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의 삶은 위대한 가피를 부른다
-지광스님-
세월의 흐름이 화살 같다더니 한 해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갔다.
얼마만한 소득이 있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올해는 경제위기다 뭐다 해서 참으로 숨 가쁘게 지나갔다.
IMF에 버금간다 해서 모두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좀 나아진다는데 전혀 감이 안 잡힌다.
정부 뿐 아니라 모두가 열심히 노력들을 하니까 분명 나아지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악화가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가히 세계는 하나라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시쳇말이 아니라 이제 그 어느 누구든 전 인류에 대한 공동체적인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세계가 좁아 질수록 상호의존도가 크고 결합력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게 분명하다는 관념이 손에 잡히듯 느껴진다.
부처님 말씀대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점점 더 커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남을 내 몸처럼 생각해야만 하고 그 같은 생각 가운데 ‘나’라는 이기적 개념이 사라진다는 부처님 말씀이 새롭다.
과연 살같이 흐르는 현기증 나는 세월 가운데 전 인류 모두를 의식하며 살아야만 하는 우리들은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갖추어야만 할까? 『금강경』의 가르침대로 아뇩보리를 얻으려는 자는 어떠한 마음을 가져야만 하는가? 묻는 수보리존자의 질문이 생생히 들리는 듯하다.
과연 이 현기증 나도록 질주하는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 순간순간 변해가는 현대인들에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삶의 자세는 순간순간 깨어있어야만 하는 마음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깨어있음의 삶은 바로 선(禪)적인 삶이라 할 수 있다.
우리시대의 가장 중요한 삶의 화두는 아무래도 깨어있음의 삶이고 그 같은 삶의 자세라야만 현기증 나는 현대를 슬기롭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 것인가 생각된다.
순간순간 깨어있음의 삶은 흔히 얘기하는 mindfulness(깨어있음)의 삶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닌가 판단된다.
항상 깨어있으라.
순간 순간 깨어있으라.
깨어있음의 삶, 선적인 삶이야말로 이 시대의 화두이기에 참선명상이 붐을 이루는지도 모른다.
깨어있음과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현대인들의 삶의 테제가 있다.
흔히들 돈이 돈을 번다고 한다.
사람이 돈을 벌기도 하지만 은행에 10억을 넣어두면 연봉 5천만 원짜리 일꾼을 부리는 것과 같다.
물려받은 재산이라거나 선취재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일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진정 가진 자들의 마음가짐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자리가 서로가 서로를 돕는 마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한다.
하나가 되면 될수록 이웃의 불행이 나의 불행으로 옮겨 붙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6바라밀 가운데 보시바라밀이 으뜸인 것처럼 사랑과 자비의 마음 베풀고 펼치는 마음이야말로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개인도 기업도 이 같은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만 한다.
항상 문제가 되듯 더불어 살아야만 된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파멸의 길을 고속으로 달리는 위험한 사람들이다.
항상 탐욕과 사치는 개인이라 위대한 제국을 무너뜨리는 원흉이다.
돈이 독세하는 곳에 도의가 땅에 떨어지고 재물이 호령하면 정의가 고개를 숙인다.
진정 개인이나 나라나 세계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은 마음으로 부에 대한 투철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우리는 하나기에 정녕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된다.
나누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잘못이 남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른 나라의 잘못이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준다.
현기증 나는 이 시대 항상 깨어있음의 선적인 삶을 살아가며 하나 되는 동체대비의 의식으로 베풀며 펼치는 삶의 자세가 절실하다.
그 같은 마음이 아니고서는 21세기를 온전히 살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 같은 관념이 모두의 마음을 타고 흐를 때 부처님의 위대한 가피는 그 같은 개인이나 나라에 가득히 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