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생각한다
-광덕스님-
우리의 하루하루가 성공의 길인가 묻고 싶은 아침이다.
하루하루가 금싸라기를 모으듯이 값있는 생활의 축적이라면 우리가 지나간 뒤에는 금싸라기가 깔릴 것이다.
하루하루 보태지는 성공은 우리의 생애가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성공의 탑은 높아질 것이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미래의 성과를 목표로 삼고 걸어 가는 것이라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미지수의 연속이다.
언젠가 이룩될 일의 결실을 보아 오늘의 행위는 평가될 것이고, 이렇게 하여 이룩된 일들의 축적을 통하여 인생 생애의 값어치를 평가받을 것이다.
그 생애에 이룩한 것이 값있는 것이었는지 혹은 실없는 것이었는지 끝장에 가서야 알기 때문이다.
만약 장차 올 결과에 따라서 오늘의 행위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인생은 이런 면에서도 불안한 길이고 한숨의 길이고 안개 속의 길이다.
농부가 농사를 지으면서 종자의 선택에서부터 씨를 던지고 기나긴 봄날, 뜨거운 여름날, 그리고 장마와 바람의 계절을 몇번이고 겪고난 다음에야 추수를 바라 본다는 것이 그것이 얼마나 고달픈 기다림인가.
하루하루의 성실한 노력을 내일 닥쳐올 자연적 조건이 무산시켜 버릴 수도 있고, 마침내는 기나긴 동안의 노력의 결과가 쭉정이가 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삶의 의미를 삶 자체에 두지 아니하고 형상을 갖추어 이루어질 것에 두고 있는 한 이것은 물질적인 성과를 지향하고 물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서, 인간에 돌아오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고 물질적인 공허와 불안이 거기 함께 있게 된다.
사실 물질적 형상적 성과를 거두었기로 과연 그것이 얼마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부처님께서도 “칠보탑을 쌓은들 마침내 허물어지고 티끌로 돌아간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유형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인생목표는 필경 이렇게 허무한 것을 그 자체내에 안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원래로 순간순간 자기를 형성하고 자기를 결정지어간다.
자신의 내면에 이루어지는 것들, 성실하고 너그럽고 참을성 있고, 지혜스럽고 용기있는 결단, 행동,생활태도……그런 것들이 자신을 순간순간 밝고 맑고 힘차고 아름다운 것으로 가꾸어 가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추구하고 행동하며 붙들어왔던 일들은, 그것이 우리들 마음 속에 진실한 생명을 빛내고 발휘하는 소재로서 우리 앞에 주어진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대하 고 잡아쓰는 동안에 보다 넓고 보다 자비스럽고 보다 용기있는 지혜를 닦아가며 본분덕성을 연마하는 것이 아닐까.
결코 우리가 목표한 유형적, 가상적(可想的)인 것의 성부(成否)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성과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성과 자체가 목적은 아닌 것이다.
또 한 해의 아침이 열려왔다.
이 한 해의 순간순간이 모두에게 지혜와 덕성을 더하고 창조의 능력과 용기를 드러내며 불멸의 자성을 쓰는 본분자의 승리의 해이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래서 오늘의 이 아침이 결코 덧없는 세월의 변화가 아니고 우리에게 희망과 전진과 환희를 안겨주는 것이다.
불자들에게 이 아침의 영광을 충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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