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가전연(迦?延)이 악생왕(惡生王)을 위해 여덟 가지 꿈을 풀이한 인연

잡보장경(雜寶藏經) 제09권

102. 가전연(迦?延)이 악생왕(惡生王)을 위해 여덟 가지 꿈을 풀이한 인연

옛날 악생왕이 잔인하고 사나운 행동으로 남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고 삿된 소견이 왕성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매우 가엾이 여겨 제자들을 보내어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면서 교화하게 하셨다.

가전연은 바로 그 악생왕국의 바라문 종족이다. 부처님께서는 곧 가전연을 본국으로 보내어 국왕과 백성들을 교화하게 하셨다.

그 때 존자 가전연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이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때 악생왕은 바른 도를 보지 못하고 삿된 도를 받들어 섬겼다. 그래서 언제나 이른 아침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먼저 하늘신을 섬기는 사당에 절하였다.

그 때 가전연은 그 악생왕을 교화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다른 사람으로 변하되, 마치 얼굴이 단정한 멀리서 온 사자처럼 꾸미고, 왕의 문 안에 들어가 왕을 뵐 때에야 본래 모양으로 돌아가 사문의 형상이 되었다.

왕은 특히 머리를 깎은 도사를 미워하였다. 그래서 왕은 매우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를 이제 죽이겠다.”

왕은 곧 사람을 시켜 가전연을 잡아다 죽이려 하였다.

가전연은 왕에게 아뢰었다.

“내가 무슨 허물이 있기에 죽이려고 합니까?”

왕은 말하였다.

“머리를 깎은 너희들을 보면 불길하다. 그래서 지금 너를 죽이려는 것이다.”

존자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그 불길은 내게 있고 왕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왕은 비록 나를 보아도 아무 손해가 없지마는 내가 왕을 보면 왕은 나를 죽이려 합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그 불길은 바로 내게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왕은 본래 총명하므로 이 말을 듣고는 곧 그 뜻을 깨닫고 가전연을 놓아 주면서 나쁜 마음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가만히 두 사람을 보내어 뒤를 따르게 하면서 그가 머무르는 곳과 먹는 음식은 어떤 것인가를 살피게 하였다.

그들은 가전연이 나무 밑에 앉아 빌어온 밥을 먹되, 밥을 얻었을 때에는 그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남은 것이 있으면 물 속에 쏟아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돌아가자 왕은 물었다.

“존자가 머무르는 곳과 먹는 음식은 어떻던가?”

그들은 위에서 본 대로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다.

그 뒤에 왕은 존자 가전연을 청하여 거친 음식을 주고 사람들을 보내어 물었다.

“지금 그 음식이 마음에 맞는가?”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음식의 본 뜻은 먼저 배를 채우는 데 있다.”

그 뒤에 다시 부드럽고 맛난 음식을 주고 또 사람을 보내어 물었다.

“마음에 드는가?”

존자는 또 대답하였다.

“음식의 본 뜻은 배를 채우는 데 있다.”

그 뒤에 왕은 존자에게 물었다.

“내가 음식을 주었을 때 거칠고 부드러운 것을 가리지 않고, 다만 ‘배를 채우는 데만 있다’고만 말하니, 그것은 무슨 뜻인가?”

존자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몸과 입은, 비유하면 부엌에서는 전단(?檀)도 타고 더러운 똥도 타는 것처럼, 우리 몸과 입도 그러하여 음식에는 거칠고 부드러운 것 없이 배를 채우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몸은 마치 수레와 같아

좋고 나쁜 것 가림이 없다.

향기로운 기름이나 냄새 나는 기름이나

조리(調利)하는 데에는 똑같으니.

왕은 그 말을 듣고 그의 큰 덕을 깊이 알았다.

그리고 거칠고 부드러운 음식을 바라문들에게 주어 보았다. 바라문들은 처음에 거친 음식을 받았을 때에는 모두 화를 내어 얼굴빛을 변하고 꾸짖다가 나중에 부드러운 음식을 줄 때에는 기뻐하고 찬탄하였다.

왕은 바라문들이 음식을 따라 기뻐하고 노여워하는 것을 보고는 가전연을 더욱 믿고 공경하였다.

그 때 존자의 외생녀(外生女)는 일찍부터 성 밖의 바라문 촌에 살고 있었는데, 좋은 머리털을 가지고 있었다.

안거 때가 되어 그는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하기 위하여 자기 머리털을 팔아 5백 냥 금전을 받아 가전연을 청하여 여름 안거 동안 공양하였다. 그래서 존자 가전연은 여름 안거를 거기서 마치고 성 안으로 돌아왔다.

그 때 악생왕의 궁문 안에 갑자기 죽은 꿩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전륜왕이 먹던 꿩과 같았으므로 악생왕은 그것을 먹으려 하였다.

어떤 지혜로운 신하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 꿩을 그냥 드시지 마시고 먼저 시험해 보셔야 합니다.”

왕은 그 말을 따라 곧 사람을 시켜 그 고기 한 점을 베어 개에게 주었다. 개는 그 고기 맛을 탐하여 혀까지 한꺼번에 먹고는 그만 죽어 버렸다.

또 그 고기를 조금 베어 어떤 사람에게 시험해 보았다.

그 사람도 그 고기를 먹다가 그 맛을 탐하여 마침내 제 손까지 깨물어 먹고는 죽어 버렸다.

왕이 그것을 보고 매우 두려워하자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이 고기는 전륜왕이나 번뇌가 없는 지혜를 가진 도인이라야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왕은 곧 사람을 시켜 그 고기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 존자 가전연에게 보내었다. 가전연은 그것을 먹었는데도 몸이 아주 편안하였다.

뒤에 왕은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게 하고는 가전연의 안색이 보통 때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듣고는 더욱 존경하였다. 그리고 저 외도의 바라문들을 업신여기고 천하게 여겼다.

왕은 가전연에게 물었다.

“존자는 이 여름에 어디서 안거를 지내시고 지금 오십니까?”

존자는 외생녀가 머리털을 팔아 돈을 얻어 스님들을 공양하였다는 말을 자세히 하였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궁중에 머리털이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불과 몇 닢 안 되는 동전밖에 받지 못하였는데, 지금 그 여자의 머리털은 5백 냥의 금전을 받았다 하니, 그 여자는 머리털만 보통이 아닐 뿐 아니라 반드시 얼굴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왕은 곧 그 여자 부모의 성명을 묻고는 사람을 보내어 거기 가서 그 여자를 직접 보게 하였는데, 그 자태의 뛰어남은 과연 그 추측과 같았다.

왕은 사자를 보내어 그를 맞아 부인으로 삼으려 하였다. 그런데 그 여자의 집에서는 많은 보물과 도시와 촌락을 요구하였다.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그것을 주더라도 여자가 올 때에는 그것은 모두 내게 돌아온다.’

곧 승낙하고 그를 맞아들여 부인으로 삼기로 하였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날에는 온 나라가 모두 기뻐하면서 경사라고 일컬었다.

그 뒤에 또 큰 사면령을 내려 방면하고, 그 부인 이름을 시바구사(尸婆具沙) 부인이라 짓고, 왕은 매우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 뒤에 태자를 낳았는데, 이름을 교바라(喬婆羅)라 하였다.

어느 때 왕은 자다가 꿈에 여덟 가지 일을 보았다.

첫째는 왕의 머리에 불이 붙었고, 둘째는 두 마리 뱀이 왕의 허리를 감았으며, 셋째는 가는 쇠그물이 왕의 몸을 감았고, 넷째는 두 마리 빨간 고기가 왕의 두 발을 삼켰으며, 다섯째는 네 마리 흰 따오기가 왕을 향해 날아왔고, 여섯째는 겨드랑이까지 빠지는 피의 진흙 속으로 다녔으며, 일곱째는 태백산에 올랐고, 여덟째는 황새가 머리 위를 스쳐 갔다.

왕은 꿈에서 깨어나 상서롭지 못하다 생각하고, 근심하고 슬퍼하다가 곧 바라문들에게 가서 물었다.

바라문들은 본래부터 왕을 꺼렸고 또 존자를 질투하였기 때문에 왕의 이 꿈 이야기를 듣고 말하였다.

“대왕의 꿈은 매우 불길합니다. 만일 푸닥거리를 하지 않으면 그 화가 왕의 몸에 미칠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는 실로 그렇다 생각하고 더욱 근심하고 번민하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푸닥거리를 할 때에는 어떤 물건을 써야 하는가?”

바라문들은 말하였다.

“거기에 쓸 것은, 대왕이 매우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해도 왕은 결코 그렇게 하시지 못할 것입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그 꿈이 하도 나빠 다만 그 재화가 내 몸에 미칠까 두려울 뿐이다. 내 몸 이외에 다른 것은 아까운 것이 없다. 부디 나를 위해 거기에 필요한 물건을 말하라.”

바라문들은 왕이 간절한 것을 보아 그 마음이 지극한 것을 알고, 왕에게 말하였다.

“그 꿈에 여덟 가지가 있으므로 여기에도 꼭 여덟 가지를 행해야 그 재앙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왕의 사랑하는 부인 시바구사를 죽여야 하고, 둘째는 왕의 사랑하는 태자 교바라를 죽여야 하며, 셋째는 재상인 대신을 죽여야 하고, 넷째는 왕의 소유인 오신(烏臣)을 죽여야 하고, 다섯째는 하루에 3천 리를 달리는 왕의 코끼리를 죽여야 하며, 여섯째는 하루에 3천 리를 달리는 왕의 낙타를

죽여야 하며, 일곱째는 왕의 그 좋은 말을 죽여야 하고, 여덟째는 까까머리 가전연을 죽여야 하는 것입니다.

금후 이레 동안 그 여덟 가지를 죽여 그 피를 모으고 그 가운데로 다니면 그 재앙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자기 목숨이 중했기 때문에 곧 허락하고, 궁중으로 돌아와 근심하고 번민하였다.

부인이 왕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왕은 부인에게 그 상서롭지 못한 꿈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또 바라문이 말한 꿈의 재앙을 막는 조건을 이야기하였다.

부인은 이 말을 듣고 아뢰었다.

“다만 대왕의 몸만 편안하여 재화가 없으시다면 첩의 천한 몸이야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다시 아뢰었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저는 죽음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저 존자 가전연에게 가서 엿새 동안 재를 닦고 법을 듣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안 된다. 만일 네가 그에게 가서 그 사실을 말하여 그가 그런 줄을 안다면, 그는 나를 버리고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러나 부인이 하도 간청하기 때문에 왕은 할 수 없어 마침내 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부인이 존자에게 가서 예배하고 문안드린 지 사흘이 지났다. 존자는 이상히 여겨 물었다.

“부인은 지금까지 여기 와서 밤을 지낸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왜 보통 때와 다릅니까?”

부인은 말하였다.

“왕의 악몽으로 인하여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우리들을 죽여 재화를 막을 것이니,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존자에게 법을 들으러 왔습니다.

곧 존자에게 왕의 꿈을 이야기하였다.

존자 가전연은 말하였다.

“그 꿈은 매우 좋습니다. 장차 경사가 있을 것이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머리에 불이 붙었다는 것은 보주국(寶主國)에서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하늘관[天冠]을 가지고 와서 왕에 바칠 것이니, 그 꿈은 바로 그것입니다.”

부인은 만일 이레가 차면 왕에게 죽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것이 늦게 올까 걱정이 되어 존자에게 물었다.

“그것은 언제 오겠습니까?”

“오늘 저녁 때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리고 두 마리 뱀이 왕의 허리를 감았다는 것은 월지국왕(月支國王)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칼 두 개를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밤이 되면 올 것입니다.

가는 쇠그물이 몸을 감았다는 것은 대진국왕(大秦國王)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구슬 영락을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새벽이면 올 것입니다.

빨간 고기가 발을 삼켰다는 것은 사자국왕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비유리(毘琉璃) 보배 신을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아침 때에 올 것입니다.

네 마리 흰 따오기가 왔다는 것은, 발기국왕(跋耆國王)이 황금 보배 수레를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점심 때에 올 것입니다.

피의 진흙 속이란 안식국왕(安息國王)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사슴털옷을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점심 중참 때에 올 것입니다.

태백산에 올랐다는 것은 광야국왕(曠野國王)이 큰 코끼리를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저녁 무렵에 올 것입니다.

황새가 머리 위를 스쳤다는 것은 왕과 부인 사이에 남모르는 사사로운 일이 있다는 것이니, 그 일은 내일 있을 줄 알아야 합니다.”

과연 그 존자의 말과 같이 그 때가 되자 여러 나라에서 바치는 물건이 모두 도착하였다. 그리하여 왕은 매우 기뻐하였다.

시바구사 부인은 본래 하늘관을 쓰고 있었는데 보주국에서 바친 하늘관을 겹쳐 써 보았다. 왕은 장난으로 시바구사 부인이 쓴 하늘관 하나를 벗겨 금만(金?) 부인의 머리에 씌웠다. 그러자 시바구사 부인은 화를 내며 말하였다.

“만일 나쁜 일이 있었다면 내가 먼저 당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하늘관을 얻으니 그에게 씌우십니까?”

그리고는 타락[酪] 그릇을 왕의 머리에 던지자 왕의 머리가 더러워졌다.

왕은 매우 화를 내어 칼을 뽑아 부인을 치려 하였다.

부인은 왕이 두려워 방안으로 달려 들어가 방문을 걸었다. 그래서 왕은 들어가지 못하였다.

그 때 왕은 깨달았다.

‘존자가 남 모르는 사사로운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해몽한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왕은 곧 부인과 함께 존자 가전연에게 가서 위의 사실을 자세히 이야기한 뒤에 말하였다.

“법이 아닌 삿되고 악한 말을 믿고, 하마터면 존자님과 처자 대신 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해치는 큰 죄악을 지을 뻔하였습니다. 이제 존자님의 진실한 말을 듣고 어둡던 눈이 뜨이어 바른 도를 보고 나쁜 일에서 떠나게 되었습니다.”

곧 존자를 청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공양하였다. 그리고 모든 바라문들을 멀리 국경 밖으로 쫓아 버렸다.

왕은 존자에게 물었다.

“어떤 인연이 있어 그와 같이 여러 나라에서 각각 그런 보물을 내게 보내었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먼 옛날 91겁 전에 비바시라는 부처님이 계셨습니다. 그 부처님 때에 반두(槃頭)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의 왕태자는 부처님을 믿고 정진하였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공양하고 예배한 뒤에 곧 자기가 가진 하늘관과 보배 칼·영락·큰 코끼리·보배 수레, 흠바라 옷 따위를 그 부처님께 바쳤습니다. 그 복으로 말미암아 나는 곳마다 높고 귀하여 가지고 싶은 보물이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르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삼보에 대하여 깊이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하여 예배하고 궁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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