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순다리카 바아라드바아자
(455)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오살라 나라 순다리카아 강변에 살고 계셨다. 마침 그때 바라문인 순다리카 , 바아라드바아자는 순다리카아 강변에서 성화(聖火)를 받들어 불에 공양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라문인 그는 불에 공양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두루 살피면서 말했다.
“이 공양의 나머지를 누구에게 줄까?”
그는 머지 않은 곳에 거룩한 스승이 나무 아래서 머리까지 옷을 둘러 쓰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왼손에는 공양의 나머지를 들고, 바른 손에는 물병을 들고 스승께로 갔다. 스승은 그의 발소리를 듣고 머리에 둘렀던 것을 벗었다.
순다리카 , 바아라드바아자는,’이분은 머리를 깎고 계시다. 이분은 삭발한 분이다’하며, 되돌아 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설사 머리를 깎았다 할지라도 어떤 사람은 바라문일 수도 있다. 가까이 가서 그의 출신을 물어 보리라.’ 그는 스승께 가까이 가서 물었다.
“당신의 출신은 무엇입니까?”
스승은 바라문인 순다리카 , 바아라드바아자에게 시로써 말씀하셨다.
“나는 바라문도 아니고 왕자도 아니오. 나는 바이샤족 사람도 아니고, 다른 아무 것도 아니오.
모든 범부의 성(姓)을 잘 알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생각하면서 세상을 두루 다니오.
(456) 나는 중의(重衣)를 걸치고 집이 없으며, 수염과 머리를 깎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거닐고 있소. 바라문이여, 당신이 내게 성을 묻는 것은 당치 않소.”
(457) “여보시오, 바라문이 바라문을 만났을 때에는 ‘당신은 바라문이 아닙니까’라고 묻는 것입니다.” “만일 당신 자신이 바라문이거든 바라문이 아닌 내게 대답하시오. 나는 당신에게 세 귀절 스물 넉자로된 저 사아비트리이 찬가(讚歌)를 묻겠소.”
(458) “이 세상에서 선인(仙人)이나 왕족, 바라문이나 일반인들은 무엇 때문에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입니까?”
스승께서 대답하셨다.
“궁극에 이른 베에나에 통달한 사람이 제사 때 어떤 세속인의 헌공(獻供)을 받는다면, 그 사람의 제사는 성취한 것이오.”
(459) 바라문이 말했다. “나는 베에다에 뛰어난 사람을 그렇게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대한 나의 헌공은 성취할 것입니다. 이전에는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다른 사람이 남은 제물을 먹었습니다.”
(460) 스승께서 말했다.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당신은 의로운 사람으로 의를 구해 왔으니 가까이 와서 물으시오. 아마도 이 곳에서 평안하고 성냄의 연기가 사라져, 괴로움과 욕심이 없는 총명한 사람을 만날 것이오.”
(461) “고오타마시여, 저는 제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또, 제사를 지내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똑똑히 알지를 못합니다. 제게 가르쳐 주십시오. 무엇에 바치는 헌공이 효과가 있는가를.” ‘그럼 바라문이여, 귀를 기우리시오. 나는 당신에게 법을 설하리다.
(462)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으시오. 불은 온갖 섶에서 일어나는 것, 천한 집에 태어난 사람이라도, 성인으로 도심(道心)이 굳고, 부끄러워하고 뉘우치는 마음으로 행동을 삼가면 고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오.
(463) 진실을 가지고 자제하고 모든 감관을 억제하며, 베에다의 깊은 뜻을 통달하고 청정한 행을 닦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시오.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해야 합니다.
(464) 모든 욕망을 버리고 집 없이 걸으며, 자기 분수를 잘 알아 억제하고, 베틀의 북처럼 곧은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시오. 복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시오.
(465) 탐욕을 떠나 모든 감관을 조용히 지키고, 달이 라아후의 장애에서 빠져 나가듯이 걸림이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시오. 복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시오.
(466) 집착하는 일 없이 항상 마음을 다스려 내것이라고 고집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을 거니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시오. 복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해야 합니다.
(467) 모든 욕망을 버리고 욕심을 이겨 생사의 끝을 알고 평안에 돌아가, 맑고 시원한 호수처럼 완전한 사람(如來)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68) 완전한 사람(如來)은 평등한 자(과거에 눈이 열린사람들, 여러 부처님들)와 같고, 평등하지 않은 사람과는 멀리 떨어져 있소. 그는 끝 없는 지혜를 가지고 이 세상이나 저 세상에서 때가 묻지 않소.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69) 거짓과 교만과 탐욕을 떠나 내것이라고 집착하거나 욕망과 성냄이 없어, 마음 고요히 근심의 때를 버린 바라문인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0) 마음의 집착을 이미 끊고 아무것에도 붙들리지 않으며, 이 세상이나 저 세상에서나 걸림이 없는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1) 마음을 한결같이 안정하여 거센 흐름을 건너고, *가장 뛰어난 지혜로써 법을 알고, 번뇌의 때를 소멸해 최후의 몸을 가지고 있는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2) 생존의 더러움과 거친 말씨도 없어져 버렸소. 그는 베에다에 통한 사람이고, 모든 일에 대해 해탈하였소.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3) 집착을 넘어 집착이 없고, 교만한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서 교만한 마음이 없으며, 밭이나 땅과 함께 괴로움을 잘 알고 있는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4) 욕망에 끌리지 않고 멀리 떠나는 것을 보고, 남들이 가르치는 다른 견해를 초월하여 아무것에도 걸리지 않은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5) 이것 저것 모든 사물을 깨달아 이미 그것이 제거되고 존재하지 않소. 평안에 돌아가 집착을 버리고 해탈한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6) 번뇌의 속박과 이 세상의 생존을 멸해 버린 궁극의 경지를 보고, 애욕의 길을 남김없이 끊고 청정해서, 결점과 티가 없이 투명한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7) 자기가 자기 자신을 보고 인정하지 않으며, 마음이 안정되고 신체가 곧아, 스스로 편히 머물러 동요하지 않으며, 마음이 거칠지 않고 의혹이 없는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8) 헤매임(迷妄)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장애는 아무것도 없고, 온갖 것에 대해 지견(知見)이 있으며, 최후의 몸을 가지고 위없는 깨달음을 얻은 – 이것만으로도 사람은 깨끗해진다 –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9) ‘당신과 같은 베에다에 뛰어난 사람을 만났으니, 저의 제물은 참 제물이 될 수 있습니다. 범천(梵天)께서 증인이 되어 살펴 주십시오. 스승이시여, 원컨대 저에게서 받아 주십시오. 스승이시여, 저의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480) “시를 읊어 얻은 것을 나는 먹을 수 없소. 바라문이여, 이것은 바르게 보는 사람들 (눈뜬 사람들, 모든 부처님들)의 법이 아니오. 시를 읊어 얻은 것을 눈뜬 사람들은 물리치오. 바라문이여, 이것이 바로 눈뜬 사람들의 생활 규범이오.
(481) 완전한 사람인 위대한 선인(仙人), 번뇌의 때와 악행(惡行)을 소멸한 사람에게는 다른 음식을 바치시오. 그것이야말로 공덕을 바라는 이의 복밭이기 때문이오.”
(482) “스승이시여, 저 같은 사람은 보시를 받을 수 있는 사람, 제사 때 찾아가 공양을 드릴 사람을, 저는 당신의 가르침을 받아 알고 싶습니다.”
(483) “격정을 떠나 마음에 흐림이 없고, 모든 욕망을 벗어나 근심을 없앤 사람.
(484) 한계의 끝(번뇌)을 눌러 생사를 다 알고, 성인의 덕성을 몸에 갖춘 그러한 성인이 제사를 위해 왔을 때,
(485) 그에게 눈섭을 찌푸리지 말고 합장하여 예배하시오. 음식을 가지고 그를 공양하시오. 이러한 보시는 뜻을 이루게 되고 그 과보를 가져 오는 것이오.”
(486) “눈을 뜬 당신은 공양을 받기에 마땅합니다. 당신은 으뜸가는 복밭이고 온 세상의 보시를 받으실 분입니다. 당신께 드린 물건은 커다란 과보를 가져 올 것입니다. 바라문인 순다리카 바아라드바아자는 스승께 말씀드렸다.
“훌륭하십니다, 고오타마시여. 훌륭하십니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가려진 것을 벗겨 주듯이, 방향을 잃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 주듯이, 그리고 ‘눈 있는 이는 빛을 보리라’ 하면서 암흑속에서 등불을 비쳐 주듯이, 고오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법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는 고오타마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법과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저는 고오타마께 출가하고 완전한 계율(具足戒)을 받겠습니다.”
그리하여 바라문 순다리카 바아라드바아자는 스승께 출가하고 완전한 계율을 받았다. 그러더니 얼마후에 이 장로 순다리카 바아라드바아자는 홀로 멀리 떠나 게으르지 않고 애써 정진 끝에 더없이 청정한 행의 궁극 -모든 선남자들이 바로 그것을 얻기 위해 집을 떠나 집 없는 상태에 들어가는 것인데 -을 이 세상에서 스스로 깨닫고, 이를 증명하고 구현하며 세월을 보냈다.
‘태어나는 일은 끝났다. 청정한 행은 이미 완성되었다. 할 일을 다 마쳤다. 이제 두번 다시 이런 생을 받지는 않는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순다리카 바아라드바아자 장로는 성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