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 깃드는 행복
-혜국스님-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여라.
이 세상에는 수많은 꽃이 있으며, 그 많은 꽃들 가운데 연꽃{蓮花}을 불교의 꽃으로 삼고 있습니다.
연꽃은 마른 땅에서 피어나는 꽃이 아닙니다.
진흙탕에 심어야만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 나는 ‘진흙탕’이란 폭력과 굶주림과 각종 재난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이 ‘사바세계’를 지칭함과 동시에, 우리의 몸속에서 들끓고 있는 ‘망상과 번뇌’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들이 욕심내고 탐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분노 하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죽어버렸으면 하는 모든 생각들.
이것들이 바로 망상과 번뇌요, 이러한 진흙탕속에서 불자들은 결코 물듬이 없는 맑디 맑은 연꽃을 피웁니다.
부처님을 상징하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연꽃을…
실로 마음속의 부처는 번뇌망상이라고 하는 진흙탕속에서 피어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종 번뇌망상들을 미워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도록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과연 그 방법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무엇보다 먼저 인과(因果)를 확고히 믿고 닫혀 있던 마음의 문부터 활짝 열어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욕심을 부렸다가 뜻대로 되지 않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한마디라도 듣게 되면 속을 부글부글 끓입니다.
가령 남편이 부인의 생일을 잊게 되면, ‘두고 봐라.
영감 생일날 미역국 끓여주나 안 끓여주나’하며 벼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남편이 낯선 여자와 놀러라도 갔다고 하면 완전히 폭발하여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이러한 분노의 마음은 진흙탕이요 번뇌망상입니다.
하지만 이 번뇌망상은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준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들 스스로가 만든 것입니다.
흔히들 성질 급한 사람은 자신의 성격이라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그 급한 성질 역시 스스로가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성격 급한 것을 싫어하거나 미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스로가 급한 성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싫고 밉고 어쩔 수 없는 일에 부딪힐 때는 마음의 문을 닫으려 하지 말고 더 활짝 열어야 합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게 되면 이번 생에 당하는 모든 어려움이 전생에 저지른 ‘나’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이 보이게 됩니다.
지금 고약한 시어머니를 만난 것은 내가 전생에 며느리를 못살게 했던 그림자가 돌아오는 것일 뿐, 결코 억울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식들이 애를 많이 먹인다면 이 역시 전생에 그 아들딸을 애먹인 과보를 지금 받는 것입 니다.
이처럼 모든 고난은 누구의 허물이 아닌 내 잘못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면 고난은 끝이 보이기 시작 합니다.
이 시각부터 고난은 해결되기 시작하고 운명이 새롭게 개척됩니다.
“모든 것은 나로 말미암아 비롯되었으니 기꺼이 받겠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고 제도하는 자세입니다.
이러한 태도로 임하면 자신의 망상을 능히 제도하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바꾸어, 함께 능히 부처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아들딸인 불자(佛子)는 일평생 일어나는 모든 어려운 일과 역경이 결국은 내가 심어 은 씨앗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기꺼이 역경을 받아들이며 새롭게 깨어나는 희망의 마음을 불러 일으킵니다.
보통 사람들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아이고, 또 우환이야’하면 서 좌절하고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지만 부처님의 아들딸 들은 다릅니다.
“내가 전생에 지은 업을 받는 것이구나.
좋다, 이제 다시 일어나자.
열 번 쓰러지면 열 번 일어나고 백 번 쓰러지면 백 번 일어나리라.” “어느 전생의 인생 점수가 모자라 이 어려움을 받게 된 것인가? 이번 어려움으로 그 빚을 다 갚아버릴 수 있으니 오히려 다행이지 않은가? 운명이여 오라.
기꺼이 받으련다.” “아!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씨앗을 심고 광명을 만들때이다.
불보살님께 기도하고 참선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자.” 이렇게 역경 속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힘을 키워나가는 것이 불자의 자세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와 같은 자세로 임하게 되면 부처님께서도 반드시 큰 가피를 주십니다.
결코 잊지 마십시오.
어떠한 역경, 어떠한 어려움도 그냥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난이 왔다가 갈 때는 반드시 경험과 지혜라는 큰 선물을 우리에게 주고 갑니다.
스스로 밟아본 땅만이 내 땅이 되고,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영혼의 눈도 내가 노력한 만큼 뜨입니다.
어려운 일이 올 때마다 핑계를 대며 피하면 행복한 인생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생에서라도 그 고비는 넘겨야 합니다.
어찌 또다시 피할 것입니까? -월간 [법공양]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