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늙은 바라문이 아첨과 거짓을 물은 인연

118. 늙은 바라문이 아첨과 거짓을 물은 인연

모든 교활과 거짓과 간사와 홀림은 그 겉모양은 곧은 듯하지마는 속에는 간악과 속임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참과 거짓을 잘 분별하여야 하느니라.

옛날 어떤 바라문이 나이 늙어 젊은 아내를 맞이하였다. 아내는 남편이 늙은 것을 꺼리어 쉬지 않고 딴 남자와 정을 통하였다. 음욕에 맛을 붙여 남편을 속이고 연회를 베풀어 젊은 바라문들을 청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의 간음하는 버릇을 알기 때문에 연회를 계속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다. 아내는 갖가지 꾀를 써서 남편을 호리었다.

늙은 바라문의 전처 아들이 불 속에 떨어졌다. 그 때 젊은 아내는 눈으로 보고도 아이를 붙들지 않고 떨어지게 하였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아이가 지금 불에 떨어지는데 왜 붙들지 않았는가?”

아내는 대답하였다.

“나는 젊어서부터 나의 남편만 가까이하고, 일찍이 다른 남자를 붙든 일이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 사내아이를 붙들라고 하십니까?”

바라문은 그 말을 듣고 그렇겠다 생각하고, 아내를 믿는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큰 연회를 열고 바라문들을 모았다. 그러자 아내는 여러 사람들과 정을 통하였다.

바라문은 이 사실을 알자 분하고 원통하여 보물을 모아 옷에 싸 가지고는 아내를 버리고 집을 떠났다.

집을 떠나 멀리 가는 도중에 어떤 바라문을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해가 저물어 어느 집에서 같이 자고, 이튿날 아침에 다시 길을 떠났다.

주인 집을 떠나 차츰 길이 멀어지려 할 때에 그 바라문은 늙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어제 밤 자던 집에서 풀잎 하나가 내 옷에 붙어 왔습니다. 나는 젊을 때부터 남의 물건을 침노하지 않았는데, 지금 이 잎이 내게 붙어 왔으니, 나는 매우 부끄럽습니다. 이것을 그 주인에게 돌려주고 오겠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늙은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그를 깊이 믿어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기다리기를 승낙하였다.

그 바라문은 거짓으로 그 풀잎을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떠났다. 얼마 가지 않아 어떤 산골짜기에 들어가 드러누웠다가 한참만에 돌아와 말하였다.

“그 풀잎을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늙은 바라문은 그렇게 믿고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였다.

늙은 바라문은 마침내 대소변이 보고 싶었다. 대소변을 보고 그것을 씻으려고, 보물을 그에게 맡겼다. 그는 그 보물을 가지고 곧 달아났다. 늙은 바라문은 자기 보물을 도둑맞은 것을 보고, 그 사람을 원망하고 탄식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슬퍼하고 근심하고 고민하면서 다시 길을 떠났다.

조금 가다가 어떤 나무 밑에 쉬고 있을 때, 황새 한 마리가 입에 풀을 물고 여러 새들에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서로 가엾이 여기면서 한 곳에 모여 같이 살자.”

여러 새들은 그 말을 믿고 모두 모여 왔다.

그 때 황새는 여러 새들이 모두 밖에 나간 틈을 엿보아 그들의 둥우리로 가서 알을 쪼아 즙을 마시고 그 새끼들을 잡아먹었다. 그리고는 새들이 올 때가 되자 다시 풀을 물고 있었다.

새들이 돌아와 그 사실을 보고 모두 그를 꾸짖었으나 황새는 버티며 말하였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 때 여러 새들은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

그 나무 밑에서 조금 있다가 집을 떠난 어떤 외도를 만났다. 누더기 옷을 입고 조용하고 천천히 걸으면서 말하였다.

“가거라 가거라, 중생들아.”

바라문은 물었다.

“왜 나란히 걸어가면서 입으로 가거라 가거라고 외치는가?”

외도는 대답하였다.

“나는 집을 떠난 사람으로서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저 개미 따위를 해칠까 두려워하여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늙은 바라문은 그 외도가 입으로 그렇게 하는 말을 듣고, 돈독히 믿는 마음이 생겨 그를 따라 그 집으로 갔다. 날이 저물어 그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나는 고요히 내 마음을 닦아야겠습니다. 당신은 딴 방에 가서 누워 주무십시오.”

그 때 바라문은 도를 닦는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밤중이 지나자 풍류를 잡히어 노래하고 춤추는 소리만이 들렸다. 바라문은 곧 나가 보아 그것이 집을 떠난 외도의 방임을 알았고, 땅 밑에서 여자가 나와 그와 정을 통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자가 춤을 추면 그 외도는 거문고를 타고 외도가 춤을 추면 그 여자가 거문고를 탔다.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천하 만물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할 것 없이 하나도 믿을 것이 없구나.’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남의 남자를 붙들지 않기

그 주인에게 풀잎을 돌려주기

황새가 거짓으로 풀을 머금기

외도가 벌레 다칠까 두려워하기

이러한 모든 아첨하고 거짓된 말

그것들 아무 것도 믿을 것 없네.

그 때 나라 안에 집이 아주 부자인 한 장자가 있어 진귀한 보물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재물들을 많이 잃어버렸다.

그 때 왕은 이런 사실을 듣고 장자에게 물었다.

“누가 와서 가져가 잃어버리게 되었는가?”

장자는 아뢰었다.

“처음에는 간악하고 난잡함이 없이 함께 왕래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한 바라문이 오랫동안 함께 출입했는데 몸을 청결하게 하여 세상의 물건들을 범하지 않고 풀 잎사귀로 옷을 만들어 입고는 오히려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시 이상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바라문을 잡고 물었다.

그 때 장자가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저 사람의 정결한 행실은 세상에 비길 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하루 아침에 구속하려 합니까? 차라리 재물을 잃어버려도 좋으니, 놓아 주었으면 합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나는 예전에 이와 같은 비유를 들은 적이 있으니, 밖으로는 거짓으로 청정한 듯하지만 안으로는 간악함을 품은 것이라 했다. 너는 근심하지 말고 내가 사실을 조사하는 대로 따라라.”

이렇게 말하고, 즉시 조사하여 추궁하니, 변명할 말이 궁하고 이치상 막히자 사실대로 엎드려 자수하였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거울처럼 세상에 처하여 진실과 거짓을 잘 분별 하여 세상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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