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供養具)/
무비스님
(범어사 승가대학장)■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
面上無嗔供養具 口裡無嗔吐妙香心裡無嗔是珍寶 無垢無染是眞常
얼굴에 성내는 모습이 없는 것이 그것이 공양이요,
입에 성내는 말이 없으면 아름다운 향기를 토한다.
마음에 성냄이 없는 것이 보배요,
더러움도 없고 오염도 없는 것 이것이 참되고 영원한 행복일세.
– 균제동자 게송-
대화 상대가 문수보살임을 모른 무착에게 들려준 균제동자 게송
이 게송은 문수보살의 시자(侍者)인 균제(均提)동자의 게송이다.
“아름다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변함없는 부처님 마음일세”로 번역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
항주의 무착 문희(無着文喜, 821~900) 선사는 일곱 살에 출가하여 항상 계율을 익히고 경학에 열중하였다.
뒤에 대자산의 성공(性空)선사를 만나 여러 지방의 다른 사찰들을 두루 참배할 것을 권유받았다.
그 말을 들은 무착은 곧바로 오대산으로 갔다.
오대산은 본래로 화엄도량이다.
화엄사의 금강굴에 이르러 한 노인이 소를 끌고 가기에 그를 따라 사찰에 들어갔다.
노인은 균제(均提)동자를 불러 소를 맡기고 무착을 데리고 절에 들어갔다.
무착이 보니 절의 건물들은 모두 금빛으로 되어 있었다.
노인과 마주 앉자 노인은 물었다.
“어디에서 옵니까?” “남방에서 옵니다.” “남방의 불법(佛法)은 어떻습니까?” “말법의 비구들이 계율이나 조금 지키고 살아갑니다.” “대중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혹 삼백 명도 되고 혹 오백 명도 됩니다.” 다시 무착이 물었다.
“이곳의 불법은 어떻습니까?” “용과 뱀이 함께 있고 범부와 성인이 같이 삽니다(龍蛇混雜 凡聖同居).” “대중들은 얼마나 됩니까?” “전삼삼 후삼삼(前三三 後三三)입니다.”
노인은 동자를 불러 차와 맛있는 음식인 소락을 대접하게 하였는데 무착은 그것을 먹고 마음이 환하게 열리고 상쾌해졌다.
노인은 다시 파리로 된 찻잔을 들고 물었다.
“남방에도 이러한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러면 평소에 무엇으로 차를 마십니까?” 그러나 무착은 대답이 없었다.
날은 저물었고 하여 노인에게 물었다.
“하룻밤을 투숙하고 싶은데 되겠습니까?” “그대에게 집착하는 마음이 있으면 투숙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집착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그대는 일찍이 계(戒)를 받았는가?” “계를 받은 지는 오래입니다.” “그대에게 만약 집착하는 마음이 없다면 왜 계를 받았는가?” 무착은 물러나오고 노인은 동자에게 무착을 전송하게 하였다.
무착이 동자에게 물었다.
“전삼삼 후삼삼이 얼마나 되는가?” 그러자 동자가 “스님”하고 불렀다.
무착이 “왜 그러느냐?”하고 대답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됩니까?” 무착은 다시 물었다.
“여기가 어디인가?” “여기는 금강굴 반야사입니다.” 무착은 처참하였다.
그 노인이 문수보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동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한 말씀 가르침이 있기를 빌었다.
그것으로 이별의 정을 달래었다.
그 때 동자가 들려준 게송이다.
말이 끝나자 균제동자도 절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다만 오색구름 가운데 문수보살이 금빛 사자를 타고 노닐었는데 홀연히 흰 구름이 동쪽에서 와서 감싸 버리고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일로 인하여 무착은 오대산에서 주석(住錫)하게 되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게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