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힌 나를 극복하는 법
-법륜스님-
(질문) 새해가 되니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그 동안 저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힘들었고 저도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도하면서 이렇게 모든 것을 자신에게 돌려보게 되니 제 모습이 싫어지고 그 생각에 사로잡혀 침체되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이 순간에 ‘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합니까? (스님) 지금 불법을 공부하다 보니 상대방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알게 되자 처음에는 아주 좋아졌습니다.
그러다 또 문제가 생깁니다.
두 개의 상을 그리는데 하나는 현실의 나고 다른 하나는 내가 원하는 나입니다.
내가 원하는 나는 집착을 놓아야 한다고 하면 놓고 화를 안 내야 한다면 화를 안 내고 깨닫고 싶으면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집착을 놓지도 못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깨닫지도 못 합니다.
내가 원하는 나는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안 되니 자기 꼴이 또 보기가 싫습니다.
상대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부분 자기 남편이나 아내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그리지요.
‘우리 남편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내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자식이 나에게 이렇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내가 그리고 있는 상대와 실제 상대는 맞지 않습니다.
그 간격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갈등이 심화됩니다.
하는 꼴이 다 보기 싫습니다.
남편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지 애는 공부 안 하지 하는 식으로 됩니다.
그래서 미워하게 됩니다.
내가 그리고 있는 상대 상대가 이래야 된다고 하는 것은 허상입니다.
그러니 현실의 상대를 인정해야 합니다.
실제의 상대를 인정하지 못하면 상대방이 보기 싫습니다.
보기 싫다고 해서 없어지기를 바래 상대를 죽이는 것이 살인입니다.
또 자기 꼴이 보기 싫어 스스로를 죽이는 것이 자살입니다.
살인과 자살은 똑같은 정신병입니다.
자살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죽이고 싶은 심정이 많습니다.
그러니 상대방이 엎어지면 엎어지는 대로 술 마시면 술 마시는 대로 오면 오는 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기가 하기로 해 놓고도 못 하면 합리화하지도 말고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자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자기의 허상에 사로잡혀 꿈속에 사는 겁니다.
예를 들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안 하겠다고 빼는 것은 다른 것은 잘하는데 노래를 못 하는 자기를 보이기 싫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겸손한 게 아니라 자기 잘났다는 말입니다.
자기를 놓아 버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노래 한 곡 해보세요.” “알았습니다.
산토끼 토끼야….” 이렇게 하면 됩니다.
우리는 잘해서 칭찬 들으려고 하는데 이것은 자기를 쥐고 있는 것입니다.
탁 놓으면 욕을 해도 그만, 칭찬을 해도 그만입니다.
남이 볼 때 약간 이상하지만 갈등은 덜 생깁니다.
자기를 놓아 버려야 하는데 자기가 놓아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세요.
‘아이고, 내가 또 내 자신에 집착하네, 아이고 저 잘났다고 또 설치는구나’하고 수용해야지 미워하면 안 됩니다.
그냥 인정하십시오.
다른 사람이 “당신은 화를 벌컥 벌컥 내고 심보가 왜 그래!” 할 때 “아이고, 글쎄 말입니다.
제 심보가 문제입니다.” 이러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심보 더럽다 해도 ‘그래, 내가 생각해도 심보가 좀 문제다’고 인정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내 심보가 어때서요?” 하고 걸고넘어지니까 “아이고, 저 소갈머리 좀 봐라.” 하면서 문제가 자꾸 자꾸 덧납니다.
‘왜 내가 문제야.’ 이러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남편이 뭐라고 하면 “아, 나도 좀 문제네요.” 하고 넘어가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변명하려고 합니다.
무슨 수를 내서라도 변명을 하면서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니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별 것 아닙니다.
인정한다고 내가 나빠지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때 한 생각일 뿐입니다.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