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기도의 힘 10) 기도를 방해하는 달콤한 유혹 – 마장

기도의 힘 10) 기도를 방해하는 달콤한 유혹 – 마장

-법륜스님-

기도가 무엇인지, 기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안다고 해서 곧바로 업장이 소멸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도수행을 하는과정에서 마장 을 만나게 됩니다.

마장은 마구니가 수행을 방해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장은 어떤 사탄이나 마귀가 있어서 우리의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장은 망상과 잡념 등 여러형태로 옵니다.

그 가운데 과거의 잘못된 생각, 어리석은 생각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뿌리가 사라지지 않고 다시 되살아나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예를 들어봅시다.

어떤 부인이 남편이 술을 먹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이걸 해결해 보려고 여기 저기 용하다는 데 가서 점도 쳐보고 굿도 해보고 기도도 해보았지만 남편은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술 마시는 남편의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것은, 나는 옳고 남편은 틀렸다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술먹는 남편의 버릇은 나쁜것, 고쳐야 하는것이고 그것을 고쳐야 한다는 나의 생각과 행동은 옳은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어떻게 하면 남편을 고칠수 있을까?’ 하는 좋은 방법을 찾는 것만이 관심사입니다.

그런데 수행은 이 문제의 원인을 남편에게 두지 않고 자기를 돌아보게 합니다.

남편은 틀렸고 나는 옳다는 생각은 ‘술은 나쁜것’ 이라는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술은 나쁜 것이라는 게 바른 생각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럼 술이 좋은 것인가요? 그것도 아닙니다.

술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이것을 공 이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법실상, 모든 존재의 참다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술이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술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근거해 술마시는 남편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미워하면 이것은 상에 집착한 것이 됩니다.

상에 집착하면 괴로움이 생겨납니다.

이런 원리를 잘 알아서 술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놓으면, 술 마시는 남편은 나쁘다는 생각도 같이 사라집니다.

존재의 실상이 공한 줄 알면 문제는 단박에 해결됩니다.

그러나 그 이치를 깨달았어도 술 마시는 남편을 보면 또 어느새 화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기도해야 합니다.

매일 절을 하면서 ‘우리 남편에게 술은 보약입니다’ 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술이 보약이라는 말 속에는 존재의 실상이 공하다는 표현은 없지만, 술이 나쁘다 라는 내 생각을 뒤집어 버립니다.

이제 술은 보약이니 많이 먹어야 하고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합니다.

이렇게 술을 챙겨 먹어야 하는 보약으로 받아들이면 술 마시는 남편이 괴로움의 원인이 될 수가 없습니다.

술을 마시고 오면 잘 드셨다고 생각하고, 덜 마시고 오면 조금 더 드리면 되고, 술을 안 마시고 오면 술상을 차려드리면 됩니다.

술 마시는 남편 때문에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든 적게 마시든 개의치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기도수행을 하는 동안 내 생각이 바뀌니 곧바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할수 있습니다.

내가 편안해지면 남편도 편안해집니다.

내가 예전처럼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화를 내지 않으니 남편도 스트레스를 덜 받아 술 마실일이 적어지겠지요.

남편을 고치려는 생각으로 기도수행을 했다가 오히려 자기 마음을 바꾸니 나도 좋고 남편도 좋은 자리이타 를 경험하게 되지요.

이때, ‘이게 부처님 법이구나, 이게 수행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지요.

그런데 내가 이렇게 기도하는 중에 남편이 술을 적게 마시거나 안 마시게 되면 ‘드디어 기도 영험이 나타나는 구나’ 하고 좋아하게 됩니다.

그래서 절도 108배 하던 것을 300배 하고, 10만원 보시하던 것을 20만원씩 보시하고 그럽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기도로 빠지는 길입니다.

수행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술을 덜 마셔서 좋다는 것은 남편이 술을 안 마셨으면 좋겠다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처음의 생각으로 다시 돌아간것입니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안돼서 괴로웠는데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게 돼서 기뻐합니다.

이 괴로워하고 기뻐하는 두가지 모두 ‘내 생각대로 돼야 한다’ 는 생각에서 빚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내 생각을 내려놓지 못한 것으로 올바른 기도가 아닙니다.

내생각을 내려놓지 않고 기도하면, ‘조금만 더 열심히 기도하면 남편이 술을 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바라는 마음이 더 생기게되고 내가 바라는 대로 안 되면 남편에게 더 큰 불만을 갖게 됩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는데 술 좀 끊지’ 하는 생각이 들게되고, 아무리 기도를 해도 마음에 괴로움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면 ‘기도해 봐야 소용없다’ 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기도를 그만두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마장입니다.

기도를 하면서 이 마장에 주의해야 합니다.

마장은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괴로운 것만이 장애가 아니라.

내 뜻대로 되었다고 좋아하는 것 또한 수행의 장애입니다.

그런데 이 장애에 빠지기가 참 쉽습니다.

부처님이 6년 고행을 하실 때 온갖 고통을 다 뛰어넘었습니다.

그런데 깨달음을 이루기 직전, 마왕이 나타나서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듯이 유혹하고 협박했습니다.

또 자재천왕의 자리를 주겠다고 달콤한 제안을 합니다.

이것은 외부의 유혹이 아니라 내 안의 번뇌입니다.

이렇게 부처님처럼 내면의 유혹을 뛰어넘어야 진정한 해탈의 길로 갈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안 되면 괴로워합니다.

원하는 대로 안되면 지옥이고, 원하는대로 되면 천당입니다.

바라는 마음 때문에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것이 윤회입니다.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음으로써 지옥도 사라지고 천당도 사라지는것, 이것이 진정한 자유의 길, 해탈입니다.

나무아미타불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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