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걷잡을 수 없는 마음

***걷잡을 수 없는 마음***

-법륜스님-

꽃을 보면 기쁜 이유는 분별 없기 때문 상대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에 괴로워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기도 전에 온 신경이 그에게 쏠립니다.

되뇌어 생각하며 상상을 더해 마음을 점점 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커지면 괴로움도 같이 커지며 그의 사소한 행동에 감정이 휘둘리곤 합니다.

욕심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보고 좋아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어떤 가수를, 어떤 배우를, 어떤 운동선수를 좋아하는 일도 많지 않습니까? 꽃 한 송이를 보고도 좋아서 웃음이 나오 는데 하물며 사람을 보고 좋아하는 일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꽃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는 때를 생각해 봅시다.

지금 내가 장미 한 송이를 보며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면 이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그 좋은 마음에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장미도 나를 좋아해야 한다고 바라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어떻게 하면 장미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까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내가 장미를 좋아하는 마음은 다만 기쁠 뿐이지 아무런 흥분도 없습니다.

‘아, 꽃이 참 예쁘구나’하는 이 마음이 전부입니다.

좋아하는 마음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사람을 좋아할 때 마음이 두근대는 것은 상대가 나를 좋아할까 아닐까를 분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듯이 너도 날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저 사람도 나를 좋아하게 만들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머리가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에 아무리 몰두한다 해도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그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릅 니다.

내가 좋아하면 상대도 나를 좋아하리라 생각 하는 건 착각입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과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현실적으로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있지요.

내가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하는 경우, 나는 그를 좋아 하지만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는 나를 좋아하는 경우, 그도 나도 서로 좋아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고 안 하고는 온전히 내 마음이고, 그가 나를 좋아하고 안 하고는 그의 몫입니다.

그러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가슴이 뛸 때에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가보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나는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길 바라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됩니다.

꽃을 보면서 아무리 좋은 마음이 일어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은 없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해서 마음이 혼미해지는 것은 일종의 두려움에 속합니다.

저 사람이 나를 좋아 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입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과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상관없는 일이고, 내가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면 오히려 그의 눈에 귀찮게 보여서 무시당할 가능성이 높습 니다.

내가 좋으면 그뿐이지 저 사람도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남의 마음을 자꾸 내 뜻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고, 그렇게 욕심을 내는 데서 문제가 복잡해 집니다.

좋으면 다만 좋은 줄 알아차리면 그만입니다.

좋은 마음에 흥분하고 있다면 ‘지금 내가 욕심을 부리는구나.

저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구나.’ 하고 자기를 알아차리면 됩니다.

‘내가 저 사람 인생에 간섭할 필요 없다.

저 사람이 날 좋아하고 아니고는 그의 인생이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정신을 차려야지.’ 이렇게 자기를 경책하면 됩니다.

-법보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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