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성급함은 눈을 어둡게 합니다
-법상스님-
영화 (각설탕)에서 시은이는 기수가 꿈인 아이입니다.
사랑하던 말 ‘장군’이가 망아지를 낳다가 죽자, 시은이는 망아지 이름을 ‘천둥’이라 붙여주고 스스로 어린 말을 키웁니다.
엄마 없는 시은이에게 태어나자 마자 어미를 잃은 ‘천둥’이는 분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천둥이가 팔려가게 되면서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기수로서 그리고 경주마 로서 운명적으로 마주하게 된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감격 적인 재회를 합니다.
시은이는 천둥이를 훌륭한 경주마로 만들기 위해 채찍질을 해대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습니다.
혈통 좋은 수입 마들의 틈바구니에서 유일한 국산 마로서 자존심을 세우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말을 움직이는 것은 채찍이 아니라 기수의 마음이라 생각한 시은이는 채찍 없이 경기에 나섭니다.
채찍 없이 마음이 통하게 된 시은이와 천둥이···.
그 둘은 마침내 난관을 뚫고 그랑프리 경주에서 우승을 하게 됩니다.
기수와 경주마가 아닌, 사람과 자연의 교감을 보여주었던 이 영화에서 우리는 삶의 본질인 진정성과 여유가 경시된 조급함과 서두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천둥’이를 하루 빨리 혈통 좋은 수입 마들처럼 만들려고 하는 시은이의 욕심과 성급함은 지난 날 시은이와 천둥이가 나누었던 순수한 우정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시은이의 욕심이 그 둘의 사이를 멀게 하였고, 결국 그들이 목표로 했던 우승에서도 멀어지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시은이와 천둥이가 ‘마음’이 통했을 때, 그들은 채찍이 없어도 서로에 대한 믿음 하나로 우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욕심’과 ‘성급함’은 우리 눈을 어둡게 만들고, 우리 가슴을 닫게 만들어버립니다.
눈이 어두우면, 우리는 우리 삶을 아름답게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닫혀 있으면, 우리는 여유라는 삶의 휴식을 잊게 됩니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인생살이···, 경주와 같은 인생살이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기 위해 뛰어야만 하는 걸까요? 말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가장 훌륭한 양마 (良馬)는 채찍을 휘두르는 그림자만 보아도 똑바로 내딛고, 두 번째 좋은 말은 채찍이 털끝을 스칠 때 달리며, 세 번째 말은 몸에 채찍이 떨어져 아픔을 느껴야만 달립니다.
마지막 말은 아픔이 골수에 사무치도록 모질게 때려야 비로소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네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남들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을 보고서 열심히 마음 공부 하는 사람과,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차 무상함을 느끼고 공부하는 사람, 또한 몸과 마음에 병이 들어 아픔을 느껴야 공부하려는 사람.
그리고 병이 골수에 사무쳐 죽음에 임박 해서야 공부하려는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빼어난 자질을 갖춘 양마가 되기를 원하 지만, 그러한 초조한 욕망 때문에 오히려 공부를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공부를 마치 고시공부 하듯이 단기간에 공부를 마치어 평생 활용하겠다는 마음으로 덤벼 들었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야규는 유명한 사무라이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술실력이 너무나 평범하여 이대로는 도저히 훌륭한 무사가 될 수 없음을 알고 각오를 단단히 한 뒤 푸타라산에 있는 유명한 도인 반조스님을 찾아갔습니다.
“내 밑에서 무술을 배우겠다고? 자네는 그만한 자질이 없네.” “가르쳐 주시기만 한다면 어떠한 고난도 기꺼이 이겨낼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스님의 헌신적인 제자가 되어 수련 한다면 얼마나 오래 걸리겠습니까?” “아마 20년쯤은 잡아야 될 걸세.” “20년이요? 저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아버님이 연로하셔서 곧 제가 모셔야 합니다.
더 집중적으로 훈련한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그렇다면 30년쯤 걸리겠구나.”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처음에는 20년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전 어떤 고생도 다 견딜 수 있으니 배울 수 있는 최단시간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자네는 적어도 60년은 나와 함께 있어야 할 것 같군.
서두르는 사람은 결코 빨리 배울 수 없으니!” 마침내 자신의 병을 깨우친 젊은이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후로 그는 검술이나 무사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검을 만지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스승의 위해 요리 하고 접시를 닦고 잠자리를 보살피고 청소를 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은 일을 하고 있는 그의 뒤를 살그머니 다가가서 목검으로 사정없이 등을 내리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은 그가 쌀을 씻고 있을 때 다시 기습을 하였습니다.
그 뒤로 야규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스님의 기습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만 했습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는 스승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었고, 목검 맛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는 스승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할 정도로 급속히 실력이 향상되었고, 이후 야규는 당대의 가장 위대한 무사가 되었습니다.
세간의 일도 탄탄한 내공이 없이 서두르기만 하면 오래 가지 못하는 법입니다.
하물며 마음공부를 빨리 끝내려고 서두른 다면 더욱 안 되겠지요.
다만 꾸준한 마음가짐으로 거문고 줄을 켜듯 너무 세게 조이지 않고 너무 느슨하게 풀지도 않으 면서 적절히 맞추어 나가야만 합니다.
마음공부는 우리가 삶이라는 체험학습장에 있는 이상 수행해야만 하는 숙제와도 같은 것이며, 목표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서두르지 마십시오.
하나씩 하나씩···, 그렇게 이루어 가시면 됩니다.
급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조급함은 나의 마음공부를 흩뜨려 놓을뿐더러 나의 삶을 바쁘게 만들 뿐입니다.
깊게 숨을 들이 마셔 보세요.
훌륭한 말이 되어 그 어떤 채찍도 필요 없이 자유 롭게 저 푸른 초원을 뛰노는 상상을 해 보십시오.
그리고 행하십시오.
작은 것부터···.
우리가 하찮게 여긴 것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보여주십시오.
아니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보아도 좋습니다.
당신은 지금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