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십력가섭(十力迦葉)이 진실한 말로 부처님 발의 피를 멎게 한 인연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가타라(迦陀羅) 나무 가시에 발이 찔렸다. 피가 흘러 멎지 않아 온갖 약을 발라도 낫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아라한들이 향산(香山)에서 약을 캐어 와 발라도 낫지 않았다.
그 때 십력가섭이 부처님께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부처님께서 라후라(羅羅)와 제바달다를 대하는 것과 조금도 다름없이 일체 중생을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신다면 발의 피가 멎을 것입니다.”
그러자 피가 곧 멎고 딱지도 완전히 떨어졌다.
비구들은 찬탄하였다.
“온갖 묘한 약을 다 써도 피가 멎지 않더니 가섭의 진실한 말에 피가 곧 멎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어떤 바라문이 아들을 낳아 이름을 무해(無害)라 하였는데, 무해는 그 아버지께 말하였다.
‘밭에 다닐 때에도 중생을 해치지 마십시오.’
아버지는 말하였다.
‘너는 신선이 되려는가? 살아가려면 어떻게 벌레를 죽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들은 말하였다.
‘저는 현세에도 안락하고 후세에도 안락하고 싶습니다. 제 말을 들어 주지 않으신다면 이렇게 살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독한 용이 사는 우물가에 앉아 죽으려고 하였다. 세상에는 독한 용이 있어서 그것을 보면 곧 사람을 해친다.
그 때 바라문의 아들은 용을 보았다. 그러자 용의 독기가 그의 온몸에 퍼져 거의 죽게 되었다.
그 때 아버지는, 아들이 간 곳을 몰라 몹시 근심하며 찾다가 아들이 죽으 려는 것을 보고,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지금까지 내 아들에게 해치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 독기는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말하자, 독기가 곧 사라져 본래처럼 회복되었다. 그 때의 그 아버지는 바로 저 십력가섭이요, 아들은 바로 내 몸이었다.
저 가섭은 지나간 세상에서도 진실한 말로 내 병을 고쳤고, 이 현세에서도 진실한 말로써 내 병을 고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