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3. 월지국왕(月氏國王)이 아라한 기야다를 본 인연
월지국(月氏國)에 전단계니타(?檀?尼)라는 왕이 있었다.
왕은 계빈국에 있는 존자 아라한 기야다의 큰 명성을 듣고, 그를 보려고 몸소 수레를 타고 신하들과 함께 그 나라로 갔다. 그는 도중에서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왕으로서 천하의 왕이다. 어떤 인민도 모두 공경하고 항복한다. 큰 덕이 있는 이가 아니면 어떻게 내 공양을 받들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 그 나라에 이르렀다.
어떤 사람이 존자 기야다에게 말하였다.
“월지국의 왕 전단계니타가 여러 신하들과 함께 멀리서 와서 뵈려고 합니다. 원컨대 존자는 옷을 바르게 하고 나가 대접하십시오.”
존자는 대답하였다.
“내가 부처님 말씀을 들으니, ‘출가한 사람은 예로서 속세의 외양을 존경할 뿐 오직 힘쓸 것은 덕이다’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옷을 꾸미고 나가서 맞이하겠는가?”
그리고 곧 잠자코 단정히 앉아 있으면서 나가지 않았다.
이에 월지국왕은 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존자 기야다의 위덕을 보고는, 더욱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생겨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섰다.
존자가 가래침을 뱉고자 하자, 왕은 자기도 모르게 가래침 그릇을 앞에다 바쳤다.
그러자 존자 기야다는 왕에게 말하였다.
“빈도(貧道)는 지금 존자를 위해 복밭이 되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몸소 왕림하셨습니까?”
그 때 월지국왕은 부끄러워하면서 ‘내가 아까 가만히 생각한 마음을 아시는구나. 신비한 덕이 아니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하고, 거듭 공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때 존자 기야다는 왕을 위해 간단히 설법하였다.
“왕은 오실 때 길이 좋았습니다. 가실 때에도 오실 때와 같도록 하시오.”
왕은 그 분부를 받고 곧 본국으로 돌아갔다. 중도에 이르러 여러 신하들은 원망하였다.
“우리는 멀리 대왕을 따라 저 나라에 갔지마는 마침내 아무 들은 것도 없이 헛되이 돌아갑니다.”
그 때 월지국왕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지금 아무 얻은 것이 없다고 나를 원망한다. 그러나 아까 그 존자는 나를 위해, ‘왕은 오실 때 길이 좋았습니다. 가실 때에도 오실 때와 같도록 하시오’라고 설법하셨다. 그대들은 그 뜻을 모르는가? 나는 과거에 계율을 지키고 보시를 행하며 승방을 짓고 탑을 세웠다. 이런 갖가지 공덕으로 왕이 될 종자를 심어 지금 이 자리를 누리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다시 복을 닦고 온갖 선을 널리 쌓으면 미래 세상에서도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존자는 나를 보고, ‘왕은 오실 때 길이 좋았습니다. 가실 때에도 오실 때와 같도록 하시오’라고 경계하신 것이다.”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였다.
“신들은 하천하고 어리석어 망령되게 가고 오는 길만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대왕의 신기로운 덕은 묘하게 그 말뜻에 꼭 맞습니다. 여러 가지 덕을 쌓았기 때문에 이 국위(國位)를 누립니다.”
신하들은 이렇게 말하고 기뻐하면서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