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님─보시(布施)

보시(布施)

범어사 승가대학장

무비스님

“최상의 선행은 무주상 法보시” 心住於法 而行布施 如人入暗 卽無所見 心不住法 而行布施 如人有目 日光明照 見種種色 마음이 법에 머물러 보시를 행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어두운데 들어가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마음이 법에 머물지 않고 보시를 행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눈도 있고

햇빛도 밝게 비쳐서 가지가지

사물들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금강경〉

어떤 자격.조건에 따라 베푼 선행은 잘못된 보시 이 글은 불교의 수많은 경전 가운데서 불자라면

반드시 공부하여 실천해야 한다는 뜻에서

의지해야하는 경전,

즉 조계종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지정된

〈금강경〉의 제14분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에 있는

말이다.

경문을 온전히 인용하면 “수보리야 만약 보살의 마음이

법에 머물러 보시를 행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어두운데

들어가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고,

만약 보살이 마음이 법에 머물지 않고 보시를 행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밝은 눈도 있고 햇빛도 밝게 비쳐서

가지가지 사물들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라고 되어 있다.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종교적 삶이란 세상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을 지상의 과제로 삼고 있다.

불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베푸는 일인 보시(布施)를 보살의 여섯 가지

실천 덕목 중에 제1조에 두었으며 금강경에서도

거의 전편에 걸쳐서 보시의 내용과 그 방법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다.

세상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베푸는 자세와 방법도 선행 그 자체 못하지 않게

중요하다.

금강경은 선행을 베푸는 여러 가지 종류 중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진리의 가르침을 제시하였고 그 방법에

있어서는 무주상(無住相)보시를 권하고 있다.

진리의 가르침에 있어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특히 무엇을 사람들에게 보시를

행할 때 이왕이면 가장 값진 것으로써 보시를 해야 주는

사람도 그 공덕이 많을뿐더러 받는 사람도 그 이익이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으로서 존재의

참 이치인 진리의 가르침을 베풀도록 되어 있다.

이것을 법보시(法布施)라 한다.

부처님이나 조사스님들은 물질을 보시하였다는 기록은

전혀 없고 다만 법보시를 하였다는 기록만 남아 있다.

경전과 어록에서도 끊임없이 법보시를 권장하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법을 보시하는 것과 물질을 보시하는 것과의 공덕의 차이를

비교하여 이야기 한 금강경의 내용은 이렇다.

이 지구의 크기와 같은 금은보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시하는 공덕보다도 금강경에서 말한 진리의 가르침을

보시하는 공덕이 무려 수 억 만 배나 더 많다고 하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부처님이나 조사스님들은 한결같이

법보시에 마음을 쏟은 것이다.

물론 절을 세우고 법당을 짓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 중요하다는 이유도 결국은 진리의 가르침을 전하는데

일차적인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절이 있고 법당이 있어야 법을 설한다.

불당(佛堂)이라 하지 않고 법당(法堂)이라는 표현을

곰곰이 새겨보면 알 수 있다.

법당은 있는데 법을 설하지 않으면 어떻겠는가.

그리고 법보시의 내용 못지않게 그 보시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 방법으로는 곧 무주상보시가 그것이다.

위의 경문에서 말하고 있는 “법에 머물러 보시를 행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어두운데 들어가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라고 경고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보시의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설사 법보시가 아니고 아주 하찮은 물질적 보시라 하더라도

생색을 내거나 자랑을 하거나 뽐내거나 대가를 바라거나

또는 보시를 하는데 있어서 자신이 정한 어떤 기준이나

자격이나 조건을 설정하여 그것에 맞추어 베풀게 되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보시의 방법이다.

이런 것들을 경전에서는 법에 머물러

보시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보시는 행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불교신문 2231호/ 5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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