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복 받으려면 밖에서 찾지 말라/
월호스님
(쌍계사 강원 강사) 불교의 복(福)은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것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년 정초가 되면 덕담을 주고 받게 된다.
그런데 진정 복을 많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른 바 “천축국으로 복 받으러 떠난 총각”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이 있었다.
집안 형편이 몹시 가난해 장가도 못 가고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아가던 총각은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소문에 부처님께서 복을 주신다고 하니, 부처님을 직접 찾아뵙고 복을 받아오기로 한 것이다.
천축국으로 머나먼 여행 길을 떠난 어느 날, 밤이 이슥해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총각에게 커다란 기와집이 보였다.
이를 찾아가니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어렵사리 하룻 밤을 묵어가게 됐다.
다음날 길을 떠나는 총각에게 여인은 두둑한 노잣돈과 함께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부처님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여쭈어 달라는 말이었다.
청상과부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앞길이 막막하다는 것이었다.
다시 길을 가던 총각은 세 명의 동자들을 만났다.
그 동자들은 각각 보배 덩어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흙 속에 묻고 물을 주곤 했다.
사연인즉, 그 보배덩이에서 줄기가 나와 꽃을 피워야 승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 역시 총각에게 부처님을 만나거든 어떻게 해야 꽃을 피울 수 있는지 여쭈어 달라 신신당부를 했다.
천신만고 끝에 천축국에 거의 이르렀지만, 엄청나게 커다란 강을 만나 건널 수 없었던 총각은 다리를 뻗고 울었다.
그때 커다란 이무기가 나타나 사연을 듣고 건네 주었다.
그 대신 부처님께 용이 되어 승천할 수 있는 비결을 여쭈어 달라 부탁했다.
드디어 천축국에 이르러 부처님을 뵙게 된 총각은 복을 달라 간절히 말씀드렸다.
그런데 웬걸, 복을 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게 됐다.
복이라는 것은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것이라서, 부처님 조차도 주거나 받거나 할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붙들고 떼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
세간에서 부처님께 복을 빌면 받을 수 있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소연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이키던 총각에게 문득 도중에 부탁받은 일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제 복은 그만두고, 도중에 부탁받은 일이나 여쭈어보겠습니다.” “그래 말해 보거라.” “홀로 사는 여인과 보배덩이를 가지고 꽃을 피우려는 동자들, 그리고 승천하지 못하는 이무기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하하하, 그런 일이라면 가르쳐줄 수 있지.
이무기는 욕심이 많아 여의주를 두 개나 물고 있어 승천하지 못하는 거지.
하나만 물고 있으면 승천할 수 있다고 전하거라.
보배덩이는 각각 꽃을 피울 것이 아니라, 서로 협조해서 두 개를 한군데 묻고 물을 주면 꽃을 피울 수 있단다.
홀로 사는 여인은 청상과부 되고나서 처음으로 집에 유숙한 남자에게 시집가면 잘 살게 된다고 전해주거라.” 그대로 전해주니, 이무기는 여의주 하나를 뱉어내고 승천해 용이 됐다.
남은 여의주 하나는 총각의 몫이 될 밖에.
보배덩이 두 개를 묻고 승천한 동자들도 나머지 보배덩이는 총각에게 주었으며, 여인이 과부된 후 처음으로 만난 남자는 다름 아닌 총각 자신이었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총각은 무량한 큰 복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진정 복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