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 장자가 사리불과 마하라(摩訶羅)를 청한 인연

078. 장자가 사리불과 마하라(摩訶羅)를 청한 인연

옛날 사위성 안에 큰 장자가 있었다. 그 집은 큰 부자로서 재보가 한량없었다. 그래서 차례로 사문을 집으로 청하여 공양하였다.

그 때 차례는 사리불과 마하라(摩訶羅)였다. 그들이 장자의 집에 가자, 장자는 그들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마침 그날 바다에 들어갔던 장자의 상인들은 많은 보배를 얻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또 국왕은 촌락을 떼어 장자에게 봉해 주었으며, 그 부인은 아기를 배어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경사가 한꺼번에 모여들었다.

사리불 등은 그 집에 들어가 장자의 공양을 받았다. 공양이 끝나자 장자는 물을 돌리고, 존자 앞에다 조그만 자리를 펴고 앉았다. 사리불은 축원하였다.

“오늘은 좋은 때에 좋은 갚음을 받아 재물의 이익과 즐거운 일이 모두 모여 마음이 기쁘고 즐거울 것이니, 신심(信心)을 내어 부처님을 늘 생각하면, 오늘처럼 뒤에도 그럴 것이다.”

그 때 장자는 이 축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훌륭하고 묘한 천 두 필을 사리불에게 보시하고 마하라에게는 주지 않았다. 그래서 마하라는 절로 돌아왔으나, 섭섭하고 슬픈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리불이 그 보시를 얻은 것은 그 축원이 장자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 축원을 구해야 하겠다.’

그리하여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아까 그 축원을 내게 주십시오.”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그 축원은 항상 쓸 것이 아닙니다. 쓸 때가 있고 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마하라는 간절히 청하였다.

“그것을 꼭 내게 주십시오.”

사리불은 그 뜻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그 축원을 주었다.

그는 축원을 받아 읽고 외워 아주 익히 통하였다. 그리하여 생각하였다.

‘언제 또 내 차례가 되어 상좌로서 이 축원을 외우게 될 것인가?’

마침 차례가 되어 그는 장자 집에 가서 상좌가 되었다.

그 때 그 장자 집 상인들은 바다에 들어갔다가 보배를 잃어버렸다. 게다가 장자의 부인도 관가의 일에 걸렸고, 또 아이도 죽었다. 그런데 마하라는 그 축원 그대로 말하였다.

“뒤에도 항상 그러하리라.”

그 때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그를 때리면서 문 밖으로 쫓아버렸다.

그는 매를 맞고 괴로워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왕의 깨밭에 들어갔다가 깨를 밟아 모종이 모두 부러졌다. 깨밭지기는 화를 내어 채찍으로 그를 때려 그는 심한 괴로움과 욕을 보았다. 그는 거듭 매를 맞고 깨밭지기에게 물었다.

“내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그처럼 때리는가?”

깨밭지기는 그가 깨를 밟은 상황을 자세히 말하고, 그 이유를 보여 주었다.

그는 다시 걸어 몇 리를 가기 전에 어떤 사람이 보리를 베어 쌓아 둔 보리 무더기를 만났다.

그 때 그 고장 풍속에는 그 무더기를 오른쪽으로 돌면 음식을 차려 놓고 풍년을 빌지마는, 만일 왼쪽으로 돌면 불길하다고 되어 있었다.

마하라는 그 무더기를 왼쪽으로 돌았다. 주인은 화를 내어 또 몽둥이로 그를 때렸다. 그는 물었다.

“내게 무슨 죄가 있기에 함부로 몽둥이로 때리는가?”

주인은 대답하였다.

“너는 왜 보리 무더기를 오른쪽으로 돌면서 ‘많이 들어오라’고 축원하지 않는가? 우리 법을 어겼기 때문에 너를 때려 그 이유를 보인 것이다.”

그는 또 얼마를 가다가 어떤 장사 지내는 것을 만나 무덤 구덩이를 오른쪽으로 돌면서 아까 보리 무더기에서와 같이 축원하였다.

“많이 들어오라, 많이 들어오라.”

상주는 화를 내어 그를 때리면서 말하였다.

“너는 죽은 사람을 보았으면 가엾이 여겨 지금부터 다시는 이러지 말라고 말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도리어 ‘많이 들어오라, 많이 들어오라’라고 말하는가?”

마하라는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당신 말대로 하겠습니다.”

또 얼마를 가다가 그는 어떤 결혼하는 것을 보고 저 상주가 가르친 말 그대로 하였다.

“지금부터는 다시 이러지 말라.”

결혼하는 사람은 화를 내어 또 매를 때려 머리가 부서지게까지 되었다.

그는 매를 맞고 미친 듯 달려 얼마를 가다가 어떤 기러기잡이를 만났다. 그는 놀라고 두려웠기 때문에 그의 그물에 부딪쳤다. 그래서 기러기들이 모두 놀라 흩어졌다. 사냥꾼은 화를 내어 막대기로 때렸다.

그 때 마하라는 매를 맞고 몹시 피로해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나는 곧은 길로 걸어가다가 여러 번 미끄러져 정신이 어지럽고 걸음이 경솔하여 당신 그물에 부딪쳤습니다. 너그러이 생각하고 놓아 주어 이 길을 가도록 하십시오.”

사냥꾼은 대답하였다.

“너는 차분하지 못하고 허둥거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왜 천천히 기어가지 않는가?”

그는 다시 출발해 사냥꾼의 말대로 기어가다가 도중에 빨래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그가 엎드려 기어오는 것을 보자 옷을 훔칠 것이라 생각하고, 또 그를 잡아 막대기로 때렸다. 마하라는 곤란을 만나 다급해지자 위의 사실을 자세히 말하고 놓여나게 되었다.

그는 기원(祇洹)으로 가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전날의 사리불의 축원을 외웠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매를 맞아 몸이 부서지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비구들은 그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가 매를 맞은 유래를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마하라는 지금만 그런 일이 있은 것이 아니다. 옛날 어떤 국왕의 딸이 병에 걸리자 태사(太史)가 점을 치고는, ‘무덤 사이로 가서 병을 제거하라’고 하였다.

그 때 그 왕녀는 시종을 데리고 무덤 사이로 갔는데, 길을 가던 어떤 두 상인이 왕녀의 시종이 엄한 것을 보고 겁을 내어 무덤 사이로 달아났다. 그 한 사람은 왕녀의 시종들에게 귀와 코를 베이었고, 또 한 사람은 놀라고 두려워 급히 시체들 속에 엎드려 거짓으로 죽은 체하였다.

그 때 왕녀는 금시 죽어 아직 살이 문드러지지 않은 시체를 골라서 그 위에 앉아 목욕을 함으로써 앓고 있는 병을 고치고자 하였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다가 마침 그 상인을 만나 손을 대어 보니, 그 몸이 아직 따뜻하였다. 그래서 금시 죽은 것이라 생각하고 겨자가루를 몸에 바르고는 그 위에서 목욕하였다.

겨자가루의 매운 기운이 상인의 코에 들어갔다. 상인은 아무리 참으려 하였으나 견딜 수가 없어 그만 크게 재채기를 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 때 시종들은 그를 송장 귀신이라 생각하고, 어떤 재앙이나 주지 않을까 하여 문을 닫고 버티었다. 왕녀도 급히 붙들고 놓지 않았다.

그 때 상인은 사실대로 말하였다.

‘나는 실은 귀신이 아닙니다.’

그러자 왕녀는 그를 데리고 성으로 가서 성문을 열라 하고,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그러나 부왕은 그 말을 듣고도 믿지 않고, 무장을 한 채 성문을 열고 나가 보고는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다.

그 때 그 부왕은 ‘여자의 몸은 두 번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하고, 딸을 아내로 주었다. 상인은 매우 기뻐하였고, 그 경사는 한량이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 왕녀를 얻은 그 상인은 바로 저 사리불이요, 귀와 코를 베인 이는 바로 저 마하라이다. 그는 오늘만이 아니라 전생의 인연도 그와 같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지금부터 설법하고, 축원하려 하거든 부디 그 적당한 때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보시와 계율과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를 닦아 익히고, 근심하고 슬퍼하며 기뻐하고 즐기는 것도, 그 때의 적당하고 적당하지 않음을 알아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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