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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지금 7학년 1반입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고, 대과없이 살아왔다 생각되는데요..
죽을 때도 웃으면서, 기분좋게 죽을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궁금합니다 ㅎㅎ
▒ 답
죽을 때 웃으면서 죽으려면, 늙을 때 잘 늙어야 합니다.
낙엽이 떨어질 때 두 종류가 있어요.
잘 물들어서 예쁜 단풍이 되기도 하고
쭈그러져서 가랑잎이 되기도 하거든요.
단풍처럼 잘 물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 문제입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쁘다’
꽃도 예쁘지만, 꽃은 떨어지면 지저분해요.
그래서 줏어가는 사람이 없어요.
빗자루로 쓸어 버리지.
그러나 가을 단풍 잘 물든 것은, 은행나무 노란 거나, 단풍나무 빨간 거나
이런 것은 떨어져도 줏어가죠? 때로는 책갈피에 끼워서 오래 간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뻐요.
마찬가지로 잘 늙으면 젊은이보다, 청춘보다 낫다..
이 말입니다.
그러면 어떤 게 잘 늙는 것일까?
젊었을 때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막 욕심을 내서 하면
사람들이 나쁜놈이라고 안 하고 ‘야망이 있다’ 그럽니다.
좋게 해석합니다.
그런데 나이들어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러면 사람들이
‘야망이 있다’ 안 그러고 ‘노욕을 부린다’ ‘추하다’ 그래요.
그래서 첫째로, 나이가 들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고 추하게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 죽을지 낼 죽을지 모르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놀으라는 말이 아니라
욕심은 부리지 말라는 말입니다.
두 번째로 젊을 때는 막 산을 오르거나 일을 과로하거나 해서 쓰러져도
2-3일 쉬거나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 낫습니다.
돌아옵니다.
그러나 늙어서 과로하면 안 돌아와요.
마치 가을에 비 한 번 오면 확 추워지고, 또 한 번 오면 확 추워지듯이
과로해서 쓰러지면 그 때마다 팍팍 늙어 버려요.
그래서 늙으면 아무리 의욕이 있어도 절대로 과로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놀으라는 게 아니라 욕심부리지 말라는 말입니다.
체력에 맞게 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젊었을 때는 술을 많이 먹고 토하고 그래도 몇 일 있으면 일어납니다.
그러나 나이들어서 술이나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건강도 해치고, 남이 봐도 추합니다.
그래서 과음, 과식을 하면 안 돼요.
그리고 어린 아이들은 재잘재잘 말을 많이 하면 귀엽습니다.
그러나 나이들어서 말이 많으면 귀여운 게 아니라, 다 싫어해요.
그래서 나이들면 말을 줄여야 해요.
특히 잔소리를 안 해야 돼요.
그런데 나이들면 특징 중에 하나가..
이 잔소리예요.
왜 그럴까? 아는 게 많기 때문에.
아는 게 많기 때문에 ‘아이구 저러면 안되는데, 저러면 안되는데..
저거 어쩌지? 저거 어쩌지?’ 걱정이 많아져요.
그래서 그걸 입으로 다 표현하면 젊은 사람들이 싫어해요.
그래서 입을 닫아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입이 안 닫아지면 뭘 해야 한다? 염불을 해라..
(대중들 폭소)
그래서 나이들면 염불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면 살아서도 좋고, 죽어서도 좋고..
그리고 옛날에는 나이들면 재산을 다 물려 주고 뒷방에 물러앉으면
자식이 받들고 살아갔습니다.
걱정이 없습니다.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부자는 부자 대로..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부모한테 잘 공경하고 살았는데
내 자식은 나한테 그렇게 안 하는 시대에 돌입해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하듯이 내 재산 자식한테 다 물려줘버리면..
만약에 그러다가 자식이 사업이라도 하다가 실패하면 내가 길거리에 나앉게 됩니다.
젊었을 때는 길거리에 나앉아도 다시 도전하면 되고
텐트치고 살아도 그리 불쌍해 보이지 않고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하지만..
늙어서 오도가도 못 하고 길거리에 나앉아 있으면 이 또한 추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절대로 자식한테 재산을 다 물려주면 안 됩니다.
만약에 시골 살림이다 하면, 집은 놔둬야 합니다.
그리고 논 두세 마지기, 밭 한 마지기 정도..
최소한 먹고 살 만큼은 놔둬야 합니다.
다른 땅은 다 주더라도 이건 절대로 주면 안 돼요.
아무리 죽는 소릴 해도 주면 안 돼요!
도시에 산다면 방 한 칸은 가지고 있어야 하고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 만큼의 돈은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최소한의 단도리는 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늙어서 추하지가 않습니다.
이 정도만 딱 간직하고 그냥 유유자적하게 살면
늙는 게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람들이 죽는 문제 가지고 걱정을 많이들 해요.
대부분은 ‘아이구, 그냥 자는 듯이 죽었으면 좋겠다’ 그러죠?
그러나 그건 욕심이에요.
부모나 남편이나 부인이나..
누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충격이 커요? 안 커요?
죽은 뒤에도 쉽게 잊어져요? 안 잊어져요?
그래서 죽은 뒤에 그리워서 계속 웁니다.
자식은 부모한테 효도 한 번 못 해봤다..
부인은 남편한테 또 뭘 못 해줬다..
그러면서 슬피 울면 살아있는 사람은 슬프고, 힘들고..
죽은 사람은, 만약 영혼이 있다면 갈 길을 못 가고 떠돌면서 무주고혼이 돼요.
그래서 죽을 때 애를 좀 먹이고 죽어야 해요.
옛날 같으면 한 3년은 병석에 누워서 자식이 똥오줌 받아내도록 하다 죽어야 돼요.
그러면 처음엔 ‘아이고 부모님..’ 이러다가 한 3년쯤 끌면
다들 마음에 이래요..
‘아이고 이제 뭐 그만 돌아가시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 때 죽어야 돼요.
그러면 울어도 형식적으로 울지 하나도 미련이 안 생겨요.
이런 걸 ‘정을 뗀다’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정을 떼는 게 서로 좋은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3년 애를 먹이려면 환자도 힘들죠?
그런데 요즘은 참 좋은 세상이 돼서
부모가 그렇게 3년씩이나 고생을 안 해도 3개월만 누워 있어도 정이 떨어져요.
(대중들 폭소)
그래서 요즘엔 한 3개월만 앓아 누워도 ‘아이구 뭐 돌아가시지..’ 이래요.
그래서 예전처럼 큰 고생 안 해도 돼요 ㅎㅎ
그러니까 ‘안 아프고 죽어야지’ 이런 생각 하지 말고
안 아프고 죽으면 뭐 또 그런 대로 좋고..
아프고 죽어도 괜찮나? 안 괜찮나?
괜찮다..
ㅎㅎ
그렇게 살아선 잔소리 하지 말고 염불 하고
죽을 땐 적당히 정을 좀 떼고 죽고 그러면
만일 내세가 좋은 데 있다면 아마 가게 될 거예요.
따 논 당상이에요.
그렇게 여유있게 지내세요.
(예, 스님 말씀 들으니 갑갑하던 속이 뻥 뚫린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