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무량수경 (觀無量壽經)
1.아사세가 부모를 가두다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에서 천 이백 오십 인의 비구와 함께 계셨는데, 거기에는 법의 왕자인 문수사리를 비롯할 삼만 이천의 보살들도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그 때 왕사성에는 아사세(阿寐世)라는 태자가 있었다. 그는 나쁜 친구 제바달다의 꼬임에 빠져 아버지 빈비사라왕을 일곱 겹으로 된 방에 가두어 놓고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한 사람도 거기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하였다. 왕을 공경하던 왕비 위제희(韋提希)는 깨끗이 목욕을 하고 나서 우유와 꿀에 가루로 반죽한 것을 몸에 붙이고, 품속에 포도주를 넣어 가지고 은밀히 왕에게 드렸다. 왕은 꿀반죽과 포도주를 마신 뒤, 멀리 기사굴산을 향해 합장하고 이렇게 나직이 말했다.
“덕이 높은 목련존자는 내 친구입니다. 원컨대 자비를 베풀어 나에게 팔계(八戒)를 일러 주십시오.”
이 때 목련은 신통으로 매가 날듯어 신속하게 왕이 갇혀 있는 곳에 이르렀다. 그는 날마다 이렇게 해서 왕에게 팔계를 설해 주었다. 그리고 부처님은 부루나존자를 보내어 왕에게 법을 설해 주도록 했다. 이와 같이 하여 삼 주일이 지났다. 꿀반죽을 먹고 설법을 들으니 갇혀 있는 몸이지만 왕은 안색이 온화하고 기쁨으로 충만해 있었다.
어느 날 아사세는 문지기에게, 부왕은 아직도 살아 있느냐고 물었다. 문지기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왕이서여, 왕대비께서는 몸에 꿀반죽을 붙이고 품속에 포도주를 넣어 가지고 와서 왕께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련과 부루나 두 스님이 허공으로 날아와 설법을 해 줍니다. 그러니 저로서는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아사세는 화가 잔뜩 나가지고 어머니에게 대들었다.
“어머니는 역적이오, 역적과 작반하였소. 스님들은 악당이오, 사람을 홀리는 주문으로 이 나뿐 임금을 여러날 죽지 않게 했소”
그러면서 칼을 들고 어머니를 치려 하였다. 이 때 월광(月光)이라는 신하가 있었는데, 그는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명의(名醫)인 기바(耆婆)와 함께 왕 앞에 나아가 예배하고 이렇게 말해다.
“대왕이시여, 베다 성전(聖典)에 말해진 것을 듣건대 아득한 옛날부티 오늘에 이르도록 온갖 나뿐 임금이 있어, 왕위에 빨리 나아가기 위해 그 부왕을 죽인 자가 무려 일만 팔천이나 됩니다. 그러나 무도하게 그 어머니를 죽였단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대왕께서 만약 부모를 살해하신다면 왕족의 이름을 더럽히게 될 것입니다. 저희는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일은 전다라 같은 천민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여기 더 머물러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고 두 신하는 물러나려 하였다. 아사세는 깜짝 놀라 기바에게 말했다. “그대는 나를 도와주지 않겠는가?”
기바는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어머니를 살해해서는 안 됩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뉘우쳐 도와주기를 청했다. 칼을 버리고 어머니를 살해하지 않고 하인을 시켜 깊은 골방에 가두어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2.위제희가 법문을 청하다
골방에 갇힌 왕비 위제희는 수심에 잠긴 채 멀리 기사굴산을 향해 부처님께 예배를 드린 뒤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그전에는 항상 아난존자를 보내어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저는 지금 갇힌 몸이 되어 거룩하신 부처님을 뵈올 길이 없습니다. 원컨대 목련준자와 아난존자를 보내시와 저를 만나게 해 주옵소서.”
왕비는 그러면서 슬피 울며 멀리 부처님이 계신 곳을 향해 예배를 드렸다. 부처님은 벌써 위제희의 생각을 아시고, 목련과 아난을 불러 허공으로 날아가도록 하고, 부처님도 기사굴산에서 자취를 감추어 왕궁에 나타나셨다.
예배를 마친 위제희가 머리를 들자 눈앞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부처님의 몸이 많은 보석으로 장식된 연꽂 위에 앉아 계시는 것이었다. 왼쪽에는 목련이 오른쪽에는 아난이 모시었고, 제석천(帝釋天)과 범천(梵天)과 호세(護世) 천인들이 허공에서 하늘 꽃을 뿌려 공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위제희는 부처님의 모습을 뵙자 제 손으로 영락(瓔珞)을 끊어 버리고 땅에 엎드려 울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와 같이 못된 자식을 두었을까요? 세존께서는 또 무슨 인연으로 제바달다와 같은 이를 친족으로 두게 된 것입니까? 원컨대 저를 위해 걱정과 근심이 없는 세상을 말씀해 주옵소서. 저는 그곳에 태어나 더럽고 악한 이 세상에 더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 더럽고 악한 세상에는 지옥·마귀·축생이 가득차 있고 악인들로 넘치고 있습니다. 이 다음 세상에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고 나쁜 사람들과 만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지금 저는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참회하나이다. 태양이신 부처님이서여, 저에게 청정한 업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보여 주십시오.”
3.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청정한 업
그 때 부처님께서는 양미간으로 광명을 놓으셨다. 황금색 광채가 한량없는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고 부처님의 두상(頭上)으로 다시 돌아와 황금의 좌대가 되었다. 그런데 그 모양이 마치 수미산 같았다. 시방세계 부처님의 맑고 아름다운 국토가 모두 그 광채 안에 나타났다. 어떤 불국토는 철보로 되었고, 또 다른 불국토는 연꽃만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자재천(大自在天)의 궁전과 같은 불국토가 있는가 하면, 수정 거울 같은 불국토도 있었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불국토의 찬란한 모습을 위제희에게 보여 준 것이다. 위제희가 부처님에게 사뢰 었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불국토는 청정하고 빛으로 충만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세계에 가서 나고 싶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그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저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르쳐 주십시오.”
부처님은 빙그레 웃으셨다. 이 때 오색 광명이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와 빈비사라왕의 머리 위에 비추었다. 대왕 비록 갇혀 있는 몸이지만 마음의 눈이 걸림없어 멀리 세존을 뵈옵고 예배하니 지혜는 저절로 나아가 욕계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불환과(不還果)를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아미타불이 계서는 곳이 여기에서 멀지 않다는 것을? 당신은 생각을 집중하여 청정한 업으로 이루어진 저 불국토를 자세히 관해 보시오. 나는 이제 당신을 위해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말하리다. 그래서 이 다음 세상에 청정만 업을 닦는 사람들이
서방의 극락세계에 가서 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 불국토에 가서 나고자 하는 사람은 세 가지 복을 닦지 않으면 안 됩니다. 첫째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손히 섬기며, 자비한 마음으로 산 것을 죽이지 않고 열 가지 착한 일을 행해야 합니다. 둘째는,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여러 가지 도덕적인 규범 을 지키며 위의를 범하지 말 것입니다. 셋째는, 보리심을 내어 깊이 인과의 도리를 믿고 대승경전을 독송하며 남에게도 이 길을 권해야 합니다. 이와같은 세 가지를 청정한 업이라 합니다.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이 세 가지 업은 과거 현재 미래 삼세 부처님의 공통적인 청정한 업이라는 것을?”
4.극락세계를 보다
부처님은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시오. 나는 번뇌의 침해를 받아 괴로워할 미래세의 중생들을 위해 청정한 업에 대해서 말하리다. 위제희여, 당신은 좋은 것을 물었습니다. 아난아, 너는 이제부터 내가 한 말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 주어라. 나는 오늘 위제희와 미래세의 중생들에게 서방의 극락세계를 보게 하리라. 부처님의 신력(神力)에 의해 그들은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쳐 보듯이
저 청정한 불국토를 보게 될 것이다. 저 불국토의 더없이 미묘하고 즐거운 일을 보고 그들의 마음은 환희에 넘쳐 그 자리에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을 것이다.”
부처님은 다시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죽음을 면할 수 없는 한낱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음은 자칫 상하기 쉽고, 아직 지혜의 눈을 뜨지 못했으므로 멀리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님들은 특별한 방편을 가지고 당신으로 하여금 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위제희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의 신력으로 저 불국토를 볼 수 있겠지만,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이 세상에 태어날 중생들은 더럽고 악하고 착하지 못해 다섯 가지 고통에 시달릴 것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아미타불의 극락세계를 볼 수 있겠습니까?
5.열 여섯 가지 관법
1.해를 생각하는 관
부처님께서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당신과 중생들은 순일한 마음으로 생각을 한 곳에 모아 서쪽을 생각하십시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면, 모든 중생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소경이 아닌 이상 눈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해 지는 것을 볼 것입니다. 서쪽을 향해 똑바로 앉아 해를 똑똑히 보십시오. 마음을 굳게 하여 생각을 흩어지지 않게 하고, 이제 곧 지려는 해의 모양이 마치 허공에 매달린 북 같음을 보십시오. 해를 본 뒤에는 그 영상이 눈을 감거나 뜨거나 똑똑히 남아 있도록 하십시오. 이것이 해를 생각하는 첫째 관입니다.”
2.물을 생각하는 관
“다음에는 물을 생각하십시오. 물이 맑고 고요한 것을 보되 그 영상이 분명하게 남아 생각이 흘어지지 않게 할 것입니다. 물을 본 뒤에는 얼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얼음의 투명함을 보고는 유리 같은 생각을 하고, 이 생각 저 생각 다음에는 유리 같은 땅이 안팎으로 꿰뚫려 있는 것을 보십시오. 아래로는 금강 칠보로 된 황금의 당(幢)이 있어 유리 같은 대지를 받치고 있으며, 그 당은 여덟 면이므로 팔각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낱낱 면마다 백 가지 보석으로 되고 그 보석에는 일천 광채가 나고 광채마다 팔만 사천 빛이 있어, 유리의 대지에 비치는 것이 마치 억천의 해와 같이 눈부셔 볼 수 없습니다. 유리의 땅 위에는 황금 노끈으로 얼기설기 늘여져 칠보로 된 경계가 분명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낱낱 보석에는 오백 광채가 있는데 그 빛은 꽃처럼 보이기도 하고 별이나 달 같기도 합니다. 그 광채가 허공에 걸려 광명대를 이루었고, 거기에는 온갖 보석으로 된 천만의 누각이 있으며, 대의 양쪽에는 각각 백억 송이의 꽃으로 꾸며진 당(幢)과 무수한 악기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여덟 가지 맑은 바람이 광채에서 불어 이 악기를 울리면 괴롭고 공하고 덧없고 내가 없다고 연주합니다. 이것이 물을 생각하는 둘째 관입니다.”
3.땅을 생각하는 관
“이 생각이 이루어지면, 그 낱낱을 분명하게 관하도록 할 것입니다. 눈을 감았을 때나 떴을 때나 그 영상이 흩어지지 않게 하십시오.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이 일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와같은 생각에 이르면 극락세계를 대강 보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 걸음 나아가 삼매를 얻을 때 비로소 저 불국토를 분명히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충 이야기한 것이고 자세히 말한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땅을 생각하는 셋째 관입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말을 잘 기억했다가 이 다음에 오는 사람들중에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땅을 관하는 법’을 말해 주어라. 누구든지 땅을 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팔십억겁 생사의 중죄를 면하고, 죽은 뒤에는 반드시 극락세계에 태어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말아라. 이와 같이 관하는 것이 바른 관이고, 이 밖에 달리 관하면 잘못된 관이 된다.”
4.나무를 생각하는 관
부처님은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땅 생각하는 관을 이룬 다음에는 보석의 나무[寶樹]를 관하라. 보석의 나무를 관할 때에는 일곱 겹으로 줄지어 있는 칠보의 나무를 낱낱이 관한다. 나무마다 그 높이는 팔천 유순이나 된다. 그 보석으로 된 나무에는 모두 칠보의 꽃과 잎이 달렸으며, 꽃과 잎들은 각기 다른 보석의 빛깔을 띠고 있다. 청옥에서는 금빛 광채가 나고, 수정에서는 붉은 광채가 나며, 마노에서는 자거 광채가 나고, 자거에서는 초록 진주의 광채가 난다. 산호나 호박이나 그 밖에 온갖 보석으로 장식되어 비치고 있는 것이다. 나무 위는 아름다운 진주 그물로 덮이고 그 나무마다 일곱 겹 그물이 있다. 그리고 그물 사이에는 오백억의 아름다운 꽃궁전이 있는데 그것은 범천왕의 궁전과 같다. 하늘 동자들이 그 속에 살고, 동자들은 오백억의 여의주로 꾸며졌다. 그 구슬이 빛은 백 유순이나 멀리 비쳐 마치 백억의 해와 달을 한 데 모아 놓은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다. 온갖 보석이 사이사이 섞여 그 빛깔은 어디에도 견줄 수가 없다.
이러한 보석의 나무들이 줄줄이 마주 서 있고 잎사귀마다 이어져 있다. 잎새에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고 꽃에는 저절로 일곱 가지 보석의 열매가 열려 있다. 이 나뭇잎들은 가로 세로가 다같이 이십 오 유순이다. 잎은 천 가지 빛에 백 가지 무늬가 있어 마치 천인(天人)들의 화려한 치장 같다. 온갖 아름다운 꽃은 잠부강에서 나는 황금빛이어서 불꽃바퀴[旋火輪]처럼 잎새에 돌고 있다. 그리고 쏟아져 나온 온갖 과일은 제석천왕의 병과 같다. 큰 광명은 무수한 당번(幢幡)을 단 보석 일산으로 변해 그 보석 일산 속에 삼천대천 세계의 여러 가지 불사(佛事)가 비치며, 시방세계의 불국토도 그 가운데 나타난다. 이 나무들을 보고 나서는 다시 차례대로 나무 밑등과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를 보고 각기 그 영상을 분명하게 해 둘 것이다. 이것이 나무를 생각하는 넷째 관이다.”
5.연못을 생각하는 관
“다음에는 물(연못에 있는 물)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극락세계에는 여덟가지 공덕을 갖춘 못물(池水)이 있다. 또 못물마다 칠보로 되었는데, 그 보석은 부드러워 보석 중에 왕이며, 모든 원을 들어 준다는 여의주에서 나왔고, 그것이 나뉘어 열 네 갈래로 된다. 낱낱 갈래마다 칠보 빛을 띄고 황금의 개천을 이룬다. 개천 바닥에는 눈부신 금강석이 깔리고, 물 가운데는 육십 억이 칠보 연꽃이 있으며, 연꽃은 한결같이 둥근데 그 크기가 십 이 유순이다.
구슬로 된 물이 꽃 사이로 흐르면서 나무를 따라 오르내린다. 그 흐르는 물소리가 미묘해서 괴롭고 공하며 덧없고 또 내가 없다는 보살의 행에 대해서 말하고 부처님의 얼굴과 훌륭한 모습을 찬탄하기도 한다. 모든 보석 중에 왕이고 온갖 소원을 들어 준다는 여의주에서는 아름다운 금빛 광채가 나오고, 그 광채는 백 가지 보석의 빛깔을 가진 새로 변한다. 화평하게 우는 소리는 너무 아름다워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고 교법을 생각하며 승가(僧伽=승단)를 생각하는 일을 찬탄한다. 이것이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춘 물을 생각하는 다섯째 관이다.”
6.누각을 생각하는 관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국토의 낱낱 경계 위에 오백억이 보석 누각이 있고 그 누각 안에서 무수만 천인(天人)들이 천상의 음악을 연주한다. 악기는 허공에 매달려 책상의 보석 당번(幢幡)처럼 저절로 울린다. 이 여러 가지 음악은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교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할 것을 설하고 있다.
이 관에 도달하면 극락세계의 보석으로 된 나무와 땅과 연못을 대강 보았다고 한다. 이것이 모든 것을 생각하는 여섯째 관이다. 이것을 관하는 사람은 우량 억겁의 가장 무거운 악업에서 풀려나 목숨이 다한 뒤에는 반드시 저 불국토에 날 것이다. 이렇게 관하는 것이 바른 관이고, 이 밖에 달리 관하는 것은 그릇된 관이다.”
7.연화대를 생각하는 관
부처님께서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나는 그대들을 위해 고뇌를 없애는 법을 분별하여 설하겠노라. 그대들은 그것을 잘 기억했다가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분별하여 해설 해주어라.”
이와 같이 말했을 때 무량수 부처님은 허공에 서 계셨고,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좌우로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광명이 너무 찬란해 눈으로 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백천의 잠부강에서 나는 황금을 가지고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 위제희는 무량수 부처님을 뵙고 그 발에 공손히 예배하고 나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의 신력(神力)으로 아미타불과 두 분의 보살을 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다음 오는 중생들은 어떻게 해야 아미타불과 두분의 보살을 친견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저 부처님을 뵈려면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칠보로 된 땅 위의 연꽃을 생각하십시오. 연꽂 잎새마다 백 가지 보석의 광채가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그 잎에는 팔만 사천 엽맥(葉脈)이 있는데 천상의 그림 같고, 엽맥마다 팔만 사천 광채가 있어 이런 것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작은 꽃잎이라도 그 길이가 이백 오십 유순이나 됩니다. 이와같은 연꽃에 팔만 사천 잎이 있고 잎 사이마다 백억 개의 구슬이 둘레를 비추기 위한 장식으로 달려 있습니다. 낱말 구슬에서는 일천 광명이 발해져 그 빛은 일산(日傘) 같으며, 칠보로 되어 널리 땅 위를 덮고 있는데, 여의주가 그 받침[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화대는 팔만 개의 금강석·견숙가보·범마니보·묘진주망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 좌대 위에는 저절로 생겨난 네 개의 보석 당번(幢幡)이 있는데, 당번마다 백천만억의 수미산 같습니다. 또 당번 위의 보석 휘장은 야마천의 궁전 같아서, 오백억의 아름다운 구슬이 둘레를 비추기 위해 장식되어 있습니다. 구슬마다 팔만 사천 빛이 나고, 그 빛은 팔만 사천의 서로 다른 금빛 광채를 띠고 있습니다. 이 금빛은 그 보석으로 된 땅을 널리 덮어 가는 데마다 갖가지 모양을 나타냅니다. 어떤 것은 금강석 받침이 되고, 어떤 것은 진주 그물이, 또 어떤 것은 꽃구름이 되어 사방에서 보는 사람의 생각대로 변화하여 불사(佛事)를 이룹니다. 이것이 연화대를 생각하는 일곱째 관입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처럼 아름다운 꽃은 본래 법장비구(法藏比丘)의 서원의 힘으로 된 것이다. 만약 저 아미타불을 생각하려면 먼저 이 연화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생각을 할 때에는 다른 번잡만 관을 하지 말고, 낱낱 잎새와 낱낱 구슬, 낱낱 빛, 낱낱 받침, 낱낱 당번을 생각하여 거울 속에서 자기 얼굴을 보듯이 그 영상이 뚜렷해지도록 해야 한다. 이 생각을 이루게 된 사람은 오만겁 동안 받을 생사의 무거운 죄를 벗고 반드시 극락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는 것을 바른 관이라하고 이 밖에 달리 관하는 것은 그릇된 관이다.”
8.형상을 생각하는 관
부처님은 다시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을 생각한 뒤에는 부처님을 생각하라. 왜냐하면 부처님들은 있는 모든 것을 몸으로 하는 법계신(法界身)이고 온갖 중생들이 마음속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이 마음에 부처님을 생각하면 이 마음이 그대로 부처님의 삼십이상(三十二相)과 팔십수형호(八十隨形好)인 것이다. 이 마음으로 부처를 이루고 또한 이 마음이 곧 부처다. 모든 부처님의 지혜가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한결같은 마음으로 생각을 모아 저 부처님·여래(如來) ·응공(應供). 정변지(正磈知)를 잘 생각할 것이다. 저 부처님을 생각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그 형상을 관해야 한다. 눈을 감거나 뜨거나 잠부강에서 나는 금빛 같은 보석의 형상이 연꽃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생각하는 것이다. 형상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마음의 눈이 열려 극락세계의 칠보로 장식된 보석의 땅과 보석의 연못, 보석의 나무가 줄지어 서고, 그 위에 천인(天人)들의 보석 휘장이 덮이고, 온갖 보석으로 아로새긴 그물이 허공 가득히 있는 것을 낱낱이 분명하게 본다. 마치 손바닥을 펼쳐 보듯이 그 영상을 확실하게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보고 나서는 다시 한 송이의 커다란 연꽃이 부처님의 왼쪽에 있는 것을 생각하라. 그것은 앞에 말한 연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또 한 송이의 커다란 연꽃이 부처님의 오른쪽에 있는 것을 생각하라. 관세음보살 상이 왼쪽 연화대에 앉아 있는 것을 생각하라. 이 상이 금빛 광명을 발하는 것은 앞에 말한 바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또 대세지보살 상이 오른쪽 연회대에 앉아 있는 것을 생각하라. 이렇게 관하게 되면 부처님과 보살의 상은 다 광채를 발한다. 그 금빛 광채는 갖가지 보석의 나무들을 비춘다.
한 그루 나무 밑에 또 세 송이의 연꽃이 있고, 연꽃 위에는 각기 한 부처님의 상과 두 보살 상이 있어 저 불국토에 가득 찬다. 이렇게 생각하게 될 때에 관하는 사람은 흐르는 물과 광명과 온갖 보석의 나무와 기러기와 원앙새들이 모두 심오한 교법을 말하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선정(禪定)에 들었을 때나 선정에서 나왔을 때나 항상 심오만 교법을 들을 것이다. 관하는 사람은 선정에서 나왔을 때 선정 속에서 들은 것을 기억하여 잊지 말고 경전에 기록된 것과 대조해 보라. 만약 맞지 않으면 그것은 망상이고, 들어맞으면 거친 생각으로 극락세계를 본 것이다. 이것이 형상을 생각하는 여덟 번째 관이다. 이 관을 하는 사람은 무량 억겁 동안에 받을 죄를 면하고 이 몸으로 염불삼매를 얻게 될 것이다.”
9.몸을 뵙는 관
부처님은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다서 무량수 부처님의 몸과 광명을 관한다. 아난아, 무량수 부처님의 몸은 백천만억 야마천을 장식 잠부강의 황금빛 같고, 부처님의 키는 육천만억 나유타 항하사 유순이다. 미간의 백호(白毫)는 오른쪽으로 우아하게 돌아 수미산이 다섯개 가지런히 있는 것 같고, 부처님의 눈은 네 바다(四海)의 물처럼 푸르고 흰 것이 분명하다. 온몸이 모공에서 광명이 나와 수미산 같고, 부처님의 원광(圓光)은 백억 삼천대천세계와 같다. 그 원광 속에 백만억 나유타 항하사 화신불(化身佛)이 계시는데, 그 화신불마다 무수한 화신보살이 시자로 있다. 무량수 부처님에게는 팔만 사천 상(相)이 있고, 낱낱 상에는 각각 팔만 사천 수형호(隨形好)가 있으며, 낱낱 수형호에는 또 물만 사천 광명이 있는데, 그 광명은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어 염불하는 중생들을 섭수하여 버리지 않는다. 그 광명과 상호와 화신불은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다만 생각하여 마음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을 보는 사람은 곧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을 보게 된다. 부처님을 보기 때문에 ‘염불삼매’라고 한다. 이 관을 하는 것을 ‘모든 부처님의 몸을 본다’ 고 한다. 부처님의 몸을 본다는 것은 또한 부처님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부처님의 마음은 큰 자비심이다. 이 무연(無緣)의 자비로써 중생을 섭수한다. 이 관을 하는 사람은 죽은 뒤 부처님 회상에 태어나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집중하여 무량수 부처님을 보아야 한다.
무량수 부처님을 관하려는 사람은 한 가지 상호로부터 들어가야 한다. 다만 미간 백호를 생각하여 그 영상이 분명하도록 할 것이다. 미간 백호를 관하는 사람에게는 그 밖에 팔만 사천 상호가 저절로 생각 속에 나타난다. 무량수 부처님을 보는 사람은 곧 시방세계의 무수한 부처님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수한 부처님을 볼 수 있으므로 부처님 앞에서 미래의 부처가 될 거 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이것이 부처님의 몸과 형상을 생각하는 아홉째 관이다. 이와 같이 관하는 것을 바른 관이라 하고, 이 밖에 달리 관하는 것은 잘못된 관이다.”
10.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관
부처님은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무량수 부처님을 분명하게 본 다음에는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라. 이 보살의 키는 팔십만억 나유타 유순이고 , 몸은 붉은 금빛이며, 두상(頭上)은 솟았고, 목에는 원광이 있는데 지름이 백천 유순이다. 그 원광 속에는 오백 화신불이 계시는데 나와 같고, 화신불마다 오백 화신보살들이 수없는 천인(天人)들을 시자로 거느리고 있다. 온몸에서 발하는 광채 속에는 지옥·마귀·축생·인간·천인 등 오도(五道) 중생의 온갖 모양이 나타나 있다. 머리 위에는 여의주로 된 천관이 있고, 그천관 속에는 한 분의 화신불이 서 계시는데, 높이는 이십 오 유순이다.
관세음보살의 얼굴은 잠부강에서 나는 황금빛 같고, 미간의 백호에는 칠보 빛이 있어 팔만 사천 가지 광명을 발한다. 광명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천 화신불이 있는데, 그 화신불들은 무수한 보살들을 시자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자재로 변화하여 시방세계에 가득한 것이 마처 붉은 연꽃과 같다. 팔십억 광명으로 영락(瓔珞)이 되고, 그 영락 속에는 온갖 불가사의한 일이 나타나 있다. 손바닥은 오백억 연꽃 빛을 띠고, 손가락 끝마다 팔만 사천 금이 이빨 같으며, 낱낱 금에는 팔만 사천 빛깔이 있고, 빛깔마다 팔만 사천 광채가 있는데 그 광채는 부드러워 온갖 것을 비추고 있다. 이와 같이 보배로운 손으로 중생들을 이끌어 준다.
발을 들 때에는 발바닥에 있는 천폭륜상(千輻輪相)이 저절로 오백억 광명대로 화현하고, 발을 디디면 그것은 금강마니화로 변해 여러 곳에 흩어져 가득하게 찬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잘생긴 상과 좋은 모양이 갖추어져 부처님과 다르지 않다. 다만 두상의 솟은 것과 그 위에 볼 수 없는 정상(頂相)만이 부처님에게 미치지 못 한다. 이것이 관세음보살의 진실한 색신상(色身相)을 생각하는 열째 관이다.”
부처님은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관세음보살을 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와 같은 관을 해야 한다. 이 관을 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재앙을 만나지 않고, 온갖 업장을 깨끗이 소멸하여 우량 겁의 생사 중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만 보살의 이름만 들어도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인데, 하물며 그 모습을 똑똑히 관하는 데에 있어서랴. 관세음보살을 관하고자 하는 이는 먼저 머리 위의 솟은 데[肉醬]를 관한 다음 천관(天冠)을 관하고, 이 밖에 여러 가지 상호도 차례차례 관하되 그 영상을 손바닥을 들여다 보듯 분명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관하는 것을 바른 관이라 하고, 이 밖에 달리 관하는 것은 잘못된 관이다.””
11.대세지보살을 생각하는 관
다음에는 대세지보살을 관해야 한다. 이 보살의 크기는 관세음보살과 갈고, 원광의 넓이는 일백 이십 오 유순이며, 이백 오십 유순을 비춘다. 온몸에서 나오는 빛은 시방세계를 붉은 빛으로 두루 비추어 인연 있는 중생들을 다 볼 수 있다. 이 보살의 모공(毛孔)에서 나오는 빛을 보기만 해도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부처님들의 청정한 광명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이 보살을 끝없는 빛[無邊光]이라 한다. 이 보살은 지혜의 빛으로 모든 것을 두루 비추어 그들을 삼악도에서 구제하여 위없는 힘을 얻게 한다. 그래서 이 보살을 ‘큰 힘을 일은 이[大勢至]’라 한다. 이 보살의 천관에는 오백 보석의 꽃이 있고, 낱낱 보석의 꽃에 오백 보석의 받침[台]이 있으며, 받침마다 시방세계 부처님의 청정한 국토의 넓고 큰 모양이 나타나 있다. 머리 위의 솟은 데는 붉은 연꽃과 같고, 그 위에 보석으로 된 병이 있어 여러 가지 광명을 달아 가지고 온갖 불사(佛事)를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 여러 가지 모양은 관세음보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 보살이 걸어가면 시밤세계가 모두 진동하며, 그 진동하는 곳마다 오백억 보석의 꽃이 있고, 꽃마다 눈부신 장식이 극락세계와 갈다. 이 보살이 앉을 때에는 칠보로 된 불국토는 아래쪽의 금광(金光) 불국토에서 위쪽에 있는 광명왕(光明王) 불국토에 이르기까지 일시에 흔들린다. 그 중간에 티끌 수효처럼 한량없는 무량수불의 분신과 관세음보살의 분신, 대세지보살의 분신이 구름처럼 극락세계에 모여 공중 가득히 연화좌에 앉아 미묘한 법을 설해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이와 갈이 대세지보살을 관하는 것을 바른 관이라 하고, 이 밖에 달리 관하는 것은 잘못된 관이다. 이것이 대세지보살의 육신을 생각하는 열한 번째 관이다. 이 보살을 관하는 사람은 한량없는 아승지겁 동안의 생사 중죄에서 벗어나 다시는 태에 들지 않고 항상 부처님들의 청정한 국토에서 노닐게 될 것이다. 이 관을 이루제 되면 자비와 지혜를 갖춘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12.통틀어 생각하는 관
이 관을 한 다음에는 자기 자신의 마음에 눈떠야 할 것이다. 서방 극락세계에 태어나 연꽃 속에 가부좌하고 앉아 연꽃이 오므라들고 피어나는 생각을 해야 한다. 연꽃이 필 때에는 그 속에서 오백 가지 광채가 나와 내 몸을 비추고 눈이 뜨인다고 생각한다. 부처님과 보살이 허공에 가득히 있는 것을 보며 물과 새와 부처님의 음성이 모두 뛰어난 법을 설하는 것이고, 그것이 또한 십이부경(十二部經=대장경)에 말한 것과 일치하고 있는 것을 선정(禪定)에서 나온 뒤에도 잊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무량수불이 계시는 극락세계를 보게될 것이다. 이것이 통틀어 생각하는 열두 번째 관이다. 무량수불의 화신은 그 수가 없어서 관세음보살이나 대세지보살과 함께 항상 이 관을 하는 사람 앞에 나타나신다.”
13.섞어 생각하는 관
부처님은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지극한 마음으로 서방세계에 가서 나고자 하는 이는 먼저 한 길 여섯 자(一丈六尺身) 되는 불상이 연못 위에 계신다고 관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무량 수불은 몸의 크기가 한량없으므로 보통사람의 이해력으로는 미칠 수 없지만, 저 여래께서 세운 천 생의 원력에 의해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취하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의 형상만 생각하여도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인데, 하물며 부처님의 구족한 몸 모양[身相]을 관함에 있어서랴. 아미타불은 신통이 자재하여 서방세계에 마음대로 변화하여 나투신다. 큰 몸이 허공에 가득하기도 하고, 한 길 여섯 자 되는 작은 몸을 나투기도 한다.
화현하는 몸은 모두 금빛이고, 원광 속의 화신불과 보석의 연꽃은 먼저 말한 그대로다.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어디서나 몸 모양이 같으며, 머리만 보면 이는 관세음보살이고, 이는 대세지보살인 줄 알 것이다. 이 두 보살은 아미타불을 도와 널리 중생을 교화한다. 이것이 섞어 생각하는 열세 번째 관이다.”
14.상배(上輩)에 나는 관
① 상품 상생(上品上生)
부처님은 다시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상품 상생자란 저 불국토에 가서 나고자 하는 중생들이 세 가지 마음을 내어 왕생하는 이를 말한다. 세 가치란, 첫째는 진실한 마음이고, 둘째는 깊이 믿는 마음이며, 셋째는 회향하여 발원하는 마음이다. 이 세 가지 마음을 갖춘 사람은 반드시 저 불국토에 가서 나게된다. 또 세 가지 중생이 저 불국토에 가서 나게 되는데, 첫째는 자비한 마음으로 산 목숨을 죽이지 않고 모든 계행을 갖춘 사람이고, 둘째는 대승경전을 독승하는 사람이며, 셋째는 불·법·승·계(戒)·사(捨). 천(天)의 여섯 가지를 생각하는 형을 닦는 사람이다. 이들이 원을 세우고 하루에서 이레까지 이와같은 공덕을 닦으면 곧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것이다. 가서 날 때에 수행자가 용맹스럽게 정진하기 때문에 아미타불은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무수한 확신할, 백천 비구들과 한량없는 천인과 함께 칠보로 된 궁전을 가지고 그의 앞에 나타나신다.
관세음보살은 금강대를 가지고 대세지보살과 함께 그의 앞에 가고, 아미타불은 큰 광명을 놓아 수행자 몸을 비추면서 여러 보살들과 함께 손을 내밀어 영접한다.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수많은 보살들과 함께 수행자를 칭찬하고 그 마음을 격려한다. 수행자는 환희에 넘쳐 자기 몸을 돌아보자, 금강대를 타고 아미타불의 뒤를 따라 잠깐 사이에 저 불국토에 왕생한 것이다. 그 나라에 태어나면 부처님 몸과 형상에 여러 가지 상이 부족한 것을 보고 보살들의 모습이 갖추어진 것을 본다. 찬란한 보석의 숲에서 설하는 미묘한 법을 듣고 무생법인을 깨닫는다. 잠깐 사이에 시방세계를 다니면서 여러 부처님을 섬기고 부처님 앞에서마다 수기(授記)를 받고 다시 극락세계로 돌아와 한량없는 백천의 신비스런 힘[陀羅尼門]을 얻는다. 이것을 상품 상생자라 한다.”
② 상품 중생(上品中生)
상품 중생자란 반드시 대승경전을 배우거나 독송하지 않더라도 그 뜻을 잘 알고, 최고의 진리를 들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며, 인과를 깊이 믿고 대승을 비방하지 않으며, 이 공덕을 회향하여 극락세계에 나고자 원하는 이를 말한다. 이 수행자가 목숨을 마치려고 할 때에 아미타불은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한량는 대중과 함께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붉은 금대를 가지고 그의 앞에 나아가 찬탄하신다.
“법의 아들아, 너는 대승을 수행하여 가장 뛰어난 도리를 알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너를 맞아들이노라”
고 하면서 일천 화신불과 함께 일시에 손을 내민다.
수행자가 자기 몸을 돌아보자 붉은 금대에 앉아 있는 것이다. 합장하고 부처님을 찬탄하면 순식간에 저 불국토의 칠보 연못 속에 태어난다. 이 붉은 금대는 마치 커다란 보석의 꽃처럼 생겼다. 하루 밤을 지나 꽃이 피면 수행자의 몸은 붉은 금색으로 된다. 발밑에 또 칠보 연꽃이 있고, 부처님과 보살이 동시에 광명을 놓아 그의 몸을 비추면 눈이 띄어 둘레가 환해진다. 전생에 익힌 업력으로 여러 가지 소리를 들으면 곧 미묘한 도리를 설하고 있음을 안다. 그는 금대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예배하고 찬탄한다. 이레를 지나 위없는 깨달음을 얻고는 다시 퇴전하는 일이 없게 된다. 수행자는 마음대로 시방세계를 날아 다니면서 부처님을 섬기고 그곳에서 삼매를 닦아 한 소겁(小劫)을 거친 뒤 무생법인을 얻고, 부처님 앞에서 수기를 받는다. 이것을 상품 중생자라 한다.
③ 상품 하생(上品下生)
상품 하생자란, 인과를 믿고 대승을 비방하지 않으며 위없는 보리심을 내고 이 공덕을 회향하여 극락세계에 가서 나고 자 하는 이를 말만다. 이 수행자가 목숨을 마치려고 할 때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여러 보살들과 함께 황금 연꽃을 가지고 오백 화신불을 나투어 맞으러 온다. 오백 화신불은 일시에 손을 내밀고 칭찬한다.
“법의 아들아, 너는 이제 청정하여 위없는 보리심을 냈기에 내가 와서 맞이하노라.”
이 때 자기 몸을 돌아보면 벌써 황금 연꽃에 앉아 있고, 앉자마자 꽃은 오므라들고 부처님을 따라 철보 연못 속에 태어나 있다. 하루 낮 하루 밤을 지나 연꽃은 다시 피고 이레 동안 부처님을 불 수 있다. 부처님의 몸을 본다고는 하지만 그 상호가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세 이레가 지난 다음에야 분명하게 불 수 있고 여러 가지 음성이 모두 뛰어난 법을 설하고 있다는 것도 듣게 된다. 시방세계를 다니면서 부처님을 공양하고 부처님 앞에서 깊은 뜻을 지닌 교법을 듣고 삼 소겁을 지난 뒤에야 백 가지 진리에 통하는 지혜를 얻어 환희의 경지에 머무는 것이니, 이를 상품 하생자라 한다. 이것이 상배(上輩)에 왕생하는 생각인데, 이를 열네 번째관이라 한다.
15.중배(中輩)에 나는 관
① 중품 상생(中品上生)
부처님은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중품 상생자란 오계(五戒)와 팔계(八戒=八燸戒)를 지키고 여러 가지 계행을 닦으면서 오역죄(五逆罪)를 범하지 않고 허물이 없이 이 공덕을 회향하여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사람의 임종시에 아미타불은 비구들과 함께 권속들에 둘러싸여 금빛광명을 놓으면서 그 사람 앞에 와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에 대한 법을 설하시고, 출가만 사람이 갖가지 괴로움에서 벗어난 일을 찬탄하신다. 수행자는 이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자신을 돌아 볼 때 이미 연화대 위에 앉아 있는 것이다. 부처님에게 합장 예배하고 채 머리도 들기 전에 벌써 극락세계에 태어나있다. 그 때 연꽃이 피는데, 꽃이 필 때 여러 가지 음성이 사제법(四諦法)을 잔탄하고 있는 것을 듣는다. 수행자는 곧 아라한의 도를 이루어 삼세를 꿰뚫어보는 능력과 여섯 가지 신통[六神通] 여덟 가지 자유자재한 힘[八解脫]을 갖추게 된다. 이를 중품 상생자라 한다.”
② 중품 중생(中品中生)
중품 중생자란 하루 낮 하루 밤 동안 팔계(八戒)를 지키거나, 하루 낮과 밤 동안 사미계(沙彌戒=五戒)를 지키거나, 혹은 하루 낮과 밤 동안 구족계(具足戒=비구계)를 지켜 위의에 결함이 없는 이런 공덕을 회향하여 극락세계에 가서 나고자 하는 사람을 말한다. 계의 향기가 몸에 밴 수행자는 임종시에 아미타불이 많은 권속들과 함께 금빛 광명을 놓으면서 칠보로 된 연꽃을 가지고 그의 앞에 오시는 것을 보게 된다. 수행자는 허공 중에서 찬탄하는 소리를 듣는다.
“선남자여, 너와 같이 착한 사람은 삼세에 걸쳐 부처님 가르침을 잘 수순했기 때문에 내가 너를 맞으려 왔노라.”
그가 자기 자신을 돌아볼 때 그는 이미 연꽂 위에 앉아 있다. 문득 연꽃이 오므라들고 서방 극락세계에 태어나 보석의 연못 속에서 이레가 지난 뒤 연꽃은 핀다. 꽃이 피면 눈을 뜨고 합장하여 아미타불을 찬탄하며 법을 듣고 기뻐한 나머지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고 반겁을 지나 아라한이 된다. 이를 중품 중생자라 한다.
③ 중품 하생(中品下生)
중품 하생자란 선남자 선여인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세상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낸 이를 말한다. 이 사람은 임종할 때에 선지식을 만나 아미타불 국토의 즐거운 일들과 법장비구의 사십팔원(四十八願)을 듣고 죽자마자 곧 서방 극락세계에 왕생한다. 이레가 지나면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만나 법을 듣고 기뻐하며 다시 한 소겁을 지나 아라한이 된다. 이를 중품 하생자라 한다. 이것이 중배(中輩)에 왕생하는 생각인데, 이를 열 다섯째 관이라 한다.
16.하배(下輩)에 나는 관
① 하품 상생(下品下生)
부처님은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하품 상생자란 온갖 나쁜 짓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지만, 대승경전을 비방하는 일만은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 사람이 운명할 때 선지식을 만나 대승 십이 부 경전(十二部經典)의 제목을 들으면 그 공덕으로 천겁 동안의 극악 중죄도 다 소멸된다. 또 지혜로운 이가 권하기를, 합장하고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라 하여 부처님 명호를 부르면, 그 공덕으로 오십 겁의 생사중죄가 없어질 것이다. 그 때 아미타불이 화신 부처님과 화신 관세음보살, 화신 대사지보살을 이 사람 앞에 보내어 그를 칭찬하였다. ‘선남자여, 너는 부처님 명호를 부른 공덕으로 여러 죄가 소멸되어 내가 맞으러 왔노라. ‘
이 말이 끝나자 수행자는 홀연 화신불의 광명이 방안에 가득 차 있음을 보고 , 기뻐하면서 운명한다. 그는 보석으로 된 연꽃을 타고 화신불을 따라가 보석 연못 속에 태어난다. 일곱 이레를 지나 연꽃이 판다. 꽃이 필 때 자비스런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눈부신 광명을 놓으면서 그의 앞에 서서 심오한 십이부경을 설한다. 그는 이 설법을 듣고 위없는 보리심을 내어 십 소겁을 지나 모든 진리에 통하는 지혜[百法명門]를 갖추고 초지(初地)에 들어간다. 이를 하품 상생자라 한다.”
② 하품 중생(下品中生)
하품 중생자란 오계와 팔계와 구족계를 범하고 승단에 속할 물건을 훔치거나 명예와 이욕(利慾)을 위해 부정한 법을 설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를 말한다. 이와같은 죄 많은 사람은 그 악업으로 인해 지옥에 떨어진다. 그 때 선지식을 만나 아미타불의 위덕과 신통력, 그리고 계·정·혜·해탈·해탈지견을 찬탄함을 듣고는 팔십억겁의 생사 중죄에서 벗어난다. 타오르던 지옥의 불꽃은 서늘한 바람으로 변하고, 여러 가지 천상의 꽃비가 내려온다. 꽃 위마다 화신불과 화신보살이 있어 그를 맞아들이니 그는 순식간에 극락세계에 왕생한 것이다. 칠보 연못에 있는 연꽃 속에 태어나는데, 여섯 겁이 지나면 꽃이 핀다. 이 때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낭랑한 음성으로 그를 위로하고 깊은 뜻을, 지닌 대승경전을 설한다. 이 가르침을 듣고 나서 그는 문득 위없는 보리심을 낸다. 이를 하품 중생자라 한다.
③ 하품 하생(下品下生)
하품 하생자란 오역죄와 십악업(十惡業)과 온갖 나쁜 짓을 저질러 그 과보로 지옥에 떨어져 오랜 겁을 두고 고통받을 사람을 말한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임종시에 선지식이 나타나 여러 가지로 위로를 하면서 뛰어난 법을 설해 염불할 것을 가르친다. 그러나 이 사람은 고통에 시달려 염불할 틈이 없다. 이 때 선지식 (善知識)이 일러 준다.
“네가 염불할 수 없거든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불러라.”
이렇게 해서 이 사람이 지성으로 열 번만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 이 공덕으로 한 번 부를 때마다 팔십억겁의 생사 중죄가 소멸된다. 임종시에 해바퀴[日輪] 같은 황금 연꽃이 그의 앞에 나타나 순식간에 극락세계에 태어난다. 연꽃 속에서 십이 겁을 지나 꽃이 핀다.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자비하신 모든 법의 실상(實相)과 죄를 없애는 법을 설한다. 그는 이 설법을 듣고 기뻐하여 문득 보리심을 발한다. 이를 하품 하생자라 한다. 이것이 하배(下輩)에 왕생하는 생각인데, 이를 열 여섯째 관이라 한다.
5.이 경을 듣고 나서
이와 같이 말씀할 때에, 위제희 부인은 오백 시녀들과 함께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자리에서 극락세계의 툭 트인 모양을 보았다. 아미타불과 두 보살을 뵙고 환희심이 나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고 문득 깨달아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오백 시녀들도 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내어 저 불국토에 태어나기를 서원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 같이 수기(授記)를 하셨다.
“물론 너희들도 저 국토에 왕생할 것이다. 가서 나면 부처님이 앞에 나타나는 삼매를 얻을 것이다.”
무수한 천인들도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다. 이 때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을 무어라 이름하여, 이 법문의 중요한 뜻을 어떻게 받아 지녀야 하겠습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을 ‘극락세계의 무량수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관하는 경’ 이라 하고, 또는 ‘업장을 깨끗이 떨어 버리고 부처님 앞에 가서 나는 경’이라고 하라. 네가 잘 기억해 두었다가 잊지 않도록 하여라.
부처님을 관하는 이 삼매를 맡는 이는 이 몸으로 무량수불과 두 보살을 볼 것이다. 선남자·선여인이 부처님 이름과 두 보살의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무량겁에 지은 생사 증죄가 소멸될 것인데, 하물며 마음으로 생각함에 있어서랴. 부처님을 생각하는 사람은 인간 가운데서도 연꽃이다.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그의 친구가 될 것이고, 이 사람은 도량에 앉아 부처님의 집에 나게 될 것이다.
아난아, 너는 이와같은 말을 잘 기억해 두어라. 이런 말을 기억하는 것은 곧 무량수불의 이름을 기억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실 때에 목련존자와 아난존자와 위제희부인 등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 때 부처님은 허공을 걸어 기사굴산으로 돌아오시고, 아난은 대중들을 위해 앞에 설한 바를 자세히 말해 주었다. 한량없는 천인과 용과 야차들은 부처님 말씀하신 것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