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국스님─성불을 서원하라

성불을 서원하라

-혜국스님-

부처님께서는 분명히 설하셨습니다.

“부처란 새로 만들어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다.

너희속의 불성을 개발하면 너희들 스스로가 부처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부처입니다.

마음이 눈만 뜨면 볼 수 있는 부처의 성품이 우리 각자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불성을 보고자 하면 탐착심(貪着心)에서 벗어나도록 내 마음을 길들 여야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부처님을 간직하고 있는 나 속 의 참 주인인 불성을 배신하고 몸뚱이나 욕망이 하자는 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즐겨 달라고 하면 즐겁게 해 주고, 편안히 해 달라고 하면 앉아주 고 누워줍니다.

또 조금 아픈 것 같으면 엄살을 부립니다.

여기서 잠깐 DNA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리의 몸은 전부 DNA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DNA를 조 사해보면 몇 천 년전의 조상까지 그 안에 다 기 억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처음 생겨난 조상의 것까지 우리의 몸 안에 다 기억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DNA속에 기억이 보존되어 있다는 것 과 불교에서 우리 속에 천년 만년 전의 업장이 남아 있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입니다.

DNA를 보 면 지난 흔적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어떤 업장 을 지어 왔느냐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참선,염 불, 기도 등의 수행에 비추어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참선을 하고 앉아 있어 보십시오.

‘나’를 좋아했 던 사람들 생각이 새록새록 납니다.

화두는 어디 론가 달아나고 ‘그 아가씨가 이렇게 생겼지.

참 괜찮았어’하고 있습니다.

또 어머니 생각을 비롯 하여 인연이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화두 들고 앉아 있는 그 자리로 불러 들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국수를 뜨근하게 만들어서 콩가루에 비벼 한 양푼 먹고 앉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등 온갖 망상이 죽 끓듯 합니다.

산중에서 솔잎 먹고 생쌀 씹어 먹으며 앉아 있다고 하여 참선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화두참선, 염불, 기도 등의 거울에 ‘나’를 비추 어보면 나에게 어떤 업장이 많은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불교의 수행은 자기의 업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참선하는 수행자에게 있어 가장 먼저 일어나는 망상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자기가 지어 놓은 업입니다.

이 망상을 화두로 바꾸는 것이 업장 소멸이고, 이를 위해 참선을 합니다.

망상이 없 다면 참선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도, 염불, 경전공부, 육바라밀 수행 등도 마찬 가지입니다.

번뇌망상 없이 공부가 잘되고 불성 이 발현되는데 굳이 따로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 까? 업장 때문에, 번뇌망상 때문에, 탐착심 때문 에 불성을 볼 수 없고 부처로 살 수가 없기 때문 에 공부하는 것입니다.

이제 불성 발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몇가지 기 본적인 사항을 당부드리면서 법문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첫째, 공부나 인생에 있어 요행수를 바라지 마십시오.

요행수라고 하면 흔히들 복권을 생각합니다.

특히 당첨금이 큰 로또복권은 많은 국민에게 일확 천금의 꿈을 꾸게 하고 붕 뜨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창 로또 붐이 조성되었을 때 누군가 나에게 권 했습니다.

“스님도 복권을 사보십시오.

수행을 많이 했으니 혹시 당첨될지 압니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로또는 안 살 것이다.” “왜요? 다들 사는데요” “만약 내가 당첨되면 허탈한 사람이 많을거야.

‘이번에 당첨되면 어머니 약값을 낼 수 있을텐데’, ‘우리 아들 유학자금으로 쓰겠다’며 작정하고 있는 수십만 명의 마음을 훔쳐가게 될텐데, 남의 마음을 훔치는 도둑질을 나보고 하라는 것이냐?” 부처님의 사람이 되어 불성를 발현시키려면 요행 수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요행을 쫓는 곳에는 단돈 백원이라도 허비해서는 안 됩니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요행수를 바라는 인 생이 문제입니다.

복권 당첨된 사람 중 자손이 흥한 집이 있습니까? 그 많은 사람의 서운한 마음과 허탈감을 돈과 함 께 모아서 가져갔으니 잘 될 리가 없는 것입니다.

특히 불성 발현의 공부에는 요행수가 통하지 않 습니다.

요행수를 바라면 마음이 붕떠서 더욱 흔 들리기만 할 뿐 공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 다.

애초부터 요행수를 버리고 마음을 가라앉혀 착실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지금 할 공부를 뒤로 미루지 마십시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가섭존자에게 아직 깨우치 지 못한 아난존자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가섭아, 아직 아난이 깨우치지 못했다.

나를 평 생 믿고 따르며 시봉을 했는데도 아직 도를 이루 지 못하였구나.” “그렇습니다.

저도 그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 다.” “무슨 까닭으로 도를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느 냐?” “아난은 부처님께서 늘 옆에 계시기 때문에 언제 라도 법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부처님 께서 언제라도 자기를 위해 법을 설해 주실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뒤로 미루기 때문에 도를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다.

아난은 금생만이 아니라 전생에 서도 계속 내 법문을 외우는 데에만 중점을 두었 을 뿐, 수행은 뒷날로 미루었다.

그래서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들 중에도 지금 익히고 실천해야 할 수행을 다음으로 미루다가 불성 발현의 시기를 놓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절에 기도를 하러 가거나 법문 을 들으러 가는 일도 다른 일이 생겼다는 핑계로 곧잘 빠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법문, 나중에 녹음한 것으로 들어야지.” 그러나 아닙니다.

녹음기로 듣는 법문과 갖가지 표정에 손짓 몸짓 하면서 설하는 법문은 전혀 다 릅니다.

혼이 있고 없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러 므로 가서 들어야 합니다.

참선, 경전공부, 참회 기도 등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인연이 찾아 왔을 때 미루지 말고 꼭 실천하여 불성 개발에 적극적 으로 임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성불(成佛)을 서원하십시오.

불도무상서원성(佛道無上誓願成)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저 ㅇㅇ, 반드시 부처를 이룰 것을 맹세하옵니다.

아울러 내 가족 과 이웃 모두가 성불하기를 발원하옵니다.

부처 님이시여, 이를 증명해 주옵소서.

부처가 되는 그날까지 결코 삿된 길로 빠지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성불 서원이 있고 발원이 있으면 우리의 삶은 반드시 그 서원을 좇아 나아가게 되어 있습 니다.

그리고 꿎ㄴ히 닦아 나아가면 언젠가는 불 성이 발현되어, 최상의 원을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까지, 감로의 법비가 우리를 흠뻑 적셔줄 그 날까지 부처님의 품 속에서 정진하시기를 축원드 립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월간 [법공양]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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