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늘 항상한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늘 항상한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없는 길을 찾으려니 힘든것 마음은 늘 죽끓듯 변화무쌍한결 같기를 원하니까 고통습관처럼 일어나는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연습이 수행 법문을 들으면 그 순간에는 이해가 되고 기도도 잘 되는데 일상으로 돌아오면 꾸준한 마음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믿고 편안하게 기도하다가도 막상 방학에 집에 와서 같이 있어 보면 이것도 잘했으면 좋겠고 저것도 부족해 보이고, 내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이 전과 똑같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늘도 법문 들으러 같이 오자고 19명한테 연락을 했는데 3명밖에 연락이 안 오니까 섭섭하고 마음이 안 좋습니다. 어떻게 하면 꾸준하고 항상한 마음으로 살 수 있나요?

– 그런 길은 없습니다. 없는 길을 찾으니까 힘이 드는 것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의 성질이 원래 꾸준하지를 않습니다. 금방 좋았다가 금방 싫어지고, 금방 천생연분이었다가 금방 철천지원수가 되고, 늘 그렇게 왔다갔다 죽 끓듯이 움직이게 마련입니다. 옳고 그르고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마음의 성질 자체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똥 누러 갈 때 마음하고 똥 누고 올 때 마음이 다르고, 돈 빌릴 때 마음하고 갚을 때 마음이 다르고, 결혼하자고 따라다닐 때 마음하고 결혼한 뒤의 마음이 다른 게 정상입니다. 내가 돈을 빌리는데 한 사람에게는 이자를 제대로 다 쳐주기로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이자 없이 빌렸다면 이자도 받지 않고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진심으로 고맙겠지요. 하지만 내 형편이 나아져서 빌린 돈의 일부를 갚을 수 있게 됐다면 어느 쪽을 먼저 갚겠습니까. 아마도 이자 내는 돈을 먼저 갚을 겁니다.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중생의 마음입니다. 일단은 그런 사실을 알고 인정해야 합니다.아이에게 자꾸 간섭하면 아이 인생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참으로 이해했다면 그때부터 간섭하지 않으면 되는데, 막상 모습을 보면 간섭하고 싶어지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갓난아이 적부터 평생을 품에 끼고 키워오면서 늘 싸안고 보호하고 간섭해온 습관이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간섭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런 마음이 아예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는 건 없습니다. 그럴 때는 다만 ‘아, 내가 또 이 아이를 간섭하려고 하는구나.’ ‘내 습관이 또 일어나고 있구나’하고 알아차리세요. 그리고 그 마음이 일어나는 대로 따라 가버리면 아이를 망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됩니다. 인연을 지으면 과보가 따릅니다. 망쳐도 어쩔 수 없다 싶으면 일어나는 대로 그냥 따라가면 되고, 망치고 싶지 않으면 그런 마음이 일어나도 멈춰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보를 기꺼이 받으면 됩니다. 일어나는 마음 따라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나서 ‘그때 잠깐 참으면 되는 걸 왜 그 짓을 해서 지금 이 손해를 보고 있나!’하고 절실히 느꼈으면 다음부터는 하고 싶어도 안 하게 됩니다. 하고 싶은 걸 어떻게 안하느냐고 말하는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손해가 생기기 때문에 안 하는 겁니다. 결혼하신 분들이라도 살다보면 한번쯤 데이트해보고 싶은 이성을 보게 되는 일이 없겠습니까. 그런 행동을 하고난 결과로 생길 우환을 생각해서 참는 것이지 한번 결혼하면 다른 여자, 다른 남자한테 아무 마음도 안 일어나는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때가 있고 하기 싫어도 해야 될 때가 있는 것은 그것이 더 큰 이익이 되기 때문에, 또는 손실을 막기 위해서입니다.자식이 자립해야할 때 자립할 기회를 놓치게 한 부모에게 어떤 과보가 따르는지를 참으로 깨달아 안다면, 간섭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지켜보고 이러면 안 된다고 탁 내려놓아야 합니다. 법문을 들을 때 이해가 되는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작용하는 것인데, 막상 실제로 경계에 부딪혔을 때는 평생을 늘 해왔던 대로의 업식이 먼저 삽시간에 일어납니다. 그래서 본래의 습관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생겁래로 배어있는 습기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어떻게 한 칼에 잘라낼 수가 있습니까. 마음이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되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을 두고 우리가 공부라 하고 수행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계속 연습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

(법보신문 2013.05.27 15:30 입력 발행호수 : 1196 호 / 발행일 :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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