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바라내왕이 무덤 사이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은 인연

113. 바라내왕이 무덤 사이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은 인연

대개 어떤 일이라도 구할 만한 것은 방법을 쓰면 얻을 수 있고, 구하지 않아야 할 것은 아무리 억지로 하여도 될 수 없는 것이다. 비유하면 모래를 눌러 기름을 짜고 얼음을 저어 타락 웃물을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이미 얻을 수 없는 것은 한갖 괴롭기만 할 것이다.

옛날 바라내국에 범예(梵譽)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항상 밤중에 무덤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아, 왕이여, 아, 왕이여.”

이렇게 하룻밤에 세 번씩 그 소리를 들었다. 왕은 오랫동안 끊이지 않는 그 이상한 소리를 듣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여 여러 바라문들과 태사(太史)와 점쟁이들을 모으고 의논하였다.

“나는 항상 밤에 무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마는, 나는 너무 겁이 나서 감히 대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말하였다.

“그 무덤에는 반드시 요망한 물건이 있어 그런 소리를 내는 것일 것입니다. 지금 담이 큰 사자를 보내어 그 무덤을 가 보게 하십시오.”

왕은 곧 사람을 모집하였다.

“만일 누구든지 밤에 저 무덤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5백 금전의 상을 주리라.”

아버지가 없는 어떤 고독한 사람은 집이 매우 가난하였으나 큰 담력이 있었다. 그는 곧 응모하여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손에는 칼과 막대기를 들고, 밤에 그 무덤으로 가서 왕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너는 누구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패이복장(貝耳伏藏)이다.”

그리고는 이어 말하였다.

“너는 건장한 장부이구나. 나는 밤마다 왕을 부르는데 만일 그 왕이 내게 대답하였더라면 나는 그 창고에 가려고 하였었다. 그러나 왕은 겁을 내어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내일 이른 아침에 일곱 사람들을 데리고 너의 집에 갈 것이다.”

그는 물었다.

“내일 올 때 나는 어떻게 맞이하여야 하는가?”

패이는 대답하였다.

“너는 집안을 물 뿌려 쓸고, 더러운 것을 치우고, 향과 꽃으로 장식하여 아주 깨끗하게 한 뒤에 포(蒲)와 복숭아·미숫가루·장·타락 웃물·우유로 만든 죽을 여덟 그릇 담아라. 그리고 여덟 도인의 머리를 지팡이로 치되, 먼저 그 상좌의 머리를 치면서, ‘뿔[角]을 넣어라’ 하고, 이렇게 차례로 그 뿔을 모두 몰아 넣어라.”

그는 이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 왕으로부터 5백 금전을 청해 가지고 그것으로 음식을 차리고 기다리려 하였다.

왕은 물었다.

“그 소리를 내는 것은 어떤 물건인가?”

그는 거짓으로 대답하였다.

“그것은 귀신이었습니다.”

그는 패이의 말을 듣고 가만히 기뻐하면서 이발사를 청하여 스스로 장엄하고, 이튿날이 되어 음식을 갖추어 차렸다.

여덟 도인이 와서 마치자, 그가 상좌의 머리를 쳐서 뿔을 몰아 넣게 하였더니, 그것은 곧 한 동이의 금전으로 변하였다. 이렇게 차례로 몰아 넣어 금 여덟 동이가 되었다.

그 때 이발사는 문구멍으로 그가 보물 얻는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도 저 법을 알았다. 저이를 본받아 시험해 보리라.’

그 뒤에 그는 앞에서와 같이 준비한 뒤에 여덟 도인을 청하였다. 그들이 음식을 마치자 상좌의 머리를 치고는 먼저 사람처럼 보물덩이 얻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도인은 머리가 부숴져 피가 흥건히 흘러 젖어 자리를 더렵혔다. 그래도 독촉하여 뿔을 넣게 하자, 그는 너무 황급하여 그만 똥을 쌌다. 이렇게 차례로 일곱 사람들은 모두 막대기를 맞고 땅에 뒹굴었다.

그 중의 어떤 사람은 기운이 왕성하여 곧 그의 손을 붙들고 밖으로 뛰어나와 소리를 높여 크게 외쳤다.

“아무 주인이 우리를 해치려 한다.”

그래서 왕은 사람을 보내어 가서 보고 그 주인을 붙잡고 와서 그 사정을 자세히 물었다.

그 때 이발사는 위의 사실을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사람을 보내어 그 품팔이 집에 가서 금보물을 보고 바로 빼앗으려 하자, 그 보물들은 독사로 변하였다가 또 불덩이로 변하였다.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너의 복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모두 이와 같다.”

왕은 정진하면서 여덟 가지 계율[八戒]을 받들어 가지고 좋은 과보를 얻었다. 그리하여 차츰 8정(正)을 행하여 무루과(無漏果)를 얻었다.

남을 본받으려 하여 여덟 가지 계율을 받들어 가지더라도 마음에 진실한 믿음이 없어 이익과 즐거움을 바라서 구하면 좋은 결과는 벌써 없어지고, 도리어 재앙만 받는 것은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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