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서(序)

5.01 서(序)

(976) 베에다에 통달한 한 바라문(바아바린)은 무소유의 경지에 이르고자 코오사라 족의 아름다운 도시에서 남국(南國)으로 내려 왔다.

(977) 그는 앗사카와 아리카 두 나라의 중간을 흐르는 고오다아바리이 강변에 살고 있었다. 이삭을 줍고 나무 열매를 먹으면서.

(978) 그 강변 가까이 커다란 마을이 하나 있었다. 그 곳에서 얻은 것을 가지고 그는 큰 제사를 지냈다.

(979) 그가 제사를 끝내고 자기 암자로 돌아왔을 때 바라문 한 사람이 찾아 왔었다.

(980) 그의 발은 상하고 목은 타며, 이는 더러워지고 머리는 먼지로 뒤덮인채 암자 속의 바아바린에게 가까이 와서 오백 금을 구걸하는 것이었다.

(981) 바아바린은 그를 보자 앉을 자리를 권하고, 그의 기분과 건강을 물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982)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은 다 베풀어 주었습니다. 바라문이여, 용서해 주시오. 내게는 오백 금이 없습니다.”

(983) “내가 구걸하는 데도 당신이 베풀어 주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이레 후에 당신의 머리는 터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오.”

(984) 거짓말을 한 그 바라문은 주문을 외우며 무서운 저주를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바아바린은 괴로워했다.

(985) 그는 걱정의 화살을 받고 나서 음식도 먹지 않고 풀이 죽어 있었다. 이런 사람의 마음은 정신의 안정을 누릴 수 없는 법이다.

(986) 바아바린이 두려워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보자, 암자를 지키는 여신(女神)은 그의 곁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987) “그는 머리를 알지 못합니다. 그는 재물을 탐내는 사기꾼입니다. 그는 머리도, 머리가 떨어지는 일도 알지 못합니다.”

(988) “그럼 당신은 알고 있겠군요, 묻건대, 머리와 머리가 떨어지는 일을 내게 가르쳐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말을 듣고 싶습니다.”

(989) “나는 그것을 모릅니다. 그것에 대한 지식은 내게는 없습니다. 머리와 머리가 떨어지는 일은 모든 승자(勝者 = 부처님)가 알고 계십니다.”

(990) “그럼 이 지상에서 머리와 머리가 떨어지는 일은 누가 알고 있습니까? 여신이여, 그것을 내게 말해 주십시오.”

(991) “카필라 성에서 나온 세계의 지도자(부처님)가 계십니다. 그는 감자왕(甘蔗王)의 후예이고 석가 족의 아들이며,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992) 바라문이여, 그는 참으로 눈을 뜬 사람이고, 모든 사물에 통달했습니다. 모든 신통력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것에 대한 눈을 가졌습니다. 온갖 것을 소멸한 경지에 이르렀고, 번뇌를 멸해 해탈하였습니다.

(993) 그 눈뜬 사람, 거룩한 스승, 눈 있는 분은 세상에서 법을 설하십니다. 당신은 그분께 가서 물으십시오. 그분은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994) <눈뜬 사람>이란 말을 듣고 바아바린은 몹시 기뻐했다. 그의 근심은 가벼워졌다. 그는 많은 기쁨을 얻었다.

(995) 바아바린은 기뻐 감동하여 여신에게 물었다. “세상의 주인은 어느 마을, 어느 거리, 어느 고을에 계십니까? 그곳에 가서 가장 뛰어나신 정각자(正覺者)에게 저는 예배드리겠습니다.”

(996) “승자, 지혜가 많은 사람, 티없는 사람, 머리가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우왕(牛王) 같은 분이신, 저 석가 족의 아들은 코오사라의 서울인 사아밧티이에 계십니다.”

(997) 그래서 그는 베에다의 신주(神呪)에 통달한 제자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오너라, 학생들여. 나는 너희에게 알리노니, 내 말을 듣거라.

(998) 세상에 출현하기 어려운 희귀한 저 눈뜬 사람이 지금 세상에 나타나셨다. 너희들은 어서 사아밧티이로 가서 그 뛰어난 사람을 뵈어라.”

(999) “그러면 스승이시여, 우리가 그분을 보고 <눈 뜬 사람>이라고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십시오.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1000) “모든 베에다 가운데 설흔 두 가지 완전한 위인의 상(相)이 전해져 있고, 차례로 설명되어 있다.

(1001) 몸에 이런 설흔 두 가지 위인의 상이 있는 사람, 그 에게는 두 가지 앞길이 있을 뿐, 셋째 길은 없다.

(1002) 만약 그가 집에 머문다면 이 대지를 정복하리라. 형벌에 의하거나 무기에 의하지 않고 법으로써 통치한다.

(1003) 또 그가 집을 나와 집 없는 사람이 된다면, 덮여 있는 것을 벗기고, 더 없이 높은 눈 뜬 사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된다.

(1004) 내가 태어난 해와 성씨와 상의 특징과 신주와 제자들과 머리와 머리가 떨어지는 것을 마음속으로만 그에게 물어라.

(1005) 만약 그가 보는 데에 아무 장애도 없는 부처님이라면, 마음속으로 물은 질문에 말로써 대답할 것이다.”

(1006) 바아바린의 말을 듣고 제자인 열 여섯 명의 바라문들, 아지타와 팃사,멧테야, 푼나카, 그리고 멧타구우

(1007) 도오타카, 우파시이바, 난다, 헤마카, 토오데야, 캄파, 현자 자투칸닌.

(1008) 바드라아브다, 우다야, 포오사아라 바라문과 지자(智者) 모오가라아자와 대선인 핑기야 등.

(1009) 그들은 저마다 그들의 무리들을 이끌고 있었으며,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정신을 안정한 자들이며, 평안한 마음을 즐기고, 현명하며, 전생에 온갖 선한 일을 심은 사람들이다.

(1010) 머리를 땋고 염소 가죽을 걸친 그들은 모두 타아바린에게 절하고, 또 바른편으로 도는 예를 갖추고, 북쪽으로 떠났다.

(1011) 무라카의 서울 파티타아나에 들어가 옛날의 마아힛사티로, 또 우제니이, 고오낫다, 베디사, 바나사라는 곳으로.

(1012) 코오삼비이, 사아케다, 사아밧티이로 갔다. 다음 세타비야, 카필라밧투, 쿠시나아라아의 도시로 들어 갔다.

(1013) 그리고 향략의 도시 파아바아, 베사아리이, 마가다의 서울 라아자그리하로, 아름답고 상쾌한 석묘(石廟)에 이르렀다.

(1014) 목마른 사람이 냉수를 찾듯이, 또 장사치가 큰 이익을 구하듯이, 더위에 지친 사람이 나무 그늘을 찾듯이, 그들은 서둘러 거룩한 스승이 계신 산으로 올라갔다.

(1015) 거룩한 스승께서는 그 때 여러 비구들 앞에서 사자가 숲속에서 외치듯이, 법을 설하고 계시었다.

(1016) 빛을 비치고 난 태양같은, 둥근 보름달 같은 눈 뜬 사람을 아지타는 보았다.

(1017) 그 때 아지타는 부처님 몸에 원만한 상호가 있는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한곁에 서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물었다.

(1018) “저의 스승 바아바린의 생년을 말하시오. 성씨와 상을 말하시오. 베에다에 통달해 있는 것을 말하시오. 제자는 몇명이나 가르치고 있는지 말해 보시오.”

(1019) “그의 나이는 백 스무살이다. 그의 성은 바아바린이고, 몸에는 세 가지 특상(特相)이 있으며, 그는 3베에다의 깊은 뜻에 통해 있다.

(1020) 위인의 특상과 전설과 어휘와 의례에 통달하고, 오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며, 자기 진리의 궁극에 통달해 있다.”

(1021) ‘애착을 끊어 버린 으뜸가는 분이시여, 바아바린이 가진 모든 특상을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저로 하여금 의심을 갖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1022) “그는 혀를 가지고 자기 얼굴을 덮는다. 그의 양미간에는 흰 털이 있고, 음부는 감추어져 있다. 학생이여, 그의 세 가지 특상은 이러하니라.”

(1023) 질문자가 아무것도 묻지 않는데 부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시는 것을 보고, 모든 사람들은 감격하여 합장하고 생각했다.

(1024) ‘그는 누구일까? 신일까, 범천일까? 혹은 수자아의 남편인 제석천일까?’ 마음속으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도대체 누구에게 대답을 하신 것일까?’

(1025) 바아바린은 머리와 머리가 떨어지는 일에 대해서 물었다. ‘스승이시여. 그것을 설명해 주십시오. 선인이시여, 우리들의 의혹을 풀어 주십시오.’

(1026) 고오타마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무명이 머리인 줄 알아라. 신앙과 생각과 선정(禪定)과 욕심과 노력에 연결되어 있는 밝은 지혜가 머리를 깨어 떨어뜨리는 것이다.”

(1027) 그래서 그 학생은 크게 감동하여 미칠 듯이 기뻐하며, 염소 가죽으로 만든 옷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부처님의 발밑에 꿇어 머리를 조아리며 절하였다.

(1028) 아지타가 물었다. “거룩하신 분이여, 바아바린 바라문은 그의 여러 제자들과 함께 환희하여 거룩하신 스승의 발밑에 예배드립니다. 눈이 있는 분이시여.”

(1029) 고오타마는 대답했다. “바아바린 바라문은 여러 제자들과 함께 즐거워하라. 학생이여, 그대도 또한 즐거워하라. 오래 살아라.

(1030) 바아바린이나 그대들에게서 모든 의문이 해소되었을 것이다. 마음속에 묻고자 하던 것이 있거든 다 물어라.”

(1031) 눈뜬 분에게서 허락을 받았으므로 아지타는 합장하고 앉아서 완전한 사람(如來)에게 첫째 질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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