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보톡스를 맞으세요
-월호스님-
가장 우수한 종자를 택하여 자신의 후손을 퍼뜨리고자
하는 것은 모든 동물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인간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게다가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인터넷을 비롯한 온갖
매체를 통해 세계적인 미남 미녀들이 우상처럼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갖가지 섹시한 몸짓과 표정으로 사람
들을 유혹하고 있는 오늘날, ‘우수하다’는 의미를 우리는
몸뚱이의 잘남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탤런트는 물론이고 어린 학생들조차
성형수술을 받고자 줄을 서고, 심지어는 관상 성형까지
유행하게 되었다니 애교로 봐 주기에는 좀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합니다.
과연 손이나 얼굴을 째거나 깎아낸다고
운명이 바뀔까요? 관상을 바꾸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옛날에 서앙이라는 사람이 과거를 보러 서울에 올라갔
습니다.
그때 서울에는 왕씨라는 관상쟁이가 있었는데,
신기하게 적중한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이에 서앙도
관상을 보았는데, 왕씨는 서앙의 얼굴을 보더니
“그대 관상에는 후손이 없으니 어찌하면 좋소?”하고
탄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서앙은 할 수 없이 그대로 길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이후 서앙은 과거에 급제하여 서안의 군수로 임명되었
습니다.
서앙은 부임하는 길에 한 여자를 첩으로 맞이
하였는데, 자못 예쁘고 아름다웠습니다.
사연을 들은 즉,
본디 관리의 딸로 양가집 규수였건만 도적들에게 납치를
당해 팔려 왔다는 것입니다.
서앙은 그녀를 불쌍히 여겨
매매계약서를 불사른 뒤, 혼수를 마련하여 좋은 선비에게
시집을 보내주었습니다.
그 후 다시 왕씨를 만나니, 그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감탄
했습니다.
“그대의 관상이 아주 달라졌습니다.
자식의 별들이 얼굴에
가득 찼군요.
이 어찌 음덕(陰德)을 쌓은 결과가 아니겠소?”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서앙의 처와 첩들이 한두 해
사이에 아들을 다섯이나 낳았다고 합니다.
관상은 단순히 손바닥을 째거나 얼굴을 거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잘 써서 음덕을 쌓아야 관상도
바뀌고 운명도 바뀝니다.
음덕(陰德)이란 남모르게 소문
내지 않고 베푸는 덕행을 말합니다.
소문을 내기 위해서
하는 좋은 일은 자신의 명성이나 이익 등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므로 결국 거래에 불과하며, 이는 덕이 쌓일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좋은 일은 덕으로 쌓이게 됩니다.
이러한 덕이 쌓이면
마음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면 관상과 운명도 바뀝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상(手相)보다 관상(觀相)이 중요하고,
관상(觀相)보다 심상(心相)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는 것
입니다.
요컨대 진정 예뻐지고자 한다면 덕행을 쌓고 마음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워지는 방법입니다.
부처님께서 슈바라스티에 계셨을 때의 일입니다.
큰 장사꾼 파리는 바다의 신에게서 향내가 나고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든 영락을 받아 푸라세나짓 왕에게 바쳤습니다.
왕은 부인에게 이 기이한 영락을 가장 아름다운 부인에게
줄 테니 잘 꾸미고 오라 분부했습니다.
육십 명의 여자들이
모두 화려한 옷을 입고 곱게 화장한 채로 왕 앞에 모였습
니다.
그러나 말리 왕후의 모습만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마침 그 날이 보름인지라, 불법에 따라
재(齋)를 지키느라 소복을 입고 화장을 하지 않았기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에 왕은 세 번이나 되풀이해 말리 왕후를 불렀습니다.
할 수 없이 그녀는 소복을 한 채로 그곳에 이르렀고,
그 모습은 마치 해나 달과 같아서 평상시보다 몇 배나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이에 왕은 매우 기뻐하며 그 향기
로운 영락을 말리 왕후에게 주고자 하였지만.
왕후는
이를 거절하고 부처님께 바치도록 권유하였습니다.
이에 영락을 바치니 부처님께서는 시를 읊어주셨습니다.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다발 만들어
머리를 장식하면 아름다운 것 같이
덕의 향기를 많이 쌓은 사람은
태어날 때마다 더욱 예뻐지느니라.
재계(齋戒)를 지키느라 소복차림에 맨 얼굴로 등장한
말리 왕후의 모습은 평상시보다 몇 배나 더 아름다웠습
니다.
갖가지로 치장한 다른 여인들보다 훨씬 말입니다.
과연 그럴 수가 있을까요? 진정한 미인은 우유 목욕이나
머드팩을 통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기도와 정성은
자신의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내려놓게 합니다.
그리고 진실된 마음을 바탕으로 한, 순수한 정성만이
떠오르게 합니다.
그러니 어찌 표정이 밝아지지 않을 수
있으며, 피부가 부드러워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진정한 아름다움의 향기는 덕과 수행에서 배어
나오는 것입니다.
뼈와 살을 깎아내고 붙인다고 해서
아름다움의 향기가 날 수는 없습니다.
성형미인은 당장
예뻐 보일지는 몰라도 진정한 멋과 맛 그리고 향기가
없습니다.
즉 생화가 아닌 조화, 가짜 꽃이기 때문입
니다.
조화(造花)는 언뜻 보기에 예쁘기는 한 것 같은데,
진정으로 사람을 끄는 매력은 없습니다.
사실 눈에
보이는 형상은 모두가 일시적이며, 그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다분히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겉모습이란 고정된 실체가 없는, 끊임없이 변해가는
과정의 한 순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꿈과 같고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번갯불과 같아서 잠시 있는 듯싶지만, 막상 움켜쥐고자
하면 사라져버리는, 찰나생멸(刹那生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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