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 구가리(仇伽離)가 사리불 등을 비방한 인연
옛날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옹기장이 집에 이르러 큰 비를 만나 그 집에서 잤다.
마침 그 집에는 어떤 소 치는 여자가 옹기 가마 뒤의 으슥한 곳에 먼저 와 있었는데, 이 성문들도 선정에 들지 않았을 때에는 범부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알거나 보지 못하였다.
그 여자는 사리불과 목련의 그 아름다운 용모를 보고, 마음 속으로 혹하여 그만 더러운 것을 흘렸다.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그 옹기가마에서 나왔다.
구가리(仇伽離)는 사람의 상을 잘 보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빛만 보고도 음행을 하였는지 하지 않았는지를 분별하였다.
그는 그 소치는 여자가 뒤에서 나오는데, 그 얼굴빛에서 음행한 것을 보았지만, 그것이 그 여자가 스스로 혹해서 더러운 것을 흘린 줄을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곧 여러 비구들에게 비방하여 말하기를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소치는 여자와 음행하였다”고 하며, 이와 같은 사실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 때 비구들은 그에게 ‘존자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지 말라’고 세 번이나 충고하였으나, 구가리는 화를 내고 질투하여 그 분이 더욱 더하였다.
그 때 어떤 장자가 있어 이름을 바가(婆伽)라 하였다.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는 아나함을 얻어서 목숨을 마치고 범천에 나서 이름을 바가범(婆伽梵)이라 하였다.
그 때 그 바가범은 멀리 하늘 위에서 구가리가 존자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는 줄을 알고 곧 내려와 구가리 방으로 갔다. 구가리는 물었다.
“너는 누구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바가범이다.”
“무슨 일로 왔는가?”
“나는 하늘귀[天耳]로써 네가 존자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는 말을 들었다. 너는 존자들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지 말라.”
이렇게 세 번 충고하고 충고하기를 그치지 않았으나, 구가리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였다.
“너 바가범이여, 너는 아나함을 얻었다고 말하는가? 아나함이란 돌아오지 않는다[不還]는 뜻이다. 그런데 너는 왜 내 곁에 왔는가? 만일 그렇다면 부처님의 말도 거짓이다.”
바가범은 말하였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욕계(欲界)에 돌아와 태어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 때 구가리 몸에는 갑자기 종기가 생겼는데, 머리에서 발끝에까지 크고 작기가 콩만큼씩 하였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어찌하여 사리불과 목련은 소치는 여자와 음행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다시 나무라셨다.
“너는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지 말라.”
그는 부처님의 이 말을 듣고 더욱 화를 내었다. 그러자 그 악성 종기가 자꾸 커져 벚[]만큼 되었다.
그가 또 그 일로 부처님께 거듭 아뢰자, 부처님께서 다시 나무라셨다.
“그 일을 말하지 말라.”
그러자 그 종기가 더욱 커져 박만해지면서 온몸이 몹시 뜨거워졌다.
그는 찬 못물에 들어갔으나, 얼음 못물이 매우 뜨겁게 끓으면서 종기가 모두 터졌다. 그리고 그는 죽어 큰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그 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사리불과 목련은 그런 비방을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나간 겁에 사리불과 목련은 아직 범부로 있었다. 그들은 어떤 벽지불이 옹기장이 집의 가마 속에서 나오고, 그 뒤에 소 치는 여자가 따라 나오는 것을 보고 비방하였다.
‘저 비구는 틀림없이 저 여자와 정을 통하였다.’
그들은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삼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금은 성현이 되었지만 이전의 인연이 다하지 않아 아직도 비방을 받는 것이다.
알아야 한다. 성문들은 중생들을 위하여 큰 선지식이 되지 못한다. 왜 그러냐 하면, 만일 저 사리불이나 목련이 저 구가리를 위하여 조그만 신통이라도 나타내었더라면 구가리는 반드시 지옥을 면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신통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저 구가리로 하여금 지옥에 떨어지게 한 것이 이와 같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란 저 구류손(鳩留孫)부처 때의 정광(定光)이라는 선인과 같은 사람이다. 그는 5백 명 선인들과 함께 숲 속의 풀굴 속에 살고 있었다.
그 때 어떤 부인이 지나다가 거기서 우연히 비를 만났는데, 바람이 몹시 찼지만 비를 피할 곳을 찾을 도리가 없었다. 그는 곧 정광 선인 처소에서 하룻밤을 같이 쉬고 그 이튿날 떠났다. 여러 선인들은 그것을 보고 비방하였다.
‘저 정광 선인은 틀림없이 저 여자와 부정한 짓을 행하였다.’
그 때 정광은 비구들의 마음을 알고, 그 비방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지옥에 떨어질까 두려워하여, 곧 다라(多羅) 나무 높이의 허공에 올라 열여덟 가지 신변을 나타내었다. 선인들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몸이 4지(指)만큼 땅에서 떨어져도 음욕이 없거늘 하물며 정광은 허공에 올라가는 큰 신변이 있는데, 어떻게 음행이 있겠는가? 우리는 왜 저 청정한 사람을 비방하였던가?’
그 때 그 5백 선인들은 온몸을 땅에 던지고 몸을 굽혀 참회하였다.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중한 죄를 면하게 되었다.
알아야 한다. 보살은 큰 방편이 있으므로 그는 진실로 중생들의 선지식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정광 선인은 바로 지금의 저 미륵이요, 5백 선인은 바로 지금의 저 장로 5백 비구들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