 지금 내가 이 세상에서 성불하여 불법을 널리 설하고 깨달음의 가르침을 선양하고, 온갖 의혹의 그물을 끊고 애욕의 근본 을 뽑아서 온갖 악의 근원을 막았으며, 삼계의 중생들을 제도하는 데 걸림이 없느니라.
그리고 내가 설한 이 법문의 지혜는 모든 진리의 정수이며, 가장 요긴한 지혜를 지니고 있으며, 소상하고도 분명하느니라. 내 이제 5취(趣 :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상)의 중생들에게 베풀어 아직 제도하지 못한 자들을 제도하여 생사를 여의고 열반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느니라.
미륵이여, 마땅히 알아라. 그대는 헤아릴 수 없는 오랜 겁 이전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보살행을 닦아서 중생들을 제도하고자 하였으니, 그대로 인하여 깨달음을 얻고 열반에 이른 사람들의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느니라.
그러나 그런데도 그대와 시방세계의 여러 천신과 여러 중생들은 영겁에서 지금까지 5도(道: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상)를 윤회하면서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받은 고통은 말할 수조차 없고, 현세까지 아직 생사의 일을 끊지 못하고 있느니라.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부처님과 만나서 경전과 교법을 듣고 또한 무량수불에 관하여 들을 수 있으니 어찌 기쁘고 쾌활한 일이 아니겠느냐?
나는 지금 그대들을 더욱 기쁘게 해 주고자 하느니라. 그대들 또한 역시 스스로 나고, 죽고, 늙고, 병드는 고통과 괴로움을 싫어해야 하느니라. 세상은 죄악으로 넘치고 부정하여 진정한 즐거움이 없는 것이니, 모름지기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올바르게 하여 더욱더 많은 선행을 지어야 하느니라. 스스로의 인격을 닦고 육신을 청결히 하고 마음의 때를 씻어 없애고, 말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 성실히 하여 겉과 속이 서로 어울리도록 해야 하느니라. 또한 자신을 제도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구제하며, 맑은 정신으로 깨달음을 구하고, 서로 권하여 선근을 쌓아야 하느니라.
그러면 비록 한 생 동안의 수고로운 고통을 겪지만, 그것은 잠깐 사이에 지나고, 다음 생에는 무량수불의 국토에 태어나 유쾌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한량없으며, 진리의 덕을 밝히고 얻어 생사의 뿌리를 영원히 뽑아 버리고,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괴로움과 번뇌는 없게 되느니라.
그리고 그 수명은 1겁 또는 1백 겁, 천만억 겁을 살려고 한다면 자유자재로 그 뜻에 따라 얻게 되며, 모든 것이 진리에 따라 자연히 이루어지는 세계이며, 안락한 열반의 경지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모름지기 각자가 정진하여 마음이 서원하는 바를 구해야 하느니라. 만약 의혹을 일으켜 도중에 후회하고 그만두면 스스로 허물이 되어 그 국토의 가장자리에 있는 7보의 궁전에 태어나 5백 년 동안이나 여러 액난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니라.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의 귀중하신 가르침을 받은 이상 오로지 정성을 다하여 닦고 배워서 가르치신 바대로 받들어 행하고 결코 의심하지 않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바로 하여 모든 악을 짓지 않으면 참으로 훌륭한 공덕이 되어 시방세계에서 가장 뛰어나 비교할 만한 것이 없느니라. 그 까닭은 무엇인가. 모든 부처님 국토의 천인들은 스스로 선한 일을 실천하거니와 결코 나쁜 짓을 하지 않으니, 교화하기가 아주 쉽기 때문이니라.
이제 내가 이 세간에서 부처를 이루어 5악(惡)과 5통(痛), 5소(燒)의 고통 가운데서 지내는 중생들을 교화하여 5악을 버리게 하고, 5통을 제거하게 하고, 5소를 여의게 하며, 그 뜻을 조복 받고 교화시켜서 5선(善 : 戒)을 지니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복과 공덕과 제도와 장수(長壽)와 열반을 성취하게 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면 어떤 것이 5악이고, 어떤 것이 5통이고, 어떤 것이 5소인지 말하며, 또한 어떤 것이 5악을 없애고 5선을 지니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복과 공덕과 제도와 장수와 그리고 열반을 성취하게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말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1악(第一惡)은 다음과 같으니라. 여러 천인이나 사람들을 비롯하여 미물인 곤충의 무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온갖 악한 일을 지으려 하는데, 그렇지 않은 자가 없느니라.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억누르고, 다시 서로 해치고, 도적질하고, 다투고, 죽이니 서로 물고 뜯기만 할 뿐이지, 선한 일을 닦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 못하고 극악무도한 짓만 일삼기 때문에 재앙과 벌을 받아 죽어서는 자연히 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게 되느니라.
천지신명(天地神明)이 죄악을 범한 자를 기억하고 식별하여 결코 용서하지 않으므로 가난한 자, 천한 자, 비천한 자, 구걸하는 자, 흉측한 자, 고독한 자,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 우둔한 자, 어리석은 자, 또는 왜소한 자, 미친 자, 바보 등의 차별이 있는 것이니라. 그러나 이와 달리 존경받는 자가 되고 또는 고귀한 자, 부유한 자, 고명한 자, 재능 있는 자, 명철한 자, 그리고 지혜가 밝은 자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지난 세상[宿世]에서 자비로운 마음과 효성심으로 선행을 실천하고 복덕을 쌓은 과보이니라.
세상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법도가 있으며, 나라에는 국법과 감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삼가하지 않고, 나쁜 짓을 하여 그 죄로 감옥에 들어가 재앙과 벌을 받게 된다. 그런 뒤에 벗어나기를 소망해도 그것을 벗어나기가 어려우니라. 이러한 일은 세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며,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니라.
그러다가 목숨이 다해 후세에 태어나더라도 그 과보는 더욱 깊어지고 더욱더 심해지며, 저 어두운 저승[幽冥]에 들어가 몸을 받아 다시 태어나는데, 이를 현세에 비유하면 그 고통스러움은 지극한 극형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피할 수 없이 자연히 3악도의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되며, 계속하여 몸을 바꾸어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고, 또한 이리저리 다른 처소에 태어나기도 하면서 윤회하는데, 그곳에서 받는 수명은 길거나 짧은데 그 영혼[魂神情識]은 자연히 그 몸을 따라가느니라.
그리고 마땅히 태어날 때는 홀로 태어나지만 전생에 원한이 있으면 서로 같은 곳에 태어나서 다시 보복하기를 그치지 않으며, 그 악업이 끊어져 그들의 재앙과 악업이 다하기 전에는 서로 떨어질 수조차 없느니라. 그러므로 이처럼 악도의 굴레를 벗어날 기약을 할 수 없고, 실로 해탈하기도 어려워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느니라.
천지 사이에는 자연히 인과의 도리가 있어 비록 선과 악을 행했을 때 즉시 그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해도 마땅히 그 선과 악에 따라서 그 업보는 반드시 그것으로 돌아가게 되느니라.
이것을 1대악(大惡), 1통(痛), 1소(燒)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힘겹고 고통스러운 것을 비유하면 큰 불길이 사람의 몸을 태우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사람으로 태어나 마음을 잘 가다듬고 삿된 마음을 억누르고 몸을 단정히 하고 행위를 바르게 하며 오로지 선한 일을 행하고 온갖 악한 일을 짓지 않는다면, 그 몸은 홀로 악도에서 벗어나거나, 복덕으로 해탈하거나 혹은 하늘에 태어나거나 하여 열반의 도를 성취하게 되니, 이것을 1대선(大善)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2악은 다음과 같으니라. 세간의 사람들, 즉 어버이와 자식 사이, 형과 동생 사이, 가문의 권속 사이, 부부 사이 등에 도무지 의리가 없고 법도를 따르지 않으며 사치하고 음란하며, 교만하고 방종하여 각자의 쾌락만을 생각하여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며, 문득 상대방을 속이고 미혹하게 하며, 마음과 말이 달라서 말과 생각에 진실이 없느니라.
또한 신하는 아첨할 뿐 충실하지 않고, 교묘하게 말을 꾸며서 하고, 현명하고 어진 자를 질투하고, 착한 자를 비방하여 원망스러운 처지에 빠뜨리느니라. 그리고 임금은 밝은 안목 없이 신하를 등용하여 신하는 자기 뜻대로 계책을 꾸며 여러 가지 일을 벌이며, 임금의 눈치를 살피며 적당히 행동하느니라. 임금의 자리에서 올바르지 않으면, 비록 나라를 잘 다스리는 밝은 이가 있다 할지라도, 마침내 그 신하를 물리치게 되니, 이는 천심이 저버리는 것이니라.
이처럼 신하는 그 임금을 속이고, 자식은 그 어버이를 속이며, 형제나 부부, 안팎에 면식이 있는 사이에도 서로 속이고,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품고,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가지려고 탐내고 소유하려 하느니라. 존귀한 자이든 비천한 자이든, 아랫사람이나 윗사람의 마음은 모두 똑같이 그러하여 가정을 파괴하고, 자신의 몸을 망치면서 앞뒤를 돌보지 않으므로, 내외의 가족들이 이러한 것들로 말미암아 파멸하느니라.
어떤 때는 가문의 사람들이나, 친구들, 마을 사람들간에 어리석은 사람들이 일을 함께 도모하다가 문득 서로 이익과 손해가 엇갈려 분노를 드러내고 원한을 품게 되느니라.
어떤 사람은 부유하면서도 인색하여 결코 베풀려고 하지 않고, 오직 보물을 사랑하고 귀중한 것을 탐내어 마음은 수고롭고 몸은 고달프니라. 그러나 이와 같아도 결국에는 믿고 기댈 만한 곳이 없어지며, 이러한 사람은 홀로 왔다가 홀로 가니 아무도 따라가는 사람이 없느니라. 선함과 악함의 결과로 나타나는 화복(禍福)은 몸을 받을 때마다 따라다니므로, 어떤 이는 즐거운 곳에 태어나고, 어떤 이는 고통 속에 빠지되, 나중에 후회해도 결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니라.
세간의 사람들은 어리석고 지혜가 모자라서 착한 이를 보고 오히려 미워하고 비방할 뿐, 그를 연모하여 따르지 않으며, 오히려 악한 일을 지으려고 하고, 망령되이 도리에 어긋나는 것[非法]을 지을 뿐이니라.
항상 도적의 마음을 품고 타인의 이익을 부러워하고 탐내며, 재물이 있으면 그것을 탕진하여 없애 버리고는 또다시 구하고 찾느니라. 잘못된 마음[邪心]을 가지고 있어 올바르지 못하니, 항상 두려움으로 가득하여 남의 눈치만 살피며, 미리 헤아리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일을 당하고서야 후회할 뿐이니라.
지금 세상에는 실제로 국법에 따른 감옥이 있어 죄에 따라 재앙과 벌을 받아야 하며, 전생에 도덕(道德)을 믿지 않고 선을 닦지 않았으므로 금생에 또 다시 악한 일을 저지르게 되느니라. 그러면 천신은 그 이름을 명부에 적고, 태어날 처소를 식별하여 목숨이 다하고 정신이 떠나면 악도로 떨어지게 하니, 자연히 3악도의 헤아릴 수 없는 괴로움과 번뇌를 겪게 되고, 그 속에서 윤회하며 세세생생 겁을 지날지라도 벗어날 기약이 없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느니라. 이것을 2대악(大惡)이며, 2통(痛)이며, 2소(燒)라고 하느니라. 이로 인한 고통스러움을 비유하면 큰 불길이 사람의 몸을 불태우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능히 마음을 가다듬고 삿된 마음을 억누르며 몸을 단정히 하고 행위를 바르게 하며 오로지 온갖 선한 일을 실천하고 온갖 악한 일을 짓지 않는다면, 그 몸은 홀로 악도에서 벗어나며, 그 복덕으로 해탈하거나 혹은 장수하거나, 열반을 성취하게 하는 도를 얻게 되니, 이것을 2대선(大善)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3악은 다음과 같으니라. 세간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여 함께 천지간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이 살아가는 햇수와 수명은 얼마 되지 않느니라.
위로는 슬기로운 자, 현명한 자, 덕이 있는 자, 존경 받는 자, 고귀한 자, 부유한 자가 있고, 아래로는 가난한 자, 하인, 비천한 자, 불구인 자, 열등한 자, 우둔한 범부가 있느니라. 이 가운데는 착하지 않은 사람도 있어 항상 삿되고 나쁜 마음을 품어 단지 음란함과 질투만을 생각하고 번뇌가 가슴속에 가득 차 있고 애욕이 어지럽게 얽혀 있으니, 앉으나 일어서나 편안하지 않고, 탐하는 생각으로 질투하며 부질없이 얻으려고만 하느니라.
미색을 갖춘 여자에게 곁눈질하고, 밖에서는 잘못된 행동을 멋대로 하고, 자신의 아내를 싫어하고 미워하여 사사로이 망령된 곳에 드나들며 재산을 낭비하고 손상시키며 법도에 맞지 않는 일을 저지르는 것이니라.
또 어떤 때는 무리를 이루어 모임을 만들고 군대를 일으켜 서로 정벌하며, 공격하고 겁탈하고, 살육하며, 강탈하는 무도한 짓을 하느니라. 또는 삿된 마음으로 항상 남의 재물에 탐을 내어 스스로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 도둑질하여 그것이 어느 정도 뜻대로 되면 더욱 애욕에 묶여 버리는 꼴이 되고 마느니라. 그러나 이러한 사람은 항상 두려워하고 겁내지만, 남에게는 공갈과 협박을 일삼아 그로부터 얻은 것을 자신의 처자와 권속에게 주느니라. 그리고 방자한 마음과 쾌락만을 쫓아 몸을 다하여 즐기고, 친족이나 윗사람, 아랫사람을 가리지 않고 음란한 짓을 하므로 가족과 사회가 다 걱정하고 고통스러워하느니라. 또한 이러한 사람은 국법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자연히 형벌을 받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악한 사람은 인간뿐만 아니라 귀신에게도 알려지고, 해와 달이 밝게 비추어 보며, 천지신명이 밝게 기억하고 식별하므로 자연히 3악도의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을 겪게 되느니라. 그리고 그 속에서 유전(流轉)하면서 세세생생 겁을 지날지라도 벗어날 기약이 없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느니라. 이것을 3대악(大惡)이며, 3통(痛)이며, 3소(燒)라고 하는데, 이로 인한 고통스러움을 비유하자면 큰 불길이 사람의 몸을 불태우는 것과 같으니라.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 가운데에서 능히 마음을 가다듬어 삿된 마음을 억누르고 몸과 행동을 바르게 하여 오로지 선한 일을 행하고 모든 악을 짓지 않는다면, 그 몸으로 홀로 악도에서 벗어나며, 그 복덕으로 해탈하거나 혹은 하늘에 태어나거나 하여 열반의 도를 얻게 되니, 이것을 3대선(大善)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4악은 다음과 같으니라. 세간의 사람들은 선행을 닦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거짓말하는 것을 가르치고[敎令], 함께 온갖 악한 짓을 저지르며, 이간질[兩舌]하고 험악한 말[惡口]을 하고 거짓말[妄語]하고 쓸데없는 말[綺語]을 하느니라.
그리고 남을 적대시하고 싸우며, 착한 사람을 미워하고 질투하며 현명한 사람을 무너뜨리느니라. 그리고 자기 부부[傍]만이 즐기려 하고, 부모에게 불효하며, 스승과 연장자를 가벼이 보며 일에는 소홀하고, 벗과 친구에게 신의가 없어 성실함을 인정받지 못하느니라. 또한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스스로 위대하다고 여기며 자신만이 올바른 도를 행한다고 주장하면서 느닷없이 위세를 부리고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느니라.
이러한 이는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악한 짓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함이 없으며, 스스로 강건하다고 여겨 다른 사람이 공경하고 어려워하기를 바라느니라. 또한 천지신명과 해와 달도 두려워하지 않고, 결단코 선한 일을 행하려고 하지 않으므로 이는 항복 받고 교화시키기 어려운 자이니라. 그리고 스스로 방자하여 항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없으므로 늘 교만한 마음을 품고 있느니라.
이러한 온갖 악함을 천신들은 기억하여 알고 있으며, 전생에 조금 지은 복덕에 의해 지금은 조그마한 선으로 겨우 부지하고 보호받고 있지만, 금생에서 저지른 악행으로 복덕을 모두 소멸시키면, 모든 선신(善神)들이 그를 떠나 버리므로 몸은 홀로 남은 채 의지할 바를 찾지 못하느니라. 그러다가 수명이 끝나면, 자신이 지은 악업만이 돌아와 자연히 쫓기어서 3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수 없느니라.
또한 그 모든 죄업은 천지신명이 기억하고 있으므로, 그 죄로 인한 재앙과 허물이 끌어당겨 당연히 3악도에 떨어지며, 자연히 그 업보를 받게 되어 벗어날 길이 없게 되느니라. 그래서 전생에 지은 과보에 의해 불가마 솥에 끌려 들어가 몸과 마음은 망가지고 정신은 고통스럽고 괴로울 뿐이니, 그 때를 당해서 후회하여도 다시는 되돌릴 수는 없느니라.
천지 자연의 인과도리는 어긋남이 없는 것이니, 그래서 죄업을 지으면 자연히 3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괴로움과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없느니라. 그리고 그 악도에서 윤회하며 생사를 거듭하지만, 벗어날 기약이 없으며 그 고통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이것을 4대악(大惡)이며, 4통(痛)이며, 4소(燒)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비유하면 큰 불길이 사람의 몸을 불태우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서도 능히 마음을 가다듬어 삿된 마음을 억누르고 몸과 행동을 바르게 하여 오로지 선한 일을 행하고 온갖 악한 일을 짓지 않는다면, 그 몸으로 홀로 악도에서 벗어나며, 그 복덕으로 해탈하거나 혹은 천상에 태어나거나 하여 열반의 도를 성취하게 되니, 이것을 4대선(大善)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제5악은 다음과 같으니라. 세간의 사람들은 게을러서 어슬렁거리고 배회하며 나태하여 그다지 선을 닦으려 하거나 몸을 다스리는 업을 닦지 않으므로 가족과 권속들은 굶주리며 추위에 떨며 가난하여 고생하느니라. 오히려 어버이가 가르치고 훈계하면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며 대들고 말하며, 시키는 바대로 따르지 않고 더 멀어지며 반항하고 거역하기를, 마치 원수의 집안을 대하는 것과 같으니, 이런 자식은 어버이에게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니라.
그리고 남들과 물건을 주고받을 때도 절도가 없어 모두들 서로 꺼리고 싫어하며, 은혜를 입고도 그 뜻을 배반하니, 보상하려는 마음은 애초에 없으므로, 가난하고 궁핍하며 곤경에 빠지게 되었을 때는 다시 은혜를 입을 수 없느니라.
이러한 사람은 자신만을 위하여 남의 것을 닥치는 대로 강탈하여 방자하게 놀면서 재산을 탕진해 버리고, 남의 것을 쉽게 얻는 도둑질 같은 것에 익숙하게 되어 그것으로 생계를 지탱하려 하느니라.
또한 매양 술에 빠지고 미색에 집착하여 먹고 마시는 데 절제가 없고, 마음 내키는 대로 방탕하고 방일하느니라. 어리석어 남과 곧잘 다투고 다른 사람의 사정을 알지 못하면서 우격다짐으로 억누르려고만 하느니라. 다른 이가 착한 일을 행하는 것을 보면 미워하고 질투하며, 의리도 없고 예의도 없으니 뉘우치고 반성할 줄도 모르며,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만을 높다고 여기니 그 누가 충고하거나 깨우쳐 줄 수도 없느니라.
그리고 6친 권속[六親] 등 필요한 것이 있고 없는 것을 전혀 걱정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며, 어버이의 은혜도 모르고, 스승과 벗에 대해 의리도 지니려고 하지 않느니라. 그래서 마음은 언제나 악한 짓만을 생각하고, 입으로는 언제나 악한 말을 하며, 몸으로는 언제나 악한 짓만 행하여 지금껏 한 번도 착한 일을 한 적이 없느니라.
따라서 옛 성인들과 여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지 않고, 도를 닦아 해탈할 수 있음도 믿지 않으며, 죽은 뒤에는 영혼[神明]이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윤회도 믿지 않고, 착한 일을 지으면 선한 과보를 얻고, 악한 짓을 저지르면 악한 과보를 받게 된다는 인과의 도리조차도 믿지 않느니라.
심지어 아라한[眞人]을 죽이거나 화합된 승단을 교란하려고 도모하고 어버이와 형제와 권속을 해치려고 하니, 6친 권속들이 모두 그를 싫어하고 증오하여 차라리 죽기를 바라느니라. 이와 같이 세간의 사람들은 똑같이 어리석고 우매하여 스스로 지혜를 가진 것처럼 여기느니라. 태어날 때 어디에서 오는지 죽을 때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 모르면서 어질지도 못하고 순종하지도 않아서 천지의 도리를 거역하고 요행을 바라고 오래 살기를 욕구하지만, 결국에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느니라.
자비로운 마음으로 가르치고 훈계하여 그로 하여금 선한 것을 기억하게 하고, 생사와 선악의 도리를 일러 주어도 그들은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느니라. 간절한 마음으로 말해 보아도 아무런 보람이 없으며, 마음속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어 그 마음이 열리고 풀릴 수 없느니라.
이러한 사람들은 마침내 목숨이 다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후회와 두려움이 번갈아 가며 엄습하지만, 일찍이 착한 일을 닦지 않고, 마지막에 이르러 후회하여도 되돌릴 수 있는 일이란 없느니라.
천지간에는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상의 5도가 분명히 있으며, 또한 생사윤회의 도리가 분명하며, 그곳은 우리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을 만큼 넓고 깊고 미묘하니라. 그래서 선한 일과 악한 일을 지으면, 그 과보에 상응하여 재앙과 복덕이 서로 잇게 되니, 자신이 지은 업은 자신이 받게 되며, 그 누구도 대신하지 못하는 것이 자연의 도리이니라. 그러므로 그가 저지른 소행에 따라 그 재앙과 허물은 목숨을 쫓아다니니,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선한 사람은 착한 일을 행하여 즐거운 곳에서 더욱 즐거운 곳으로 들어가고, 지혜는 더욱 밝아지지만, 그러나 악한 사람은 나쁜 짓을 저질러 괴로운 곳에서 더 괴로운 곳으로 들어가고, 그 마음은 더욱 어두워지게 되느니라. 그런데 이렇듯 깊고 묘한 도리를 어느 누가 능히 알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오직 부처님만이 알고 계실 뿐이니라.
불법의 가르침을 설하고 열어 보여 주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드물고, 그리하여 3악도에 떨어져 생사윤회 하는 것이 끊어지지 않느니라. 이와 같은 중생들의 무리들은 다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생사고해에 넘치며, 자연히 3악도의 한량없는 고통과 괴로움을 겪게 되고, 그 속에서 세세생생 윤회하기를 몇 겁을 거듭하여도 나올 기약이 없고 벗어날 수도 없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느니라. 이것이 5대악(大惡)이며, 5통(痛)이며, 5소(燒)인데, 그 고통스러움을 비유하면 큰 불길이 사람의 몸을 불태우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나 사람들이 그 속에서도 능히 마음을 가다듬어 삿된 마음을 억누르고 몸과 행동을 바르게 하며, 오로지 착한 일을 행하고 온갖 악한 일을 짓지 않는다면, 그 몸은 홀로 악도에서 벗어나며, 그 복덕으로 인하여 해탈하거나 혹은 천상에 태어나거나 하여 열반을 성취하게 되니, 이것을 5대선(大善)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대들에게 말한 이 세상은 5악(惡)으로 가득 차 있어 고통과 괴로움을 받는 것은 이미 말한 바와 같으며, 그로 인하여 다섯 고통과 다섯 불길이 서로 원인이 되어 경쟁하듯 생기는 것이니라. 그리하여 오직 온갖 악한 짓만을 저지르고 착한 일을 행하지 않으니, 모두 자연히 3악도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또는 지금 세상에서 먼저 재앙을 당하고 병에 걸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기를 구하여도 그럴 수 없으며, 그래서 자신이 지은 죄악의 과보를 대중들이 보게 되느니라. 그러다가 몸이 죽으면 업에 따라 3악도(惡道)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불태우게 되느니라.
이것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지속되어 원한의 결박을 만들게 되니, 처음에는 적고 미세한 것에서 시작되어 나중에는 크나큰 악을 이루게 되느니라. 이 모두가 재물과 애욕에 탐착하여 보시하고 은혜를 베풀지 못했기 때문이며, 어리석음과 욕망에 쫓기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마다 번뇌에 묶여서 풀려나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또한 자신의 이익을 돈독히 하고자 남과 다투면서도 돌이켜 반성하지 않느니라.
혹시 부귀영화를 누리는 때가 있을지라도 다만 자신의 쾌락을 즐길 뿐 절제할 줄 모르고, 착한 일을 하지 않았으므로 그 위세는 얼마 가지 않아서 소멸되어 없어지느니라. 그리고 자신의 한 몸을 살리기 위하여 고생하지만 그 후에는 더 큰 비극을 맞게 될 뿐이니라.
천지의 도리는 바르고 곧아서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자연히 지은 바가 드러나고 형벌이 펼쳐진 그물처럼 상하에 상응하는 것이니라. 의지할 곳도 없이 오직 홀로 그곳에 들어갈 뿐이며, 이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나니 참으로 애처롭고 가엾은 일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이란 이와 같으니 부처님은 모두 그러한 것을 가엾이 여기고, 위신력으로 온갖 악을 부수어 없애고 선으로 나아가게 하느니라. 악을 범하려는 생각을 포기하여 또한 버리며, 경전과 계율을 받들어 지니고 도(道)와 법을 받아 수행하여 어긋나거나 잃어버리지 않게 하여 결국 생사고해를 벗어나 열반[泥洹]으로 향하는 길을 얻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모든 천신과 인간과 후세 사람들이 내가 말하는 불법을 마땅히 깊이 사유하고, 능히 그 가운데에서 마음을 단정히 하고 행위를 바르게 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윗사람은 선을 행함으로써 아랫사람을 통솔하고 교화하며, 서로 가르침을 전하고 각자가 스스로 단정히 지키며, 성인을 존대하고 선한 자를 공경하며 어질고 인자한 마음으로 널리 사랑을 베풀어야 하느니라.
부처님의 가르침과 교훈을 결코 어기거나 비방해서는 안 되며, 마땅히 해탈을 구하되 나고 죽는 사이에 저지르는 온갖 악의 근본을 뽑아 버리고, 3악도의 한량없는 근심과 두려움과 괴로움과 아픔의 길을 여의어야 하느니라. 그리고 그대들은 여기서 널리 공덕의 근본을 심어야 하며, 은혜를 베풀고 계행을 깨뜨리지 말아야 하느니라. 인욕하고 정진하며 한마음의 지혜로써 더욱더 교화하여 공덕을 짓고 선을 행해야 하느니라.
바른 마음과 바른 뜻으로 비록 하루 낮, 하룻밤 동안이라도 청정하게 범행을 닦고 계행을 지키면 무량수국에서 선한 일을 백 년을 행하는 것보다 더욱 수승하느니라. 왜냐 하면 저 부처님의 국토는 저절로 온갖 선이 쌓이므로 악이란 털끝만큼도 없기 때문이니라. 또 이 세상에서 선한 일을 열흘 밤낮으로 닦더라도 다른 모든 불국토에서 천 년 동안 선을 행하는 것보다도 더욱 수승하니라. 왜냐 하면 다른 국토에는 선한 일을 행하는 자가 많으며, 악을 짓는 자는 적기 때문이며, 또한 복덕이 저절로 이루어져 악을 행할 곳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이 세간에는 악한 것이 많으므로 자연히 부지런히 바라기만 하며, 서로 속이고 또한 해치니, 그 마음은 수고롭고 몸이 고달프기가 마치 쓰디 쓴 독약을 마시는 것과도 같으니라. 이와 같이 얽매인 채 애써 보지만 아직껏 한 번도 편안하게 쉬어 보지 못하는 것이니라.
그래서 나는 그대들 천인과 사람들을 가엾게 여겨 선을 닦도록 훈계와 비유로써 간곡하게 가르쳤고, 근기[器]에 따라 인도하되 경법(經法)의 가르침을 부여하니, 이를 이어받아 행하면 소원하는 바대로 모두 깨달음을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유행하시는 나라, 도시와 마을마다 교화를 입지 않은 곳이 없으니, 천하가 화평하고 유순하며 해와 달은 청명하여 바람과 비가 때를 맞추며 재앙과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으며, 나라는 풍요롭고 백성은 안정되어 병사와 무기는 소용이 없으니, 덕을 숭상하고 어진 마음을 가지고 힘써 예절과 겸양을 닦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그대들 여러 천신과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연민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지극하느니라. 지금은 내가 이 세간에서 부처를 이루어 5악(惡)을 항복 받고 교화하며, 5통(痛)을 소멸시키고 제거하며, 5소(燒)를 끊어 없애고, 선으로써 악을 다스려 나고 죽는 괴로움을 뽑아 내고 5덕(德 : 生善趣, 生貴家, 具勝根, 受男身, 憶宿命)을 얻게 하여 무위(無爲)의 안온함을 얻게 하리라.
그러나 내가 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가르침의 도가 점점 사라지고 사람들을 아첨하고 속이게 되어 다시 온갖 악한 짓을 행할 것이니라. 5통과 5소가 다시 이전과 같이 넘치고 오래 지날수록 극도에 달하게 되니, 그 모든 것은 이루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대들을 위하여 이것을 간략하게 말했을 뿐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각자 이러한 것을 잘 생각하여 서로 가르쳐 주고 깨우치며 부처님 경법대로 행할 것이며, 어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니라.
이에 미륵보살은 합장한 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참으로 옳습니다. 세간의 사람들은 실로 그러하니, 여래께서는 널리 자비를 베푸시고 불쌍히 여기시어 모두를 고해에서 벗어나도록 설해 주셨습니다. 이제 부처님의 간곡하신 가르침을 받았으니, 감히 거역하거나 잃어버리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대는 일어나서 다시 의복을 정돈하고 합장하고 공경하여 무량수불께 예배하여라. 시방세계에 있는 모든 국토의 부처님께서도 항상 무량수불의 집착함이 없고 걸림 없는 것을 찬양하고 찬탄하셨느니라.
이에 아난은 일어나서 의복을 정돈하고 몸을 바르게 하고 서쪽을 향하여 공경히 합장하고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무량수불께 예배하였다. 그리고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원하옵나니 저 무량수불의 안락 국토 및 여러 보살과 성문 대중들을 뵙고자 하옵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그 때 무량수불께서 크나큰 광명을 방출하시어 두루 일체의 모든 부처님 세계를 비추셨다. 금강철위산을 비롯하여 수미산과 크고 작은 모든 산 등 일체의 만물들이 한결같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비유하자면 물이 세계에 가득한 겁[劫水] 때에는 만물이 침몰해 있어 나타나지 않고 물만 굽이쳐 흘러 단지 큰물만 보이는 것처럼 저 부처님의 광명도 역시 그와 같아서 성문과 보살들의 일체 광명이 모두 다 가려지고, 오직 부처님의 광명만 밝고 찬란하고 혁혁하게 빛나는 것을 뵈올 수 있었다.
이 때 아난이 곧 무량수불을 친견하게 되니, 그 위신력과 덕망이 높아서 마치 수미산이 온 세계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는 것과도 같으며, 부처님의 상호의 광명이 비추어 밝히지 못하는 곳이 없음을 보았다. 또한 여기에 모인 4부 대중이 일시에 모두 그 광경을 보았으며, 그 극락세계로부터 이곳을 보는 것도 역시 그와 같았다.
이 때 부처님께서 아난과 자씨보살(慈氏菩薩 :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저 국토를 볼 때 지상에서 정거천(淨居天)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 있는 모든 미묘하고 장엄하고 청정한 자연의 만물을 다 보았느냐?.
아난이 답하여 말씀드렸다.
“예, 이미 보았습니다.
“또한 그대들은 어떠하냐? 무량수불의 큰 음성이 일체의 세계에 두루 퍼져 중생을 교화하심을 들었느냐?.
아난이 답하여 말씀드렸다.
“예, 이미 들었습니다.
“저 국토의 사람들이 백천 유순이나 되는 7보 궁전을 타고 아무런 장애 없이 두루 시방세계에 이르러 모든 부처님께 공양드리는 것을 그대들은 또한 보았는가?.
답하여 말씀드렸다.
“이미 보았습니다.
“저 국토의 사람들 가운데 태생(胎生)인 자들도 있는데 그대들은 또한 보았는가?.
답하여 말씀드렸다.
“이미 보았습니다. 태생인 자들이 거처하는 궁전은 1백 유순 혹은 5백 유순이며, 각기 그 가운데서 여러 가지 쾌락을 받는 것이 마치 도리천(?利天)에서 자연적으로 받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 때 자씨보살(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因緣)으로 그 국토의 인민들은 태생(胎生)과 화생(化生)의 구별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자씨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중생은 의혹의 마음가짐으로 여러 공덕을 닦으며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느니라. 그는 부처님의 지혜가 불가사의한 지혜[不思議智]이며, 가히 헤아릴 수 없는 지혜[不可稱智]이며, 대승의 넓은 지혜[大乘廣智]이며, 동등함이 없고 비교할 데 없는 최상승의 지혜[無等無倫最上勝智]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그들은 부처님의 부사의한 지혜를 의심하여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죄와 복에 대한 인간의 도리를 믿고 선을 닦아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서원하는데, 이러한 여러 중생들이 저 7보 궁전의 변두리에 태어나 수명이 5백 세가 될 때까지 부처님을 친견하지 못하고 법문도 듣지 못하며, 보살과 성문은 물론 거룩한 성중(聖衆)들을 보지 못하므로 저 국토에서는 이들을 태생(胎生)이라고 하느니라.
그런데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지혜[佛智] 내지 최상승의 지혜[勝智]를 분명하게 믿고 여러 공덕을 지어 회향한다면, 이 중생은 7보로 된 꽃 가운데 자연히 화생(化生)하느니라. 그들은 가부좌를 하고 앉은 채 순식간에 몸의 상호에서 나오는 광명과 지혜 공덕을 다른 여러 보살들과 똑같이 구족하고 성취하느니라.
또한 자씨보살이여, 다른 불국토에 있는 여러 큰 보살들이 발심하여 무량수불을 친견하고 공경 공양하며, 아울러 여러 보살들과 성문의 대중들에게도 이와 같이 한다면, 그 보살들은 목숨을 마치고 곧바로 극락국토의 7보 연꽃 속에 화생하게 되느니라.
미륵이여, 마땅히 알아라. 저 화생한 자는 지혜가 수승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태생한 저들은 모두 지혜가 없기 때문에 5백 세를 지나면서 결코 부처님을 뵙지 못하고, 경법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고, 보살 및 모든 성문 대중들도 보지 못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부처님께 공양할 수도 없으며, 보살의 법식을 알지 못하므로 공덕을 쌓을 수도 없느니라.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 이 사람들은 과거 세상에 있을 때 지혜를 닦지 못하여 의혹에 떨어졌던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자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별도로 7보 궁전을 지어 여러 가지로 장엄하고 치장하였으며, 여러 가지 채색된 휘장과 깃발들을 드리워 놓았느니라. 만일 어린 왕자들이 있어서 왕으로부터 벌을 받아 그 궁전 가운데에서 황금의 사슬로 묶여 있는데, 그들은 음식과 의복과 침상과 이불, 그리고 꽃과 향과 음악 등을 공급받는데, 이곳은 전륜성왕이 머무는 곳과 같아서 조금도 모자람이 없느니라. 그대의 뜻은 어떠하냐? 그 여러 왕자가 오히려 그곳을 즐거워하겠는가?.
미륵보살이 답하여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그들은 온갖 방편을 써서 힘이 센 장사를 구하여 스스로 그곳을 벗어나려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저 중생들도 역시 이와 같으니라. 부처님의 지혜를 의심한 까닭에 그 변두리의 궁전에 태어나 다만 벌을 받지는 않으며, 악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 없다고 해도, 5백 세에 걸쳐서 3보를 친견하지 못하므로 공양하여 여러 가지 선을 닦을 수도 없느니라. 이러한 것이 바로 괴로움이니, 비록 다른 즐거움이 있더라도 오히려 그곳에 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느니라.
만일 이 중생들이 그 죄의 근본을 알아 스스로 깊이 참회하고 자책하며 그 장소를 떠나기를 원한다면 그대로 무량수불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 공경하고 공양하며, 또한 무량무수의 부처님 계신 곳을 두루 다니면서 온갖 공덕을 쌓을 수 있느니라.
미륵보살이여, 마땅히 알아라. 어떤 보살이 부처님의 지혜를 의심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큰 이익을 잃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여러 부처님의 위없이 높은 지혜를 분명히 믿어야 하느니라.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세계에서는 불퇴전의 자리에 오른 보살들이 얼마나 저 부처님 국토에 왕생하게 되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계에는 67억의 불퇴전의 보살들이 있어서 저 부처님의 국토에 왕생할 것이니라. 한 보살, 한 보살은 이미 이전에 셀 수 없는 여러 부처님들을 공양하였는데, 그 높은 공덕은 미륵과도 같은 이들이니라. 또한 수행이 적거나 공덕이 적은 보살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그들도 모두 왕생하게 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단지 나의 국토에 있는 여러 보살들만이 그 국토에 왕생하는 것은 아니고, 타방에 있는 불국토의 보살들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첫 번째 부처님은 원조불(遠照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180억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두 번째 부처님은 보장불(寶藏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90억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세 번째 부처님은 무량음불(無量音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220억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네 번째 부처님은 감로미불(甘露味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250억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다섯 번째 부처님은 용승불(龍勝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14억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여섯 번째 부처님은 승력불(勝力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1만 4천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일곱 번째 부처님은 사자불(師子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5백 억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여덟 번째 부처님은 이구광불(離垢光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80억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아홉 번째 부처님은 덕수불(德首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60억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열 번째 부처님은 묘덕산불(妙德山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60억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열한 번째 부처님은 인왕불(人王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10억의 보살들이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열두 번째 부처님은 무상화불(無上華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살 대중이 있는데, 모두 불퇴전(不退轉)의 지위에 있고 지혜를 갖추고 있으며 용맹스러우며, 이들은 일찍이 한량없이 많은 부처님을 공양하여 겨우 7일 동안에 능히 다른 보살들이 백천억 겁에 걸쳐 닦아야 얻을 수 있는 견고한 법력을 갖추었느니라. 그러므로 그들 보살들은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열세 번째 부처님을 무외불(無畏佛)이라고 이름하며, 그곳에 있는 790억의 대승 보살들과 그리고 작은 공덕의 여러 보살들과 비구들까지 합하면 헤아릴 수조차 없는데, 그들은 모두 반드시 왕생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다만 이러한 열네 곳의 불국토에 있는 보살들만이 반드시 왕생하는 것은 아니니라.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는 불국토에서도 왕생하는 이들은 이와 같이 매우 많아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단지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의 명호(名號)와 그 국토에서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보살들과 비구들의 수를 헤아린다면 밤낮으로 1겁에 걸쳐서 설한다고 해도 오히려 다할 수 없는 것이니, 다만 그대를 위하여 간략하게 말하였을 뿐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저 부처님(아미타불)의 명호를 듣고서 환희하며 뛸 듯이 기뻐하거나 다만 한 번만이라도 염(念)한다면, 그 사람은 큰 이익을 얻은 것이니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위없는 공덕을 구족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미륵이여, 설사 큰불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다 할지라도 마땅히 그 불을 뚫고 나아가 이 경의 법문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 믿고 또한 즐겁게 받아 지니고 독송하며, 설해진 그대로 수행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많은 보살들이 이 경전의 가르침을 듣고자 하여도 과거의 큰 공덕이 없으면 들을 수 없는 귀중한 진리이기 때문이니라. 만일 중생으로서 이 경전을 듣는다면, 위없는 도에서 끝내 물러나지 않을 것이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마땅히 오직 한마음으로 믿고 지니고 독송하며 가르침대로 행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여러 중생들을 위하여 이 경을 말하거니와 무량수불과 그 국토에 있는 모든 것들을 보게 하였으나, 그대들은 마땅히 모두 왕생을 구해야 하느니라. 내가 열반에 든 이후에도 다시는 의혹을 품어서는 안 되느니라.
먼 미래 세상에 경전과 불법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나는 자비로써 말세 중생들을 가엾게 여겨 특별히 이 경전(『무량수경』)만은 백 년 동안 더 머물게 할 것이니라. 그리하여 만일 어떤 중생이든 이 경전을 만나 가르침을 따르는 이는 원하는 바에 따라서 모두 얻을 수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만나기도 어렵고 뵙기도 어려우며, 모든 부처님의 경전과 도를 얻기도 듣기도 어려우며, 보살의 수승한 법과 모든 바라밀(波羅蜜)을 듣는 것도 역시 어려우며, 선지식(善知識)을 만나 법을 듣고 능히 수행하는 것도 역시 어려우며, 더구나 이 경전을 듣고 즐거이 믿으며 수지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니,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느니라.
그러므로 나의 법문을 이와 같이 짓고[如是作], 진리를 이와 같이 말하고[如是說], 진리를 이와 같이 가르치는[如是敎] 것이니, 마땅히 믿고 의지하여 가르침대로 행해야 할 것이니라.
이 때 세존께서 이 경(『무량수경』)을 설법하실 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이 모두 위없는 보리심(菩提心)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1만 2천 나유타의 사람들이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었고, 22억의 여러 천신과 사람들은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었으며, 80만의 비구들은 번뇌를 모두 끊고 지혜를 얻었다. 또한 40억 보살들이 불퇴전의 지위를 얻었는데, 그들은 큰 서원을 세운 공덕으로 스스로를 장엄하고 장차 다가오는 세상에서 마땅히 정각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 때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큰 광명이 두루 시방세계의 국토를 비추었고, 백천의 음악이 저절로 울려 퍼졌으며, 무수한 아름다운 꽃이 흩날렸다.
부처님께서 『무량수경』의 설법을 마치자, 미륵보살과 시방세계에서 모여든 여러 보살 대중들과 장로 아난을 비롯한 여러 훌륭한 성문들과 일체의 대중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서 환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