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법륜스님-
(질문)깨달음이 무엇인지,아라한이 되면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스님)이 같은 궁금증은 서울 가는 차를 타는 게 중요하지 서울에 대해서 미리 알고 싶어 하는 게 중요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서울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면 서울은 저절로 눈에 다 보입니다.
그러니 너무 궁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지금 살고 있는 삶에 대해서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내가 이곳에 있을 때 이곳을 제대로 알고 저곳에 가면 저곳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한데, 이곳에 있으면서 이곳에는 무지하고 저곳에만 관심 있다면 그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살아 있으면서 죽음을 걱정하지 말고 살아 있을 때는 삶을 만끽하는 게 좋습니다.
이것을 일러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살아 있을 때는 죽음을 생각하고 죽어서는 사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것을 무지라고 합니다.
살아 있을 때 지금의 삶에 깨어 있지 못한 상태가 무지이고무지에서 깨어나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안다면 지금의 삶이 기쁘고, 오늘이 좋으면 내일이 좋고이생이 좋으면 내생도 좋은 겁니다.
내생 걱정 할 필요 없이 이생을 만족스럽게 살면 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인생이란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또한 다 이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오래 살기 원해서 500세까지 산다면 그것이 좋은 세상일까요? 모두 서울대학교에 가고 싶다고 해서 매년 고등학교 졸업생이 모두 다 서울대학교에 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될 수도 없고, 된다고 해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이렇듯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또 세상은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안 되니 세상이 그나마 굴러가는 것이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된다면 세상은 하루아침에 망해버립니다.
이것을 확연히 알면 늘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지만 그것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안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진다고 특별히 좋을 것도 없고.
안 이루어 진다고 특별히 나쁠 것도 없다고 알면이루어지면 이루어지는 대로안 이루어지면 안 이루어지는 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면 인생을 가볍게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이치를 아는 걸 바로 깨달음이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 인생을 괴롭다 여기며 사는 겁니다.
지금 인생이 괴로우니 자꾸 죽은 뒤를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생에 극락이 있다면 나 빼고 갈 사람이 누가 있겠나?’ ‘지옥이 있든지 없든지 나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렇게 지금의 삶에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말인 아라한은‘완전히 깨달아서 번뇌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런 두려움이 없으니 죽으면 어떻고 살면 어때요, 다만 찰나에 깨어 있을 뿐입니다.
찰나 뒤도 생각할 필요 없고, 찰나 전 지나가 버린 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나간 것을 자꾸 생각하면 괴로움이 생기고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면 근심 걱정이 생깁니다.
지금에 깨어 있으면 괴로움도 없고 근심 걱정도 없습니다.
지금에 깨어 있는 자가 바로 수행자입니다.
우리는 지금 건강한 것이 얼마나 복된 줄 모르다가 병이 생겨서 죽게 됐다가 살아나면 굉장히 좋아합니다.
왜 꼭 어려움을 겪어야만 삶이 소중한 줄 알게 될까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행복은 엄청난 겁니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99의 복은당연한 걸로 덮어두고 부족한 1에 집착해서 계속 시비 분별하며 괴롭게 살고 있습니다.
항상 지금 주어진 이 상황이 나에게 얼마나 복된가를 안다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