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따라 오고간다
-혜국스님-
이제 우리가 누구에 의해서 무엇에 의해서 사느냐를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십시오.
인연에 의해서 산다는 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까? 사람은 공기나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합니다.
공기는 우리가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연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한 또 다른 인연을 연결시켜주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를 내려 생명수를 마실 수 있도록 인연을 맺어줍니다.
결국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자연과 인연이 이어져야만 살 수 있습니다.
이 인연이 딱 끝나게 되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부부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함께 붙어 있는 부부라도 인연이 끝나면 혼자가야 합니다.
부모 자식간에도 예외가 없습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생명이라는 것, 그리고 관계라는 것은 인연이 맺어지고 있는 동안을 말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어느 누구도 배우자나 자식을 그냥 만나지 않습니다.
인연이 있어 만났습니다.
피하지 못할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그 까닭을 오늘의 우리는 살펴보아야 합니다.
“어떠한 인연으로 많고 많은 여자 중에서 저 여인을 내 아내로 맞아들였는가?” “어떠한 까닭으로 내가 저 남자를 내 낭군으로 택했는가?” 정녕 그 답을 아시겠습니까? 바로 함께 풀어야 할 업(業), 함께 이루어야 할 원(願) 등의 인연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택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인연이 있는 동안에는 함께 살게끔 되어 있고, 그 인연 다하면 흩어지고 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연 때문에 만나기 싫은 사람도 다시 만나야 하고, 인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 동식물, 우주자연 할 것 없이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모였다가 다시 돌아갑니다.
아무리 처 자권속이 줄줄이 이어지고 금은보화가 많은 사람이라도 인연이 다 되면 결국은 홀로 가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없습니다.
인연따라 생겨났다가 인연따라 변하고 인연의 법칙 속에서 흩어집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떤 분들은 되묻습니다.
“인생이 이처럼 허망하고 무상하다면 열심히 살필요가 있을까요?” 대답은 ‘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바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살면 새롭게 좋은 인(因)을 심을 수 있고, 그 인의 힘으로 좋은 연을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재가인들에게 설하셨 습니다.
“가족들을 많이많이 사랑하고, 돈도 열심히 벌어 좋은 일에 써야한다.” 그리고 살다가 어려운 일이 닥치면 회피하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라고 하셨습니다.
“좋다.
인연이 이러하고 언젠가는 갚아야 할 일이라면 지금 받겠다.
땅은 비온 뒤에 더 굳어지는 법이다.
지금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내 인연은 더욱 숙성되고, 내 영혼도 더 맑아져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일들아, 어서 오너라.
어찌 지금 미루어 피하여 내생에 다시 만날 것인가! 지금 이 생에서 해결을 보리라.” 이렇게 마음자세를 가다듬을 때 우리의 몸을 적시는 빗물은 우유가 되고, 나 자신의 영혼이 더욱 맑아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것도 그냥 우유가 아니라 프리미엄 우유가 되는 시간입니다.
꼭 명심하십시오.
지금 우리가 인연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우리는 독도 만들 수 있고 우유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거룩한 부처님의 사리도 만들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