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스님─천도는 제 갈 길 찾아가는 것

천도는 제 갈 길 찾아가는 것 -보성 큰스님- 천도의 천(薦)은 ‘받는다, 뽑아올린다’ 는 뜻이요, 도(度)는 ‘제도한다, 구제한다, 건너가게 한다’ 는 뜻입니다.

영가를 잘 받들어 좋은 곳으로 가게 하는 것이 천도입니다.

업력(業力)이나 한(恨) 등 무엇인가의 얽힘에 사로잡혀 나쁜 곳에 빠져들었거나, 가 있어야 할 곳에 가지 못하고 있는 영가를 잘 받들고 달래고 스스로 깨닫게 하여 스스로 좋은 곳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천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영가가 스스로 깨달아 극락 등의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가? 그 방법은 오직 하나입니다.

‘내가 갈 곳은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어야 하며, 이것이 천도요, 49 재입니다.

불성(佛性)을 지닌 일체 중생은 불성을 지녔기 때문에 근본이 착하며, 선하게 살 수 있고 깨달음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모든 감각에 속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무명(無明) 속의 중생들 삶입니다.

눈은 빛깔에 속고 귀는 소리에 속고 코는 냄새에 속고 혀는 맛에 속고 몸은 촉감에 속아 삽니다.

속아서 집착을 하다보니 욕심이 붙고 욕심따라 갖가지 업을 지으며 살아갑니다.

집착이라는 무서운 올가미! 그 집착 때문에 우리는 참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방향을 잃고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과연 어떻게 됩니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아픈 불행이 ‘나’ 를 엄습합니다.

살아있는 사람, 돌아가신 영가 할 것 없이 이러한 법칙은 피할 수 없습니다.

‘집착이 있으면 제 갈 길을 못간다.

‘ 천도를 한다는 것은 집착을 끊고 제 갈 길을 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업이 깊다 할지라도 집착을 끊게 되면 원래의 불성자리로 돌아가고, 불성자리로 돌아가면 저절로 깨달음의 빛을 발하여 가야 할 길을 찾아갑니다.

저승길에 필요한 것은, 천도 받아야 할 영가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노잣돈이 아닙니다.

‘집착을 끊고 새출발 하십시오’ 라는 축원입니다.

‘집착을 끊고 제 갈 길을 찾아가십시오’ 하는 진정한 법문입니다.

집착을 끊은 영가는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이 없고, 미련이 없으니 이 세상 주변을 떠돌 까닭이 없습니다.

그리고 집착이 없는 맑은 마음을 지녔기에 스스로가 발하는 깨달음의 빛 속에서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알고, 또 그 길을 알아서 잘 찾아갑니다.

지극한 행복의 나라인 극락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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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상계(無常戒)) 를 비롯한 천도재 관련 법문들은 하나같이 집착을 버릴 것을 설하고 있습니다.

집착을 끊고 집착을 버리도록 하는 것 ! 이것이야말로 영가천도의 비결입니다.

그런데 천도를 해주는 우리가 영가에 대한 집착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영가는 우리의 집착 때문에 더욱 얽매이게 되어 갈 길을 찾지 못합니다.

갈 길을 찾지 못하여 우리의 주위를 맴돌 뿐입니다.

그러므로 백중기도 등 49 재를 올리는 우리 또한 무엇보다 먼저 집착을 떨쳐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영가천도를 올리는 이 49 일동안, 내 삶에 깃들어 있는 헛된 집착을 떨쳐버리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영가와 더불어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 세상에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떠나가신 영가들처럼 죽습니다.

반드시 늙고 병들어 죽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죽었을 때, 우리의 후손은 또 천도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살아 생전에 집착을 떨쳐버리는 공부를 자꾸 하면 ‘나’ 는 천도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제 갈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자유인이 됩니다.

부디 천도를 받지 않는 자유인이 되십시오.

그 비결은 집착을 끊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집착을 끊으며 부모님 등을 천도하면, 영가도 집착을 끊고 있는 ‘나’의 말을 잘 듣습니다.

‘나’ 의 말을 듣고 곧바로 그릇된 집착을 끊어 불성자리로 돌아갑니다.

불성자리로 돌아가면 그 곳이 극락이요 행복의 세계이거늘, 이보다 더 빼어난 천도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진실로 백중기도 등의 49 재를 통하여 ‘나’ 의 집착을 끊는 공부를 함과 동시에 영가가 집착을 끊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영가도 ‘나’ 도 제 갈 길을 스스로 찾고 스스로 향상하는 존재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49 일 백중기도 등을 통하여 천도를 하는 진정한 까닭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디 이번 백중기도 기간동안 영가도 나도 집착을 비워 제 갈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참으로 의미있는 기회로 만들어 보시기를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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