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스님-
‘사람은 왜 살아야 합니까?’ ‘사는 게 뭔가, 대체 인생이란 무엇이가?’ 하는 회의에 대해 이 질문에는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삶이 ‘왜’라는 생각보다 먼저이기 때문이에요.
즉, 존재가 사유보다 먼저 있었기 때문이지요.
‘즐겁게 사는 게 좋다.
그럼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지?’ 풀도 그냥 살고 토끼도 그냥 살고 사람도 그냥 삽니다.
또 때가 되면 죽습니다.
살고 싶어서 살고 죽고 싶어서 죽는 게 아니라, 삶은 그냥 주어졌고 때가 되면 죽는 거예요.
결국 주어진 삶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괴로워하며 살 것인가, 즐거워하며 살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무엇을 성공이라고 할까요?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위, 권력, 인기를 얻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와 같은 성공은 상대적인 가치입니다.
이런 성공은 영원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시소게임처럼 내가 올라갈 때는 성공이라 하지만, 다음에 내려가면서는 실패하는 형국이 됩니다.
이렇듯 지속되지 못하는 일시적인 성공을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럼 진정으로 성공적인 인생, 좋은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요.
세상에서 추구하는 성공과 상관없이 자기가 만족하면 성공한 인생입니다.
시골에서 농사짓고 자기가 만족하면 좋은 인생이에요 그러니까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오늘 자기 삶에 만족하며 잘 사는 겁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행한 일도 아닙니다.
다만 열심히 할 뿐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이미 행복합니다.
그런데 자기 중심 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에 매달려 성공이라는 거품을 부풀리면, 그 거품이 꺼질 때 삶이 허무해집니다.
예전처럼 좀 많이 웃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전처럼’이란 단어를 다는 게 바로 불행의 원인입니다.
항상 현재에 있어야지, 옛날에 잘 나갔을 때, 좋았을 때를 생각하면 현재의 삶에 장애가 됩니다.
과연 나이 들어가는 게 괴로운 걸까요? 아니에요.
나이가 좀 들어야 인생의 맛을 알잖아요.
젊을 때는 미숙했지만 나이 들어가며 이것저것 경험해 봐서 조금 완숙한 맛이 있습니다.
인생의 멋은 칠팔십이 되어야 제대로 익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술도 익어야 맛있고, 된장도 숙성해야 맛이 나고 밥도 뜸이 푹 들어야 맛이 있듯이 인생도 늙어야 제 맛이 나는 겁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내가 초라해지느냐, 아주 원숙해지느냐는 몸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입니다.
늙음은 계절의 순환처럼 자연스러운 일인데, 계속 봄이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여름으로 바뀌면 괴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계절의 변화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봄에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젊음에 집착하기 때문에 늙음이 괴로움이 되는 겁니다.
나이 드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젊었을 때 좋았던 것보다 더 좋은 것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나이 들어서도 좋은 것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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