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게 하세요
-월호스님-
이따금 외부강의를 하다 보면, 수강자들의 태도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진지하게 경청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다소 닫힌 마음으로 냉담하게 듣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이는 끊임 없이 무언가를 적어대기도 합니다.
물론 중요한 구절들을 적어서 나중에 음미해 보고 반추한다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필기에 열중하느라 그때의 분위기에 같이 젖어들 수 없다면 차라리 듣기만 하는 것이 낫습니다.
열심히 적어대는 분들에게 실제로 나중에 얼마나 복습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마음뿐이지 복습을 하지 못한다고 답합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강의에만 열중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강의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이러저러한 일들을 생각하느라 강의에 열중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강의와는 관련이 없는 잡다한 기억들을 강의실까지 끌고 들어온 것이지요.
집 걱정은 집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회사걱정, 학교걱정은 회사나 학교에서 하면 됩니다.
걱정거리를 강의실까지 들고 들어 올 필요는 없습니다.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 같으면 걱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입니다.
정히 걱정이 된다면 다만 그 순간 그 자리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미래를 기억하는 것이나 과거를 연연하는 것이나 떠도는 마음이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것은 밖으로 찾는 마음이며 헐떡이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을 쉬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몰두하는 것 이야말로 자신에게 투철한 삶을 사는 방법입니다.
그 비결은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도록 연습하는 것입니다.
몸이 강의실에 있으면 강의에 열중하도록 하십시오.
몸이 식당에 있으면 먹는 데 열중하도록 하십시오.
몸이 회사에 있으면 일에 열중하도록 하십시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일에 전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다만 주시하도록 합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주시하고 또 주시합니다.
행위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객관적 관찰자로서 지켜보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닙니다.
하나가 둘로 쪼개 지지 않을 때, 평상심은 유지될 수 있습니다.
헐떡이는 마음을 쉬게 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있는 그곳에 당신의 마음을 오롯이 두십시오.
그것이 주인 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