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이 되어 들어오면 썰물이 되어 나간다
-지광스님-
모든 만상은 순환하고 상생하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사람이나 나라, 문명, 이 모든 것이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이치에 따라 돌고 돈다.
유명한 정치학자 라스키는 ” 국가는 사람의 몸과 같은 유기체다 ” 라고 말했다.
국가도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거듭한다.
한 나라가 세워지면 번성기를 지나 결국 소멸에 이른다.
박혁거세가 신라를 세운 후 신라는 법흥왕, 진흥왕 그리고 무열왕을 거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고구려도 고주몽이 나라를 세워 광개토왕 그리고 장수왕 때 전성기를 맞이했다.
어느 나라든지 전성기를 한번 구가하고 나면 쇠퇴의 기운이 싹터서 쓰러지게 되어 있다.
신라는 경순왕 때 멸망하고 고구려는 보장왕 때 나라를 잃었다.
이러한 순환의 원리는 경제 이론에도 적용된다.
어느 기업도 투자하지 않고는 이윤을 낼 수 없고 이윤이 나야 재투자를 할 수 있다.
자연의 법칙도 마찬가지다.
바닷물은 밀물이 되어 들어왔다가 썰물이 되어 나간다.
식물과 동물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꽃들은 꿀을 주면서 스스로를 번창시켜 나간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내보내야만 들어오고 뿌려야만 거두는 것이 삶의 이치인 것이다.
뿌리지 않고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이든지 끌어들이려고 하면 나갈 일만 남는다.
반대로 내보내면 들어올 일들만 생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여덟가지 고통 가운데 구부득고(求不得苦) 라는 것이 있다.
구하려고 해도 잘 얻어지지 않기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뿌리지 않고 끌어들이려는 마음 뿐이니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남이 잘 되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의 공덕이 모자람을 먼저 탓해야 마땅하다.
복덕만 바라는 사람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가진 것이 없어도 자꾸만 주려는 마음, 베풀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부자이다.
위대한 성자들은 가진 것이 없더라도 한도 끝도 없이 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아함경)에 보면 ‘담요 한 장의 보시’ 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 가난해서 담요 한 장만 가지고 사는 부부가 있었다.
아내가 담요를 뒤집어쓰고 밖에 나가면 남편은 벌거벗은 채 집 안에 있고, 남편이 나가면 아내가 벌거벗고 집에 있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길을 가던 수행자가 찾아왔다.
가진것이라고는 담요 한장뿐이었지만 그 부부는 담요 한장이나마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보시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임금님은 그 부부의 마음을 가상히 여겨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받으려는 마음을 놓아 버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
상냥한 미소이든 친절한 말 한 마디이든 줄 수 있는 것을 무엇이든 건네고 베풀어야 한다.
탐욕스럽게 혼자만 잘 되겠다고 끌어들이기만 하려는 사람은 이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는 사람이다.
복을 짓고도 지었다는 생각조차 않는 그 마음이 바로 부처님 마음이다.
몸과 마음을 다해서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주려는 마음이 바로 부처님 마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