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49재 의례순서

49재는 임종 후 첫 7일에 치르는 초재에서 시작하여 2재․3재․4재․5재․6재의 점진적 단계를 거쳐 7재에 종합적인 의례를 치르면서 마치게 된다. 그러나 49일째 되는 날 치르는 7재만을 49재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마지막 7재에 진행되는 내용이 의례적 완결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족이 상황에 따라 7재만을 치르는 것도 곧 49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재의 의미가 총체적으로 집약된 7재를 중심으로 49재의 의례 순서를 살펴보면 크게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즉, ‘영가의 극락천도’라는 목표를 두고 영가를 맞이하는 단계, 영가가 생전에 지은 업을 씻어주는 단계, 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단계, 영가에게 제사를 지내며 불법을 들려주는 단계, 영가를 떠나 보내는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맞이하기-씻기-기원하기-제사 지내기-보내기’의 다섯 단계라 할 수 있다.

49재의 의례 단계와 내용

의례 목표 > 영가의 극락천도

의례 단계 : 맞이하기, 씻기, 기원하기, 제사 지내기, 보내기

의례 내용 : 영가를 맞이함, 영가가 생전에 지은 업을 씻어냄, 영가를 위해 불공을 드림, 영가에게 제사를 지내며 불법을 들려줌, 영가를 떠나보냄

이러한 다섯 단계는 편의상 구분한 것이며 실제 49재는 ‘대령-관욕-상단불공-중단퇴공-관음시식-봉송-소대의례’와 같은 세부적인 절차로 진행된다.

아울러 의례의 앞뒤로 준비 단계에 해당하는 육법공양과 후속단계에 해당하는 법식이 있다.
이에 따라 49재의 의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9재의 절차

의례 단계 > 의례 절차 > 의미

준비 단계 > 육법공양 > 유족이 재를 지내는 주체로 법당의 각 단에 육법공양과 3배를 올림

맞이하기 > 대령 > 영가를 맞아들여 간단한 음식을 대접함

씻기 > 관욕 > 지의(紙衣)를 태우는 상징적 행위로서 영가가 생전에 지은 죄업을 씻음

기원하기 > 상단불공 > 상단(불단)의 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며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함

기원하기 > 중단퇴공 > 중단(신중단)의 신중님께 공양을 올리며 영가의 극락왕생이 무사히 이루어지도록 수호해줄 것을 발원함

제사지내기 > 관음시식 > 하단(영단)의 영가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제사를 지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려줌

보내기 > 봉송 > 영가를 떠나보내며 법당에서 나옴

보내기 > 소대의례 > 영가의 옷과 의례에 사용된 물건을 태우면서 영가에게 이별을 고함

후속 단계 > 법식 > 대중이 함께 공양물을 나누어 먹음

(1)준비 단계

49재를 시작할 시간이 가까워지면, 유족은 의례 준비가 갖추어진 법당에 들어와 맨 먼저 상․중․하단을 향해 각 3배를 올린다. 그리고 각 단에 향(香)과 촛불을 밝히고, 깨끗한 청정수로 다기 물을 올린다.

유족이 올리는 향과 등과 차는 꽃․과일․쌀과 함께 불보살님께 올리는 육법 공양물에 해당한다. 평소에도 법당의 불단에는 향․등․차를 날마다 새로 올리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사시에는 마지로써 쌀 공양을 올리며, 수시로 과일과 꽃을 새로 올림으로써 항시 육법공양물을 갖추어놓게 된다.

따라서 유족이 직접 육법공양물을 올리는 것은,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새로운 공양물을 올리고 정성을 다해 불보살님을 모시겠다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2)대령

대령(對靈)은 영가를 맞이하는 단계이다. 영가를 청하기 전에 먼저 영가의 극락왕생을 이끌어줄 부처님을 청해 모신다. 그리고 나서 영가를 모신 뒤, 간단한 음식으로 대접하며 재를 열게 된 취지를 밝히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영가가 나아갈 길을 들려준다.

특히 49재의 중요한 특성은 개인의 49재라 하더라도 해당 영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외로운 혼령과 명부 중생을 함께 천도한다는 점이다.

유족을 비롯한 동참자들은 차례로 차를 올리고 절을 하면서 영가에게 인사를 드린다. 절을 올리기 전후의 시간에는 사찰에서 나누어준 법요집을 보면서 스님을 따라 함께 염불한다.

(3)관욕

관욕(灌浴)은 영가가 생전에 지은 죄업을 씻어주는 단계이다. 대개 영단 옆에 병풍을 쳐서 관욕방을 만든 뒤 스님의 염불에 따라 의례를 진행하게 된다.

영가가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지은 삼업(三業)을 씻어줌으로써 청정한 상태로 불보살님 앞에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병풍을 둘러 관욕방을 만들고 영가를 씻기는 의식에 필요한 물품들을 갖추어놓게 된다. 영가를 나타내고자 종이로 만든 작은 바지저고리 모양의 지의(紙衣)를 두고, 대야에 영가가 씻을 물을 담아 향을 띄워서 향탕수를 만든다.

또한 비누․칫솔․치약 등의 세면도구를 진열하고 수건을 병풍에 걸어놓으며, 목욕 후에 갈아입을 속옷과 한복 그리고 신발 등을 갖추어 놓는다. 이처럼 세면용구 및 갈아입을 옷을 배치함으로써 씻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관욕이 시작되면 영가의 영정과 위패, 향로와 촛대 등을 병풍 뒤로 옮겨 놓고 의식을 행한다. 의례를 진행하는 스님은 영가의 죄업과 번뇌를 씻어주기 위한 염불과 진언(眞言)을 외우고, 병풍 뒤에서는 진언의 내용에 맞추어 지의를 태움으로써 영가가 생전의 죄업을 씻고 새 법의(法衣)를 갈아입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례를 통해 청정한 상태가 된 영가는 불보살님 앞에, 그리고 극락세계에 나아갈 수 있는 존재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유족들은 관욕이 시작되면 모두 병풍을 향해 앉아, 관욕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극한 마음으로 염불기도를 올린다. 관욕을 마치면 스님의 지도에 따라 유족이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서 영가와 함께 부처님께 인사를 올린 다음, 다시 영단의 본래 자리로 모신다.

(4) 상단불공, 중단퇴공
-상단불공

상단불공(上壇佛供)은 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면서 불보살님의 위신력으로 영가가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발원하는 단계이다. 49재의 핵심이 되는 단계이며, 관욕으로 청정해진 영가를 모시고 모든 동참자들이 불보살님 앞에 나아가 지극한 마음으로 불공을 드린다.

이 의식은 평소 불보살님께 올리는 의례를 기본으로 하되, 보다 풍성하게 공양물을 올리고 불공을 드리며 영가의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찰에서는 매일 사시(巳時:오전9~11시)가 되면 부처님께 마지를 올린다. 부처님께 올리는 밥을 ‘공들여 만든, 맛있는 음식’이라 하여 마지(摩旨)라 하며, 사시에 올린다 하여‘사시마지’라 한다.

부처님 당시의 수행자들은 오전에 한 끼만 식사를 하고 정오 이후에는 먹지 않는 오후불식을 지켰으므로 부처님께 올리는 마지도 사시에 올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전에 지내는 재는 이 사시마지로 불공을 올리며, 만약 사시 이후로 재를 지내면 오후에 불공을 올린다. 평소 상단에는 마지와 함께 육법공양물을 올리는데 이러한 일상의 공양물이 49재에서는 더욱 풍요롭고 다양해진다.

유족이 정성껏 차린 공양물은 불보살님의 위신력에 의지하여 영가를 더 좋은 곳으로 보내고자 하는 기원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양물이 풍성해진다 해도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은 향․등․차․꽃 그리고 쌀과 과일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육법공양물의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곡식을 상징하는 쌀이 각종 떡과 과자류로 다양화되고, 열매를 상징하는 과일이 여러 종류의 과실로 풍부해지는 것뿐이다. 따라서 상단과 중단에는 곡식과 과실 중심의 마른 공양물만 올리고, 국․탕 같이 물기가 있거나 간을 해서 냄새가 나는 반찬류는 올리지 않는다.

상단불공은 먼저 의식을 진행하는 장소와 동참자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염불로 안과 밖을 모두 깨끗이 한 후 불보살님을 청해 모시고 공양을 올린다.

그리하여 불보살님의 가피로 영가가 극락왕생하기를 발원하면서 진행되는 것이다. 동참자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불공을 드리며 스님을 따라 함께 의식문과 경전을 독송하고, 의례가 진행되는 동안 절을 많이 올리는 것이 좋다.

-중단퇴공

중단퇴공(中壇退供)은 상단불공을 마친 다음에 신중(神衆)님을 모신 중단을 향해 공양과 불공을 드리는 단계이다. 평소에도 상단에 사시마지를 올리고 예불을 마친 뒤 마지를 중단으로 옮기는데, 부처님의 공양을 물린다 하여 이를 퇴공(退供)이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49재에서도 상단예불이 끝나면 공양물을 중단으로 옮기고 신중님을 향하여 공양과 예불을 올린다.

신중은 불교에 귀의하여 정법을 수호하겠다는 원을 세운 신들로, 불법을 수호하고 삿된 것을 물리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49재에서 영가와 유족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영가의 극락천도와 유족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는 것이다.

중단퇴공은 공양을 올리는 진공진언과 공양게, 그리고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을 바치는 예공을 올린 뒤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마무리한다. 동참자들은 의례가 진행되는 동안 신중단을 향해서도 절을 올리면서, 영가의 극락왕생 길을 든든하게 수호해줄 것을 발원한다.

(5)관음시식

관음시식(觀音施食)은 불공의식이 끝난 후에 영단에 모신 영가에게 제물을 올리고 제사를 지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려주는 의식이다. 영가가 공양을 받는 단계로서, 줄여서 시식(施食)이라고도 한다.

처음 법당의 영단에 모셔졌던 영가는 생전의 죄업을 짊어진 채 중유를 떠돌던 세속의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 영가는 관욕으로 죄업을 씻어내고 성스러운 영역에 들어선 다음, 상단으로 나아가 불보살님의 가피를 입고, 중단으로 나아가 신중님의 외호를 받게 되어 이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로 변화되었다. 이 변화된 영가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려주어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의식이 관음시식이다.

이 의식을 관음시식이라고 하는 것은 관세음보살님의 증명하에 시식을 베푼다는 뜻으로, 관세음보살님이 영가의 업장을 소멸하고 극락으로 인도하는 인로왕보살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천수관음의 공덕을 찬탄하는 천수다라니를 염송하여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구하고 관세음보살님의 위신력으로 영가가 극락에 이르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또 이 단계를 제사라고 하기도 하는데 관음 시식은 영가를 비롯한 외로운 혼령들과 모든 지옥중생을 영단으로 청하여 제물을 올리고 음식을 베풀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려주고 각종 진언으로써 앞길을 열어주며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때문이다.

즉 관음시식은 ‘재 속에서 진행되는 제사’로서 영단에 술과 고기와 생선을 제외한 공양물을 차려놓고 유족들이 차례로 영가에게 차를 올리고 절을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따라서 영단에 차린 공양물은 단순한 음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가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감로의 법식(法食)이 되는 것이다.

이 단계는 영가를 떠나보내며 올리는 마지막 제사이기 때문에 유족 역시 각별한 마음으로 정성을 들이면서 슬프고 애통한 마음을 풀어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편, 절을 할 때는 영가가 저승에서 사용할 노잣돈을 저마다 준비하여 영단에 놓는다. 현실에서도 길을 떠나면 돈이 필요하듯이 먼 저승길을 떠나는 데도 노잣돈을 놓는 것이다. 이러한 노잣돈에 대한 풍습은 민간의 심성이 반영된 것이다.

(6)봉송
-봉송

봉송(奉送)은 영가를 떠나보내는 순서이다. 시식을 마치고 나면 영가에게 불보살님의 가피로 도량을 떠나 정토로 향하게 되었음을 고하고 3배를 올린다.

다음으로 위패와 영정을 법주 앞으로 내려 모시고 영가와 유족이 함께 스님에게 3배를 올리는 형식을 갖춘다. 그리고 나서 유족은 각기 위패․영정․향로․촛대․옷․장엄물 등을 나누어 들고 상단을 향해서 불보살님께 인사를 올린 다음, 스님을 따라 법당을 돌면서 바깥의 소대로 향한다.

-소대의례

소대의례(燒臺儀禮)는 영가와 이별하는 봉송의 일부이자 49재의 마무리 단계이다. 법당 밖으로 나가 소대 앞에서 마지막 염불을 올리는 가운데 의례에 사용한 각종 장엄물, 위패, 발원문, 영가의 옷, 유족의 상복 등을 태운다.

태우는 내용물은 사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망혼이 가져갈 옷 한 벌과 49재를 위해 조성한 의례용품은 반드시 태우게 된다. 망자는 한 벌의 옷을 태움으로써 저승으로 통합되고 유족은 소대 앞에서 상복을 벗음으로써 일상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상복과 영정도 소각하였으나 근래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상복은 태우지 않고, 영정 역시 집으로 가져가서 모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대에서 태우지 못하는 상복․소창․고무신 등은 불앞에서 세 번 휘돌리는 것으로 태우는 것을 대신한다. 이처럼 영가의 옷과 의례용품을 불사르는 것은 모두 공(空)의 상태로 돌아갔음을 나타낸다.

소대에서는 영가에게 전송을 고하며 지금까지의 염불 공덕으로 집착을 끊었는지 묻고, 다시 한 번 부처님 가르침을 일러주면서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마지막으로 공덕이 모두 중생에 고루 미치도록 발원하고 불보살님께 거듭 귀의하면서 의식을 마친다.

(7)법식

법식(法食)은 의식을 마치고 동참자들과 함께 음식물을 공양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공양을 ‘법식’이라 하는 것은 의례에 사용된 공양물을 동참자와 대중이 고루 나누어 먹음으로써 불보살님과 인연을 맺는다는 의미이며, 이 공양물이 궁극적으로는 불보살님의 가피를 통해 감로의 법식(法食)으로 변화되어서 영가는 물론 유족을 포함한 모든 중생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49재에서 각 단에 올린 공양물이 불보살님께 공덕을 짓기 위한 것이었다면, 법식은 의례를 마친 후 대중에게 그 공덕을 실천하는 일이 된다.

발행일
카테고리 49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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