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스님─살면서 중요한 세 가지 일

살면서 중요한 세 가지 일

-월호스님-

최근에 국사암에 49재가 하나 들어 왔습니다.

젊은 대학생이었건만, 멀쩡하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심장마비로 가버린 것입니다.

화개가 고향인 터라, 중학생 때 쌍계사 불교학생회에서 보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한데 졸지에 재(齋)를 받는 주인공이 되어버리다니····.

오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천년만년 살 것처럼 정신 없이 바삐 사는 현대인 의 삶이 너무나 안타깝고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 성 안에 여든이 가까운 늙은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주 큰 부자였지만 새로 좋은 집을 다시 짓고 있었는데, 몸소 온갖 일을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늙은이를 보시니 그의 운명은 일이 끝나 기도 전에 죽게 되어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에 부처님은 그를 위로하고자 물었습니다.

“피곤하지 않은가? 지금 이 집을 짓고 있는데, 다 무엇에 쓸 것인가?” 늙은이가 답했습니다.

“앞채는 손님을 대접하고 뒤채는 제가 거처할 것이며, 동서의 곁채는 자식들과 재물, 하인을 둘 곳입니다.

여름에는 누대에 오르고 겨울이면 온실에 들어가 지내려 합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마침 요긴한 시가 있어 그대에게 들려 주려 하오.

잠시 일을 쉬고 이야기를 나눔이 어떤가?” “지금은 몹시 바쁘니 훗날 다시 왕림하신다면 기꺼이 듣겠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하시고, 시를 읊어 주었습니다.

재물이니 자손이니 급급하여도, 나 또한 나 아닌데 그 어인 걱정이랴? 여름 겨울 머무를 곳 각기 지어서, 생각은 많으나 앞일 몰라라.

부처님께서 떠나시고 얼마 안 되어, 늙은이는 지붕의 서까래가 떨어져 머리를 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숨져 버렸다고 합니다.

한 스님이 가깝게 지내던 불교신자에게 수행을 권하자 중요한 일 세 가지만 끝내놓고 하겠다고 했습니다.

스님이 물었습니다.

“그 세가지 일이란 무엇인가?” “첫째 지금 하는 일로 빨리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이고, 둘째는 아들딸 모두 좋은 데 혼인시키는 것이며, 셋째는 이들이 출세하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이루기도 전에 그는 죽어버렸고, 스님은 문상을 가서 조문을 지으며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에게 중요한 세 가지 일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모릅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시간과 공간에서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간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크고 화려한 것에 현혹되어 진정(眞正)을 보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허상은 눈 한번 감았다 뜨면 없어지는 그러한 것입니다.

몸뚱이란 이 세상 떠날 때, 놓고 가는 옷일 따름입니다.

재산이란 것도 전부 내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새어나가고 증발해버리는 물과 같은 것입 니다.

이러한 허상에 집착하여 진정(眞正)이 가려진 다면, 그리하여 우리의 눈과 귀가 멀어진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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