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6. 길리조(吉利鳥)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 때 제바달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는 푸른 옷을 입은 5백 명의 귀신이 있어서 항상 호위하고 있다. 또 부처님에게는 나라연(那羅延)도 따르지 못할 열 가지 힘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를 해칠 수가 없다. 차라리 돌아가서 그를 받들어 섬기다가 요긴한 기회를 보아 해치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등 대중 앞에서 부처님을 향해 참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내 참회를 받아 주면 나는 방편을 쓸 것이요, 내 참회를 받아 주지 않으면 이로 인해 그의 이름이 나쁘게 퍼질 것이다.’
그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참회를 받아주소서. 저는 한적한 곳에서 혼자 마음을 닦으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법에는 아첨과 속임이 없다. 아첨하고 속이는 자에게는 어떤 법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때 저 외도의 여섯 스승들은 모두 말하였다.
“제바달다는 진심으로 부처님께 참회하는데, 부처님이 그 참회를 받아 주지 않는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제바달다는 거짓으로 부처님을 대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먼 옛날 바라내국에 범마달(梵摩達)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을 정하여 살생을 금하였다.
그 때 어떤 사냥꾼은 선인(仙人)의 옷을 입고 온갖 사슴과 새를 잡았지만는, 아무도 그것을 아는 이가 없었다.
어떤 길리조(吉利鳥)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저 아주 나쁜 사람은 비록 선인의 옷을 입었지만, 사실은 사냥꾼으로서 항상 살생합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길리조를 신용하였는데 진실로 그 말과 같았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길리조는 바로 지금 이 내 몸이요, 그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며, 그 왕은 바로 저 사리불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