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연습을 하세
-지광스님-
우리들의 삶의 본질은 흐르는 것이고 그리고 흘러가다 언젠가는 끝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삶을 마감짓는 그날,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것과 단절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 끝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다가 문득 찾아드는 죽음의 사신의 이끌림따라 도살장에 끌려가듯 소처럼 끌려가야만 합니다.
아직 세상의 모든 것과의 정리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게 되는 철저한 단절의 순간, 그 단절의 벽을 넘고도 우리의 마음은 계속됩니다.
과연 그 순간의 마음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요? 사랑하는 아내와도 이별, 남편과도 이별, 아들딸과 그리고 자신이 누리던 재물, 명예 그 모든 것과 철저히 이별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네들 삶의 본질입니다.
한번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서 미래에 닥쳐올 그 순간을 상상해 보십시오.
단절의 벽 뒤에 남는 처절한 미련, 아쉬움, 애절함, 안타까움! 그같은 마음들이 과연 이 세상을 떠난 영혼을 편케 할 것인가요.
그같은 영혼의 미련이 영원한 향상심을 차단하고 사바의 아내와 남편, 아들딸의 주변을 떠나지 못하게 합니다.
심지어 자기가 쌓아놓은 창고의 쌀더미, 재물더미 가운데 스며들어 떠나지 못합니다.
얼마나 처절한 일인가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항시 말씀하셨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해 열심히 살되 항시 정리하며 살라고 말입니다.
진정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며 항시 정리하는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항시 죽기 연습을 하며 살아야만 합니다.
“죽기 연습을 하세 죽기 연습을 하세 이 세상 떠날 그 어느 날을 위해 죽기 연습을 하세 죽기 연습을 하세 아쉬움과 회한의 한숨소리를 이기기 위해 우리는 모두 죽기 연습을 하세.“ 죽기 연습이란 그저 멍청하게 앉아서 하는 연습이 아닙니다.
몸과 마음을 다해 철저히 삶을 엮어가는 가운데 죽음을 초극하는 연습을 의미합니다.
무상(無常)의 삶을 직시하며 순간순간 몸과 마음을 불사르는 삶, 순간속에 영원을 사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이 세상에 가장 비싸고 또 비싼 도구인 이 육신을 철저히 부려먹고 가는 치열한 삶이어야만 합니다.
일생 동안 이 허망한 몸뚱아리의 노예로만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평생을 애지중지하고 아끼고 살찌워도 땅속에 묻히고 화장터의 잿더미가 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진정 육신의 노예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육신을 부리는 주인공이 되어 철두철미 이 몸뚱아리를 써먹어야만 합니다.
그같은 삶 가운데 영원의 날은 열려옵니다.
진정 우리는 단절의 그날을 위해 죽기 연습을 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