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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집사람하고 가끔 싸웁니다.
사소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애들 돌보는 문제로 싸울 때가 많습니다.
▒ 답
애들이 몇 살인데요? (9살, 6살 입니다)
그런데 왜 싸워요? (제가 애들 돌보는 데 소홀하다고..
학교 보낼 때 준비물이나 이런 거 잘 안 챙겨준다고..)
애들 엄마가 ‘애들 준비물 좀 챙겨주라’고 하는데, 자기가 잘 안 하는 거예요? (예)
둘이 다 직장 다녀요? 맞벌이 해요? (예)
똑같이 직장 다니는데, 왜 애들 키우는 건 엄마가 해야 해요?
밥도 누가 해요? 애 엄마가 해요? (저도 조금 합니다)
빨래하고 청소는? (같이 합니다)
그냥 흉내만 내요? 반반 해요? (대중 폭소)
둘이 다 직장을 다니면, 가사일도 둘이 같이 해야 합니다.
아내가 식사 준비를 많이 하면, 자기는 청소를 많이 한다든지..
아내가 빨래를 많이 하면, 자기는 애들 챙겨주는 걸 많이 한다든지..
갓난애는 엄마가 챙겨줘야 하지만, 네 살 이후에는 자기도 챙겨줘야지..
그런 것에서 아내가 요구하는 게 있으면 ‘네, 알았어요.
여보~’
그리고 못 챙겼으면 ‘여보, 미안해~’
이러면 아무 문제 없어요.
아내가 말하면 뭐라고 한다? ‘여보, 알았어~’
그런다고 시키는 거 다 할 수 있나? 못 하나? 못 하겠지..
그럴 때 아내가 왜 못 했냐고 하면,
성질 팍 내지 말고 ‘여보, 미안해~’
‘자긴 맨날 말로만 해!’ 그러면?
그래도 ‘여보, 미안해~’
그러면 싸울 일 없어.
(그 미안한 생각이 한참 뒤에 나옵니다 ㅎㅎ)
자기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렇지.
그렇게 서로 생각이 다른 거예요.
남편은 ‘애들 문제는 당신이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아내는 또 ‘직장도 같이 다니니까 이것도 같이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사람은 다 자기 유리한 대로 생각해요.
미국에 이민가는 부부가 많이 싸우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요즘은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항상 자기 유리한 대로 생각해요.
여자들은 미국에 와 보니 남녀평등 권리 주장하는 건 좋아 보이고,
그러나 돈은 누가 벌어야 한다? 남자가 벌어야 하고..
남자는 미국에 탁 와 보니, 돈을 같이 버는 게 눈에 번쩍 띄어.
그래서 ‘너도 돈 벌어라’ 이러면서 집안일은 모두 여자 보고 하라고 하고..
이렇게 서로 자기 좋은 것만 눈에 보이고 그러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상대가 문제인 것 같이 느껴져요.
그게 나쁜 게 아니라..
누구나 다 그래요.
저하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예요.
자꾸 자기 유리한 대로만 생각해요.
저는 ‘스님한테 그럴 수 있나?’ 이렇게 생각하고
여러분은 ‘스님이 뭐 저러노?’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게 항상 안 맞아요.
그래서 ‘상대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생각해야 돼요.
그러니까 아내가 시키는 거 다 하라는 게 아니라
‘밥을 다 해라, 빨래를 다 해라’가 아니라
안 한다고 뭐라고 그럴 때 ‘아, 자기가 힘드니까 그렇구나’
이렇게 받아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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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뭐라든, 다른 사람이 뭐라든 일단 뭐라고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이래야 돼요.
‘알겠습니다’ 하고 고대로 해도 되고
도저히 못 하겠으면 그냥 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요.
‘왜 안 하나?’ 하면 ‘죄송합니다’ 하면 돼요.
그렇게 하면 싸움이 없어요.
하라는 대로 안 했다고 이쪽을 한 대 때리면
‘아이구, 화 많이 나셨죠? 제가 말 안 들어서..
이쪽도 때려 주세요’ 이러면 돼요.
그러면 두 대만 맞으면 끝이에요.
맞으면서 ‘죄송합니다’ 하면 그걸로 끝나지만
맞으면서 욕하면 세 대 맞습니다.
(대중 폭소)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건 ‘맞아도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내 인생을 내 뜻대로 살 수 있어요.
남편 때문에, 아내 때문에, 부모 때문에 내 인생 못 산다..
이래 생각할 필요 없어요.
그런데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걸 못 하고
‘내가 뭘 잘못 했나?’ 시비하고 싸우기 때문에
내 뜻대로도 못 하고, 욕은 욕대로 얻어먹고, 상대를 미워하고..
죽도 밥도 안 되게 인생을 산단 말예요.
이건 바보같은 거예요.
너무 ‘옳으니, 그르니’ 따지지 말고
그것도 좀 재미있게..
재미있게 생각해서 대응을 하면 괜찮아요.
문제는 어떻게 지혜롭게 대하느냐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털끝만한 거 가지고 고집하다가
결국은 자기도 손해, 남도 손해..
그런 일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