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願/
법륜스님
[질문] 어디까지가 욕심인지요?
생계를 위한 간절한 마음도 욕심이라고 할 수가 있는지요?
저는 그 문제가 풀리지 않아서 괴롭습니다.
[답변] 생계가 달려 있는 건 욕심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생계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계가 정말 걱정이라면 절에 오시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분들에게 절에 와서 지내라고 하면 이렇게 물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되죠?” “그럼요.” “아침마다 예불해야 된다면서요?” “그럼요.” “고기도 못 먹잖아요.” “네.” “술도 못 먹고요?”
“그렇죠.” “개인 방도 안 주죠?” 그럼요.” “아이고, 나는 못 합니다.” 정말 먹는 것조차 힘들다면, 절에서 공짜 밥을 주는 대신 이렇게 지내라고 하면 감사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생계가 걱정이라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더 잘 먹고 더 잘 입고 싶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합니다.
우리나라 연평균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정도 됩니다.
그러니 연 3∼4천 달러 소득을 가지면 한국에서는 가난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지구상에는 연소득이 1백 달러 아래인 인구가 무려 12억이나 됩니다.
또 반대로 미국은 연평균 국민소득이 4만 5천 달러 정도니 미국의 빈곤층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웬만큼 사는 사람보다 연소득이 높겠지요.
그러니까 제 말은 생계가 어렵다, 아니다의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생계를 위한 간절한 마음은 욕심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하고,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하며,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정도는 욕심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생계유지의 개념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아는 한 분은 자기 딸에게 고액 과외를 시켰는데도 1등을 못 하고 계속 2등만 하자 딸에게 “400만 원이나 주고 과외를 시키는데, 아빠 소원이니까 꼭 1등 한번 해봐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딸이 “1등 하는 아이는요, 과외비로 800만 원을 써요”라고 하더랍니다.
그 말을 듣고는 1등 하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고 해요.
그러니 내가 언뜻 보기에도 연봉이 8천만 원은 되어 보이는 그 사람도 매번 돈이 부족해서 죽겠다는 소리를 합니다.
남들이 볼 때는 잘사는 집인데도, 막상 그 집에 가보면 다들 쪼들린다고 투덜댑니다.
그러니까 최저 생계비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낮게 잡으셔야 됩니다.
결국 마음의 문제입니다.
절대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초조하기 때문에 생계 문제로 어렵다고 합니다.
나보다 잘사는 사람들처럼 다 누리고 살고 싶다는 것이니까 욕심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욕심과 원願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욕심은 이루지 못하면 괴롭지만 원은 이루지 못해도 괴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원을 세우고 열심히 했는데 안 됐다면 다시 하면 됩니다.
열 번 넘어지면 열한 번 다시 일어나고, 열두 번 넘어지면 열세 번 일어나는 게 원입니다.
실패한다고 괴롭지 않습니다.
원이 성취될 때까지 다만 할 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어도 그게 뜻대로 안 됐을 때 괴로우면 그건 욕심입니다.
바로, 좋은 일을 하겠다는 욕심이죠
.
원을 세운 사람은 일이 안 된다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지요.
안 되면 다시 하면 되니까요.
어차피 그 일이 이루어지면 또 다른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 일을 다시 하나 다른 일을 하나 마찬가지잖아요.
예를 들어 쉬운 일 열 가지 일을 한 사람이 있고,
어려운 일 하나를 가지고 그게 잘 안 되서 하고
또 하고 또 해서 열 번 만에 한 가지 일을
해낸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훌륭한가요? 두 사람의 인생은 어떤 면에서 똑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 가지를 해야 좋고 한 가지만 하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전에는 다섯 번 만에 해냈는데 이번에는 열 번 만에 해냈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지요.
이것 또한 욕심입니다.
그리고 한두 가지 해놓고 이젠 놀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게으름입니다.
스스로 원을 세운 사람은 안 된다고 좌절하지 않고,
화를 내지도 않으며, 열 가지 일을 모두 하겠다고 욕심을 내지도 않습니다.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하고, 일을 이루면 또 다른 일을 할 뿐입니다.
여러분이 욕심이 아닌 원을 세웠다면,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