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 산닭왕[山鷄王]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가 부처님께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제 편안히 머무시고 이 대중들을 저에게 맡겨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침[唾]을 먹을 어리석은 사람아, 나는 이 대중을 사리불이나 목건련에게도 맡기지 않는데, 어떻게 너에게 맡기겠느냐?”
그러자 제바달다는 화를 내며 욕하고 떠나갔다.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여러 가지로 부처님을 괴롭히려 하며, 또 많은 방편으로 부처님을 속이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지나간 세상에 설산 곁에 사는 어떤 산닭왕은
많은 닭들을 거느리고 자기를 따르게 하였다. 그 닭 벼슬은 매우 붉고 몸은 희었다. 그는 여러 닭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도시나 마을을 멀리 떠나 사람들에게 잡아 먹히지 않도록 하라. 우리가 원망하고 미워할 만한 것들이 많이 있으니, 부디 스스로 잘 삼가고 보호하라.’
그 때 어떤 마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거기에 닭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그리로 가서, 나무 밑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머리를 숙이고 그 닭에게 말하였다.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되고 당신은 나의 남편이 됩시다. 당신의 몸은 단정하여 사랑할 만합니다. 머리의 벼슬은 붉고 몸은 온통 하얗습니다. 우리가 서로 받들어 섬기면 안온하고 즐거울 것입니다.’
닭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고양이는 노란 눈의 어리석고 작은 물건
무엇이나 해칠 마음으로 잡아먹으려 하는구나.
그러나 아내를 가진 자로서
그 목숨이 안온한 이 보지 못했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닭은 바로 내 몸이요, 고양이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 그는 과거에도 나를 꾀어 속이려 하였고, 오늘도 나를 꾀어 속이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